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사람은 다른 지적인 사람에게 바보로 보이는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멋쟁이가 자신의 우아함이 무시당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은 대귀족이 아닌 시골뜨기 앞에서다. 세상이 존재한 이래 사람들이 낭비해 온 재치의 비용과 허영심에 의한 거짓말의 사분의 삼은 - 이런 것은 인간의 품위를 떨어트렸을 뿐이지만 - 항상 자기보다 열등한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새로운 사랑이 합쳐진 후부터는 사랑을 암시하는 불꽃이 스며들어 사교 생활을 따뜻하게 채색하며 더욱 소중하고 아름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삶의 이런 시기에 이른 사람은 이미 사랑을 여러 번 경험했으며, 따라서 사랑은 더 이상 그 고유의, 미지의 숙명적인 법칙에 따라, 우리의 수동적인 놀란 마음 앞에서 저절로 발전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에 도움을 주며, 기억이나 암시로 사랑을 왜곡하는 것이다.

사랑은 더 이상 그 고유의, 미지의 숙명적인 법칙에 따라, 우리의 수동적인 놀란 마음 앞에서 저절로 발전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랑에 도움을 주며, 기억이나 암시로 사랑을 왜곡하는 것이다.

그의 정신이 더 이상 고귀한 관념을 품지 않게 된 후부터는, 그런 이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믿지도 않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사물의 본질을 소홀히 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생각으로 도피하는 습관을 얻었다.

대중이란 서서히 동화된 진부한 예술 작품으로부터 길어 올린 것만이 매력과 우아함과 자연의 형태를 보여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독창적인 예술가란 바로 이런 진부함을 벗어 버리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에겐 대가들의 그림에서 우리를 둘러싼 현실의 보편적인 특징뿐 아니라, 반대로 보편적인 것과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것, 즉 우리가 아는 얼굴들의 개별적인 특징을 거장들의 그림 속에서 찾아내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특이한 취향이 있었다.

사랑이 생겨나는 온갖 방식들이나 성스러운 병을 퍼뜨리는 온갖 요인들 가운데서도 가장 효과적인 것은 이따금 우리를 스쳐가는 저 커다란 동요의 숨결이다. 그런 순간에 우리가 기쁨을 함께 나누는 존재야말로 바로 우리가 사랑하게 될 사람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그 존재가 그때 다른 사람들 이상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같은 정도로 우리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우리 취향이 배타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우리 곁에 없을 때, 그 사람의 동의로 우리가 즐기던 쾌락이 갑자기 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불안한 욕구로, 이 세계의 법칙으로는 결코 충족되거나 치유될 수 없는 저 부조리한 욕구로, 즉 그 사람을 소유하겠다는 미친 듯한 고통스러운 욕구로 대치될 때, 이런 조건은 실현되는 것이다.

적어도 그의 이성이 그날 밤에는 도저히 실현될 수 없으리라고 말해 주던 기쁨이 이제는 오히려 그런 사실 덕분에 더욱 현실적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기쁨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기쁨에 협력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기쁨은 그의 밖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기쁨을 자신에게 부여하기 위해 정신에서 끌어낼 필요도 없었다. 기쁨은 그 자체로부터 발산되었고, 기쁨 자체가 그가 두려워하던 고립을 꿈처럼 사라지게 하는, 눈부시게 빛나는 진실을 투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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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상 능력주의는 기회의 평등과 결합되는 일이 많다.  물론 능력주의가 기회의 평등을 보완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졌으며 초기에는 엘리트 계층을 다른 계층에게 개방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는 사회 이동을 촉진하기보다 억제하는 요소에 가깝다. 한때 사람들을 하찮은 주변부에서 미국의 상층부로 올려놓았던 수단들이 현재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중산층 가정은 부유한 가정처럼 정성스러운 교육을 감당할 여력이 없으며, 평범한 학교는 충분한 자원을 끌어모으지 못하고 열등한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에 갈수록 엘리트 학교에 뒤처지는 추세다. 

