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마지막 날이다. 밤새 어디를 갈까 연구한 남편이 단종의 무덤 "장릉"부터 가보자고 하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서야 영월에 단군의 무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단종에게 참 미안했다. 삼촌 수양대군 때문에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를 당하고, 급기야 사약을 받아 죽임을 당한 단종이다. 단종의 시신은 동강에 버려졌다가 호장 엄흥도에 의해 거둬져 안장되었다고 한다. 왕에서 쫓겨난 것도 원통한데 시신 또한 그렇게 방치되어 있었다니..... 후세인 우리가 그를 찾아가지 않으면 얼마나 가여운가!

 

장릉까지 가는데 가을 햇살이 눈부셨다. 어제는 꾸물꾸물하더니 해가 나와서 서울에 가기 좋겠다 싶었다. 장릉은 생각보다 컸다. 왕의 능이니 당연한 거지만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아무튼 단종의 시신을 거둔 호장 엄흥도 그 사람이야말로 정말 용감하다고 생각한다. 서슬퍼런 세조의 눈을 피해 무덤을 만든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 또한 위태로운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 단종의 묘에는 무신이 없다. 무신에 의해 죽임을 당해서 문신 2개를 세웠다고 한다. 이상하게도 그 뒤에 양과 말 동상이 있는데 각각 무덤 쪽으로 엉덩이를 향하고 있었다. 참 특이했다. 이유가 있을 법하다. 아는 분은 알려주시길 바란다.  세자로 태어나 왕위에 올랐지만 삼촌에 의해 죽임을 당한 단종의 삶이 참 애처롭다. 차라리 왕이 아니었으면 오래 살 수 있었을 텐데....나중에 <단종애사>를 꼭 읽어봐야겠다. 수퍼남매는 아직 역사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능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계속 "덥다" "다리 아프다" 투덜댔다. '이 녀석들아, 단종이 그 말 들으면 얼마나 슬프겠냐!'  500년된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참 멋졌다. 17세에 사약을 마시고 죽은 단종도 이제는 하늘에서 평안했으면 좋겠다. 조카 단종을 죽인 수양대군 세조가 세종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그런 아들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게 참 놀라울 따름이다. 장릉에서 나와 주차장을 향해 걷다가 주전부리를 발견하였다. 메밀 전병인데 맛있어 보여 샀다. 메밀을 얇게 부쳐 그 안에 무채 같은 것을 넣어 돌돌 말아주는데 맛있었다. 더 살걸 그랬나 싶었다. 그걸로 요기를 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였다.

 

  다음으로 간 곳은 선돌이라는 곳인데 말 그대로 돌이 서 있다는 곳이다. 이 곳에서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만났다. 중국인이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놀랐다. 서울도, 경주도, 공주도, 제주도도 아닌 영월에 중국인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도 영월이 처음인데 말이다. 계속 이 팀들과 코스가 겹쳤다. 영월은 관광지가 오밀조밀 모여 있어서 정선 보다 관광하기가 훨씬 편했다. 딸과 함께 "와! 로마 투어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차 조금 타고 가서 하차한 후 관광지 구경하고, 또 차 타고 가서 구경하고.... 로마 투어할 때도 해가 쨍쨍해서 에어컨 나오는 시원한 차를 더 타고 싶었는데 오늘이 그 때와 정말 똑같았다. 선돌은 입장료도 없고 그냥 조금 올라가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내려오면 된다. 선돌 아래 거북 바위가 있다고 하는데 거기까진 못 봤고 영화 촬영지였다고 한다.

