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3
팜 뮤뇨스 라이언 지음, 민예령 옮김, 브라이언 셀즈닉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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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의 말 그림을 보자마자 나는 <블랙 뷰티>가 떠올랐다.

많은 컷의 아니었음에도 찰스 키핑의 역동적이고 힘이느껴졌던 것으로 기억되는 그림과 재미있는 스토리가 꽤 인상적이었나보다.

그런데 동화나 소설에서 말이 소재가 되는 책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렇기에 표지만 보고도 무척 내겐 무척 유혹적이었다.^^

 

깊게 뿌리 박힌 유교 때문인지 우리나라만 유독 여성이 차별 받는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서양에서도 여성의 위상이 암흑 같은 시대가 있었다. 인권과 사상에서 여성은 소외되어도 마땅하단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면 믿을까?

여성의 투표권을 두고 대다수의 남자들은 "집에서 애나 키우고 밥이나 해라!"고 비아냥과 조롱을 비롯하여 관련 전단지를 땅바닥에 내팽개치는 행태를 보더라도 여성이 얼마나 무가치하다는 것을 매우 잘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미국은 1920년에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하였지만 백인여성에만 주어진 것이었고 모든 여성에게 투표권이 허용된 것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 였다. 영국 역시 비슷한 시기에 여성투표가 인정되었고 프랑스는 이보다 훨씬 뒤인 1946년에 투표권이 인정되었다. 그럼 우리나라는?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수립과 동시에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였으니 이 쪽으로는 우리가 굉장히 빠르다 할 수 있다. 물론 투표권 만큼 여성의 권익도 따라 상승되지 않아 유감이지만.

 

고아원에서 부엌의 허드렛일과 마구간지기 번 아저씨의 일을 도우며 자란 샬롯은 말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말을 타고 바람을 느끼는 순간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말에서 위안을 받는다.

승마 경주에서 승리를 하고 공교롭게 샬롯이 가장 좋아했던 말 프리덤까지 죽는다. 여자가 우승한 것이 못마땅한 원장은 그것을 빌미로 마굿간 출입을 금한다. 때마침 친동생처럼 여기던 해이워드마저 입양이 결정되자 샬롯은 고아원을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여자가 살아가기란 서양이건 동양이건 어디를 막론하고 쉽지 않은 일. 그래서 남장을 하고 해이워드와 약속했던 자신 소유의 농장과 집을 가지기 위해 많은 역경- 한 쪽 눈을 잃는 것에도 개의치 않고 끈기와 강한 의지로 꿈을 이룬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살다간 여성이야 많겠지만 이 책에서는 훌륭한 마부로서의 샬롯의 모습 뿐 아니라 미국 첫 여성 투표자인 찰리 다키 파크허스트를 재조명했다고 볼 수 있다.

실화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실제 1812년이 아닌 1800년대로 시간만 옮겼을 뿐 가급적 실제에 가깝게 쓰였다는 작가의 편지글에서 샬롯의 척박하고 거친 삶이 더더욱 깊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이제 여자라는 이유로 못 가질 직업도 못할 일도 없다. 다만 스스로가 자신을 여자라는 틀 안에 가두고 편견에 사로잡혀 두려워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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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3-07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 자유가 주어졌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사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참정권의 역사가 100년도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더라구요. 그러고 보면 인종차별을 외친게 반년의 역사를 가지지 못했네요.

희망으로 2012-03-08 00: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인종차별을 외친게 반년이 안 되었더라구요. 근데 무지 오래된 것 같죠~ 과거를 너무 빨리 잊고 현재에 익숙하기 때문이겠죠.
 
소공녀 올 에이지 클래식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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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작동화 소공녀.

제목만으로도 반가움이 와락.^^

이제껏 소공녀는 책과 텔레비전 만화로 뒤섞인 채 단편적인 영상과 스토리만 알았다.