마찬가지로 능력주의로 말미암아 직업은 엘리트 대학에서 특별한 교육을 받은 대졸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결과 직업은 학교에서 형성된 불평등을 확대하고 심화한다. 실력과 성실한 직업의식만으로는 더 이상 좋은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노동시장이 갈수록 특별한 교육과 값비싼 훈련을 받은 인력을 우대하는 추세로 변화하는 가운데 일류 대학 학위가 없는 중산층 근로 인력은 노동시장전반에서 차별을 받는다.
능력주의는 결과의 배제뿐 아니라 기회의 배제까지도 유발하며 능력주의식 가치관은 물질적 피해도 모자라 도덕적 모욕까지 안긴다. 능력주의는 중산층에게서 훌륭한 교육과 보람된 일자리 기회를 박탈하면서도 학교와 직장에서의 성과를 고결한 가치로 포장한다. 

게다가 능력주의는 엘리트 계층에 특혜를 부여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이상 엘리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때 사회 전반에 공평하게 분배되었던 교육과 직업이 현재는 그 무게를 감당하기에 숫자가 너무 적은 엘리트 계층에 집중되어있다. 중산층에 타격을 입힌 바로 그 힘이 엘리트 계층에게도 과중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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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나는 게르망트 쪽에서 어느 일정 시기 동안 내 마음속에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변화를 구별하는 것을 배웠고, 그 마음 상태들은 우리 몸에서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열처럼, 한쪽이 나타나면 다른 쪽을 쫓아 버리면서 각각의 나날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그 상태들은 가까우면서도 서로의 밖에 있어 소통할 방법이 없으므로, 나는 더 이상 한쪽의 상태에서 내가 욕망하고 두려워하고 성취한 것을, 다른 한쪽에서 이해하기는커녕 그려 볼 수도 없다.

이렇게 메제글리즈 쪽과 게르망트 쪽은 내 삶의 수많은 작은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우리가 나란히 보내는 여러 다양한 삶 중에서도 가장 변화가 많고 이야깃거리가 풍부한, 지적인 삶과 연결되어 있었다. 물론 이 삶은 우리 안에서 서서히 진행되어, 우리를 위해 의미와 양상을 변화시켜 주고, 우리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진리 발견을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고, 또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채로 준비해 온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진리는 우리 눈에 보이게 된 날에야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

나는 메제글리즈 쪽과 게르망트 쪽을, 내 정신적인 토양의 깊은 지층으로, 아직도 내가 기대고 있는 견고한 땅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 나는 사물들을, 존재들을 믿었다. 내가 이 두 길을 돌아다니며 알게 된 사물들이나 존재들만이 아직도 내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아직도 내게 기쁨을 주는 유일한 것이다

메제글리즈 쪽과 게르망트 쪽은 내게 여러 다른 인상들을 동시에 느끼게 했으므로, 아마도 그 인상들은 결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을 정도로 하나가 되어 훗날 내게 많은 환멸을 맛보게 했고, 또 많은 과오를 범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가끔 어떤 사람이 산사나무의 울타리를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난 분별없이 그 사람을 다시 보고 싶어 했고, 또는 여행에 대한 단순한 욕망만으로도 사랑이 되돌아온 걸로 믿고, 또 상대방에게도 그렇게 믿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그 때문에 오늘날 내가 받는 인상들 가운데에는 이 두 길과 연결되는 인상들이 언제나 존재하며, 그 인상들에 토대와 깊이를 주어 다른 인상들보다 더 높은 차원을 부여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 두 길은 그 인상들에 대해 나만이 아는 어떤 매력이나 의미를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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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세계사 1 - 대륙별 구석기 문화 케임브리지 세계사 3
마리아 팔라 외 지음, 그레이엄 바커 외 엮음, 류충기 옮김 / 소와당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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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질학적으로 보자면 대략 1만 1500년 전을 분기점으로 기후가 바뀌었다. 그 이전이 플라이스토세(홍적세 洪積世, 빙하기라 부르며 기온과 강우량의 변화 폭이 매우 컸던 시대)이며, 그 이후가 오늘날을 포함하는 홀로세(현세 現世)다. 그 이전까지 인류는 수렵, 어로, 채집(이른바 "포레이징") 등의 방식을 적절히 섞어가며 식량을 확보했다. 그러나 수천 년이 지난 뒤 인류의 대부분은 거의 전적으로 농업에 의존하게 되었다. 농업의 시작은 분명 세계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농업은 자연 경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을 뿐 아니라 도시화와 복합적 사회 구조 및 불평등을 초래했고, 이후의 역사를 완전히 압도했다. _ 그레이엄 바커/캔디스 가우처, <농업과 세계사 1> , p31


