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의 집안일 아이디어 63 - 집안일이 쉽고 간단해지는 63가지 살림 아이디어
미쉘 지음, 김수정 옮김 / 즐거운상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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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도 미니멀하다. 125 쪽. 
집안일을 미니멀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가장 시간과 노동력을 많이 차지하는 것을 찾아 심플 한 대안을 찾아내는 것일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밥 먹는 게 가장 큰 일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움직이고 생각하고 숨 쉬려면 에너지를 얻어야 하는데 식물처럼 가만히 앉아서 햇빛을 쬔다고 태양 에너지를 체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게 아니다 먹어야 한다 그것도 하루 꼬박 세 번을 먹어야 한다 헌법에 적혀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세 번씩 먹는다 그 중 적어도 한 번은 주부의 몫이다 가족을 규모가 한 명 있던 두 명 있던 10명 있던 상관없이 주부는 가족을 먹을 것을 만들고 치운다 게다가 아무거나 먹을 수도 없다. 평소 지론이 먹을 걸 대충 때우면 시간도 많아지고 건강과 다이어트에도 좋고 엥겔지수가 낮아지니 돈도 절약되고 가계경제에도 보탬이 될텐데, 그 세 끼 중 한 끼도 서브하는 입장이 아닌 경우에는 그런 절약, 그런 미니멀 라이프엔 관심이 없다. 대개. 

심플 하게 살 수 있는 첫번째 방법은 요리 하는 일을 간단하게 하는 일이다 이 책의 처음에 혹 했던 이유는 미리보기에 맨 처음 챕터에 나와있는 간단 피클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나와 생각이 다르지 않아서 요리하는 시간을 줄이면 생활의 심플 해 줄 거라고 생각을 했는지 간단 요리 코너가 가장 첫 챕터다. 그런데 나머지 요리들은 일본 책이라 일본 요리가 대부분이다. 샐러드 돈지루 된장국 날달걀 덮밥 피자치즈 파스타 등등을 조금 더 간단하게 하는 방법인데 간단하면 문제는 허술해 진다는 것. 그나마 이런 아이디어도 없는 초보 주부나 혼밥족들에게는 도움이 될 듯하다. 

다른 괜찮은 아이디어들 중 보이는 것 몇 개만 적자면 안 입는 옷을 손바닥 사이즈로 작게 잘라 걸레로 쓴다는 아이디어다 사진에는 어린 아이가 멀쩡해 보이는 체크셔츠를 쏭당쏭당 자르는 장면이 나와 있는데 일단 재밌어 보인다 손바닥 크기 만하게 잘라 패트병 을 잘라 만든 프라스틱 병에 차곡차곡 되었는데 이걸로 일회용 걸레를 대신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이 책에는 안 나와 있는 나만의 비법을 하나 더 공유한다면 사실 나만의 비법이 아니라 어떤 주부 사이트에서 본 건데 그게 뭐냐면 짝을 잃은 양말을 손에 장갑처럼 끼고 마른 걸레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다 정말 왜 양말은 한쪽만 없어지는 걸까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짝을 잃은 양말 한쪽 은 골칫거리다 언젠간 반대쪽 자기 나올 것 같아서 못 버리고 아껴두면 몇 년이 지나도 안 나타나고 그러다가 버리면 버린 다음날 나머지 한 짝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무튼 양말과 헌 옷 가지는 버리는 대신 일회용 걸레로 이용하는 건 좋은 아이디어다. 

헌 잡지를 이용하여 쓰레기통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어 보였다 이것도 예전에 어디서 본듯한 아이디어 이긴한데 종이접기처럼 잡지 빠닥빠닥 한 성질을 이용하여 사각형 용기로 접은 후 밥 먹을 때 생선 가시나 뼈다귀 같은 것들을 버리는 일회용 쓰레기통으로 사용하면 좋겠다이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이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아 각종 플라스틱 통을 음식물쓰레기 용기로 사용해서 그때그때 버리니 물기가 맺히는 비닐 용기를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것 보다 훨씬 깨끗하다.

