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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차기만 백만 번 - 제9회 푸른문학상 수상 동화집 ㅣ 작은도서관 36
김리하 지음, 최정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0월
평점 :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단편이다.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좋을, 글의 양도 많지 않고 그림도 적당히 들어가 주시고^^
그림책을 이제 막 벗어난 아이들한테는 책이 두꺼운지, 그림이 있는지는 무척 중요했다. 이렇게 말하는 건 우리 아들이 그랬단 얘기^^ 사실은 고학년이 되어서도 책의 두께와 그림에 유난히 집착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책을 그닥 즐겨하지 않는지도 모른다.흑ㅠㅠ
책을 읽다가 난데없이 그림이 자주 나오니 옛날 일이 생각 나더라는~.
<자전거를 삼킨 엄마>는 주부라면 절로 무릎을 칠 만큼 공감가는 얘기다. 해마다 우리집 앞 수퍼에서는 경품 행사를 한다. '분명 이런 공짜는 내꺼가 아니야' 하는 마음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하며 열심히 응모를 한다. 당연히 휴지조각 한 번 당첨된 적 없지만 책의 내용에 아주 많이 공감하는데는 재은 엄마의 말 때문이다.
"자전거 판 돈 손에 쥐면 내가 그걸로 내 자전거 한 대라도 살 수 있겠어? 어림없는 소리 하지 마. 여태껏 엄마는 엄마 몫으로 된 변변한 물건 한 번 못 사 봤어. 전부 다 너랑 네 아빠 좋은 거 해 주느라고 말이야.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경품으로 생긴 자전거 하나 내 맘대로 못하고 팔아야 해? 내가 아무리 돈 좋아해도 그건 싫어."
바로 지난주에도 난 많은 시간 고민을 해야 했다. 친정엄마가 주신 백화점 상품권 몇 장.
예쁜 옷을 사 입을까, 구두를 살까, 가방을 살까, 아니면 예쁜 그릇이라도....그냥 딸내미 가방이나 사자, 아들 운동화도 사야 할 것 같은데....하며 손에 쥔 상품권으로 고민에고민을 한다.
정작 내가 필요한 것을 사려고 마트엘 가도 정작 내것보다는 자식이나 남편것을 사 들고 들어오기 일쑤. 왜 그럴까????? 물음표를 백개쯤 해야 될 것 같다.
재은 엄마는 경품으로 받은 예쁘고 좋은 자전거를 타고 살을 빼겠다고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뚱뚱한 엉덩이가 자전거 안장을 삼킬 것 같은 우스운 모습이지만 부디 날씬해지라고 주문을 외워주리라. 얍!얍!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나서 맛있게 꽈배기를 먹는 건 뭐냐고.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찍히면 안 돼!>는 뒤끝작렬, 소심쟁이 진드기 윤기가 수업시간에 지적당한다. 놀릴 생각이 아니었지만 웃음을 참지 못한 영서를 윤기가 못되게 군다. 사내녀석이 어쩜 그렇게 치사한지. 결국 윤기의 못된 행동을 참다참다 폭발한 영서. 일단 자신은 놀릴 생각이 없었다고 분명히 말하고 사과한다. 그리고 네가 나한테 찍혔으니 앞으로 두고 볼 꺼란 말을 한다. 와우~ 짱 멋지다. 너의 팬이 될테야~ 이보다 더 멋진 여학생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여자 아이들이 통쾌해 할 스토리로 자칫 싸움으로 번질 수 있을 사건을 쿨하게 대인배처럼 딱부러지게 행동하는 영서가 정말 예뻤다.
<발차기만 백만 번>에서는 꽃미남이자 왕재수로 여겼던 윤재를 싫어하는 신혁이 친해지게 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나는 그 얘기보다 다른 얘기에 마음이 쓰였다.
건설 현장 관리 감독인 아빠와 단 둘이 사는 신혁은 혼자 밥먹는 일이 다반사다. 혼자 식당에서 밥 먹는 일은 어른들도 곤혹스러울 일이니 한창 예민할 나이의 아이라면 까칠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그런 일에까지 세심하게 신경쓰지 못한다. 먼저 테이블에 앉은 신혁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식당 주인은 오히려 늦게 온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며 이해해 달라며 혼자 앉은 신혁의 건너편 자리를 권한다. 모르는 사람과 마주 앉아 밥 먹는 일이 거북해 체하기까지하는 신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식당 아줌마는 요즘 애들 운운하며 엄마들이 애들 교육을 똑바로 안 시킨다는 말까지 꼭 해야 했나.
밥 한 끼 사 먹으려다가 돌아가신 엄마까지 욕을 먹였다는 생각이 든 신혁이 화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 배려가 없는 어른, 물리적인 폭력은 아니더라도 어른들이 알게모르게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나는 적어도 말로 인한 상처는 주지 말아야지 하지만 사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말로 서운케도 하고 아프게도 한다-.-
이렇게 세 편의 단편은 웃게도 하지만 그 웃음이 휘리릭 날아가버리지 않는 것은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기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