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기 - 미래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권하는 인간학의 고전
사마천 지음, 김원중 엮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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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해 짧막한 일화 위주의 글들을  가려뽑은 사기다. 어떤 왕이 어떤 정책을 써서 성공했다 뭐 그런 내용보다는, 족적을 남긴 위대한 사람들이 어떤 일을 계기로 어떤 나라의 재상이 되거나 하는 성공 이전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그 큰 중국이 수 많은 나라들의 흥망성쇠를 통과하는 동안에 역사에 기록될만한 획을 그은 시점은 그 시점에 어떤 사람이 어떻게 발탁되었는지부터가 흥미로운 지점이다. 지금과는 많이 달리, 또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 제도를 통한 인재 등용 이전에 사람을 쓰는 일은 비교적 신분적 구획에서 자유로웠던 듯 싶다.  일화 위주의 소개이다 보니, 역사서로 알려져있는 사기의 역사기술적 내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원전 100년을 전후로 해서 지어진 듯이 보인다고 하는데, 로마 시리즈의 말기 공화정 시대와 비슷한 시대임을 생각해본다면, 그 까마득한 고대에 인류가 이렇듯 역사를 편찬할만큼 많은 분량의 글들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사실이 감동 그 자체이다. 특히 책이 역사서이니만큼 책의 내용이 지어진 시대로부터 약 2천년의 역사의 내용이고 또 단순하게 정치와 제도 전쟁 등에 대한 서술이 아닌 일화의 디테일이 살아있으므로 당대의 상업과 직업군 등의 사회 모습에 대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 기록이다. 왜 중국 역사서중 가장 중요한 저작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는가.


기는  본기, 표, 서, 세가, 열전 등 모두 130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번역한 민음사 판 사기 열전, 사기 본기, 사기 세가의 내용 중 청소년을 위해 ‘명장면’을 가려 뽑아 한 권에 싣고 각 장면마다 작가의 해설을 덧붙인 버전으로 2010년에 출간한 <김원중 교수의 청소년을 위한 사기>의 개정판이다. 내 경우, 중국어 한자어로 된 책 제목은 뭔 뜻인지 머리에 바로 쏙 들어오지 않는 어려움이 있는데, 원전에서 발췌했다는 세 권의 책 제목 역시 명확히 하기 위해 네이버 사전에 찾아보니, 열전(列傳)은  ‘여러 사람의 전기 차례로 벌여서 기록한 책’이고, 본기(本紀)는 왕의 사적을 기록한 부분, 세가(世家)는 제후, 왕, 명족에 대한 기록이라고 나온다.


사기가 역사서라고는 하지만 이 책에 발췌된 내용은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사기는 기전체라는 중국의 역사 서술 방식의 효시가 된 편찬 체제라고 하는데, 이 기전체라는 것이 ‘시대 순으로 제왕의 언행을 정리한 뒤 당시의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외교 등 중대한 사건을 서술하고 제왕이나 제후를 보좌한 개인의 이야기를 서술(p20 해제 중)’하는 것으로 이전의 연대순으로 매일매일의 사건을 평면적으로 서술한 서술방식에 비해 사건을 주제별로 엮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중국 역사서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이고, 중국 역사 서 내의 인물의 일화들을 적은 이야기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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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를 안아 준다 - 잠들기 전 시 한 편, 베갯머리 시
신현림 엮음 / 판미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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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주는 함축적 의미는 결국 그 시를 읽는 독자의 몫이다. 어릴 때부터 암기 위주의 교육을 받아온 내 세대에게 문학적 사고는 정해진 틀에 갇혀져 있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어릴 때 교과서에 나온 시들은 그 시들의 주제가 무엇인지를 스스로 생각해볼 틈도 없이, 교사가 혹은 참고서가 알려주는 대로 시의 주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형태였다. 그 시를 통해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 지에 상관 없이, 그 시를 통해 받았어야 했을 감정에 동그라미를 쳐야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시대였다. 요즘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시가 시인을 떠나 독자에게 왔을 때, 독자의 어떤 주관적 해석에도 작가가 개입할 수는 없다. 누가 뭐라겠는가.