또 한 가지 차마 시도해 볼 수 없는 엉뚱한 아이디어가 있는데 전기밥솥을 이용하여 파스타를 만든다는 것이다. 밥, 소스, 파스타면 물과 조미료 다 한꺼번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눌러 한다는 건데, 헐 가장 최적의 상태로 면을 삶기 위해 몇 번씩 먼저 보고 휘젓고 정성껏 삶는 대신 소스와 물까지 한꺼번에 넣고 삶는다면 그 맛이 어떨까 심히 걱정된다. 싱크대 거름망을 두 개를 준비하여 하나씩 번갈아 말려 가면서 쓰는 아이디어는 항균에는 완벽하지만 더 일을 만드는 것 아닐까. 이불 말릴 때는 의자 두 개를 서로 등을 보게 떼어 놓고 이불을 걸쳐넣은 후 선풍기를 틀어서 말린다. 이불이 무거워서 말리는 일이 힘든데 굿 아이디어다. 데누구이라고 불리는 일본식 전통 수건(보자기)를 이용하여 도시락 가방을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는데 일을 응용하면 간편하게 보자기로 에코백을 만들어 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사방에 장바구니와 에코백, 알라딘에서 빋은 굿즈용 캔버스백 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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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미술 이야기 1 -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 : 미술하는 인간이 살아남는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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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이 지나고 냉혹한 역사와 무정한 시간 속에 무너져내린 고대 도시의 황폐기둥 벽에 새겨진 장면들과 깊은 골짜기에 숨겨진 파라오들의 무덤 속에 파묻혔던 유물들을 보는 데 그 공간의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그것들을 예술로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유물과 함께 하는 역사서에 가깝다. 
현재까지 4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책 1권은 원시,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미술을 다룬다. 난처한이라는 인물과 화자가 대화를 주고 받으며 강의식으로 쓰여있는데 난처한이라는 말은 세계 여행 다니며 곳곳의 문화 유산과 미술관을 다리아프게 열심히 다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난처한 독자를 위한 책이며 또한 <난생 처음 공부하는>이라는 소제목의 약자로도 쓰였다. 그만큼 대상 독자는 확실하다. 미술의 문외한, 미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깊이있는 해석보다는 이해되는 설명을 원하는 독자, 난해한 미학적 개념보다는 쉽고 재미있게 미술품을 관람하고 싶은 독자에게 선호되는 책이다. 540쪽으로 엄청 두꺼운데 사진이 많이 들어 있고 대화체라 쉽게 읽히며 밀도가 높지 않아 읽는 빠르게 읽힌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점은 설명에 충실한 사진자료들이었다.자료의 출처를 뒤편에 인덱스로 나열한 것만 뺏빽하게 2페이지에 달하는데, 설명할 때 그림을 일일히 뒷장의 어디어디를 보라는 식으로 가리키며 하게 때문에 시각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럽다. (그림 없이 그림을 설명하는 책이 제일 싫다)

미술 하면 회화가 얼핏 떠오르는데, 고대 미술에서 현대에 우리가 미술 하면 떠올리는 종류의 캔바스화 같은 것을 그렸을 리도 남아 있을리도 없다. 그렇다고 해도 미술이 존재하지 않음 건 아니어서 오늘과는 다른 개념의 미술활동을 했고 그것을 남겼다. 예술 활동이란게 존재하지 않았을 법한 선사시대에는 수 천 년이 지나도록 생생하게 남겨져 당대의 정신활동과 생활을 추측할 수 있도록 동굴 벽화를 그렸고 그들이 사용했던 돌칼 돌도끼 등의 도구와 빗살무늬토기는 그것들의 생김새가 단순히 실용적인 차원을 넘어서는 정신적 흔적을 더듬게 한다. 거대 권력이 문명을 지배했던 고대 이집트인과 메소포타미아 인들은 벽면에 그린 회화 대신 그들의 문화와 생활 공간 그 자체에 거대 예술을 새겼다. 

종교의 탄생은 인간이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기반이 되는 것 같다. 무언가를 바라고 간절하게 이루어지기를 갈구하는 행위를 구체화 시키는 과정 중 탄생한 산물이기도 하다. 왕권과 신권이 공존하면서 일부 예술의 형태는 정형화 당대의 사상에 부합하도록 정교하게 만들어진 규칙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고대 이집트 유물에 그려진 그림의 천편일률적인 파라오들의 모습, 옆얼굴에 몸은 앞면 발은 한발작 앞으로 나아간 모습 등 옆면 등의 표현은 그들의 정신세계를 반영한다. 