작가인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버넷의 어린 시절과 닮은 부분이 많았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경제적인 곤란을 겪으면서도 상상의 힘이 이야기의 꽃을 피워 대단한 작가로 이름을 떨친 이는 많다. 조앤 롤링 역시 마찬가지. 

놀라운 사실은 소공녀를 쓴 작가가 다름아닌 <비밀의 화원>을 쓴 작가란 사실을 왜 난 몰랐을까?

책 뒤의 '옮긴이의 말'을 통해 듣는 작가와 세라의 이야기는 늘 그랬듯 스토리 외적으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대강의 스토리야 아는 것이지만 마흔 넘은 아줌마가 다시 읽는 명작은 어릴적 순수하고 여린 감성이 아닌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마음으로 어른의 시각으로 보게 되니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라든가 인물의 심리 묘사같은 부분을 어릴때 많이 놓쳤다면 지금은 그러한 부분을 꿰뚫게 됐다.

 

주인공 세라는 상상으로 몸과 마음의 고단함을 잊고 의연하게 보이려고 애 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하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하는 상상 놀이야 말로 사라에겐 큰 일상의 기쁨이었고 비관적이라 할 삶을 지탱케 하는 원동력이 된다. 자신이 공주라고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공주처럼 하려는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

공주란 별명을 아무런 의심없이 당연하게 받아 들일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사라의 상상력은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보다 굉장히 구체적이다. 자신이 마리 앙투아네트가 왕관을 빼앗기고 감옥에 갇혔을 때와 비교하는 상상놀이에서는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했다.

이런 꿈과 상상의 힘은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마인드와 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힘이 세라를 진짜 공주로 만들기도 했으니까. 긍정의 힘은 자기 계발서를 비롯한 많은 책이나 어른들의 말씀으로 듣지만 어릴때는 정말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들만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꿈과 상상의 힘을 믿는다. 내가 소공녀를 만날 당시엔 얼토당토 않은 얘기라 생각했겠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이 멈추지 않는다면 이뤄지리라 믿는다. 그렇더라도 세라의 상상 놀이와 꿈을 향한 마음은 내가 따라가기엔 너무 버겁긴 하다.^^

난 공주가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아니까. 또 공주를 원하지도 않는다.ㅎㅎ

 

사라의 당당함을 넘어 거만하게 느껴질 표정을 참을 수 없어 했던 민친 교장은 돈만 밝히고 추한 모습을 곳곳에서 정나라하게 보여 준다. 그럼에도 사라는 민친선생님의 비아냥이나 혹독한 야단에도 당당하고 위엄있으며 예의를 갖춘 태도를 유지해 민친 교장을 미치게 만들었다.

아우~ 세라의 당당함이란.

 

대선을 앞둔 싯점이라 그런지 소공녀를 읽으며 정치판을 잠깐 떠올렸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내가 공주라면..... 내가 공주라면, 아무리 왕위를 잃고 쫓겨나서 굶주리는 형편이 되었다 해도...... 나보다 더 불쌍하고 굶주린 사람을 만나면 항상 내 것을 나누어 주었을 거야. 마땅히 그래야 하는 거니까. 아, 빵 한 개당 1페니니까 나한테 6펜스 동전이 있었다면 6개를 살 수 있을 텐데. 빵 4개 가지고는 우리 둘이 먹기에는 턱도 없겠지. 그렇지만 어쨌든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나을 거야."

재래 시장을 방문하여 한 사람 한사람 손을 잡는 행동의 정치인이 과연 상대방을 한 사람으로 생각하기는 할까? 그냥 한 표! 생각이 딱 거기까지에서 멈출까?

세라는 허드렛일을 하는 하녀 베키를 자신의 위치가 바뀌어도 절대 잊지 않았다.

'아가씨는 베키가 불행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지 않기를 바랐어요.'(311쪽)

소공녀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지만 많은 사람들은 잊고 있는 것 같다. 지하철 막말녀(남) 등의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을 보면.

