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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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아마 나를 만나도 여전히 어딘가 외로운 기분이 들 거네.

나한테는 자네를 위해 그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없애줄 만한 

힘이 없으니까 말이야.

자네는 조만간 다른 방향으로 팔을 벌려야 하겠지.

그러면 곧 이 집으로는 발길이 향하지 않을 거네.


이런 적이 있었다.


외로워서

내 외로움을 없애줄 만한 힘을 찾아 나섰고

손을 뻗었드랬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그(녀)는 내 외로움을 없애줄 만한 힘을 갖고 있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녀)는 누구보다 그걸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마음'의 선생님처럼.


자신의 외로움을 없애줄 사람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그걸 알아보는 사람들.


외로움을 없앨 요량으로 자신에게 다가옴을 알아보는 사람들.


그렇게까지 티가 나는 이유는,

외로움은 쉬이 외로움을 알아보기 때문에.


외로움을 알아봐 달라는 소설

외로움을 알아주려 했던 소설

대상이 없으니까 움직이는 거라네.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움직이고 싶어지는 거지. - P46

자넨 검고 긴 머리카락으로 결박당했을 때의 심정을 알고 있나? - P47

난 지금보다 한층 외로울 미래의 나를 견디는 대신에 외로운 지금의 나를 견디고 싶은 거야. - P50

논쟁은 싫어요. 남자들은 툭하면 논쟁을 벌인다니까요, 재미있다는 듯이요. 빈 잔으로 어쩌면 그렇게 질리지도 ㅇ낳고 술잔을 잘도 주고 받을 수 있는 건지. - P55

그이는 세상을 싫어하거든요. 세상이라기보다 요즘은 인간이 싫어진 걸 거예요. 그러니 인간의 한 사람인 저를 좋아할 리 없지 않겠어요? - P57

가을의 애수는 늘 곤충의 격렬한 소리와 함께 마음속 깊은 속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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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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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인 줄 알았다. 


논픽션이라더니, 주인공이 있지 않나 말이다.


데이비드 조던.

뉴욕주 북부의 한 사과 과수원에서 1851년,

한 해 중 가장 어두운 시간에 태어난 사람. 

별에 몰두하는 사람. 


가을 저녁 옥수수 껍질을 벗기던 중 천체의 이름과 의미에 관해 호기심이 생겼다.


누구는 밤 하늘의 별을 보며 낭만을 이야기할 때,

그는 별들에게서 혼란스럽게 흩어진 혼돈을 보았고

그만, 질서를 부여하고 싶다는 열망에 빠진다.


밤하늘 전체에 질서를 부여하는 데 5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급기야 자신의 미들네임으로 'Star'를 욱여 넣는다.


그가 어떻게 5년 만에 천체에 질서를 부여했는지는 안 나온다.

몹시 궁금하구마는...


그 엄청난 절차를 훌쩍 건너 뛰고 그는 지상으로 내려온다.


독실한 청교도인 홀다와 히람(부모)은 그가 열성을 보이던 지도를 죄 없애 버린다. 


이미 지도가 존재하는 땅들의 지도를 만든다고 시간을 허비하는 일은 경거망동이자 하루의 쓸모에 대한 모욕으로 보였을 것이다.


데이비드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다.

그러나 한편, 듣지 않았다.

진정한 의미에서는.


그 이후, 데이비드는 꽃에 관심을 갖는다.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 무미건조하고 못생긴 꽃들.


숨어 있는 보잘것 없는 것들.


여기까지 '미리 보기'로 읽고 책을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이런 저런 책 소개나 요란한 북튜버들의 찬사는 가급적 피했다.


이 책은 논픽션이지만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고

그렇다면 스포일러는 피해야 하니까.


소설의 형태를 빌렸다면,

시작의 작은 일렁임이 후반에 가서 걷잡을 수 없는 돌풍이 되게 마련.


그 돌풍을 온전히 맞으려면 모른 채 읽어야 하리라.


그래서 리뷰도 여기까지.


다 읽고 나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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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에디터스 컬렉션 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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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미에서 당이 강요하는 세계관을 가장 훌륭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당이 그들에게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현실과 어긋나는 주장을 주입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얼마나 엄청난 주장인지 그들이 결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다가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아차릴 만큼 시사 문제에 관심도 없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이해가 부족한 덕분에 그들은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들은 무엇이든 그냥 받아들여 꿀꺽 삼켰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지도 않았다. 곡식 한 알이 새의 몸속에서 전혀 소화되지 않은 채 소화관을 통과하듯이, 당이 강요한 주장이 그들에게 아무런 찌꺼기를 남기지 않기 때문이었다.(238p)


누군가의 어떤 말을 가장 훌륭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쩌면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정말로, 진실로 그 사람과 그 사람의 말과 그 사람의 의도를 이해한다면

의문을 가져야 옳다.


이해하면 의문을 가져야 옳다.


이해한다는 것과 그 사람이 '옳다'는 것은 별개일 수 있으므로.


그 사람이 '옳다' 하더라도 '나'는 그 사람이 아니니까.

그 간극에 질문이 남게 마련이다. 


하다못해, 어떻게 그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그것에라도 질문해야 한다.


어떤 사람에 대해 타인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공감일 지 모르나

'공중'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의문이다. 


소화되지 않은 찌꺼기에 대한, 응시다.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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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에디터스 컬렉션 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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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소설에서.


소설의 첫문장은 저 혼자 빛날 수 없다.

소설의 첫문장 역시, 콘텍스트의 어울림으로 그 가치가 매겨진다.


화창하고 쌀쌀한 4월의 어느 날, 시계가 13시를 치고 있었다.


[1984]의 첫문장이다.


It was a bright cold day in April, and the clocks were striking thirteen.


아직은 오지 않은 봄, 4월.

볕은 좋은데 쌀쌀한 날

시계는 '재수 옴 붙은' 숫자, '13'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또...


지독한 바람

빅토리 맨션

유리문

흙먼지

소용돌이


소설이 시작되고 단 네 줄만에 조지 오웰은 [1984]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콘텍스트고 뭐고 다 필요없어진 첫문장. 


그 뒤를 바짝 쫓아 한 겹 입혀지는 채색. 


삶은 양배추 냄새


삶아져 '풋기'마저 제거된, 

무색, 무미, 무취의 양배추. 


그리고...


텔레스크린


1948년에 내다 본 1984년이란 미래.

우리가 살고 있는 2022년. 


조지 오웰은 어떻게 알았을까?


2022년이면 우리 인류가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는 텔레스크린을 갖게 되리라는 것을.


어디선가 삶은 양배추 냄새가 나고,

시계는 13시에 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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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시간표 전쟁 - 제1차 세계대전의 기원
A. J. P. 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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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지도 모른다. 역사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지점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 다가서는 것일 지도. 기차 시간표 따위가 대수였겠겠는가. 기차가 출발하기 전,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차에서 출발해 보자는 취지. 기꺼이 그 기차에 올라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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