까마득한 고대의 예술을 본다는 것은 충분치 않은 자료 속에서 당대의 사회 문화를 추측하고 상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고대 유물들을 모두 예술품의 범주에 넣는다. 그저 술과 곡식을 담았을 뿐이었던 항아리 와 그저 왕이 앉아 있었을 의자 하나 그저 그들의 생활 공간 속에서 공간의 용도를 나누었을 뿐이야 떤 벽과 벽에 새긴 부조를 이 모든 것들이 예술이다. 그러므로 지나간 삶, 돌이킬 수 없는 역사, 기록이 부재한 역사 속 상상이 지배하는 고대인의 삶의 흔적은 터럭 만한 것이라 해도 예술이 된다. 그 미지의 신비한 것들이 무한한 상상의 세계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대화체가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긴 했는데, 교수님과 난처한 군 두 사람의 대화에서 난처한 군이 하는 역할이 딱히 없고 주제 전환 역할을 주로 하는데 이상하게 맥이 좀 끊기는 느낌이다. 전에 읽은 <유물로 읽는 이집트 문명-김문환저>이 새록새록 생각났다. 이집트 파트는 그 책과 성격이 비슷하므로 고대 이집트의 보다 상세한 역사와 유물을 읽고 싶다면 함께 읽기로 추천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그 흔적이 아쉽게도 분쟁지역에 남아 있어 우리가 여행을 통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초기 수메르 문명부터 도시국가의 시기를 거쳐 히타이트와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알렉산더 등의 역사 이야기를 생생한 사진 자료들과 함께 통우로 훑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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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의 의식주이야기
표시정 지음 / 다산교육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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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빈약한 실용서나 하나마나한 얘기로 듬성듬성 페이지를 메우는 자기계발서류(대체로 일본책 번역)보다는 국내에서 정성들여 기획해 출간한 어린이용 도서들이 더 알차고 정보가 많다. 적어도 어린이용 서적들이 하나마나한 헛소리와 자기 자랑인지 자기 고백인지 헷갈리는 소리를 늘어놓는 경우는 드물다. 주니어김영사나 현암사주니어(?) 등에서 어린이용 책을 참 잘 만드는 것 같은데 이 책도 정보 면에서 보면 괜찮다. 


역사 시간에 배우는 것은 주로 권력 전쟁과 정치사회 제도와 사상 등 쉽게 와닿지 않은 사건들이 주로라, 옛날 사람들이 무얼 먹고 어떻게 입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려주는 곳은 주로 사극이 대부분인데, 사실 얼마나 역사적 사료들을 바탕으로 했는지는 알 수 없으며 특히 요즘들어 판타지와 결합되면서 보면 멋지지만 실제와는 크게 달랐을 법한 옷들을 입고 말하고 행동하고 먹고 하는 장면들을 많이 접하며 산다. 

이 책은 삼국 이전 시대부터의 자료들을 참조해 어떻게 입고 무얼 먹고 어떤 집에서 살았는지를 종으로 흝으며 비교적 상세한 정보를 알려준다. 청동기 시대의 고조선 시기에 비단옷을 입고 변관을 썼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며(후한서) 철기 시대의 부여 때부터 흰 옷을 즐겨 입어 백의 민족으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위지에 기록) 외출시에 귀족은 금실과 은실로 수를 엡은 비단옷을 엡고 짚신을 신었다. 동예왜 변한 사람들은 누에를 길러 비단을 지어 입었고 삼베도 입었으며 마한 사람들은 문신을 신분을 표시했다. 

삼국 시대에 와서는 한국 고유의 복식 형태가 완성되고 양잠과 길쌈을 장려하여 지금의 직물과는 다르겠지만 면직물 모직물 견직물 포직물 등의 여러 종류의 직물로 옷을 해 입었다고 한다. 이 때의 면은 백첩포라고 되어 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고, 목화는 역사책에서 배운 것처럼 후에 고려때 문익점이 중국에 갔다가 몰래 붓뚜껑에 숨겨 밀반출한 것으로 국내에 도입된 것으로 보아, 백첩포는 목화면에 비해 질이떨어지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삼국 시대에는 염색법이 널리 발달하여 날염법 침염법 방염법 등의 염색 방법이 있었다. 

