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쓰기 싫어...

난 글을 잘 못 쓴다..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잘 쓴다는데 난 왜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못쓸까? 생각했었는데..알라딘 서재질하면서 진실을 알게 되었다..난 지금까지 책을 안 읽었던거다..내가 읽은 책의 양이란 다른 서재 쥔장들의 발톱에 낀 때(적절한 비유가 이닐지라도)만큼 이었던거다..

그런데 내주변에 나보다 책을 안읽는 인간들 때문에 나 혼자 자뻑에 뿅가 있던거다..그 진실을 알았을때 너무나 괴로웠다..물 흐르듯 수려한 서재 주인장들의 글을 읽다보면 모짜르트를 미워한 살리에르의 맘을 알수 있었다. 왜..왜..왜 저들은 저렇게 잘 쓰는거야..왜~~~~~~~~~~~~~~~~

그러면서 리뷰 쓸 용기가 없어서 쓰지를 못 했다. 스쳐지나가는 페이퍼완 달리 두고 두고 읽힐지도 모르는 책 리뷰를 쓸 용기가 없었다..하지만 이젠 갈수록 뻔뻔해져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막가파 리뷰'를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후의  벽은 아이들책..그중에서도 그림책이었다. 그냥 좋아요라고 쓸수도 없고 간단한 그림책을 어찌 이리 저리 분석해 볼 능력이 안되서..그런데 드디어 칼을 뽑았다. 막가파로 대충 리뷰를 썼다.

하지만 다시 상처 받고 말았다. 일부러 남들의 리뷰를 안보고 두눈 딱 감고 리뷰를 썼것만. 그놈의 호기심때문에 내 리뷰 밑에 다른 쥔장의 리뷰를 읽어 보았다. 하필이면 '구름 공항' 바로 아래엔 아영엄마 리뷰가..' 아기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아래엔 책읽는 나무님의 리뷰가 있었다. 그 두개의 리뷰 읽고 나 또 뻑갔다. 같은 책을 읽고도 이렇게 잘 쓰는 사람=그들..이 있고 못 쓰는 사람=나..이 있다니..

생각지도 못한곳을 잡아내는 솜씨에선 두손을 들고 치밀한 분석력엔 두발을 들고..책에 대한 따뜻한 애정엔 할말이 없다. 나도 아이 키우는 엄마인지라 아이책 리뷰를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잘 쓸수 있을까??

아영엄마,나무님 리뷰 너무 잘 써서 미워..잉...

아기 오리 찾기..난 바보인가봐

아기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양장)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51
낸시 태퍼리 글 그림,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2010년 8월

아기 오리는 어디로 갔을까요? 음..아기 오리가 없어져서 엄마 오리가 찾아 다니는가 보다..생각하면서 이책을 읽기 시작했다..아니 고백하자면 아무 기대 없이 후루룩 책을 넘겨가면서 보았는데..내용을 모르겠는거다..ㅠ.ㅠ.

엄마오리는 아기 오리들이  뒤뚱거리면서 잘도 쫓아 다니는데 왜 아기 오리를 찾아 다니는거지? 혹시 돼지들이 소풍가서 인원수 확인하면서 본인을 빼고 세어서 고민했던것처럼 엄마 오리가 아기 오리의 수를 착각하고 찾아다닌걸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라고 혼자 추리를 하면서 끝까지 보았다..그런데 전혀 내용 파악이 안되는거다..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읽어 보았다..나는 바보였던 거다..맨첫장에 둥지에 있던 8마리(이번에 몇마리인지 세면서 보았다) 아기오리중에 한마리가 예쁜 나비를 따라서 둥지를 나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걸 놓쳤으니 내용을 모르지) 강물 따라 엄마 오리는 둥지로 다가 오고 수풀 사이로 나비 따라 간 아기 오리가 보인다..이책은 바로 숨은 아기 오리 찾기였던 거다..