함축적 의미라는 말을 꺼낸 건, 이 책의 구조가 다섯 개의 주제 하에서 서로 묶였음을 주목해서다. 신경림 시인은 밤, 고독, 사랑, 감사, 희망이라는 다섯 개의 주제에 해당하는 시들을 고르고 추리고 번역해서 분류하였다. 외국 시들이라 번역 중 떨어져나가고 남겨진 의미들이 잠언집같은 느낌을 주었다. 잔잔하고 편안한, 주제에서 볼 수 있듯 격정적이지 않고, 피로를 잊을 수 있는 시들, 잠이 솔솔오는 시들이다.


한편의 시와 한 편의 그림이 짝지워져있다. 파울 클레, 헨리 마틴, 피에르 보나르의 그림이 대부분인데, 다른 화가의 그림도 있다.



체로키 인디언의 노래 -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또 한 사람의 여행자가

우리 곁에 왔네

그가 우리와 함께 지내는 날들이

웃음으로 가득하기를

따뜻한 하늘의 바람이

그의 집 위로 부드럽게 일기를

위대한 정령이 그의 집에 들어가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기를



이 시는 작가가 따로 있는 것 같지 않고, 체로키 인디언들의 노래를 번역한 듯한데, 갓 태어난 아기를 여행자로  노래하는 첫 구절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갓 태어난 아기가 살면서 겪게될 그 모든 희로애락은 삶이 끝난 후 뒤돌아볼 때 하나의 여정으로 성찰할 수 있는 여행자로 보는 것이다. 삶의 여정이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나겠지만, 그 작은 생명이 우리와 함께 하라고 주어진 만큼 인연을 소중이 여기고,  그 아기의 인생 여정이 축복받기를 바라는 마음에 생명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빛 함께 /  단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도 생각난다.


폴 짐머의 완다와 폭설은 <사랑>이라는 주제에 묶여있는데, 눈쌓인 풍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고, 아름다워 몇 번을 반복해서 읽고, 원어도 찾아보았다. 탄광 하면 검은 색이 떠오르는데 하얀눈과 대조를 이루며, 일탈처럼 찾아온 폭설에서 생긴 세상과의 고립이  완다와 오붓한 시간을 만들어준다. 눈도미 속에 굴을 뚫고 철조망 담을 넘어다니며 먹을 것이 떨어져 소라도 잡으려 했던 그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속에서 오롯이 사랑을 느끼지만, 눈은 그치고 제설차가 도착하고, 꿈결처럼 둘만의 시간은 사라졌다. 그리고 또 한 마디, 요즘은 눈이 그렇게 오지 않는다는 것. 그런 일탈적 사랑이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완다와 폭설

-폴 짐머

몇년 전,

타일러스벅 근처 노천광산에서 일했었거든.

하루는 눈이 오기 시작하더니 두 시경엔

허리까지 내린거야

“집엘 가겠습니다.” 반장에게 말했어.

“다섯 시까지 기다려보지 그래?: 하길래

“소들을 돌봐야만 해요” 둘러댔지.

완다가 집에 잘 있는지 봐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네 시쯤 집에 다다랐는데 그사이 눈은 가슴까지 쌓였고 내리고 또 내렸어.

완다와 나는 사흘 내내 아무도 만나지 못했지.

눈 더미 속에 굴을 뚫고 철조망 담을 넘어 다니며

눈을 녹이는 심장 소리에 얼마나 웃어댔던지.

먹을 것이 떨어져 소라도 잡을까 생각했었지.

그때 그만 날이 개고 사과알같이 달콤한 달이 떠올랐어.

다음 날 아침 제설차가 도착했는데, 슬프더군.

요즘은 눈이 그렇게 오지 않아, 다 그런거지 뭐.


Lester Tells of Wanda and the Big Snow - Paul zimmer


Some years back I worked a strip mine

Out near Tylersburg. One day it starts

To snow and by two we got three feet.

I says to the foreman, "I'm going home."