 그레이엄 바커(Graeme Barker, 1946 ~ )와 캔디스 가우처(Candice Goucher, 1953~ )의 <케임브리지 세계사 3 Cambridge World History Vol. 2 Ch.1-7 : 농업과 세계사 1 : 대륙별 >의 주제는 농경문화(農耕文化 Agrarian culture)다. 빙하기 이후 새롭게 등장한 농업(農業)은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이전 시대까지 자연의 일부였던 인간은 이제 자연을 자신을 둘러싼 배후지로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은 도시를 중심으로 한 고대 농업도시로 이어지는 내용이 본문에 소개된다.


 농업의 발전은 철저히 인간 중심적인 여정이었다. 그 과정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결과가 상충되는 경우가 많았다. 홀로세에 와서는 인간과 자연환경의 관계가 플라이스토세의 균형에서 벗어나, 지구상 다른 모든 존재의 희생을 딛고 오직 인간의 생존과 인구 확정에 유리한 방식으로 바뀌었다. 농업이 등장한 이후 발전을 거듭한 결과, 세계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가 되고 말았다. _ 그레이엄 바커/캔디스 가우처, <농업과 세계사 1> , p42


 그렇다면, 이와 같은 극적인 변화가 시작된 이유는 무엇일까. <농업과 세계사 1>에서는 빙하기의 어려움을 겪은 여러 집단에서 식량의 보존과 저장을 위한 전략이 고민되었음을 알려준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구체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온화한 기후가 전제되어야 했고, 이러한 기후가 만들어낸 퇴적층에서 인류는 생존전략을 실행할 수 있었다.


 의도적 식량 생산을 향한 초보적 시도는 최후빙하기가 끝난 뒤에 바로 시작되었다. 새로운 식량 확보 전략은 어느 한 지역에서만 실행된 것이 아니었다. 기원전 1만 1000년에서 기원전 5000년 사이 세계의 여러 곳에서 독립적으로 새로운 전략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_ 그레이엄 바커/캔디스 가우처, <농업과 세계사 1> , p125


 수렵채집인이 아주 가까운 주변에 널린 식량 자원을 전면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핵심적 계기는 바로 간석기 이용 기술이었다. 그들이 사냥한 동물들은 다양했지만,대형 동물이라 하면 주로 가젤이었다(p246)... 최근 식물고고학에서 그들이 섭취한 주요 식물들을 연구한 성과가 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이행의 핵심적 시기는 더 나중이었다. 즉 홀로세 초기 온화한 기후가 회복되고 나서야 재배로의 이행이 이루어졌다.  _ 그레이엄 바커/캔디스 가우처, <농업과 세계사 1> , p247


 변화의 동력을 단순히 생태 환경의 변화만으로 한정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변화의 측면을 고려할 때, 의사 결정 전략, 위험 관리, 자원의 공동 이용, 기술 혁신 등이 모두 식량 생산으로 가는 길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농업 이행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요인을 기후 변화로 인식하고 있었다. 농업인이 새로운 생태 환경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비결은 충적선상지와 범람원을 성공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이다. _ 그레이엄 바커/캔디스 가우처, <농업과 세계사 1> , p65


