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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가게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12
데보라 엘리스 지음, 곽영미 옮김, 김정진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푸른색의 표지와 제목만으로는 도대체가 이 책이 에이즈나 기타 질병과 노동 등에 대한 이야기일꺼라는 예측을 하기 힘들었다.
작가는 <샌드위치 친구>에서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고, <파르바나>에서는 전쟁 속에서 여성의 인권이 참혹하게 유린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작품 속에서 어둡고 잔인한 참상만을 보여주기보다는 ‘희망’이란 밝은 빛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어 책을 읽고 나서 답답하고 우울하게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반전, 인권 활동가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여러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있는 페미니스트이기도 한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다소 독특한 재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사실 다큐프로를 비롯하여 에이즈에 대한 방송을 많이 했으나 청소년 문학작품 속에서 에이즈를 다룬 작품을 찾아보기는 힘들었기에 이 책이 더 흥미로웠고 말 많고, 탈 많은 에이즈에 대한 우리네의 잘못된 편견을 부수는 데에도 일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 본다.
관을 만들어 파는 가게를 운영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버지와 자신이 특별하다고 자부심을 가진 열세 살 빈티는 <고고네 가족>이라는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성우로 활발히 활동중인 여자아이다. 성 베드로 여학교를 함께 다니는 언니 주니와 그림에 소질이 있는 오빠 크와시는 별다른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아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들 형제는 모두가 뿔뿔이 흩어져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친척들 집으로 가게 되나 그곳에서의 생활이 만만 할 리 없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 중에 에이즈나 HIV양성자라 하는 인체면역 결핍 바이러스에 걸렸다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그들을 대하게 될까?
분명 그런 병이 직접적으로 전염되지 않음을 우린 충분히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실제로 가슴으로 그것을 받아들일지는 알 수가 없다.
아버지의 병이 마름병이라 믿고 싶었지만 그 마름병은 다름아닌 에이즈였다.
그래서 친척들은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한다거나 함께 같은 공간을 쓰는 일을 꺼려한다. 그뿐 아니라 그들의 손이 몸에 닿으면 그들에게도 전염될까 두려워 한다.
그들 남매는 각기 삼촌 집을 떠나게 되고 상황은 더 악화되어 언니는 먹고 살기 위해 매춘을 하고, 거기에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으면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하는 것에 자신의 목숨까지도 거는 주니에게 그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으며 돌팔매를 던질 수 있을 것인가.
빈티는 할머니를 찾아가면서 새로운 삶을 찾게 되고 말라위에 있는 홀로된 병들고 굶주린 아이들과 함께 살게 된다. 다른 형제들과도 다시 그곳에서 희망을 찾게 된다. 결국 이들은 그곳에서 아버지가 관을 만들었던 일을 하며 예전의 <하늘나라 가게>를 다시 열게 된다.
관의 바닥에 새를 그려 넣어 줌으로서 영혼이 더 빨리 천국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할머니는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말한다.
“지금 우리 마을에 사자가 나타났습니다. 에이즈라는 사자가 말이죠.
우리가 침묵하면 사자가 우리 아이들을 계속 잡아먹을 테니까요.”
4천만명에 달하는 HIV 양성자나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을 분류하면,
-2천만 명 이상이 여자이고,
-3백만 명 이상이 열다섯 살 이하의 아이들이고,
-1500백만 명이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에이즈에 걸리면 수치스러워하고 절망하게 된다. 그런 우리의 생각이 에이즈에 대한 병을 확산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절망이 아닌 용기를 준다.
에이즈가 공포에 떨 만큼 무섭고 두려운 존재라지만 그들을 품어야만 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이유를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