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세계사를 바꾼 50권의 책 - 역사를 움직인 책 이야기 알아두면 쓸모 있는 시리즈
대니얼 스미스 지음, 임지연 옮김 / CRETA(크레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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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놀래라.

세계사를 바꾼 책이라니.

그런 엄청난 힘을 지닌 책이라니.


놀란 마음 진정하고,

세계사를 바꾼 책인가,

세계사에 빛나는 책인가,

확실히 하고 싶다.


흰말궁둥이나

백마엉덩이나

같은 거 아니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이건 엄연히 다른 문제일 지도 모른다.


세계사를 바꾼 책은 '세계사'에 그래도 무게 중심이 나눠져 있고,

세계사에 빛나는 책은 '책'에 확연한 무게 중심이 있기 때문이다.


책 소개 문구를 보고 더 모호해졌다.


여기에 소개된 50권의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인류 문명에 큰 자취를 남긴 작품에는 어떤 것이 있었으며, 세계사를 관통해 온 다양한 사건과 사상은 무엇인지 시대적 흐름을 따라 일별할 수 있다. 이 50권의 책은 다양한 주제와 시대를 다루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역사적인 사건과 인물, 세계 문학의 걸작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상식을 넓히고 해당 작품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세계사에 '자취'를 남긴 것과

세계사를 들어서 방향을 틀어 버리는(바꾸는 것) 것하고는 좀 다르지 않는가?


부제는 '세계사를 바꾼 책'인데 

책 소개는 어째 조금 기세가 꺾인 듯 보이지 싶은데...


더 보자.


◆ 마오쩌둥, 맥아더, 콜린 파월은 모두 《손자병법》의 애독자였다.
◆ 스티븐 호킹의 과학서 《시간의 역사》는 마돈나의 화보집 《섹스》의 판매 부수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 구텐베르크는 파산해 자신이 제작한 인쇄 장비와 출판했던 성경책을 모두 빼앗겼다.
◆ 인류 최초로 생명체를 다룬 과학사 《동물 탐구》를 쓴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미적분학을 누가 먼저 창시했느냐를 두고 진흙탕 논쟁을 벌였다.
◆ 유네스코에서 선정한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은 문학이 대중 속으로 들어가는 신호탄이었다.
◆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권력을 빼앗긴 메디치가를 쇄신하기 위해 쓰였다.
◆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2,000개가 넘는 셰익스피어의 글이 인용문으로 실려 있으며, 셰익스피어는 1,700개 이상의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냈다.
◆ 노예 출신이었던 《린다 브렌트 이야기》의 저자 해리엇 제이콥스는 필력이 너무 뛰어나, 이 책을 직접 쓰지 않았다고 의심받았다.
 


이게, 세계사를 '바꾼' 책으로까지 보이지....는 않지 않은가?


어떤 이유로 인해, 

혹은 어떤 동력에 힘입어 바뀌어가는 

세계사의 흐름에서(혹은 그 흐름을 타고) 

편집컷처럼

광채를 발하는 책들.


이런 맥락과 더 가깝게 보이는데...


즉, 이 책들이 세계사를 바꾼 게 아니라,

어떤 연유로 바뀌어가는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이 책의 원제는 번역본 제목과 좀 뉘앙스가 다르다.



A Short History of the World in 50 Books

한글본보다는 다소 수동적이다.

50권의 책 속에 담긴 짧은 세계사.


이 제목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이렇게 바뀐 것이다.


세계사를 바꾼 50권의 책.


대단히 능동적이다 못해, 적극적으로.

혹은 공격적으로.


원제를 보면 50권의 책에 스민 역사적 맥락을 탐구한다...

는 의도로 보이지

세계사를 바꾸기까지 한 '파격'은 덜 느껴진다.


흰말궁둥이

백마엉덩이일 수도 있는 근소한 단어 차이갖고

이러는 건

구매 결정에 도움을 받고 싶어서다.


세계사를 바꾼 책들이 맞다면 정독하고 싶고,

세계사에 빛나는 책이라면 이미 비슷한 접근의 책이 많이 있고,해서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뭐.


(마케팅 차원에서 제목/부제에

내용의 수준을 조금 넘어서는

어느 정도의 적극성이 개입되는 건

뭐 통상적인 일이라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이 '통상'을 '상식'으로 인식하게 되면

그게 '규범'이 되는 예가 적지 않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을 위한 적극성인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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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독서법으로 연봉 3억이 되었습니다
내성적인 건물주 지음 / 메이트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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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 소개 중 인용문에서)


위 두 단락은,

(내 눈에) 살짝...(어쩌면 크게) 모순처럼 보인다.


