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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별곡 ㅣ 푸른도서관 2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평점 :
문득 책을 덮으며 든 생각.
사랑은 많이 아프고 아프고 아파야,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 천년을 기다리고 죽어 천년을 기다린다는 주목나무의 절절한 사랑의 노래로 마음까지 차분해지고 숙연해진다.
후궁의 딸로 태어나 갑갑한 궁궐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천년 왕조가 망한다는 소문이 돌자
호위무사의 도움을 받아 어머니와 함께 궁을 빠져 나가게 되고,
태백산 깊은 곳에서 둘은 서로의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적에게 붙잡힌 아바마마를 구하겠다는 그를 차마 잡지 못하고 보내며
그와 보낸 백일을 영원히 잊지 않겠노라며 주목나무처럼 기다린다고 약속을 하고 그 역시도 죽어 혼령이 되어서라도 찾아오겠단 약속을 나기며 떠난다.
백년이 지나고 삼백년이 지나는 동안 주목나무를 간간히 찾아오는 이들-살기 등등한 모습으로 찾았던 청년 무사, 동자꽃처럼 환한 얼굴의 아이, 일편단심을 맹세한 선비 등이 있었지만 기다리던 내 사랑은 아니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사무친 그리움에 이파리를 떨어뜨리고, 한 숨 소리에 깊은 옹이를 맺는다. 그러고도 또 많은 세월이 흐르자 원망과 미움이 쌓여 독버섯이 자라는데, 지쳐 도망갈 힘조차 없는 소년병 하나가 내 옹이구멍을 헤집고 들어오자 온 몸으로 감싸 안는다.
그리고 지금껏 기다렸던 사랑이 소년병이었고 동자꽃 아이였고, 섬나라 장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아챈다.
사랑 하나로 천 년이란 긴 시간을 기다릴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어떻게? 라고 반문할 수도 있고 정말 진한 사랑을 하는 이들에겐 그 천년을 일 년으로 여길런지도...
독특하고 색다른 책을 읽는 것의 재미를 충분히 안겨주었다.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와 같은 후렴구를 소리 내어 읽어도 좋을 듯싶지만 그러면 그 절절함과 애잔함이 깨어질 듯도 하고...
암튼 책을 읽고 나자마자 다시 읽고 싶어지게 하는 신비함을 가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