 이러한 농경문화가 식량의 안전성을 확보시켜주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농경문화가 인류에게 축복이었는가 하는 문제는 또다른 별개의 문제임을 <농경과 세계사 1>은 보여준다. 오랜 진화의 결과인 신체에게 갑작스러운 음식의 변화는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 결과 개인의 건강은 악화되었으며, 공동체 면에서도 대단위 노동력의 사용과 이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가 발생하면서, 인류는 헤시오도스(Hesiodos, BCE 740 ? ~ BCE 670 ? )가 노래했던 황금(黃金)시대에서 은(銀)의 시대로 강제로 넘어가야 했다. <성경>에서 카인이 농경문화를 아벨이 목축문화를 상징하고 그들의 부모가 낙원에서 쫓겨나는 것은 또다른 형태의 강제 이주일지도 모르겠다.


  농업 이행기에도 식생활과 생활 양식 전반에 걸쳐 수렵채집인 선조들과 다른 변화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고생물학 연구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건강이 나빠지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특히 경제적 이행기에, 그리고 사회가 더욱 복잡해질수록 그러한 악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예컨대 농업의 시작과 함께 새로운 질병이 나타났고, 출산율과 인구 밀도가 높아지고 인구수가 증가했음이 확인되었다. _ 그레이엄 바커/캔디스 가우처, <농업과 세계사 1> , p190


 수렵채집에서 농업으로 넘어가는 경제적 이행 과정에서 농업이 도입된 이후 일관되게 나타난 경향은 삶의 질 저하였다(p206)... 곡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사육하는데 왜 건강이 악화되었을까?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는, 수렵채집인의 생활 양식이 오히려 인간의 신체 진화에 걸맞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이 시작되면서 "구석기 방식의 식생활"을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농업 도입 이후 결과적으로 인간의 진화와 식생활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는 오늘날의 우리에게까지 남아 있는 문제다. _ 그레이엄 바커/캔디스 가우처, <농업과 세계사 1> , p207


 농업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핵가족이 특징적 주거 단위로 대두되었다. 이들은 서로가 별개의 집에 살면서 창고를 각자의 집에 두었다. 이는 곧 농업의 이점을 누리는 동시에 위험성을 감수할 주체가 집단 차원에서 핵가족 차원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플래너리에 의하면, 초기 농업 공동체에서 공유가 갈수록 제한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농업은 토지 생산성을 높여주었지만, 동시에 평균 생산량의 차등이 발생했다. 둘째, 공유를 제한함으로써 균형 잡힌 상호 교환을 확인하기가 더 쉬워졌고 "속임수"를 방지할 수 있었다. 셋째, 공유의 축소, 토지 보유의 제한, 가정 단위의 사적인 저장으로 경제적 판단이 더욱 유연해졌다. _ 그레이엄 바커/캔디스 가우처, <농업과 세계사 1> , p238


 이와 함께 <농업과 세계사 1>에서는 동물의 가축화가 언급된다. 제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1937 ~ )가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에서 밝혔듯, 구세계와 신세계의 결정적 차이를 가져온 가축화의 문제 역시 이 시기에 발생한 것을 보면 오늘날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들의 기원이 BCE 12,000 ~ CE 500의 시기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이 인류에 미친 영향력과 함께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함께 깨닫게 된다.  뒤이은 <농업과 세계사 2>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수렵문화에서 농경문화로의 이행하는 여러 형태의 모습이 소개된다...


 서아시아와 동아시아 농업의 기원에는 곡물 재배뿐만 아니라 동물의 가축화도 포함된다. 이와 달리 메소아메리카의 농업이 시작될 때는 주요 곡물(옥수수)이 있었지만 개 말고 달리 길들인 동물은 없었다. _ 그레이엄 바커/캔디스 가우처, <농업과 세계사 1> , p240


 농업의 기원과 식물 재배 및 동물 사육 문제를 한꺼번에 놓고 보면 놀라운 측면이 드러난다. 즉 동물 사육(목축)보다는 대체로 식물(곡물)재배가 먼저였다는 사실이다.초기 농업의 대표적 중심지 세곡(중동 : 밀, 보리 ; 극동 : 쌀, 기장 ; 메소아메리카 : 옥수수, 콩, 호박)을 보더라도 모두 동물 사육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식물 재배가 이루어졌다... 유라시아 전역에서 채택한 생활 경제의 핵심은 복합 영농이었다. 적어도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이라면 거의 예외가 없었다. _ 그레이엄 바커/캔디스 가우처, <농업과 세계사 1> , p300