소설(위에서 말한 '에세이'도 포함해서)만큼 '인생'에 적용할 진리가 진득하게 배어있는 책이 또 있던가? (물론, 다분히 주관적인 견해다. 이 공간은 주관적인 견해를 쓰는 곳이므로, 쓴다) 


그런데 소설과 에세이를 밀쳐두라, 한다.


드라마 '미생'에 보면 일 잘하는 안영이씨가 업무 중에 에세이를 펼치는 장면이 나온다.

'안영이씨가 읽던 에세이'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이미지출처/tvN)


이 장면이 주었던 작지 않은 울림을 기억한다.


아버지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던 안영이의 유일한 독립책은 

'직장'이었다. 일 잘하기였다.

과연 안영이는 일을 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영이는 그 지독한 생존 경쟁의 한복판에서 

몸값 올려주는데 별 소용 없어 보이는 에세이를 읽는다.


왜일까?


그 답은 아마 모두가 알 것이다.

콕찝어 말하지 않더라도.


내가 지금 정말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는...


치열한 생존 경쟁의 한복판에 있던 그 시절,

몸값 올려줄 거라고 기대했던 책만 읽었던 것이다.


그 시절, 소설과 에세이를 전혀 읽지 않았던 것이다.


공부에 바쁘고

성공하기 바쁘다는 이유로.


몸값 올려주는 비법은

몸값 올려주는 비법은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고 여겼던

소설과 에세이에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미처, 

알아채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책에서 말하는 '몸값 올려주는 책'은 어떤 책인가.

part4에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몸값 올려주는 책'이란 게 어떤 건지

엄청나게 궁금하다.


그런데 이 말은 하고 싶다.


뿌연 호수 밑바닥에 진귀한 게 잠겼어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진귀한 게 진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호수 밑바닥에 잠긴 진귀한 것은 알아보고 건지는 자의 몫이다.


물론, 한시바삐 시급하게 몸값을 올려야 하는 청춘이라면

이런 책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책이 세상에 나오는 가치와 의의는 그런 데 있을 것이다.

어떤 책이든 본연의 가치와 의의는 갖고 나오기 마련이다. 


그 점은 존중하는 바이다. 


그러나 한시바삐 몸값을 올려야 한다고 해서

소설과 에세이를 '잠시라도' 밀치지는 않길 바란다.


소설과 에세이에 알고 보면

그런 게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더 많을 수 있다는 사실도 

한시바삐 깨닫길 바란다.


일도 잘하고

사람을 사랑할 줄 (처음엔 잘 몰랐지만) 알게 된 안영이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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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저자가 읽고 몸값 올리는데 도움되었다는 책이

독자의 몸값을 올림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소설과 에세이를 '잠시 내려놓으라'는 말에는 선뜻 공감 안 된다.


하버드 대학, 세인트 존스대학, 시카고 대학에서 학부생들이

읽지 않으면 졸업 안 시켜주는 '인문고전 100권 중'

(고전)소설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자.


몸값 올리기에 그 언제보다 몰두해야 할 때일텐데 말이다.


그런 대학 총장이나 학장들이 '인문고전 읽기' 정책 실현 회의를 할 때

누군가 이런 발의를 하고 과반수 이상이

그에 동의한 건 아니었을까.


존경하는 교수님 여러분!

이 청춘 시절에 좋은 (고전)소설을 읽지 않으면 

학생들은 좋은 소설을 평생 읽지 못할 것입니다.

소설의 가치를 미처 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그 평생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좋은 소설을 읽힐 의무가 우리에게 있지 않겠습니까?


옳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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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있어 보자...

'소설'의 효용에 관해 멋지게 정의내린 책이 있었는데...


아, 찾았다.


글쓰기 파내려가기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0566289


현실에 있는 우리는 너무 현실에 붙어 있어서 모방욕망이 모방욕망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소설과 이야기는 한 발짝 인간의 현실에서 떨어져 있으니, 그만큼 잘 보일 수밖에.


그(들뢰즈)는 말한다. 소설을 쓰는 사람은, 소설을 읽는 사람은, 타락한 세계로부터

'수직적인 초월'을 하여 진실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수직적인 초월'은 좀 어려운 말이긴 하나, 간단히 설명하면, 어떤 종교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것처럼, 자신의 삶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말한다. 마치 들뢰즈의 '예술 기호'처럼 말이다. 중요한 것은 타락한 세계로부터의 탈주, 추월이다.

따라서 우리가 소설에서 해석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묙망이다!