He says, "Ain't you stayin' till five?"

I says, "I got to see to my cows,"

Not telling how Wanda was there at the house.

By the time I make it home at four

Another foot is down and it don't quit

Until it lays another. Wanda and me

For three whole days seen no one else.

We tunneled the drifts and slid

Right over the barbed wire, laughing

At how our heartbeats melt the snow.

After a time the food was gone and I thought

I'd butcher a cow, but then it's cleared

And the moon come up as sweet as an apple.

Next morning the ploughs got through. It made us sad.

It don't snow like that no more. Too bad.


마지막으로 로버트해스의 미술관이다. 매일매일 테러가 일어나고 고통이 일상이 되고 배고픔에 시달리는 시대에, 어느날 캐테 콜비츠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의 식당에서 젊은 남녀가 아기를 안고 아침 식사를 하는 풍경을 고스란히 시에 담았다. 몇년 전 여름, 미국 여행을 했는데, 여행의 성격이 약간 미술관 투어 비슷했다. 도시에서 가장 예술적이고 의미있는 건축물이 대개 미술관인 경우가 많고, 그런 미술관에 교과서에서나 보았을짐한 예술품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 미국의 식당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우리는 미술관 내의 식당을 즐겼었는데,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와 비교적 깔끔하고 지역적인 음식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고, 미술관 답게 식당의 분위기도 개별적으로 모두 특색있었다. 그 때의 수많은 미술관 식당들을 떠올리게 하는 시였다. 콜비츠는 독일의 목판화가로 가난과 전쟁의 피해자들을 사실적으로 포착해서 굉장히 어두운 작품들을 주로 많이 그렸는데, 그 때문에 현실 속 평화로운 부부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또한 마치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세부적인 묘사가 어떻게 될까,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하며 작은 긴장을 주는데, 아기를 서로 교대로 안으며 버터를 바르고 빵을 먹고 신문을 보는 하나 하나의 동작들 그 중간 중간에 계속해서 교대로 아기를 안으며 서로 눈길을 자주 나누거나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이 평화롭다. 길지만 베껴쓰는 마음으로 전문을 타이핑해본다.


미술관

-로버트 해스


캐테 콜비츠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의 아침

젊은 남녀가 식당으로 들어선다.

여자는 아이를 안고 있고

남자는 일요일판 뉴욕타임스를 들고 있다.

여자는 등받이가 높은 버드나무 의자에 앉아

아이를 감싸안는다. 남자는 쟁반가득

신선한 과일과 빵을 가져오고,

흰 컵에 커피를 따른다. 남자의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여자의 눈은 부석부석하다.

공기를 마시러 물 위로 솟아오른 잠수부처럼

잠 속으로 내동댕이쳤다가

순식간에 끌려나온 듯하다.

남자가 아이를 받아 안는다.  여자는

커피를 마시고 신문의 첫 페이지를 훑어본다.

태양 아래 조그만 그들의 자리에서

버터를 바르고 빵을 먹는다.

잠시후, 여자가 아이를 받아 안는다.

남자는 북 리뷰를 읽으며 과일을 먹는다.

여자가 과일 먹고 담배 피우며 신문을 뒤적이는 동안

남자가 다시 아이를 받아 안는다.

서로 눈길을 자주 나누지도 않는 두 사람,

나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저 공평한 풍경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아기조차 잠에 빠져 돕고 있지 않은가.

주변엔 캐테 콜비츠의 목판화가 가득하다.

고통을 견딜 재능도 능력도 없는 얼굴들,

무감각해진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얼굴들,

배고픔, 가공할 테러,

그러나 이 젊은 부부는 햇살 아래서

일요일 신문을 읽고 있다.

아이는 잠들었고,

벗겨 놓은 멜론 겁질에서 푸른 싹이 돋기 시작한다.

