여우 제삿날 학고재 대대손손 8
한미경 글, 이지선 그림 / 학고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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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께서는 제사를 모시는 집에서는 기름 냄새를 풍겨야 귀신이 냄새를 맡고 찾아 온다고 하는 말씀들을 흔히 한다. 조금 다르지만 책에서는 산신령이 제사를 지내는 집에 가는 여우에게 향냄새 때문에 정신을 잃을 수도 있으니 숨을 참으라고 당부한다. 모두 냄새와 관련된 것.

여우는 그렇게 두어 곳에 가서 제사 지내는 것을 엿본다.

앞서 들렀던 집의 상차림엔 대추 옆에 밤, 밤 옆에 배, 배 옆에 감을 놓는다거나 생선은 동쪽, 고기는 서쪽 등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나 놓는 위치, 축문을 쓰고 향을 피우는 모습들이 제사 때 보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들른 효돌이네는 음식 냄새는 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집들보다 집안을 윤기 나게 쓸고 닦는다. 그리고 수정처럼 맑디맑은 물을 길어와 생전에 어머님이 좋아하셨다며 팥 시루떡을 만든다.

조상 님들께 정성을 다하여 지내는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본 여우가 감동하여 호랑이가 아이를 물고 가는 것을 자기 목숨을 던져 구해준다는 이야기가 담긴 여우 제삿날의 주 내용이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제삿날은 정성을 다하는 날' 이란 것이다.

지방마다 혹은 집안 마다 제를 지내는 방법이나 절차가 다름을 묻고 따지는 일 따위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물론 정성을 들여 조상 님께 제사를 지내는 일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만 살아 계실 때 예를 다하고 정성을 들이는게 더 합리적이고 마땅히 해야 할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죽은 다음에 지내는 이런 의식이 무슨 소용일까. 마음에서 우러난다면야 말릴 수는 없지만 할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도리를 하기 위해 댓말 입이 나오고 스트레스를 받아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제사가 간소화 된다고 해도 여자들에게 제사는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요즘처럼 맞벌이가 많고 시간을 내는 일조차 버겁다면 제사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굳이 제사란 방법이 아니더라도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일은 있다.

제사를 지냄에 있어 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이들도 알 만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정성을 다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 아닌가?

어쨌거나 백 년 묵은 여우를 따라 아이를 지키려했던 여우처럼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지붕에 않아 있는 여우가 있을지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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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동이
김정호 글, 김재홍 그림, 안대회 원문풀이 / 장영(황제펭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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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소리'나 '민요'라 하면 전라도 지방을 떠올렸다. 물론 경기 민요도 있고 서도나 강원도도 있으나 무지한 나는 통영과는 전혀 연결을 짓지 못했다. '백조요'라는 것은 들어 본 적 조차 없었고 이것이 중요한 우리 민요의 하나라는데도 불구하고 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 싶다.

 

표지의 아이는 부채를 들고 흥에 겨워 노래를 하여 즐거워 보일테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물론 본인이 노래를 하는 순간은 행복할지 몰라도 부모 없이 사는 오누이는 부잣집에 잔치라도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찾아다니며 노래로 밥을 벌어 산다. 복색을 보아도 알수있듯 여기저기 기워입은 것이 눈에 띄고 뒤쪽에 바가지를 들고 있는 여동생은 아마도 음식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배경에 있는 사람들의 웃고 있는 얼굴에서 난 아름다운 슬픔과 애잔함이 느껴진다.

 

백조요에 얽힌 사연이 참으로 애닮다.

통영 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길놀이에 나선 통영동이는 동생을 잃어버린다. 밤낮으로 동생을 찾아 헤맸지만 어디에서도 동생을 찾을 수 없었다. 걱정으로 밥도 물도 먹지 않고 눈물만 흘린 통영동이는 눈이 멀게 된다. 자신의 목소리와 노래를 기억할 동생을 찾기 위해 방방곡곡 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온갖 새가 등장하는 노래로 사람들의 입을 통해 널리 퍼지게 된 노래가 다름아닌 백조요였다. 대체적으로 민요가 작자미상인데 반해 이 노래는 통영동이라는 걸인이 만들어 유행된 사실이 밝혀졌고 조수삼이 묘사한 <추재기이>라는 책에 실려있다.

 

김재홍 작가의 그림은 톤이 어두워서인지 다소 무거운 스토리와 잘 어울린다. 특히 눈이 멀게 된 통영동이의 사연이 나오는 페이지는 절정에 이른다. 검은 바탕에 살짝 드러난 통영동이를 표현한 그림은 슬픔이 극대화 되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것이 김재홍 작가의 강점이 아닌가 싶다.

김재홍 작가의 그림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밝고 따스한 느낌보다는 톤다운 된 그림에서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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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손 - 다함께 배꼽인사 해요
나은희 글, 강우근 그림 / 한권의책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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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아이가 배꼽 위에 두 손을 모으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크게 클로즈업 된 표지. 옆에는 원숭이도 따라 배꼽손을 하고 인사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앞 표지 뿐만 아니라 뒷 표지.

