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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ㅣ 올 에이지 클래식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추억의 명작동화 소공녀.
제목만으로도 반가움이 와락.^^
이제껏 소공녀는 책과 텔레비전 만화로 뒤섞인 채 단편적인 영상과 스토리만 알았다.
작가인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버넷의 어린 시절과 닮은 부분이 많았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경제적인 곤란을 겪으면서도 상상의 힘이 이야기의 꽃을 피워 대단한 작가로 이름을 떨친 이는 많다. 조앤 롤링 역시 마찬가지.
놀라운 사실은 소공녀를 쓴 작가가 다름아닌 <비밀의 화원>을 쓴 작가란 사실을 왜 난 몰랐을까?
책 뒤의 '옮긴이의 말'을 통해 듣는 작가와 세라의 이야기는 늘 그랬듯 스토리 외적으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대강의 스토리야 아는 것이지만 마흔 넘은 아줌마가 다시 읽는 명작은 어릴적 순수하고 여린 감성이 아닌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어른의 시각으로 보게 되니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라든가 인물의 심리 묘사같은 부분을 어릴때 많이 놓쳤다면 지금은 그러한 부분을 꿰뚫게 됐다.
주인공 세라는 상상으로 몸과 마음의 고단함을 잊고 의연하게 보이려고 애 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하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하는 상상 놀이야 말로 사라에겐 큰 일상의 기쁨이었고 비관적이라 할 삶을 지탱케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자신이 공주라고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공주처럼 하려는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
공주란 별명을 아무런 의심없이 당연하게 받아 들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사라의 상상력은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보다 굉장히 구체적이다. 자신이 마리 앙투아네트가 왕관을 빼앗기고 감옥에 갇혔을 때와 비교하는 상상놀이에서는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했다.
이런 꿈과 상상의 힘은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마인드와 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힘이 세라를 진짜 공주로 만들기도 했으니까. 긍정의 힘은 자기 계발서를 비롯한 많은 책이나 어른들의 말씀으로 듣지만 어릴때는 정말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들만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꿈과 상상의 힘을 믿는다. 내가 소공녀를 만날 당시엔 얼토당토 않은 얘기라 생각했겠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이 멈추지 않는다면 이뤄지리라 믿는다. 그렇더라도 세라의 상상 놀이와 꿈을 향한 마음은 내가 따라가기엔 너무 버겁긴 하다.^^
난 공주가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아니까. 또 공주를 원하지도 않는다.ㅎㅎ
사라의 당당함을 넘어 거만하게 느껴질 표정을 참을 수 없어 했던 민친 교장은 돈만 밝히고 추한 모습을 곳곳에서 정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럼에도 사라는 민친선생님의 비아냥이나 혹독한 야단에도 당당하고 위엄있으며 예의를 갖춘 태도를 유지해 민친 교장을 미치게 만들었다.
아우~ 세라의 당당함이란.
대선을 앞둔 싯점이라 그런지 소공녀를 읽으며 정치판을 잠깐 떠올렸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내가 공주라면..... 내가 공주라면, 아무리 왕위를 잃고 쫓겨나서 굶주리는 형편이 되었다 해도...... 나보다 더 불쌍하고 굶주린 사람을 만나면 항상 내 것을 나누어 주었을 거야. 마땅히 그래야 하는 거니까. 아, 빵 한 개당 1페니니까 나한테 6펜스 동전이 있었다면 6개를 살 수 있을 텐데. 빵 4개 가지고는 우리 둘이 먹기에는 턱도 없겠지. 그렇지만 어쨌든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나을 거야."
재래 시장을 방문하여 한 사람 한사람 손을 잡는 행동의 정치인이 과연 상대방을 한 사람으로 생각하기는 할까? 그냥 한 표! 생각이 딱 거기까지에서 멈출까?
세라는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 베키를 자신의 위치가 바뀌어도 절대 잊지 않았다.
'아가씨는 베키가 불행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지 않기를 바랐어요.'(311쪽)
소공녀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지만 많은 사람들은 잊고 있는 것 같다. 지하철 막말녀(남) 등의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을 보면.
세라는 충분히 공주가 될 자격이 있었다.
그래서 세라가 더 반가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