이제 모든 것이 가능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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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 학력도 스펙도 나이도 필요없는 신왕국의 코어소리영어
신왕국 지음 / 다산4.0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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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에 의하면, 오래 전 공부를 잘 해 명문대에 간 학생들은 영어 사전을 한 장 한 장 찢어먹었다고 한다. 예전엔 사전이 미농지라고 아주 얇은 종이로 되어 있었는데, 거기에 깨알만한 글씨로 빼곡히 영단어의 목록이 한글로 된 뜻풀이와 함께 알파벳 순으로 수백 수천 페이지 이루어진 사전을 들고 다녔었는데, 우리가 학교 다닐 때에는 사전을 자주 찾아라 라고 하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인이 배도록 들은 말 중의 하나였다. 어쩌다 한번 찾아보곤 대충 외우거나 어디 적어두곤 했던 그 사전을 전설 속의 선배(들)는 a 부터 깨알같이 꼼꼼히 외우며 몽땅 외운 쪽은 필요 없으니 찢어서 꼭꼭 씹어 먹었다는 것이다. 물과 함께 먹으면 먹을만 하댄다. 머리속으로 들어와 있는 지식을 배속으로 소화한다는 말이 퍽이나 인상깊었을 뿐만 아니라, 현상을 메타포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메타포를 현상으로 바꾸는 가역적 행위를 실행에 옮긴 전설의 선배들이 지닌 마음가짐이 실로 감탄스러웠더랬다. 


그 기억 때문인지, 씹어먹는 다는 표현이 어쩐지 메타포보다는, 긴 영화 필름을 아그작 아그작 씹어먹는 어떤 동작이 연상되었지만, 물론 당연하게도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것은 아니었다. 영화 한 편을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걸 말한다. 목적은 영어다. 표지 제목에 영어를 연상시키는 말이 안들어가 있으니, 필름을 씹어먹는 상상이 그리 억지도 아니다. 'wait a minute' 이라는 간단한 영어 조차도 '기다려 하나 둘' 이라는, 예전 심형래를 연상시키는 코미디 발번역으로 중학교 영어 선생님을 웃겨주시던 저자는 다니던 학교마저도 학교 폭력인지 뭔지에 연루되 퇴학당하고, 영화 씹어먹기 신공을 이용해 단 6개월만에 영어 귀가 트이는 신기루 같은 마술을 경험한다. 이후 갑작스레 자신의 영어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더이상 학원에서는 배울 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미국 유학의 길을 떠나, 커뮤니티 칼리지를 거쳐 UC 버클리에 입학하게 된다. 