세라는 충분히 공주가 될 자격이 있었다.

그래서 세라가 더 반가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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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9
제임스 프렐러 지음, 김상우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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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어떻고 피해자가 어떻고 하며 왕따문제가 심심치 않게 뉴스에 오르내린다.

어디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있는 방관자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방관자라고 해서 마음 편할리 없다. 또한 그 방관자가 언제 가해자가 될지 방관자가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방관자에 대해 너무 무심했다.

내 일이 아니면 고개 돌리거나 침묵하며 관여하지 않는 사회 풍토가 결국은 왕따나 지하철 등에서 생기는 온갖 나쁜 일들을 키운 것은 아닌지. 더나아가 내 아이에게조차 그런 사건에 휘말릴까 우려되어 나서지 말라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다.

왕따나 교내폭력을 뿌리 뽑고자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지만 어떤 것도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누구도 그 대책을 믿지 않는다.

경쟁으로만 내 몰리고 극한 스트레스에 달한 우리의 아이들의 이야기는 안타깝기만 하다.

 

중학교 1학년인 에릭은 롱아일랜드로 이사를 한다. 낯선 곳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면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핀은 겉으로 봐서는 성격도 좋고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쁜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그리핀이 있었다. 할렌백을 괴롭히는 것도 그리핀의 치밀한 주도하에 이루어진다. 

'아이들이 이 게임을 하는 동안 에릭은 한마디도 안 했다. 자기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에릭은 생각했다. 그 못된 장난에 참여한 적이 전혀 없으니 말이다. 할렌백을 괴롭히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한 적도 없고, 그 게임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래서 에릭은 한 걸음 물러난 채, 그저 못 본 척했다. 하지만 사실 에릭은 모든 것을 다 보고 있었다. 복도에 있는 다른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점차 그 장난의 본질을 깨닫기 시작했다.' (101쪽)

 

대다수의 아이들이 바로 이렇게 침묵함으로서 방관자가 되고 있다. 외면하고 침묵하는 친구는 적보다 더 무서운 적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학교 폭력을 다 같이 키워왔다.

책에는 왕따 없는 학교를 만들 방법을 토론하였는데 읽어봄직하다.

 

-서로 존중하기

-왕따 행위를 보면 어른에게 알기기

-나쁜 소문을 퍼트리지 않기

-왕따 피해자를 위해 나서주기

-왕따 가해자와 사귀지 않기

-방관자가 되지 않기

-피해자를 돕기

-"그만해"라고 말하기

-왕따 가해자의 농담에 웃지 않기

-왕따 피해자에게 잘해주기

 

위의 내용처럼만 해도 학교 폭력은 매우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고등학교만 가도 왕따 가해자의 농담에 웃거나 그런 아이들과 사귀는 등의 일은 확연히 줄어드는 것 같다. 문제는 우리나라도 중학교 아이들이 가장 심각하다. 무엇이 이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었는지...

 

옮긴이의 말을 보면 '많은 경우 조직된 소수는 조직되지 않은 다수를 지배한다'고 했다. 일진이라는 조직된 소수가 학교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은 결국 조금 덜 침묵하고 조금 덜 방관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조직된 소수에 대응할 거대한 힘이 생길 수 있도록 하자는 건데 과연 누가 용기를 내어 앞장설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나 조차도 그럴 수 있을까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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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3-02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에 말이 공감가요. 잘 조직된 소수가,,, 다수를 지배한다. 사실 그 소수가 폭력으로 지배하는 것인데 저항을 하지 못할까요. 까짓 거 우리는 다수인데. 울 딸 아침에 데려다 주고 교실에 가 봤더니 다행히 일학년 때 친한 아이가 같은 반이 되었더라구요. 오면서 한편으론 안심이 되는 거 있죠.

희망으로 2012-03-02 19:22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무지 공감했어요.
그 소수에 너무나 무력하게 당하고 있잖아요. 참 말도 안되는데도 말예요.