 목축(pastoralism)이란 초식 동물 무리에 의존하여 생활하는 것으로 자연히 유목민의 삶을 포함한다고 했다. 유목민의 삶이란 특히 토지 소유 및 거주 환경과 관련하여 목축미의 사회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핵심적 문제다. 이 주제는 특히 토지 사용과 관련하여 이동식 목축민과 정주적 농민 사이에 분쟁의 소지가 있을 때 더욱 중요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_ 그레이엄 바커/캔디스 가우처, <농업과 세계사 1> , p319

mtDNA 연구에서 주장하는 결론은 정복자 모델이다. 신석기 시대에 근동 지역에서 유럽 지역으로 상당한 규모의 이주가 있었고, 그들이 차례차례 등 짚고 넘기(leapfrogging) 식으로 유럽 전역에 확산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원주민 포레이저 집단에 동화되어 오늘날 같은 유전자 분포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이는 고고학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 주장이다. - P88

개별 언어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곧 그들이 공통의 조상, 즉 과거 어느 시점에 사용되었던 하나의 조어(祖語, protplanguage)로부터 갈라져 내려온 후손이라는 의미이다. 후손 언어는 분열된 세포와 같다. 단세포 생물이 세포 분열을 하듯이, 조어는 여러 개의 파생 언어(daughter language)로 갈라진다(p126)... 언어의 계통수가 인간의 역사를 추적하는 밑바탕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무릇 언어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 사회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가 민족적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회에 흡수된다면 그들의 언어도 곧 소멸하고 만다. 반대로 어떤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가 내분으로 갈라지더라도, 혹은 일부 집단이 갈라져 나와서 멀리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하더라도 각각의 집단은 기존 언어를 계속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어휘나 문법은 지역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며, 언어 분화의 과정이 비로소 시작된다. - P127

기존 연구에 따르면, 정주민의 경우 출산율이 높게 유지되었다. 여기에 농업까지 도입되면 출산율은 더욱 높아지는데, 농업 이행기 초기부터 출산율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출산율이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수렵채집인과 달리 아이를 데리고 이동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식량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이유식이 준비되어 있었고, 보다 안전한 식량 공급이 가능하기도 했다. 또한 농업을 받으들인 사람들의 사망 당시 연령 평균이 수렵채집인보다 더 낮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농업 공동체의 식생활이 이전의 수렵채집인보다 더 나빠졌기 때문에 농업인에게서 성장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기도 하다. - P227

목축의 입장에서 사료나 목초지는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다. 이 문제는 목축을 하는 사람들과 그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장 주목할 만한 특성은 그들의 영역 및 이동성이다. 대부분의 목축 사회가 사막, 반건조 초원 지대, 고원 지대, 툰드라, 고위도 삼림 지대 등에 분포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대부분은 대규모 곡물 농사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들이다. 곡물 농업 혹은 복합 영농이 가능한 지역이라면 생계 전략으로 목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 P303

지속 가능한 생산의 차원에서 본질적인 문제는 문화적 관습과 목표가 근본적으로 농업의 방식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다른 시공간에서는 전혀 다른 농업이 실행된다(p365)... 도시 환경에서 노동의 조직화는, 기존의 상식에 따르면 위계질서에 입각한 통치 계급의 직접 관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고도로 중앙 집권화된 정치, 경제 조직은, 고고학이나 역사학적으로 시대에 따라 가끔 그러한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고대 정치 체제에서 흔한 경우는 아니었다. 도시의 특징은 경제 시스템의 여러 측면을 좌우하는 것일 뿐, 정치적 측면이 고도로 집중화되었는지 여부는 별로 상관이 없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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洋)The Economist 2022年 4月 29日號
日販IP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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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The Economist briefing 기사를 옮긴다. 제20 대통령 윤석열의 취임을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기사의 마지막 단락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당선 후 과거 자신에 대해 되돌아봤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제부터 혼란스러운 시간이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남겨진 것이 이 교훈이라면 너무 비싼 대가가 아닐까...