꼭꼭 잘근잘근 씹고, 오도독 오도독 맛있게 씹고, 아작아작 빈틈없이 씹어 완전히 소화가 된 상태로 삼키는 것이 영화 씹어먹기 신공의 핵심 전략이다. 사실 내가 오랫동안 나나흰 클럽의 회원으로서 질적으로 차이가 큰 스펙트럼의 책을 받아보며, 책을 읽으라고 보내주는 고마운 것과 내키는 대로 리뷰 쓰는 거는 별개라,  출판사 서포터인지 안티인지 구분이 안갈만큼 야박한 별점과 혹평을 한 일이 간혹 있는데, 그게 대부분은 별 시답지 않은 경험으로 누굴 가르치려 들려는 종류의 책, 특히 빠르게 읽히는(내용이 없어서) 일본 번역서들이 그랬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책 역시 빠르게 읽히고, 내용 역시 그렇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 이건 아들에게, 또 친구 아들에게 친구 딸에게 친척에게 두루두루 읽으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자신에게도 추천한다. 이런 방식의 영어 습득 훈련이 비록 6개월만에 개과천선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가장 납득이 가는 방식으로, 충분히 반복적으로 말할 가치가 있는 반복적 설명과 더불어 영어 학습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하리라는 것을 장담한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책을 사보라고 권한다. 우선 스토리텔링 면에서, 무식한 동네 깡패(를 연상시킴)에서 유창한 영어 스피커가 되기까지의 저자의 노력이 담겨있고, 영화를 잘근잘근 씹어먹는 자신만의 영어 학습 방법이 숨김없이 아낌없이 노출되어 있다. 라푼젤부터 시작했다고 해서, 나도 유튜브에서 라푼젤을 봤는데, 정말 초보자가 꼭꼭 알뜰하게 씹어먹기 좋은 맛이었다. 재미있는 영화, 발음이 정확한 어린이용 영화에서부터 시작해서 구간반복을 하면서 영화를 보는 건데, 듣고 따라하는 게 아니라, 들으면서 같은 스피드로 같이 말할만큼 반복적으로 듣는다는 거다. 학습에 있어서 반복을 통한 암기는 고통스럽지만 영화에 빠지면, 어떤 상황에 이입하여 몰입하면서 동시에 외국어의 뜻을 파악하면 원어를 배우는 방식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QR 코드로 연결된 동영상도 곳곳에 연결되어 있고, 추가적 교재도 인터넷을 통해 다운받을 수 있다. 동영상도 보았는데, 저자가 호감가는 인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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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
시리 허스트베트 지음, 김선형 옮김 / 뮤진트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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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Iris)는 작가 시리(siri)의 철자를 거꾸로 읽은 것이다. 작가의 페르소나가 투영된 것이리라. 그런데 시리는 폴 오스터의 부인이다. 부부가 같이 살면 닮는다는데 시리의 문장과 폴 오스터의 문장은 많이 달랐지만, 전체적 분위기에서 폴 오스터의 소설들과 유사점이 많다고 느껴졌다. 폴 오스터를 말할 때, 도시적인 분위기라는 말이 줄곧 떠도는데 시리의 이 소설 역시 그렇다. 어떤 면에서 도시적이라는 거냐 하면, 하나는 문자 그대로  이야기 자체가 도시 밖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문체가 아침에 도시의 지하철에서 출근하는 영업사원들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들의 예의바른 인사말과 잘 다려진 수트 속에 어떤 심장이 뛰고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간결한 문체를 통해 아이리스가 전달하는 이야기 속에는 전하지 않은 생략과 구멍들이 있음을 눈치챈다. 그건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자신의 삶의 이유로 채워넣을 것들이다.


첫번째 이야기, 주인공은 어렵게 알바 자리를 찾아 만능 작가 모닝씨의 아파트 작업실 문을 두드린다. 상자에서 어떤 물건을 꺼내 그것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여 녹음 하는게 일이다. 죽은 소녀의 유품 같은 거다. 그 소녀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제공되지 않는다. 이름조차도 모른다. 상자 하나당 60 달러씩 받기로 한다. 상자를 들고 집으로 가서 물건을 꺼내 요리조리 뜯어본다. 물건의 생김새와 쓰임새를 유추해보고 그걸 사용했던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특징들을 추리해보고 물건이 가진 세월의 흔적들을 살펴 꼼꼼히 기록한 후 목소리로 속삭이듯 그것을 옮긴다. 모든 감각을 이용하여 일에 전념하지만 첫번째 물건은 냄새를 묘사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그 이유 때문인지 어째서인지 23달러만 받는데 이 점에 대해 아무 설명도 없고 주인공도 불만이 없다. 낡은 장갑, 솜뭉치 이런 물건을 접하며 그녀는 죽은 소녀에 대한 정체가 궁금해서 견딜 수 없고, 점점 모닝씨가 그녀를 죽였다는 마음에 확신을 굳혀가고, 비밀을 추격하기 시직하는데..