아들 입학식 잘 했죠? 교복 입은 모습 보면 더 커보이고 멋있지 않나요? 울아들 중학교때는 딱 붙는 바지 입더니 고딩땐 지 누나의 성화도 있고 처음이라 그런지 안줄여 입어서 그런지 멋져보이던걸요^^
 
나는 여자다 - 한국의 여성리더들, 조선 개화기편
김세라 지음 / 세림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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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똑똑한 여자들이 많고 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정작 높이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현저히 떨어지고 여자라는 편견이 아직도 벽처럼 떡 하니 버티고 있다. 현대에도 그럴진데 현모양처가 여성의 유일한 소임으로 여겨졌을 조선 시대라면 아무리 신념이 강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대로 행하기가 쉽지 않았을거라는 것은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그런 도전적이며 용감한 여인 12명을 소개한 한국의 여성 리더들이란 부제를 달고 나왔다.

여자라는 부당함을 겪어서일까 제목을 본 딸냄은 근대편은 없냐고 묻는걸보면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모양이다. 하지만 독자 대상이 모호하다. 처음엔 이들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아서 이렇게 밖에 안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나혜석이나 김만덕, 최송설당, 박에스더와 같은 이들은 분량이 나올것도 같았고 실제로 책의 뒤쪽 참고문헌을 보더라도 자료가 적어서는 아닌것 같다. 초등학생들도 무난하게 읽어낼 수준의 가독성으로 만들어진 책이 썩 맘에 들지는 않는다. 수준을 너무 낮게 잡은건 아닐까. 청소년 대상이라면 굳이 저자의 상상이 많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쉽게 풀어내는 과잉 친절이 오히려 불편할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팩션(Faction)이란 장치를 사용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사실에 근거한 스토리 구성이 더 와 닿았을 것이고 청소년들의 롤모델로도 진정성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각 장 뒤에 실린 '톡 앤 톡'에서마저 각각의 인물이 만난다는 가정하에 서로의 입장과 소감을 밝히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보다는 스토리가 팩션이었기에 정보페이지 삽입이 구성 안배상 나았을 것 같다.

그래도 묻혀있었다고 봐도 좋을 여러 인물을 펼쳐보인 것은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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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의 개념사회 - 바른 언론인의 눈으로 본 불편한 대한민국
신경민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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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불필요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것들이 대단히 많다. 짜증나고 화나지만 외면하기만 해서는 나아지기는 커녕 무개념이 판을 치고 진실은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권력에 밀착되어 있는 언론, 말하기 불편하다고 설명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진실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특히나 청춘들이야말로 변화를 주도해야 할 당사들이 아닌가. 그렇기에 저자는 불편한 진실을 꼬집어 이땅의 청춘들에게 매운 辛소리를 책으로 옮겨 담았다.

소통하지 않으려는 누구처럼 귀 닫을 것이 아니라 마음과 귀를 활짝 열어 상식이 통하는 사회, 더 이상 개념 연예인과 같은 '개념'이란 단어에 주목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부조리, 그중에서 두드러진 것은 '지연'으로 시작되는 인연의 불합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사실 학연, 혈연, 근무연, 종교연이니 하는 것들의 차별을 우리는 빈번히 겪어왔다. 핏대를 올려 그것의 불합리를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에 줄을 대려 혈안이 되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집안에 의사, 판.검사 등이 한 명씩 있어야 한다는 우스개소리가 우습게 들리지 않는 것은 그러한 반증이다.

 

이렇듯 어느 학교도 지역 차별을 가르치지 않고 이를 수면위로 끌어올려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지역 차별의 현실을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것의 한 가지. 어려서부터 이해되지 않았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전라도 사람을 믿지 말라는 것이었다. 굳이 빨갱이로 몰지는 않았지만 고향이 경남인 친정 엄마께서는 유난히 전라도 사람을 싫어하셨다. 정확히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어렴풋이 짐작컨대 우연찮게 뒤통수를 맞거나 돈을 떼인 경우 그 당사자의 고향이 모두 전라도였더라는 것.

