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서 암도깨비가 나오는 것은 첨이다.
새롭다.
암도깨비와 결혼할 것이라고 예상한 나의 좁은 사고를 비웃듯이
결말은 다르게 끝난다.
말이 똥을 누는 장면을 함께 보던 아들이 박장대소를 하였다.
그림 작가 1세대라 하는 홍영우 그림 작가는 일제 시대에 태어나
스무 살이 넘어 한글을 깨쳤다고 한다.
그러니 뭔가를 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
신라 시대, 희명이라는 여자에게 앞 못 보는 아들이 있었다.
남편도 없이 혼자 눈 먼 아이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관세음보살에게 극진히 기도를 하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다하여
서라벌을 찾아간 그녀.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가졌다는 관세음보살.
보살이 가진 한 개의 눈을 아들에게 나누어 주면 좋으련만.
하지만 아들은 눈을 떠서 세상을 보는 게 소원이 아니었다.
아들이 자신의 소원을 말할 때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그림책 표지를 보면 <백설공주>가 생각난다.
외국 그림책 중에 직녀처럼 머리를 풀어헤친 백설공주가 있다.
디즈니의 백설공주 말고....
머리를 풀어헤친 직녀의 모습이 언뜻 보기에 굉장히 서구적이다.
내가 봤던 <견우 직녀>와 약간 다른 점도 있어
비교하면서 읽어보니 더 새롭다.
각 출판사별로 이야기가 나와 있어서 서로 이야기와 그림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난 다른 버전의 그림책이 더 좋다.
짜장과 줄넘기를 접목시킨 이 창의성을 정말 칭찬하고 싶다.
중국집을 하는 아버지에게 줄넘기를 가르쳐달라고 하는 소림이.
약간 통통해 보이는 우리의 주인공 소림이, 친구들이 비만이라고 놀려서 다이어트를
하려고 줄넘기를 배우고 싶은가 보다.
아버지는 소림이가 알기 쉽게 조목조목 설명을 해 준다.
줄넘기가 쉬운 듯해 보이는데
우리 수퍼남매를 보니 그게 세상과 나를 뛰어넘는 아주 힘든 일이란 걸 알았다.
수퍼남매, 소림이처럼 줄넘기가 힘든 아이들은 이 책을 보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줄넘기는 먼저 " 나"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 멋진 말이다.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 최숙희
최숙희 작가의 꼬마들은 어쩜 이리 귀여운지 모른다.
아이의 머리에 핀 꽃들이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다.
꽃 구경 하는 재미가 좋았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어떤 사람으로 자랄지
예쁜 씨앗과 꽃 그림을 통해 자아 정체성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요즘에 동시 그림책이 곧잘 출간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에는 신경림 시인의 동시그림책이 있어서 얼른 집어 들었다.
고등학교 때 <갈대>를 외우던 시절이 떠오른다.
아주 조그마한 아기 다람쥐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아파트 단지까지 내려오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조금 겁이 많고, 소심한 아이들은 아기 다람쥐의 모험을 보며
약각의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판화 그림도 색다르고 아름답다.
미야니시 타츠야의 <고녀석 맛있겠다>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우적우적"이 공룡말로 "친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진정한 우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이 시리즈는 언제나 읽고나서
한동안 마음의 잔잔한 물결이 일게 한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통하는 게 진정한 친구라는 단순한 진리이지만
우리는 그걸 간과할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다섯 권 중에서 가장 감동지수가 약하긴 하였지만서도
어린이들은 참 좋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