 

  단종이 처음 유배되었던 청령포에 갔다. 삼면이 강인 곳으로 단종 첫 유배지이다. 홍수가 나서 한 번 물에 잠긴 후로 단종을 뭍으로 나오게 했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 별것 아닌 듯하여 눈도장 찍고 가려고 했는데 어떤 분이 "가보면 달라요. 꼭 가보세요" 하는 말에 배표를 끊었다. 배는 30초만에 청령포에 데려다줬다. 자갈길을 걸어 소나무 숲에 이르니 역시 달랐다. 일단 시원한 그늘이 반겨줬다.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니 힘들었던 심신이 힘을 얻었다. 노산 대군(단종을 왕위에서 물러난 후 노산대군이라 함)이 기거하던 곳에 들어갔다. 때마침 같은 배를 탔던 중국 단체관광객이 몰려 들어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소나무가 유명한지 소나무마다 번호표가 붙여 있었다. 한 때는 왕이었던 노산대군이 이렇게 외진 곳에 와서 언제 죽을지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을 걸 생각하니 참 안쓰러웠다. 노산대군의 한 맺힌 그 하루하루를 지켜봤던 "관음송"이 있는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었다. 두 갈래로 갈라진 곳에 노산 대군이 앉아 있곤 하였다고 한다. 아까 그 여자분 말대로 청령포에 오길 잘했다 싶었다. 소나무숲을 걸으며 노산대군의 슬픈 사연을 생각하니 마음이 헛헛했다. 노산 대군이 쌓아올린 망향탑도 있었다. 청령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아득한 마음으로 한양쪽을 바라봤을 노산대군의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청령포를 한 바퀴 돌고나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  체력이 방전되고 말았다. 더 이상 투어를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여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으면서 쉬었다. 주변에 적당한 식당이 없어보여 점심은 올라가면서 휴게소에서 먹기로 결정하였다. 편의점 바로 옆에 로스터리 카페가 있어서 아이스커피를 주문해서 마셨는데 맛이 좋아서 원두를 좀 샀다. 날씨도 쾌청한데  "별마로 천문대"를 못 가서 못내 아쉽다. 오늘 같은 날씨면 별도 정말 많이 보일텐데..... 혼자 외로이 있을 온이를 생각하니 하루 더 머무를 수 없어 다음을 기약하였다.

 

   다음 여행은 꼭 전라권을 가보고 싶다. 내 고향 여수를 비롯하여, 해남 땅끝 마을, 전주, 남원, 광주 등등 가볼 곳이 정말 많다.

고양이5총사,                        낙산사 해수 관음상

  선돌,                          짚 와이어에서 보이는 전경

 

 화암동굴 종유석,                     청령포 관음송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4-10-21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여행 하셨네요~
영월은 못 가보고 <우리 문화재 나무 답사기>에서 관음송을 보고 페이퍼만 썼는데...

http://blog.aladin.co.kr/714960143/4007046

수퍼남매맘 2014-10-21 18:41   좋아요 0 | URL
<관음송>멋졌어요. 사진에서는 두 갈래로 갈라진 모습이 안 담겨졌는데(하도 나무가 높아서) 거기에 걸터 앉아
단종이 얼마나 한숨을 내쉬었을까 생각하니 짠하더라구요.

2014-10-21 0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1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4-10-2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청령포 가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님이 다녀오셨군요.
인생 무상이지요......단종, 얼마나 외로웠을까....관음송이 의지가 되었겠지요.
알찬 여행 하셨네요.

수퍼남매맘 2014-10-21 18:43   좋아요 0 | URL
저희 부부는 처음 알았는데 청령포가 의외로 유명한 곳이었나 봅니다.
단종! 이름만 들어도 참 마음이 저릿해집니다.



2014-10-21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1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4-10-2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제가 읽었을 때와 제목이 달라졌네요.
메밀전병 지나다 가끔 길에서 할머니들이 파는 걸 본 적 있는데, 맛있다고 하시니 나중에 한 번 먹어봐야겠어요.

수퍼남매맘 2014-10-21 18:48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제목이 ˝o˝ 으로 되어 있어서 얼른 고쳤어요.
메밀전병, 아이들도 맛있다고 잘 먹더라구요.
 

  은근 잠귀가 밝아 조그마한 소리에도 깨고 특히 밖에 나오면 잠을 설친다. 역시 다른 식구들은 쿨쿨 자는데 혼자 일찍 잠이 깼다. 우리 집보다 따듯하게 자서 한결 몸이 풀려 있었다. 지난 번 학교 산행 대회로 워밍업을 해서인지 생각보다 다리 근육도 안 뭉치고 컨디션이 괜찮았다. 아들이 문제다. 이 녀석 약골인데.....