그러나 자라면서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또 얼마나 뿌리 깊게 저변에 깔려있는가를 알게 되었다. 누군지 기억이 안나는데 예전에 알라딘 블로거 중 한 분이 우리는 모두 전라도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이 계속 떠올랐다.

지역연이 빨갱이로 몰아가는데에는 현대사를 알면 쉽게 이해된다. 정부 비판이 노조 가담자가, 호남이, 반미가 빨갱이로 분류되었다. 아니 특별한 죄목이 없을 때면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정치가 뭔지 모를 어린 나이에 집에 굴러다니는 신동아를 우연히 펼쳐보게 되었는데(불법취업이니 노조니 당 대표니 해서 꽤 이름이 알려진) 그때 삼촌에게도 말도 안되게 그런 죄목이 붙여졌더랬다.

이렇게 장황하게 열거한 지연이나 지역차별은 어떤 이들에게는 출신지나 고향을 숨기게 했다.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래서 의리와 인연을 버려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일리있다. 전부일 수는 없더라도.

 

현 정권이후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땅을 쳐봐야 소용없다. 우리 손으로 뽑았지 않은가. 누구를 탓할 것인가.

우리의 정치가 명목상 민주주의란 말도 과히 틀리지 않는다. 얼마나 웃긴 말인가.

저자는 억지로라도 MB의 공로를 찾자면 못 찾을 것도 없다고 자조 섞인 푸념을 했다.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알게 하지 않았나.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총체적 난국이 되어가는 꼴을 우리는 아프게 지켜봐야 했다. 비록 내가 MB를 찍지는 않았으나 그를 찍은 상당수의 국민들이 도덕적 흠과 인격적 부족에 질끈 눈 감은 댓가는 경제 지도자는 커녕 서민들의 목을 더 옥죄이는 꼴이 되었다.

경제건 정치건 무엇하나 속 시원히 희망적인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빗질을 당해 앵커에서 물러났든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정권에 놀아났든 이제 1년만 참으면 해결될까?

안철수든 박원순이든 그들의 흥행 대박이 MB의 절대적이고 치밀한 기여든 이제 관심없다. 이렇다할 다음 대권주자가 없는 상태라서 불안하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는 것도 그렇기 때문은 아닐까? 그 밥에 그 나물이란 식의 체념말이다.

누구든 개념있는 정치인이 대통령이 나오길 바라는 것이 무릴까....

이 책의 나오기까지 신세교에 참여한 젊은 세대는 희망의 씨앗을 본 듯한데 난 부정적인 사람이라서 인지 낙관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비록 내 생각이 낙관적이지 않더라도 내 아이들에게 이런 책을 권하는 것은 청춘들이 제대로 사회의 검은 음모나 사건의 이면을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고 싶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Q&A 방식이라 읽기에도 부담없으니 평소 정치나 사회에 관심이 있었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고딩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정치사회학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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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2-27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요즘은 상식도 개념도 다 쓰레기장으로 간 듯하니. 전 그래서 요즘 더 인터넷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하면 거의 안 해요. 들어봐보면 열불나는 기사들만 있고. 우리 사회가 이렇게 비뚤어지고 비 상식인 사회였나 싶은게... 적나라하게 드러나니 싫더라구요.

그렇죠. MB 우리 손으로 뽑아있는데 뭘. 하지만 우리 손으로 다시 MB 뿌리 뽑아서 감옥에 보내야 할 것 같아요.

희망으로 2012-02-28 20:59   좋아요 0 | URL
다시 잘 뽑아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정치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무개념인 사람들이 많아진건 맞는거 같아요. 애들도 그런 어른들을 보고 자라니 더 걱정스럽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