두번째 이야기. 스티브는 남자친구인데 비밀이 많아 아이리스를 조바심나게 만든다. 아이리스는 스티브의 친구인 사진작가 조지와 함께 어울리다가 어느날 조지가 거리에서 어떤 여자가 발작하는 장면을 보고 미친듯이 카메라를 들고 나가 사진을 찍는 장면을 목격한다. 발작을 하던 여자가 오줌을 싸는 장면까지 카메라에 담아내는 모습을 보고 부당함을 호소한다.  어느 날 조지가 자신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제안을 하는데, 함께 있던 남자 친구 스티브가 으쓱 하는 반응에 오기 같은 마음으로 승낙을 한다. 검은 원피스를 입고 조지의 집에 간 화자는 조지의 리드에 광적으로 휘말려 미친듯이 포즈를 바꾸고 조지는 춤추듯 뛰어다니며 셧터를 누른다. 하지만 그 수천장의 사진 중 그가 내민 한장의 사진은 존재가 부재하는 듯한 모습으로 그녀를 당혹시킨다. 한장의 사진은 학교 전체에 돌고 돌아 그녀가 어디로 가건 그녀를 알아보며 나타나고,  아슬거리던 스티브와의 관계마저 끝난다. 책을 돌려준다는 핑계로 스티브의 집을 찾은  그녀는 그 문제의 사진이 부재중인 스티브의 집에서 책상 위에 있는 것을 목격하고 열받다가 기절한다. 한편 스티브와도  전시회에 출품된 문제의 사진은 도난을 당하고 조지는 이를 알리러 와서는 예상치 않았던 말을 한다.


세번째 이야기. 편두통에 시달리던 아이리스는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고 병실에서 ,수다스럽고 음험한 M 부인과, 정신이 완전히 나간 O 부인과 병실을 공유한다. 매일매일 전혀 다른 페르소나를 보여주는 O 부인은 병실에서 의사의 손을 물어뜯거나 혹은 밤새 전체 병동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등의 일탈을 벌이기도 하는데 대개는 몸도 못움직이고 누워 있다. 어느 날부터 O 부인은 잠든 그녀 옆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더니 다음번엔 자는데 침대로 들어와 혀를 들이민다. 이 스토리에서도 남친이 위문 방문하는데, 두번째 스토리에서 헤어졌던 스티브로 배경 시간이 첫번째 이야기가 쓰여진 이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네번째 이야기. 중편 소설 정도 분량이다. 지독한 로맨스이기도 하다. 앞의 세 이야기를 어우르는 시간대에 일어나는 일로, 모닝씨도, 스티븐도 등장하고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하는 이야기도 짧게 서술되어 있다. 돈이 떨어져 월세가 밀리고 밥을 굶는 처지가 되었는데도 집에 얘기하지 않고, 알바 자리를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다가, 어느날 학과 교수인 로즈 교수의 연구 보조원으로 일하게 된다. 독일어 서적 한 권을 번역하면서 작품 속의 주인공 클라우스의 페르소나에 빠지게 된 아이리스는, 로즈 교수와 작품을 통해 교감하게 된다. 교수가 휴가로 떠나있는 방학 동안 아이리스는 아파트에서 어떤 여자가 강간을 당했던 사건을 계기로 할로윈 파티때 입었던 친구 남동생의 양복을 입고다니며, 교수와 함께 번역했던 작품의 주인공 클라우스의 페르소나로 변신한다. 작품 속에서 ‘착한’ 클라우스는 악의 충동을 받다가 조금씩 그 악을 실행한다. 아이리스 역시 남자 양복을 입고 남자 외피를 쓴 아이리스는 어두운 골목길도 싸구려 술집도 두려울 것이 없다. 초췌한 모습으로 저속한 술집에서 남장을 한 채 술취해 다른 이름으로 있는 그녀를 우연히 발견한 교수는 그녀를 그 타락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내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가정이 있는 늙은 교수와 아이리스의 사랑 이야기는 예정된 갈등을 통과하고 예정된 결말을 맺지만, 그녀는 그 이야기를 평소 그녀를 스토킹했던 어떤 남자에게 털어놓게 되는데… 로즈 교수와의 사랑 이야기 그 뻔한 스토리지를 절절하고 지적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능력이 감탄스럽다.