통일신라 전후에는 남자도 상이라 불리는 예복용 치마를 입었는데 폭이 넓고 길이가 길었다. 통일 신라에는 반비라는 옷이 눈에 띄는데 반소매에 무릎 정도까지 오는 원피스 모양이다. (로마 시대의 토가와 비슷했을까?)  남자는 대라는 허리띠를 두르고 거기에 무기와 일용품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다고 하는데 칼 송곳까지는 이해가 가겠는데 숫돌까지 매달았다니 그걸 뭐하러 들고 다녔는지 궁금하다. 화와 이는 신발을 지칭하는 말로 화는 장화 모양 이는 고무신 모양인데 재질은 가죽 천 금속 풀 등 다양했다고. 삼국 시대부터 귀걸이와 팔찌 등의 장신구를 사랑했고 특히 신라는 반지를 온 손가락에 낄만큼 반지를 즐겼다. 고구려 백제 신라 모두 귀부인들은 화장을 했는데 고구려인은 눈썹을 짧고 굵게 다듬고 연지와 입술을 붉게 칠했고 백제인의 화장술은 엷지만 뛰어나서 일본에도 전파되었다고 하며 신라인은 황토, 고령토, 백분, 분꽃씨 가루, 조개 가루 등을 이용해 백분과 색분을 만들어 얼굴에 바르고 홍화로 연지를 만들어 볼과 입술도 치장했다. 

의식주 모두 비슷한 비중으로 쓰였는데 그 중 고대의 복식이 가장 흥미로와서 길어졌다. 여기 정리한 부분은 1장 옷 이야기이고 별도의 챕터에 고려 시대 복식 이야기, 조선 시대 복식 이야기, 음식의 발달사, 저장 식품 이야기, 김치 이야기, 그릇 이야기, 집의 발달사, 한옥 이야기, 전통 가구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 이런 책을 늘 읽으며 사는 어린이와 만나서 어쩌다 역사와 민속사 이야기가 나오면 무식이 탄로날 거 같으니 어린이책을 가끔 들여다보는 것도 좋겠다. 위로니 힐링이니 하는 것들보다 쉽게 쓰인 어린이용 교양 서적을 읽는 게 더 힐링이 될 거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쉬운 점이 있는데, 어린이용 버전으로 편집하다 보니 아이와 엄마가 대화하는 식으로 구성했는데, 무성의하게도 똑같은 패턴의 대화가 주제마다 자주 반복되는 일이 반복된다. 예를 들어 문익점을 설명하기 위해 보람아 너 문익점이라는 사람 아니? 라고 묻고 아이가 뻔한 대답을 하면 그 다음에는 대화의 톤과 상관없이 <습니다>체로 바뀌어 해당 내용이 설명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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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 구효서 장편소설
구효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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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과거, 두 시점의 화자가 교차로 서술한다. 현재의 화자는 갑자기 사라진 친구 시게하루의 행방을 쫒는 야마가와 겐타로다. 과거의 화자는 시인 윤동주가 일본 유학 시절 하숙을 하던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요코다. 겐타로는 함께 만주와 관련된 검색어를 찾아 정리하는 이상한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다가 감쪽같이 사라진 시게하루의 행방을 찾는다. 시게하루를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것이 요코가 쓴 글로,  앞서 말한 두 명의 화자 중 하나다. 요코의 글은 다시 두 개의 시점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어린 시절 글을 배우면서 쓴 글이고, 나머지 하나는 인생을 정리하면서 쓴 글이다. 오코의 첫번째 글은 양아버지의 지속적인 성폭력에 노출된 어린 시절과 15세의 위악속에서 윤동주를 관찰한 모습, 그리고 윤동주가 잡혀간 이후 그를 통해 비춘 자신의 모습과 성장 등을 이야기한다. 겐타로는 시게하루를 찾는 단서를 발견하기 위해 그 글을 찾은건데, 거기에는 간도 항일 운동의 폭력적 양면성과 역사의 일면이 숨어 있고, 나라를 잃은 사람이 말을 함께 잃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는 내용이 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두 사람은 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삶 속에 자신을 비추어 변화하고 성장한다. 