 

  어제는 날씨가 엄청 쾌청하였는데 오늘은 날이 꾸물꾸물 비라도 올 듯하다. 첫 코스로 "화암 동굴"을 잡았다. 100배 즐기기 책에서 추천한 장소라 거기부터 가자고 하였다. 화암 동굴까지 가는데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야했다. 어제는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도로 바로 옆으로 강이 흐르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거기가 동강이었다. 와! 동강에 꼭 와보고 싶었는데....운전하느라 제대로 볼 수 없었고 진짜 구불구불 위험한 곳이 여러 번 있었다. 운무도 무섭지만 급커브도 무섭다.

 

  " 화암 동굴"에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없어서 예매할 필요가 없었다. 일단 아침을 먹고 표를 사기로 하였다. 즐비한 식당 중에서 어느 집을 고를지 딸에게 맡겼다. 딸이 고른 집이 문을 닫아서 바로 옆집에 들어가려는데 하얀 고양이가 있어서 남매의 마음을 단숨에 빼앗았다. 식당 주인 말이 고양이 5마리가 있다고 하여 찾아나섰다. 어느틈에 숨어버린 고양이는 코빼기도 안 보였다. 실망한 울 아들. 우린 고양이가 아니라 동굴을 보러 온 건데.... 정선에 별미가 곤드레밥이었던 게 기억나서 그걸 시켰다. 맛있었다. " 대한민국 100배 즐기기"책에는 맛집도 다 나와있는데 안 가져와서 안타까웠다. 무작정 들어간 집인데도 맛있었다. 역시 꽃을 가꾸는 분이라서 음식 맛도 좋은가 싶었다.  남매가 하도 고양이 타령을 하니 하나 아니 다섯 마리 다 가져가도 된다고 하셨다. 가져가면 온이가 잡아 먹거나 아님 도망다닐 거다.

 

  모노레일 승차 시각이 조금 여유 있어서 커피 한 잔 마시러 돌아다니다 드디어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4마리 있는 곳을 발견하였다. 남매가 정말 좋아하였다. 정말 귀여운 양이들이었다. 우리 온이를 처음 만나던 그 정도의 크기였다. 목소리도 얼마나 가냘프고 이쁜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양이들 노는 것을 지켜봤다. 남매는 한 마리 가져가자고 하였지만 단호히 거절하였다. 온이가 잡아 먹일지도 몰라.

 

  양이들 구경하느라 모노레일을 꼴찌로 탔다. 동굴까지 올라가는 건데 엄청 경사가 급했다.  화암 동굴은 원래 5째로 큰 금광이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노다지였던 셈이다. 초등학생 때 내 별명이 노다지였는데.... 생각보다 코스가 길어서 아들은 좀 힘들어했다. 우리도 그렇게 오래 걸을 줄 몰랐다. 주차장 크기로 봤을 때 성수기에는 사람이 엄청 밀리나본데 오늘은 썰렁해서 구경하기는 좋았다. 아니 우리 뒤로 사람이 아무도 없어 조금 으시시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종유석이라고 할 수 있다. 커텐 처럼 생긴 종유석도 있었는데 장관이었다. 또 굴을 파다가 발견한 여러 모양의 돌들도 볼만하였다. 공룡 모양 돌, 강아지 모양 돌,  남근 모양 돌 등도 있었다. 갱이 거의 수직으로 되어 있던데 이걸 파느라 얼마나 많은 조선의 노동자들이 죽고 다쳤을까 싶었다. 규모로 봤을 때 엄청난 금이 나왔을 법하다. 금을 판 사람은 하나도 못 갖고 다른 사람이 모두 가져갔겠지.