재킷을 걸치고 내게 다시 키스를 하고 문으로 걸어갈 때 그는 이미 추억이었다.( 320)


제목과 내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주인공 아이리스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경계하지만 순간적인 끌림에 굴복하여 그를 믿고 자신을 맏기고 추락한다. 그 추락이 의미하는 것은 모호하다. 검은 드레스를 입은 사진이 마치 누드 사진처럼 인화되어 학교 전체가 그 사진을 알게 된 사실 이상으로 한 장의 사진이 갖는 의미는 미묘한데, 청춘의 불안을 떠안은 아이리스에게는 피해의식의 시작 지점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녀의 주변에는 유독 남자들이 많이 꼬이는데, 1인칭 화자의 시점에서 객관화가 담보되지 않았기에, 그 남자들이 실제로 어떤 관계를 원한건지도 알 수 없다. 스티븐의 경우는 확실하게 아이리스 쪽에서 주로 조바심내고 좋아했던 관계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아이러닉하게도 몇개월 이상 지속된 공인된 관계는 그 뿐이다. 아무튼 그녀가 누구에게건 일단 마음을 열었을 때, 열게 되는 계기는 순간적이고 감정적인  판단이고, 이내 후회하게 될 사건에 얽메인다. 이러한 사건들은 그녀를 다소  피해망상적으로 변하게 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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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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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국민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으로 출간되자 마자 대박을 터뜨리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전세계에 남미 문학의 위상을 단번에 끌어올리며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문학을 사실적 마술주의라는 상반되는 두 단어의 조합으로 흔히들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 말을 누가 발명했는지 처음 몇 페이지만 넘겨도 그보다 더 어울리는 말이 없을 정도의 강한 공감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말도 안되는 마술과 환상과 과장 같은 것들이 치밀한 현실 세계에서 조화로운 배치에 홀려, 마치 신화를 읽듯 혹은 역사를 읽듯 빨려들어가게 된다.  

<작가란 무엇인가 1>의 파리리뷰 인터뷰에서 작가가 한 말중, 저널리즘과 소설은 큰 차이가 없다,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침대에서 떨어질 뻔 했을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는 카프카의 소설에서 최초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냈다. '이런 것을 쓰도록 허락받은 작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자신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거다. 현대의 많은 소설이 카프카의 소설에 빚을 지고 있지만, 이 작품은 카프카가 묘사했던 세계, 즉, 그레고리 잠자가 아침에 일어나 벌레로 변해 있는 불가능한 현실이 마치 당연하게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현실적이면서도 가상적인 세계를 계승한,  실제로 가능할 법 하지 않은 수많은 신화적, 환상적, 마법적 요소가 현실과 밀착되는 서사를 끌어 안는다. 