양아버지의 지속적인 성폭력으로 위악만 남은 16세의 어린 요코는 조선 학생인 윤동주가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하는 사실을 이용해 오히려 무례하게 군다. 동주는 요코의 무례와 관심에 아랑곳없이 친절하게 대하는데, 그러다가 요코는 동주가 조선말로 시를 쓰는 것을 주목한다.  이후 요코는 윤동주의 연행과 죽음을 통해 영토를 빼앗긴 자에게 모국어의 의미를 반추하며 자신이 멸망한 종족 아이누족임을 인식하게 되고 그 뿌리를 찾는 삶을 산다. 이런 내용은 그가 남긴 뭉치에 서술되어 있는데 그 글뭉치는 자신이 집을 나와 윤동주가 사는 하숙집에서 처음으러 가타카나를 배우면서 쓴 버전과 그가 아이누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말과 글을 배워 아이누어로 쓴 내용 두 버전으로 되어 있다. 일본어로 된 버전은 막 말을 배운 아이가 쓴 것처럼 문법적인 형식을 갖추지 못했고 아이누어 버전은 그 첫번째 버전의 글을 상세히 글의 형태로 설명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일본 열도에는 다수 민족 말고도 완전히 다른 말과 전통,별개의 민족적 정체성을 가진 소수민족이 공존하는 모양인데, 아이누족은 17세기 이전까지는 일본인들과 무역을 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었지만 점점 힘을 잃어 19세기말 20세기 초에는 일본인의 아이누족 말살 정책으로그 뿌리가 근간부터 흔들리게 된듯 싶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지 못했던 요코는 훗날 이름을 다시 아이누족 이름으로 바꾸고 아이누족의 언어와 민속학을 공부하여 이미 사어가 되어가고 있는 아이누족의 언어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예전의 상처받고 위악적인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아이누에 서럽게 빠져 있었다. 원통하고 슬플수록 묘한 에너지가 차올랐다. 세상에서 몇 안 되는 아이누어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현재의 화자가 그녀를 찾았을 때는 이미 죽은 후이며 결국 그녀가 평생을 찾고자 했던 것은 윤동주가 경찰에 잡혀가서 강압작으로 일본어로 번역해야 했던 그의 시라는 것이 밝혀진다. 요코가 윤동주의 시를 찾는 이유는 그 시들을 버리기 위해서다. 그가 쓴 시는 원본이 조선말로 쓰여졌지만 그를 수사하기 위해 조선말을 읽을 수 없는 경찰이 총뿌리를 겨누며 강압적으로 번역시킨 거다. 요코는 그 시가 한글 원본이 없는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일본어로 번역된 채 세상에 나가는 일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한 것이다. 

현재의 나는 요코와 윤동주에 대한 이러한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다. 처음, 이 소설은 화자인 겐타로와 그의 단짝 친구가 만주라는 검색어를 도서관에서 검색하고 정리하는 수상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전개되는데 처음엔 뭔가 수상쩍어 거절했던 겐타로를 홀로 두고 시게하루가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미궁속으로 빠지고, 그것이 둘이 하던 만주에 대한 검색 알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검색과정에서 그가 남긴 자취를 통해 시게하루가 무엇을 보았으며 무엇을 추적하고 있었는지를 추적하기 위해 일본 얼도를 횡단하다시피 하여 결국 요코의 자취를 만나게 되고 또한 그를 통해 일본인이라 믿고 있던 자신의 조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한국어를 배우고 이 책을 한국어로 쓴다는 내용인데. 이렇게 미스테리 형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장르 소설은 아닌데 장르 소설 식으로 진행되고 여러 명의 화자가 나로 이야기 되고 그게 헷갈릴까봐 작품내에서 다시 설명하곤 하니 구성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산만하고 복잡하다고 느꼈다. 

