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으면서 국민학교 시절의 선생님들에대해 생각했다..난 사람이름 외우기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서 선생님들의 이름을 못 외운다..
그런데 지금도 기억나는 국민학교 일학년 선생님...'전순자 선생님'이시다..내이름의 앞 두글자와 똑같아서..잊지를 않고 있다..기억속엔 쉰살이 넘은 선생님이었던것 같은데..선생님도 내이름 때문에 귀여워해주신것 같다..하지만 극도의 부끄럼증과 소극적이었던 나는 일학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안난다..
일학년때부터 육학년까지..나는 잠자기전에 잠옷을 입거나..아니면 겉옷을 벗고 내복으로 잠자리에 들때..벗은 겉옷을 잘 개어서 머리맡에 두고 잤었는데..일학년 담임선생님이 하신 말씀 때문이었다..'우리가 잠자다가 전쟁이 나거나, 불이 나거나 할땐 옷을 신속히 입고 대피해야하므로 함부로 벗어두지 말고 머리맡에 잘개어놓고 잠자야 합니다..' 그나마 순진했던 국민학교 육년동안 난 이말씀을 잘 따라했다..엄마에게 물어보면 육학년때까지 그랬다고 증언해 주신다..
2학년 선생님은 죄송하게도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이년내내 성적표에' 온순하고 성실하지만 발표력과 자신감이 부족합니다'라는 성적표를 가져왔다..나는 개성도 없는 한반 70명중의 한명이었다..
하지만 이학기때 내인생의 기회가 생기는데..엄마가 동네친구 몇명과 그룹과외를 시켜준 것이다..과외 선생님은 문방구주인집 아들로 문방구에서 물건도 팔고..그룹과외도 했던 것이다..동아전과와 문제집을 풀면서 공부했는데..
지금도 생각나는것은 산수문제이다..두점을 이으면 선분이 되고..선분 두개가 엇갈려서 지나가면 만나는 부분에 '점'이 생긴다 였던가...이부분을 과외에서 미리 공부했었기에 수업시간에 나도 모르게 선생님의 질문에 '점이요'했던 기억이 생생하다..아마 내가 처음 자신 있게 한 발표가 아니었나 싶다..
3학년 선생님은 눈이 작고 참 좋은 여선생님이었다..우리때 만해도 반장등의 임원을 선생님이 성적과 여러가지 요인을 참작해서 뽑는 임명제였는데..엄마가 일학기때 촌지 한번 안갖다주었어도..이학기때 나를 여자반장을 시켜주셨다..치맛바람이 극에 달했던 70년대에 그런 성생님이 계셨다는것이 지금도 안믿겨진다..
남자반장은 우연히도 나와 같이 앉아있던 짝이 되었는데..어린나이에도 같은 짝이면서 같이 나란하게 반장으로 뽑히고..번호도 32번인가로 같았던걸 무슨 운명의 상대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그때 남자반장아이를 짝사랑했던 기억이 난다..(난 출생신고가 늦어서 해를 넘겨 2월생으로 되어있어서 번호가 거의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저금통장...일정기간마다 저금통장에 저금을 해야했었는데..아마 수납직원이 학교로 온것이거나..돈과 통장을 주면 저금이 되는 시스템이었나보다..어느날 까먹고 저금을 안했다..우리반이 저금 실적이 떨어졌는지 선생님이 이번에 저금 안한사람 손드세요했는데..손을 안들었다..그러자 선생님이 전체아이들 통장을 검사하시는거다..
그때만해도 수기로 금액을 써주는 통장이었는데..어린마음에 너무 창피해서 저금 날짜에 침을 뭍혀서 살살 긁은후에 날짜를 새로 써넣어버렸다..선생님에게 안들키고 넘어갔지만..지금 생각하면 반장이라서 선생님이 거짓말한걸 봐준것 같다...물론 그후엔 절대로 거짓말 안했다..^^
문제의 4학년 선생님...'아름다운 정원'에서도 4학년이되면서 이상한 변태 선생님을 만나서 주인공이 고생을 한다...강득0 선생님인데..4학년때 나는 현실을 알게되었다..4학년때도 계속된 그룹과외로 인해서 나는 여자중에 우리반 일등을 했다..
2학기엔 내가 당연히 여자반장이 되었어야 하지만..엉뚱한 아이가 반장이되었다..하얗고 둥근 얼굴에 양갈래로 긴머리를 땋고다니던 아이..아빠가 중동으로 돈벌러가서 엄마하고 단둘이 살았는데..지금 기억에도 초대받아서 놀러간 그아이에 집은 그리 잘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친하게 놀라고 그아이 엄마가 반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불러서 새우깡과 삶은계란등을 간식으로준 기억이 난다...그아이 엄마가 학교에 얼마나 갖다바쳤는지는 모르지만..어느정도 성적이 되는 아이가 반장이 되면 모를까..평균이 80점도 안되던 그아이를 반장을 시킨것은 강00선생님이 너무 한것이었다..
그리고 나를 두번 죽인것은...강선생님이 나를 따로 불러서 한 이야기다.."성적으로 치자면 순이가 2학기 여자반장이 되어야겠지만..반장은 공부만 잘해서 되는것도 아니고 우리반을 위해서 도움이 될수있어야하기에 00를 반장을 시킨거다..순이는 착하니까 봉사부장으로써 우리반을 위해서 열심히 일해주길 바란다..선생님 말씀 알겠지?" "네" 알긴 뭘 알아...그때는 멋도 모르고 봉사부장이라서 집에서 학교까지 보리차 끓여서 날랐던것이 지금도 치가 떨린다..얼마나 무거웠는데...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가셨다...전두환대통령이 권력을 장악한후에 괴외금지를 시켜버렸다..졸지에 나의 그룹과외가 땡쳤다..5학년 선생님은 최범룡 선생님인가? 알쏭하지만..연세가 지긋하신 통통한 할아버지 선생님으로 체육담당을 하셨었는지..체육을 신경쓰셨다..난 체육은 정말 싫었다..2학이되서 아이들이 너무 늘어나서 반이 분반이 되었다..번호가 뒷번호인 나는 새로 생긴 12 반으로 배정되었다..5학년땐 과외도 안하고 띵가띵가 놀았다..
6학년...4학년 담임이었던 강득0선생님이 다시 담임이 되었다..과외금지로 과외를 안하게된 나는 성적이 곤두박질쳐서 수가 대부분이였고 우가 체육에 하나 정도 양념이었던 때와는 달리 수,우,미가 섞여 있었다.
담임 선생님왈..4학년땐 잘하더니 왜이리 공부를 안하냐구...이미 나도 머리가 커서 알것 모를것 다 알게된 때여서 그렇게 말하는 강선생님이 웃기지도 않았다..돈받고 반장이나 시켜주는 선생님이면서 나에게 뭐라할 자격이 있나 싶었나부다..하지만 여전이 소극..내성..발표력 부족이었던 나는 수십명중에 이름이 특이해서 안잊혀지는 아이로만 국민학교 육년을 보내고 말었던 것이다..
나의아름다운 정원에선 정치적인 사건을 주인공과 연결시킬려다보니 뒷부분에 무리한 부분이 있긴하지만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나같이 정치적인 것과 거리가 먼 아이도 전통의 과외금지로 대단한 변화를 겪었다..그때를 아십니까 ..분위기지만 글로 쓰고보니..재미있기도 하다..
아들을 초등학교 한학기 보낸 지금은 옛기억들이 더 정겹다..우리아들은 훗날 지금의 학창시절을 어떻게 추억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