(290p)



그러나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효율적인 것, 빠른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 말이다. (중략) 소설은 우리에게 '편집점'을 제공할 것이다. (중략) 소설은 우리 삶의 분기마다, 컷마다 잘 넘어가도록, 이어지도록 도와줄 것이다. 자기 자신의 모방욕망임을, 그래서 잘못가고 있음을 수시로 깨닫게 말이다. 그래서 이 편집점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점검할 수 있다. 잘못 가고 있으면 바로 유턴하거나 방향을 틀어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편집점. 그 편집점이 바로 소설이다. 

(292p)


남들이 말할 것이다. 지금 한가하게 책이나 볼 때냐고 말이다. 맞다. 지금 한가하게 책을 볼 때다. 당신들은 정신없이 바쁘게 사시라. 나는 나만의 속도를 갖고 살겠다. 내 삶의 속도에 간섭하지 말라. 나는 이대로 살아도 좋으니까. 이렇게 당신이 대답했으면 좋겠다. 나도 이렇게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기만의 속도를 갖고 있는 것, 그래서 자기만의 관점을 갖고 있는 것, 그것을 나는 감성이라고 부를 것이다. 남들 하는 것 다 따라할 필요가 없다. 나만의 유니크한 속도를 부디 만드시길.


소설이 당신을 도울 것이다.


(293p)


*[저는 이 독서법으로 연봉 3억이 되었습니다]란 책을 완독한 것도 아니고,

본서에 전반적 유감은 없다. 다만, 본 리뷰에서 거론한 '소설/에세이를 밀어두라'는 부분에 생각할 여지를 제공하려는 것 뿐. 본 책은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적 독서의 효용을 논거하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개인적 '이견'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보아, 쓴 생각이다. 본서가 목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읽는 이에게 그 나름의 도움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에는 거듭 말하지만,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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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4-01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을 읽을 일은 없겠지만
젤소민아님의 이 글은 너무 좋네요~!! 몸값이라는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독서법까지 ㅎㅎ 그런데 돈 벌려고 이런 책을 읽는 사람이 있을까요? ㅋ

젤소민아 2023-04-01 08:53   좋아요 1 | URL
저도 읽을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클릭‘은 하게 되더라고요. 도대체 ‘몸값‘을 3억이나 올려준 ‘책‘이 무언지 리스트가 궁금해서요 ㅎㅎ (아니면, 저도 몸값 3억이 되고픈 욕망이 있는 거...? 물론, 그렇겠죠? ㅎㅎ)

지금 청춘들에게 ‘몸값‘은 중요한 아젠다일 거라는 생각은 듭니다, 새파랑님.
‘일타강사‘들의 천문학적인 연봉이 이젠 드문 일이 아니라 ‘대중화된‘ 현실 같기도 하고요. 3억이 아니라 3백억이 판을 치니 원...

그런데 ‘소설과 에세이‘를 미뤄두고 이뤄내는 3억의 몸값이...
그런 몸값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무조건 비판만은 할 수 없겠죠. 현실이 급한 청춘들일 테니까요...

유튜브 계에서 이미 저명한 저자같더군요.
신간이 나오자마자 ‘구매‘가 붙은 별 다섯개 리뷰가 쫙.

그 별들을 스쳐 지나다...저는 왜 ‘불안‘을 느꼈을까요.
오지랖, 장난 아닙니다 그려...ㅎㅎ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새파랑님!
 
한자의 풍경 - 문자의 탄생과 변주에 담긴 예술과 상상력
이승훈 지음 / 사계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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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평생 공부해서 얻은 지식을 책으로 나눠받을 수 있다는 것만큼,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과분한 호사가 또 있을지.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고 콘칩을 으적이는 태도로는 읽을 수 없는 책. 그렇게 읽어서는 안되는 책. 이런 책을 써주는 저자에게, 출판사에게 인사부터 하고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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횔덜린 시 깊이 읽기
장영태 지음 / 책세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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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착(穿鑿)하다. 이 말을 좋아한다. 구멍을 뚫는다,는 뜻이다. 어떤 하나를 집요하게 파고들기. 구멍이 생길 때까지. 훨덜린의 시는 어렵다. 그래서 읽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 저자(장영태)의 저작들은 훨덜린 시만 바라본다. 穿鑿하는 이의 책은 책 이상이다. 도움을 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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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마음 사전 - 가장 향기로운 속삭임의 세계
오데사 비게이 지음, 김아림 옮김 / 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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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거 뭔가. ‘미리보기‘ 첫페이지만으로 구매 클릭. 봄맞이 대청소나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던 마음에 꽃을 지피다니. 하긴, 청소하는 마음이나 꽃보는 마음이나 마음달래려는 마음은 마찬가지. 꽃에 관한 지식만이 아니라 꽃에 관한 보기드문 명구까지. 봄이다.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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