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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 빈처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41
현진건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2년 5월
평점 :
현진건의 대표작이라 할 '운수 좋은 날'과 '빈처'를 제목으로 사용한 단편집이다.
사실 근대 한국 문학은 교과서에서나 접했지 일부러 찾아 읽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학교에서도 제목과 작가를 짝짓거나 경향 같은 것만 줄줄 외우게 하지 않았나 싶다.
근대 단편의 선구자라거나 사실 문학의 개척자란 것 정도가 기억날 뿐이다.
관련 책을 읽게 하는 건 오히려 근래의 교육이 좀더 바람직하지만 그것도 전부는 아니고 일부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읽은 작품은 제목에 드러난 작품이 전부라 할 수 있다. 굳이 추가하자면 겨우 'B사감과 러브 레터' 정도.
아주 오래된 고전도 아니건만 이런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단어는 무척 생소하다. 그래서 주석은 필수인데 뒤쪽에 실려있어 속도가 나지도 않고 몰입하는데 방해가 된다. 그냥 해당 페이지 아래에 두었으면 편하게 읽으련만.
이래서 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다고 한 거다. 또하나 시대적 배경도 함께 읽어내야 작품 속 인물들의 정서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점은 뒤쪽에 실린 작품 해설이다. 이것을 꼼꼼히 읽으면 아무래도 다음 번에 다른 작품을 읽을 때 확실히 도움이 된다. 또한 이 책에 실린 몇몇 작품이 교과에 나오기도 하므로.^^
평론가 황선열 님은 책에 실린 작품들의 묘사에 촛점을 두고 설명하고 있어 한정적이란 느낌이 들어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대체로 현진건의 작품엔 가난한 하층민들의 삶을 보여주거나 우울하다.
그나마 예외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까막잡기> 같은 인간의 욕망을 그려냈고 <B사감과 러브레터> 정도가 되겠다.
<운수 좋은 날> 같은 경우 반어적으로 표현함으로서 계속되는 행운을 아내의 죽음과 매치시켜 더 비극적이게 한다. 이러한 반어적인 기법은 <빈처>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제 불행은 제 손으로 맨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날 이렇게 된 것이 당신의 잘못도 아니고 저의 잘못도 아니야요. 그 묵고 썩은 관습이 우리를 이렇게 맨든 것입니다...."
<희생화>에서나 <술 권하는 사회>, <불>에서는 시대의 아픔이나 당시의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열다섯이란 이른 나이에 결혼한 순이는 밤낮 없는 육체적인 괴로움과 고통을 해소할 길이 없어 한때 자신이 기거하던 집에 불을 내고 훨훨 타오르는 것을 보고 환히 웃는 순이는 너무 가슴 아프고 안쓰러웠다.
원전을 훼손하지 않은 10개의 단편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이나 정서가 흥미롭게 읽힌 작품이다.
처음엔 좀 어렵게 느껴질지라도 여러 작품을 읽다보면 교과외의 다른 작품을 통해 현진건이란 작가의 성향을 알기에는 부족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