엄마오리가 둥지에 다가 와서 남은 7마리 아기 오리와 있는 사이에 나비 따라간 아기 오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엄마 오리는 강을 따라가면서 만나는 동물들에게 "우리 아기 못 봤니?"라고 물어 보면서 돌아 다닌다..그런데 같은 페이지 속에는 아기 오리가 여기 저기 숨어 있는 거다..아기 오리를 찾는 엄마 오리의 속타는 마음과는 달리 책을 보는 아이들은 아기 오리 찾는 재미가 솔솔하다.

해오라기,거북이,비버,그외 물속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다니는데 저 멀리서 거북이가 아기 오리를 데리고 온다. 엄마 오리는 다시 둥지로 돌아 가고 아기 오리들은 그뒤를 따른다. 엄마를 따라가면서도 아기 오리는 나비와 헤어지는게 못내 아쉬운지 등뒤로 고개를 돌려서 나비를 쳐다 본다. 그리곤 밤이되고 엄마의 깃털속에서 아기 오리들은 잠이 들게 된다.

너무나 단순한 내용의 책이라도 대충보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어린 아이들은 뒤도 안돌아보고 없어져서 미아가 되버릴때가 있다. 그 아이들은 찾으면서 부모들 맘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데..어린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미아방지를 위한 이야기를 해줄수 있을것이다. 또 아이 스스로 숨겨져 있는 오리를 찾으면서 재미와 부듯함을 느낄수도 있을테고..

생략된듯한 배경에 책장에 꽉차게 그려진 동물들의 그림은 어린아이들에게 사실적으로 느껴질것 같고, 엄마 오리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과감한 화면은 같이 아기 오리를 찾아 다니는 느낌을 준다. 마지막에 엄마 품에서 고이 잠든 아기 오리를 보니. 엄마가 아이에게 잠자기전에 읽어주어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문고에 새책이 왔어요..

올해 마지막 신청분의 책이 새마을 문고에 도착했다..오랫만에 그림책을 많이 신청해서 열심히 보고 있다..덕분에 그동안 못 쓴 리뷰도 열심히 써야겠다..어제 오늘 리뷰를 쓴 구름공항,코를 킁킁, 내사랑 뿌뿌가 전부 문고책이다.

내가 책 선정할때가 많은데 도움받을곳이 없고 너무 주관적으로 책을 신청하게 된다..아..나의 무식함이여..이번에도 급하게 새마을시지부에서 연락이 와서 그림책부문은 칼콧테 수상작중에 문고에 없는 책으로 신청해 버렸다..에고고..

그래도 도착한 책을 읽어보니 다 재미있고 좋은책이라 다행이다..^^

구름공항에 가보고 싶어요

구름공항 ㅣ 벨 이마주 28
데이비드 위스너 그림, 이상희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2년 7월

제목은 많이 들어본 '구름공항'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유명한 책인만큼 아이들의 반응이 대단했다. 글없는 그림책중에선 아이가 생각보다 덜 좋아한 책이 있었는데 구름공항은 아이들이 보고 또 보는 책이었다. 앞표지엔 여러개의 굴뚝 모양의 환기통 같은게 솟아 있는 구름공항이 위풍당당하게 구름에 쌓여있다..작은 간판엔 '구름 발송 본부'라고 쓰여 있는데...구름공항이란 낯선 곳에선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책장을 넘기면 빨간 모자와 빨간 목도리를 한 남자아이가 수증기가 낀 겨울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물고기 모양,문어 모양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뒤에 나오는 내용의 복선인듯 싶다. 책이 시작되면 구름에 휘감긴 웅장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나온다. 아이들이 인솔교사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올라간다. 전망대에 도착한 빨간모자의 아이가 만난 친구는 바로 구름이었다..장난꾸러기 구름과 놀다가 결국 그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서 도착한 곳은 바로 구름공항..