 

  화암동굴이 예상보다 긴 코스여서 아들이 매우 힘들어하였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좀 쉬운 코스를 잡았다.  방송에 나왔던 "스카이 워크"를 가보기로 하였다. 그 옆에 " 짚 와이어"가 있어 딸이 하고 싶다고 하길래 아빠랑 타라고 둘만 보냈다. 무려 1인당 4만원이라는 소리에 되돌아왔다. 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곳에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보라고 권유했다. 짚 와이어 타고 동강을 보는 건데 나중에 후회 말고 하라고 자꾸 부추겼다. 유럽에서 느낀 것이 나중에 하자, 돈 아까우니 관두자 하면 기필코 후회한다는 것이다. 이럴 땐 과감히 저질러야 한다. 나와 아들은 무서워서 못 타는 것이지만 부녀는 담력이 되니 돈 때문에 관두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둘은 내 설득에 타기로 정하고 표를 끊어 왔다.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햄버거를 먹었다. 기다리면서 화암 동굴에서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였다. 이럴 때 에스프레소를 먹으면 피로가 쫙 풀린다. 에스프레소도 자주 먹어보니 먹을 만하다. 커피가 먹고 싶은데 배가 부를 때 먹으면 딱이다. 배 부르지 않으면서 순식간에 카페인이 들어가 피로감이 달아난다. 신기하다.  52분에 짚 와이어를 탄다고 하여 동영상 준비를 안 하고 있었는데 35분쯤에 인상착의가 비슷한 둘이 짚와이어를 타고 내려가는 게 보였다. " 어" 하는 사이에 슈~웅 하고 내려가 아무것도 못 찍었다. 왜 일찍 내려갔지? 앞 사람이 무섭다고 포기했나. 짚 와이어 도착점은 차로 20분을 가야 한다. 셔틀버스가 도착점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출발점으로 데려다 준다고 한다. 부녀는 아마 번지 점프로 할 수 있을 거다. 용감한 부녀다. 우리 가족 사진은 못 찍고, 비어 있는 짚 와이어 사진은 겨우 한 장 찍었다. 순식간에 내려가서 찍기가 너무 힘들다.

 

 

짚 와이어 탑승권이 있으면 무료로 스카이 워크를 갈 수 있단다. 앗싸! 이번에 모자만 가보기로 하였다. 갑자기 바람이 거세지고 한 두 방울 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두꺼운 외투를 가져오길 잘했다. 마침 MBC에서 촬영을 하고 있어서 입장이 좀 지연되었다. 유리라서 생채기가 날까 봐 덧신을 신고 들어갔다. 방송에서 볼 때는 무서워보였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동강이 잘 보였다.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아들과 함께한 사진을 찍었다. 그림책 "동강의 아이들"이 생각나서 거기에 나온 희귀한  바위를 직접 보고 싶어졌지만 날도 흐리고 해서 마음을 접었다. 동강이 유명세를 타서 청정 지역이 많이 오염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구경오는 바람에 오염되니 차라리 유명해지지 않는 게 자연으로서는 더 나을 듯 싶기도 하다.

 

