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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고마워 - 옆에 있어 행복한 부부이야기
고혜정 지음 / 공감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고혜정 작가의 <친정엄마>나 <친정 엄마와 2박 3일>을 읽고 펑펑 눈물을 쏟았더랬다. 가끔은 그렇게 울고 싶을 때가 있는 법. 그런 때엔 고혜정 작가의 책이 딱이다.
부부란 무엇일까? 그렇게 좋아서 결혼했는데 어느 순간 발뒤꿈치도 보기 싫을 정도로 미울 때가 있다. 얼마 전에 내가 그랬다. 무슨 말을 해도 툭툭거리고 그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이 꼴보기 싫었다. 그러다가도 그 사람도 힘든데....하는 마음이 들면 짠 해지고 또 이렇게 온갖 짜증과 잔소리를 묵묵히 받아 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어 괜히 미안하기도하고 고맙기도 한 이중적인 마음이 들었다.
살면서 위기의 순간을 몇번씩 겪기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행복했던 순간을 함께 한 소중한 내 반쪽.
싸우는 것도 한때인 것이 나이듦에 따라 서로에게 적응되기도 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며 서로 맞춰지게 된다. 어쩔것이여~ 계속 부딪치면 피곤하기만 할 뿐. 남는 것은 상처와 불편한 시간 앞에서 애들에게도 못 할 짓이고. 그래서 결국은 서로에게 측은지심이 생기는가보다.
여하튼 책은 그렇게 자신들의 사는 이야기를 풀어냈다.
시댁과의 마찰과 같은 예민한 부분에서부터 친정식구에 관한 이야기, 또 친구들을 비롯한 주변인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친정 엄마와 관련된 부분은 배꼽을 잡게 한다. 투박하지만 따뜻함이 넘치고 걸러낼 줄 모르는 그래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뱉어 내는 대사는 압권이다.
이전에 읽은 친정엄마 시리즈(?)에서도 드러났듯 눈물과 감동, 웃음이 어떻게 절묘하게 한 번에 꺼내 놓을 수 있는지. 단연 엄마의 대사가 그 어떤 것보다 진정성을 가진다.
부부란 어떠어떠 해야 한다며 떠들만한 내공은 없지만 분명한건 누구에게나 위기는 있고 그 위기를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서로의 힘든 부분을 어루만져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현재의 배우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랑 산들 100% 만족스러울까?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길들인 시간이 아깝워서도 나는 싫다. 지금의 남편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고마워하며 살아갈 것이다.
못마땅한 점이 있더라도 내 옆에 있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는 그 자리가 비어야 절절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버하지 않는 절제된 감정선과 편안하고 쉬운 문체가 장점이지만 이전 책들에 비해 덤덤하다는 생각으로 읽었다. 먼저 읽은 저자의 두 권의 책에서 느낀 감동이 있었기에 딱 그만큼의 눈물을 예상했다.
표지에 작게 실린 사진이 익숙했듯 본문에 실린 내용도 겹치는 것이 있어서 그랬는지.
하지만 뒷쪽에 가서야 흑흑흑, 킥킥킥 대는 내 소리에 방에서 나온 아이들은 엄마가 이상했던지,
"웃긴거야? 슬픈거야" 하고 묻는다.
사춘기 아들과 맞짱 뜨듯 쿨한 엄마는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남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내 새끼 흉을 어디서 볼 것이며 대책은 또 누구와 세워야 하는가 말이다.
'사춘기의 중학생 아들은 정말 어디로 튈지 몰라서 더 조심스럽고 걱정이다. 남자는 군대 가면 철들어서 온다는데, 어떻게 중학생 때부터 군대 좀 보내는 수는 없나?' 내가 자주 했던 말이라 급공감!
제목이 닭살스럽다던 딸아이의 말을 무시하고 미친척하고 '여보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라고 말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