전체 내용은  100년 7대에 걸친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 가문의 흥망성쇠이자, 마꼰도 마을의 생성과 수난과 번영과 소멸에 대한 이야기다. 그 속에는 콜롬비아의 지리적 위치와 역사가 함축된 의미와 상징을 발견할 수 있으며, 인류 혹은 우주 전체에 대한 은유로도 읽힐 수 있다. 예언의 실현과 구성원들의 되풀이되는 운명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발견해내는 것은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해가 뜨고 아침을 밝히면 다시 서쪽하늘을 물들이며 하루를 마감하며 지듯 , 달이 차면 기울듯, 꽃이 피면 열매 맺고 지듯, 생명이 태어나고 살아내고 죽듯, 모든 태어나는 것들은 끝을 예감하고 있으며 수 많은 반복과 순환이 이루어내는 변화 속에서, 그것을 있게 하는 더 큰 또다른 세계가 피고 다시 진다. 이러한 우주적 이치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언젠가는 죽을 것이며, 우리의 가문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며, 미래의 어느 날에는 세상이 혹은 종말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생명이, 우주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가  우리가 아는 방식으로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마콘도 마을의 탄생은 금기시된 근친과 살인이라는 원죄로부터 시작된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대령과 우르술라는 사촌 관계인데 근친을 하면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탄생한다는 두려움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을 따르는 21명의 마을 남자들과 함께 살던 마을을 떠나 배를 타기를 원했으나, 바다를 찾지 못하고 마꼰도라는 마을에 정착한다.  소설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 마을의 지리적 위치는 콜롬비아의 해안 지역과 지리적으로 흡사하다. 서쪽으로는 고원지대이고 나머지는 저지대와 해안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아득히 세상과 멀리 떨어진 고립된 위치에 있다. 그들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지휘 아래 평등하고 공평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 100여년이 흐르면서 이 공동체는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맡겨져 한 때는 엄청나게 흥하기도 하고 또 엄청난 시련을 겪기도 하면서 더이상 고립되지 않고 큰 도시로 성장한다. 뱃길이 열리고, 열차가 다니고, 대형 자본이 밀어 닥치고 바나나 농장이 세워지고 부가 넘쳐나다가 이 모든 것들이 꿈결이었었던 것처럼 어느새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반복과 순환은 백년의 고독을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이다. 모든 것은 반복하며, 모든 것은 순환한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 대령의 집안의 후손들은 크게 아르카디오 계열과 아우렐리아노 계열로 나뉜다. 가문 속 남성들은  세대가 계속 바뀌면서 두 개의 같은 이름을 갖는다.  1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이름에서 2대의 첫아들인 호세 아르카디오가 탄생되고, 2대 둘째 아들인 아우렐리아노 대령이 태어난다. 이 두 개의 이름은 두 아들의 후손들의 이름에 계속해서 쓰이는데, 그 이름은 성격을 결정한다. 아르카디오 계열의 남성들은 대개 남성적이고 호색적인데 비해 아우렐리아노 계열은 말이 없고 영특하다. 단지 쌍둥이로 태어나 서로를 바꿔치기 하는 장난을 즐겼던 4대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와 아우렐리아노 세군도는 이름이 바뀐 채로 살아가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실제로 애초에 이름지었던 그들이 서로가 바뀌어졌기 때문에 이름 지어졌던 순간의 운명을 살아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긴 여정의 이야기 속에서 반복되는 근친 또한 순환은 고리를 계속해서 이어간다. 카드 점을 보는 예언자 필라르 떼르넬라는 2대째의 두 아들 호세 아르카디오와 아우렐리아노 대령과 각각 혼외 관계를 갖는데, 문란하다는 이유로 결혼에 이르지 못하지만, 그들의 정부인들이 일찍 죽거나 혹은 아이를 낳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로 부엔디아 가문의 대를 잇는 것은 삘라르가 낳은 두 아들들이다. 첫아들 아르카디오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부엔디아 가문에 들어와 함께 큰 인척 관계의 레베카와 결혼함으로써 첫번째 근친을 이어간다. 레베카와 결혼하기 전 아르카디오는 필라르와 혼외 정사로 태어난 3대 아르카디오는 필라르가 친모임을 모른 채 모자 사이의 근친의 욕망에 빠지게 된다.  아마란타는 1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딸인데,  한편 결혼 전 1대 아우렐리아노 대령과의 혼외 정사로 태어난 아우렐리아노 호세는 고모 뻘인 아마란타에게 연정을 품는다. 

근친의 욕망을 느꼈으나 이루지는 못한 3대 아르카디오와 아우렐리아노는 일찍 죽고, (어쩌면 일찍 죽었기 때문에 근친이 성립되지 않았을 수도) 결국은 삘라르가 낳은 아르카디오가 산타 소피아와의 결혼으로 태어난 쌍동이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도와 아우렐리아노아우렐리아노 세군도, 그리고 미녀 레메디오스가 4대에서 번성을 이루지만, 그 중 실제로는 아르카디오라고 여겨지는 아우렐리아노 세군도와 결혼한 페르난다가 낳은 딸 레메가  미혼인 상태로 수녀원에서 낳은 아들을 집에 데려와 차마 죽이지 못해 천덕꾸러기로 숨겨 키우는 동안 늦둥이로 낳아 함께 자란 친딸 아마란따 우루술라가 둘 사이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관계맺고 결국은 태초의 예언대로 돼지꼬리가 달린 아기가 태어남으로써 근친상간의 저주가 완성된다. 

곳곳에 흐르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유기적으로 여러 요소들과 한데 조화를 이루며 주제를 반복하는데, 태초 마을이 설립되었을 당시 1대의 이주민들이 살았던 고립된 공간 마꼰도에  주기적으로 방문했던 집시 노인 말키아데스가 남긴 양피지에 쓰인 해독 불가의 예언이 풀리는 동시에, 충격적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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