  정한 코스는 다 간 듯하여 캠프장으로 향하던 중 우연히 정선 아리랑 축제를 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남편이 가보자고 하여 따랐다. 섶다리도 보이고, 은근 행사가 컸다. 한우 부스가 있어 바베큐할 거리를 살까하고 들어갔는데 가격이 싸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우리가 갔을 때는 막바지여서 문 닫은 곳도 여럿 있었지만 축제 분위기는 고스란히 전해졌다. 여러 나라 문화도 선보였는데 마침 에콰도르 팀이 민속 음악을 연주하고 있어 구경을 잘했다. 딸이 악몽을 쫓아준다는 "드림 캐처"-상속자에서 나왔다나 어쨌다나-를 사고싶다 하여 축제에 온 기념으로 남매에게 하나씩 사줬다. 바로 옆에서 인도 옷을 팔고 있어 인도 치마를 하나 사고 싶었으나 꾸욱 참았다.  멕시코 부스에서 코코넛을 본 딸이 먹고 싶어하여 한번도 맛을 보지 못한 아들을 위해 하나씩 사줬다. 코코넛을 먹어본 아들은 별로 맛이 없었던지 한모금 마시고 아빠에게 넘겼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정선 관광지마다 보이던 "수리취떡" 판매 부스가 보였다. 도대체 수리취떡이 뭐길래 가는 곳마다 판매를 할까 싶어 시식을 해 봤다.  수리취떡은 단오날 먹는 떡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 기억이 맞았다. 남편도 모르는 것을 내가 알고 있다니. 흐하하!!! 서울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떡이다 싶어 이것도 기념으로 샀다. 마침 가판대 뒤에 수리취가 자라고 있어 사진으로 찍어왔다. 저만치 가니 무료로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고 있어 딸은 뺨에 들국화를, 아들은 손에 용을 그렸다. 몇 걸음 옮기니 사격장이 보여 아들을 부추겨서 한번 해보라고 했다. 10발을 쏘는데 처음 해 보는 거라 명중은 거의 못했지만 그것도 경험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지방에는 이런 축제들이 있어서 그나마 "마을답다"는 느낌이 들었다. 곳곳에서 쓰레기 줍는 봉사활동을 하는 중고등학생들도 보였다. 딸이 " 우리도 저런 축제 하면 좋을 텐데...." 그랬다. " 그러게 말이다. 관심이 비슷한 아이끼리 모여 부스도 만들고 직접 물건도 팔고 공연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 좋을 텐데..... 그게 살아 있는 교육이고 진로 지도가 될 터인데 말이다. 아무튼 우연히 들어간 " 아리랑 축제"는 생각보다 내실 있고 즐거웠다. 마지막 섶다리를 밟아 보는 것으로 축제 관람을 마치고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어제 해먹지 못한 숯불구이를 하기 위해 주인장에게 도구를 얻었다.  초보 캠퍼인 남편과 나 모두 숯을 피우지 못해 결국 주인장의 도움을 받고서야 불이 올라왔다. 지난 번 파주에서 비싼 등심, 안심, 채끝을 먹은 터라 여기서는 돼지 목살로 만족하자고 하였다. 아까 마트에서 애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듯하여 소시지를 안 샀더니 막상 고기를 굽자 소시지를 찾는다. 그 후로도 초보티를 팍팍 낸 사건이 있다. 뭐냐하면 고구마를 구워 먹으려고 장작을 넣는데 수직으로 내리꽂아 놓은 것이다. 남편은  내가 자신 있게 하는 걸 보고 맞나보다 하였단다. 둘은 하염없이 장작이 타길 기다렸으나 전혀 탈 생각은 안 하고 연기만 심하게 피어올라 또 주인장을 호출하였다. 장작 꽂아 놓은 걸 보시더니 "껄껄껄" 웃으시면서 " 이렇게 놓으면 연기만 나고 나무가  안 탑니다. " 하신다. 완전 창피하였다. 지난 번 카라반에서 모닥불 피어줄 때 장작을 켜켜이 쌓아놨던 걸 봤으면서 어쩜 널찍하게 수직으로 꽂아놨을까! 진짜 무지하다. 

 

  장작에서 "타닥타닥"소리가 나며 불이 붙기 시작할 때, 방송에서 " 담력 체험할 사람은 매점 앞으로 모이십시오" 하는 안내가 나왔다. 어제는 안 했는데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또 담력 체험을 하나 싶어 아들에게 해 보라고 하였다. 아들은 하고 싶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여 턱을 덜덜 떨기 시작하였다. 괜히 하라고 했나. 원래 중학생은 참가 못하는데 보디 가드로 누나를 딸려 보내기로 하였다. 누나가 있어도 진정이 안 되는지 아들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5-6살 꼬마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도전하는데... 하여튼 못 말려.  30여 명 아이가 담력 체험을 시작하였다. 페트병으로 만든 초롱불을 들고 폐가까지 가는 행렬이 멋졌다.  장작불 피우는 남편한데 들키지 않게 멀리 떨어져 일행을 뒤쫓아 가보라고 하였다. 다른 아빠들도 몇 명 쫓아가는 듯했다. 혹시 아들이 너무 무서워 기절할까 봐서 말이다. 어제 캠핑장 올 때보니 주변에 불빛이 하나도 없어 정말 무섭던데....무사귀환을 빌어야지.  장작불은 내 담당이 되었는데 자꾸 불이 꺼지려고 해서 애를 먹었다.  담력 체험단이 떠나자 캠핑장에 장작불 타는 소리와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만 들렸다. 고요가 20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저 멀리서 재잘재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살아서 돌아온 모양이다. 딸과 아들이 화를 내며 들어왔다. 폐가에서 할아버지와 강아지를 못 봤다며 굉장히 아쉬워 하였다. 무서워서 벌벌 떨던 것은 잊은 듯했다. 미리 주인장이 할아버지와 짜서 체험단이 폐가에 왔을 때 강아지와 짠 하고 나타나기로 했었나 보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깜빡 잊고 안 나타나셨다는 게다. 호호호!!! 으시시할 줄 알았던 담력 체험은 약간 시시하게 끝났다. 남편은 깜깜해서 초롱불 없었으면 굉장히 무서웠을 거라고 한다.