그림책을 보다보면 앞 표지와 뒷 표지가 나란히 연결될 때도 있고 때로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혹은 반전의 스토리를 담아낼 때도 있는데 어쨌거나 그림책은 표지 하나도 허투루 보지 말자는 얘기.^^

꼬마 펭귄은 다리만 숏다리가 아닌듯. 반창고로 배꼽 부위를 엑스자로 표시했거만 팔이 미처 닿지 않지만 공손한 마음이 보여 그마저도 귀엽다.ㅎㅎ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보는 정말 예쁜 여자 아이는 늘 인사를 안한다고 할머니께 퉁을 받는다. 아이가 결코 버릇이 없거나 몰라서가 아니라 단지 부끄러움이 많을 뿐이란 걸 알기에 인사 안한다고 뒤에서 욕할 일도 없거니와 억지로 '인사해야지~'라는 멘트도 절대 안한다. 그냥 내가 먼저 '안녕'하고 웃어주거나 아는체 할 뿐. 할머니께서는 당신 탓인양 생각해서인지 무안해 하신다. 하지만 성격적인 것을 지적하면 오히려 아이만 위축될까 오히려 염려된다.

 

그냥 예쁘게 인사하면 오버해서 칭찬해 주자.

겉으로 표현되는 것도 때론 필요하지만 사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도 중요한데.

울 애들 보면 마음은 조금도 없이 그냥 인사만 하는 것 같아서...

가끔은 그 마저도 안 할 때도 있고.ㅠㅠ

 

인사하기를 비롯하여 배변 훈련 등을 알려주는 후속 시리즈 책으로 나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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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미술관 예술산책 - 크리에이티브 여행가를 위한
명로진 지음, 이경국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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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계절이든 늘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현실의 삶을 잠깐 접고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처럼 봄바람 살랑 불어주고(안타깝게 어제 오늘 쌩쌩 바람이 불었지만) 벚꽃도 날려주면 완전 불을 지른다. 지금쯤 우에노 공원에서의 벚꽃은 다 졌겠지.

 

저자는 도쿄를 여행지로 정했다. 의도한 바대로 크리에이티브에 매우 적당하다.

그 하나를 저자는 미술관에서 창조적인 것을 충전하고자 했다. 미술관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여행지에서 한 번쯤 미술관을 들러보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분명 호불호가 갈리긴 하겠지만 어차피 모든 사람들을 충족시켜줄 수는 없는 일.

뭐든 반복되면 권태롭다. 권태는 창조의 적이지 싶다. 그렇다면 떠나자.^^

 

우리가 보통 알고있는 일본스런 왜색의 느낌이 나는 그림인 우키요에. 고흐는 우키요에를 수집했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것에 영감을 얻어 작품을 그리기도 했는데 <탕기 영감의 초상>이 그러하다. 이렇듯 우리를 매료시키는 일본적인 것은 많은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일반인들이 크리에이티브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지브리 미술관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도 훌륭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나를 더 흥분시키는 것을 보면 분명 크리에이티브한 면이 나를 그렇게 만들지 않나 싶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낸 바 있는 명로진 작가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의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는 관심없다. 다만 여러 차례 그의 책이 리뷰어들이나 혹은 온라인 서점의 메인에 떴고 꽤 호의적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래서 많이 기대했는데 책 소개란의 유쾌함은 아쉽게도 느낄 수 없었다.

 

어쨌거나 직접 도쿄로 직접 날아가 미술관이든 박물관이든 크리에이티브함을 느껴보고 싶다.

책으로는 갈증만 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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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잽 테르 하르 지음, 이미옥 옮김, 최수연 그림 / 궁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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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괜찮아...혹은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될까? 최소한 난 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지 않은가. 그런 사람이 고상한 척, 위로랍시고 건내는 말은 건 교만이며 위선은 아닐까.

하루아침에 사고로인해 시각장애인이 된 열세 살 소년 베어.

베어의 앞에는 이제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굳이 보려 애쓰지 않으려 해도 보였던 삶이었다면 이제는 손가락으로 세상을 더듬어야 한다. 목소리와 생활 전반에서 들리는 잡음을 구별해야 하고 손과 귀가 눈이 하던 일을 떠맡아 해야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얼마나 클까?

밝고 어두운 빛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분을 아주 잠깐 옆에서 지켜 본 일이 있었다. 통장의 계좌번호를 문자 따로 기록해 둔 게 없어 내가 불러준 번호를 그자리에서 점자로 찍어야 했고 당연히 외출도 수월하지 않았다.

시각장애 뿐 아니라 여타의 장애를 가진 경우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부대끼고 사는 일상에서 이들과 함께 어울리는 경험 자체가 많이 없다. 알게 모르게 많이 차단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을 동정하며 우리는 고상한 척 돈을 내지. 하지만 우리는 이런 장애아들을 보이지 않게 숨겨 놨어. 왜냐고? 이런 아이들을 사회로 받아들일 마음이 없으니까! 그런 따뜻한 애정은 없거든!'(189쪽)

아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미 마음은 그들을 밀어내고 있는걸~

막막함과 절망에 빠졌을 베어에게 같은 간호사지만 빌과 애니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한쪽 얼굴이 흉터가 있는 빌이에게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말과 목소리는 한 사람의 성격, 특징, 정신까지 볼 수 있게 된 베어는 병실에서 알게 된 다른 환자들, 특히 암으로 곧 세상을 떠날 대학생 형마저도 베어에게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베어는 이후 함께 학교를 다니고 축구를 했던 친구들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비록 일반학교로의 복귀는 무산됐지만.

세상을 눈으로 보진 못하지만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여전히 잃어버리지 않은 베어.

이젠 눈이 보이지 않더라도 사랑을 하는데는 아무런 장애도 없다. 위기를 맞은 부모님은 오히려 베어의 사고로 인해 단단한 사이가 유지되고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에 행복하다.

 

흔히 사춘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들 한다. 이들을 혼동에 빠지게 하고 방황하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길을 잃어야 비로소 길을 찾듯 멀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오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많은 성장소설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알맞을 책!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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