결국 자신이 하던 일은 , 제국시절 부정과 속임수로 돈을 모아 현재 일본 최고의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그룹 대표가 그의 과거를 지우려던 일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조부가 연루되어 있음을 알아낸 시게하루가 그들과 타협하여 자신의 현재를 바꾸려는 의도로 무언가를 했음을 후에 알게 된다. 역사 소설같은 부분도 있고 미스터리 같기도 하다. 잘 알려지지 간도에서의 공산주의자들의 항일운동과 혈투 등을 담고 있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너무 많은 걸 의도적으로 담아내려 한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처음부터 미스터리하게 진행되어 어떻게 풀릴지 궁금했는데 또 그게 술술 풀리지 않고 자꾸 얘기가 엉키기만 하다가 그 미스터리가 풀리는 과정에서 역사적 진실 앞에, 성큼 다가가게 하는 서사였다.  

"말과 말의 영토가 잊히고 소멸된 시간만큼이나 오랜 소급과 회귀의 여정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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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파이어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최민우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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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투 운동의 본질을, 이 책을 통해 조금 이해하고 동감하는 시선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극히 오츠 다운 방식의 묘사가, 강하게 몰입시키고, 그 몰입에 따른 감정의 이입과 심리적 체험이 바로 피로감으로 나타난다. 그들》을 읽으면서도 느낀거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이질적 문화와 이질적 심리가 차근 차근 다가오며 그들 속에 있던 느낌을 공유하고, 그렇게 되면 비슷한 류의 영화나 소설을 읽을 때 갖게 되는 방관적인 제3의 관찰자 입장과는 달리, 심리적 밀착감을 느끼게 되면서 그들의 인생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과 온갖 상처들을 같이 끌어안게 되는 것이다. 내가 그들마치 안읽은 책처럼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뇌의 은밀한 트라우마의 말소 같은 작용이 아니었을런지.

두 번이나 영화화되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 서사가 풍부하고 서늘한 사건이 펑펑 터지는데 문체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낯설다. 번역이 한 몫하는데, 요즘 아무리 번역가가 흔해서 오역을 지적하고 옳으니 그르니 하는 글들이 넘쳐나기는 해도,  출발어와 도착어의 관계가 1:1 대응관계가 아닌 이상 번역이 창조의 일부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고, 역자가 사용한 말의 어미들, 어순들, 고른 단어들 이것들이 만들어낸 조합은 오츠의 소설을 명성 만큼이나 강하게 전달하는 것 같다. 혹, 문법적으로 틀리다거나 문장이 뭔말인지 모르겠다라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가끔 그렇게 느낀 문장들이 있었지만, 번역된 문체 자체로만 보더라도 충분히 독창적이고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그들>에서도 그랬고, 오츠가 창조한 인물은 아슬아슬하게 벼랑 끝 극단을 걷는다. 1990년대 안젤리나 졸리가 앳된 모습의 리즈 시절, 렉스 역을 맡은 영화와 그보다는 훨씬 나중에 만든 영화 클립들이 유튜브에 뜨는데 졸리의 아우라가 작품 속 렉스를 충분히 카리스마있게 재현해냈겠으나,  소설 속 화자가 묘사하는 신비하고도 위험하고 그토록 매혹적인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렸을지 클립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렉스라는 인물의 상징성은 피상적으로는 전투적 페미니즘적인 역할로 보이지만, 당대(50년대 배경)의 페미니즘이 만연된 억압과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었음을 고려할 때, 가히 사회의 악을 힘으로 맞서는 모습과도 연결되지만, 결국 자멸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녔던, 그래서 역사에서조차 사라져버린 수많은 민란들도 생각났다. 그녀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폭스파이어를 조직하지만, 서서히 조직의 힘을 깨닫고, 제도(자본주의)와 사회와 불화하는 동안에도 사회와 제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한채 혹은 깨달아서 더욱 극적인 행동으로 치닫는다.  

여자로 태어난 건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가난하게 태어난 것도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불행한 환경인 것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고통받는다면, 그건 누구 잘못일까. 고통을 방어하고자 했던 그 시작의 단추를 다시 끼면, 그녀들의 과거의 고통이 현재의 무엇가 맞닿게 될까.

그 개새끼가 리타를 괴롭 힐 때는 그놈이 널 괴롭히고 있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 해야 하는 거야. 왜냐 하면 그 좆같은 새끼는 할 수만 있었다면 분명 그랬을 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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