 

  그 사이 익은 군고구마를 먹으며 하루를 마감하였다. 내일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첫날은 정말 강행군이라서 힘들었는데 둘째 날은 여유 있어 좋았다. 우연히 들어간 " 아리랑 축제"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지방의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아까 모닥불 피웠을 때 딸이 기타를 연주했으면 훨씬 낭만적이었을 텐데 아쉽다. 기타를 깜빡하고 안 챙겨왔다. 가까운 곳에 "별마로 천문대" 가 있어서 가 보려고 했는데 예약이 끝나버려서 그것도 놓쳤다.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천문대와 인연이 없는지 매번 기회가 안 된다. 내일은 집에 가면서 영월쪽 관광지를 둘러봐야 할 듯하다.  온이는 혼자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추석 연휴, 시댁에 다녀왔더니 풍뎅이가 죽어 있었다. 그 때문에 아들이 자꾸 온이 걱정을 한다. 나도 걱정된다. 외로울 텐데...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10-21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 아빠와 1박 2일" 이라는 행사를 하였더랬다. 일체의 캠핑 장비를 대여해 주는 행사였는데 운 좋게도 당첨이 되었다. 지금도 매달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으니 나처럼 초보 캠퍼는 도전해봐도 좋겠다. 캠핑장 이용권이 배송되어 살펴보니 전국에 여러 장소가 있어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왕이면 설악산을 구경할 수 있는 데로 가자고 합의하여 " 정선 자연 학교" 캠핑장을 선택하였다. 나머지 1박은 우리가 돈을 지불하여 2박을 예약하였다. 단풍철인데 의외로 자리가 남아 있어 진짜 다행이었다.

 

  정선과 설악산은 예상과 달리 거리가 있어서 먼저 설악산부터 들르기로 하였다. 집에서 8시에 출발하였다. 이렇게 빨리 출발한 것은 처음이다. 차는 그런대로 뚫렸는데 지대가 높아 산안개가 끼어 운전하기가 좀 겁이 났다. 지난 5월, 대관령 넘어갈 때 운무 때문에 차를 멈추었던 기억이 되살아나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그 때보다 훨씬 덜하기는 하였지만 안개는 정말 무섭다.

 

  드디어 설악동에 도착하였다. 운 좋게도 케이블카 매표소와 아주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다른 팀들은 무려 3km를 걸어와야 했다. 우리의 목적은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가서, 단풍든 설악산을 구경하는 거였다. 케이블카에 줄이 길~ 게 늘어서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줄이 짧았다. 표를 예매하고 요기를 한 다음 ,흔들바위를 다녀오자고 하였다. 부부 기억상 흔들바위는 가까운 걸로 알고 한 말이었다. 가벼운 산책 정도일 거라 예상했는데 착각이었다. 하마터면 케이블카를 놓칠 뻔했다.