South Korea‘s incoming president has a lot on his plate. After his inauguration on Tuesday Yoon Suk-yeol must tackle astronomical housing costs and a lack of jobs for the young. He also hopes to attempt reforms in several areas, including welfare, criminal justice and the distribution of powers between the offices of president and prime minister. More challenges await abroad. South Korea walks a tightrope between America, on which it relies for its security, and China, its largest trading partner. And North Korea is becoming increasingly bellicose; on Saturday it tested its 15th missile this year.

한국의 차기 대통령은 많은 과제를 가지고 있다. 화요일에 있을 그의 취임식 이후 윤석열은 천문학적인 주거비와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는 또한 복지, 사법제도, 대통령과 국무총리 사이의 권력배분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개혁하기를 원한다. 해외에서는 더 많은 도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안보를 의지하는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점점 호전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지난 토요일에 북한은 올해 들어 15번째 미사일을 시험했다.

Tackling all this would prove a tall order for even the most adept and popular leader. Mr Yoon is neither. An opposition-controlled parliament will make his life tougher. Mr Yoon could find that he has bitten off more than he can chew.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심지어 가장 노련하고 인기 있는 지도자에게도 어려운 과제다. 윤석열은 노련하지도, 인기가 많지도 않은 이다. 반대편인 야당이 장악한 국회는 그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윤석열은 자신이 씹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물어뜯어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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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2-05-10 0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팩트 흐리는데 오랜 세월의 一家見이 있는 우리나라 언론지들이 있잖아요. 뭐가 걱정입니까. 이런 진실된 이야기들은 영국에서나 하게 놔둡시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이 그러했듯.

겨울호랑이 2022-05-10 13:17   좋아요 3 | URL
자신들이 기소를 하지 않으면 죄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검찰, 자신들이 기사를 써주지 않으면 여론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언론. 이들과의 싸움은 참 쉽지 않네요... 그럼에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2-05-10 1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번역을 넘 잘해주셨습니다. ^^
마지막 문장에서 아마도 기자가 chew 대신 digest라는 단어를 쓸지 여부도 고민 많이 했을 듯 합니다. ^^

겨울호랑이 2022-05-10 12:37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기자가 digest, chew에 대해 한 번 생각했겠지만 선택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먼저 입에 들어온 것을 잘게 씹기라도 해야할텐데 다음 소화하는 단계는 윤석열에게 과분하지 않았을까... 짚어봅니다 ^^:)

페넬로페 2022-05-10 15: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이 뼈를 때립니다.
그리고 겨울호랑이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어떤 댓가를 치를지도 암담하고요^^

겨울호랑이 2022-05-10 16:46   좋아요 1 | URL
찬물에 들어가기 전에는 여러 생각을 갖게 되지만, 막상 들어가면 생각만큼 춥지 않은 경험을 떠올려 봅니다. 생각만큼 암담하지 않을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치가 낮은 만큼 실망을 덜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습니다.^^:)

레삭매냐 2022-05-10 16: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코미스트가 냉정하게 지적하고
있군요 !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
지고 있는 부분은 바로 웰페어와
권력의 배분이지 않나 싶네요.

외부의 도전들은 어떻게 할 지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 보는 단어인 벨리코스가 호
전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지
배웠습니다.

겨울호랑이 2022-05-10 16:49   좋아요 1 | URL
개인적으로는 그냥 돌아가던대로 내버려두면 참 좋겠는데, 자기 관점에서 잘 할려고 노력하지 않나 걱정됩니다. 최악의 상사가 무식하고 부지런한 상사라지요. 물론 대통령이 상사는 아니고, 그리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라 다행입니다만 조마조마한 것이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