오래된 미국식 기차역같은 공항안엔 출발하는 구름과 도착하는 구름의 시간과 이름이 써있는 커다란 표지판이 있다..구름들은 도면을 한장씩 가지고 있는데 그 지시대로 구름모양을 만들어서 정해진 곳으로 출발을 하나 보다. 천편일률적인 구름의 도안을 가지고 온 구름들이 아이에게 뭐라고 말을 한다..새로운 구름도면을 제작하는 아이는..바로 처음에 유리창에 그린 물고기 모양을 그린다..아이가 만들어준 여러가지 물고기 모양의 도면을 따라서 만들어진 구름들과 본부안에서 그걸 보고 경악하는 구름 공항관계자들..

공항의 어른들 손에 이끌려 구름에 실려 다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으로 돌아 온 아이..일행을 만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는데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니 물고기 모양의 구름이 하늘 가득 차 있다..

글없는 그림책인데 난해하지않고 이야기 만들기가 쉬우며 아이들의 꿈과 환상을 자극하는 내용이다.

다만 책 마지막에 출판사가 덧붙인 작품 해설과 이런점도 일께워 주세요 라던지 옮긴이 리뷰란은 없는게 더 좋을뻔 했다..그림책을 보고 '와 멋지다'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  이것을 보자 아이 학습지 같은 느낌을 가진것은 나뿐일까? 영화 다 보고 자막 올라가면서 혼자만의 느낌에 젖어 보고 싶은데 갑자기 누군가 나와서 이영화의 이런점은 이렇고 저렇고 떠드는듯 해서 별로였다..벨이마주 책은 많이 안봐서 다른것도 이런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름공항'은 그림책의 명품을 만난 느낌이다. 입소문이 좋은 책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니깐...

도대체 무슨 냄새지?

코를 "킁킁"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39
루스 크라우스 글, 마크 사이먼트 그림, 고진하 옮김 / 비룡소 / 1997년 1월

눈이 내리는 숲에서 잠자던 어여쁜 동물들이 문득 눈을 뜹니다 그런데 코를 킁킁거리며 모두들 달립니다...(뒷표지 글)...이책의 전체 줄거리다. 노란 앞표지엔 하얀 배경에 커다란 곰과 조그만 달팽이,마르모토(책을 읽고서야 이름을 알았다),다람쥐,들쥐가 춤을 추고 있다..왜 코를 킁킁거리며 뛰어 갈까?

책을 펼쳐보면 온통 하얀 눈밭에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고 있다.흑과 백으로만 그려진 그림이지만 눈내리는 장면이 잘 표현되어 있다..쉽게 그린 그림 같지만 따뜻하고 세밀한 묘사가 검은색의 진하기만으로도 곰의 털이 느껴진다..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게슴츠레한 곰의 눈을 보면 너무나 귀엽다..화려한 색의 그림책들속에서 기죽지않는 한폭의 수묵화 같은 여유를 갖춘 따뜻한 그림책이다.

일찍 글을 가르친 큰아이와 달린 이제야 책을 떠듬거리면서 읽는 여섯살 둘째아이는 혼자서 책을 읽다가 모르는 글자가 많이 나오면 힘들어 한다. 그림책이라지만 아이가 낯설어하는 글자가 자주 나오는데 이책은 자신있게 혼자 읽을수 있었다..나오는 낱말도 쉽고 같은 문장이 계속 반복되니 읽으면서도 신이나는 모양이다. 아이가 어려워한 글자라면 '껍질'할때의 껍..'눈을 떴네요' 할때의 떴..쓴..이정도였다..

아이가 처음 혼자 책을 읽기 연습할때 어려운 단어가 나오지않는 쉬운책을 찾는다면 딱이다..엄마가 옆에서 조금만 도와준다면 금방 자신있게 읽을수 있을것이다..거기에 내용도 재미있고 그림도 예쁘다니 금상첨화다.

마지막 겨울잠을 깬 동물들이 코를 킁킁거리면서 달려간 곳에 있는것은..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좋아할만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그것은 이책을 보시고 확인해 보시라..

3~4살 어린아이들은 그림을 좋아할테고 6살 정도면 혼자 읽기에 재미있을테고..8살 울아들도 재미있게 읽은 눈치다. 물론 엄마도 재미있게 읽었다..이렇게 나이를 초월해서 재미 있게 읽는게 그림책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