 

  부부의 기억과는 달리 흔들바위까지 꽤 거리가 있어, 시간이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대학 때 친구들과 갔을 때와 코스가 달라진 느낌도 들었다. 흔들바위까지는 산책하는 정도였고, 흔들바위부터 울산바위까지가 난코스였던 것 같은데 흔들바위까지가는 길도 쉽지는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등산을 하는 바람에 아들은 아빠 때문에 힘들다고 불만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이제 3학년이라서 업히지 않고 끝까지 제 힘으로 흔들 바위까지 갔다. 그새 많이 컸구나 싶었다. 작년에 마니산 갈 때만 해도 아빠한테 업혔는데 말이다.  흔들바위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케이블카 시간이 간당간당했다. 한번도 쉬지 않고 내려온 덕분에 케이블카 시간 10분 전에 도착하였다. 휴~ 우!!!

 

  설악산에 올 때마다 켸이블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매번 포기하곤 했는데 드디어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도착하였다. 권금성까지 올라간 것은 처음이다. 아까 2시간여 산행을 하였는데 이번에도 절경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산행을 해야 한다. 아들은 이미 다리가 풀려서 짜증을 내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업히지는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그러라고 했다. 힘들게 올라가자 장관이 펼쳐졌다. 뉴스에서 1000m정도까지 단풍이 들었다더니 권금성은 아직 수줍은 듯 살짝 단풍이 들어 있었다. 그래도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숲의 모습이 정말 멋졌다. 저 높은 꼭대기 태극기가 꽃혀진 곳까지는 도저히 올라가지 못하겠다 싶어 포기했다. 남편과 딸이 올라가겠다고 하는데 위험해 보여서 불안했던 참에 둘도 포기하고 내려왔다. 날씨가 맑아 멀리 동해가 다 보였다. 날씨 덕을 톡톡히 봤다. 아직 완전하게 단풍이 안 들어 조금 아쉬웠지만 케이블카도 타고, 권금성도 오르고, 이번에는 이걸로 족하다 싶다.

 

  다음에는 낙산사로 향하였다. 낙산사에 화재가 나서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꼭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기도 하였다. 중학교 수학여행 때, 대학 때 친구들과 가 본 이후 처음이다. 화마가 할퀴고 간 다음 어떻게 달라졌을까.  낙산사로 올라가는 길은 그나마 완만하였다. 절 같지 않은 절. 규모가 엄청 컸다. 드디어 해수관음상이 보였다. 자애로운 모습은 여전하였다. 멀리 동해가 보였다. 대웅전에 가니 천수관음상이 보였다. 애들도 나도 깜짝 놀랐다. 다른 대웅전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불상들이 많았다. 아빠의 요구대로 오길 잘했다 싶었다.  낙산사까지 보고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정선까지 어떻게 갈까 서서히 걱정이 생겼다. 그놈의 운무 때문에.... 지난 번 강릉에서 넘어갈 때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운무 때문에 차를 놓고 도망가고 싶었다. 흑흑흑!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전통 찻집 " 다래헌" 에서 대추차를 사서 마셨다. 연꽃빵도 맛났다. 따끈한 차를 마시니 몸이 좀 풀리고, 용기도 생겼다.

 

  이제 정선 자연 학교, 즉 캠핑장으로 출발~~. 다행스럽게도 운무는 없었다. 낙산에서 정선까지 꽤 멀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국도에서 하이빔을 켰다 껐다 하며 운전하였다. 오고가는 차도 없고, 길도 좁고, 구불구불 급경사에, 운전하기 참 힘들었다. 드디어 정선 자연 학교에 도착하니, 주인장이 마중을 나오셨다. 생각보다 꽤 넓었다. 우리가 묵을 곳은 1학년 방이다. 초보 캠퍼라 하니 주인장께서 방이 딸린 텐트를 빌려주셨다. 날이 추워 텐트에서 자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냥 캠핑 기분만 내면 되지.

 

  다른 곳에서 고기 굽는 냄새와 모닥불 타는 향기가 나는데 우리 가족은 먹을 거리를 준비 안 해 라면을 끓여 먹었다. 첫날 워낙 강행군을 하는 바람에 너무 지쳐서 먹는 것도 귀찮았다. 내일 제대로 고기를 구워 먹기로 약속하고 오늘은 대충 먹자고 합의를 했다. 그래도 점심은 낙산사 근처 회 센터에서 맛있는 광어회와 도미회를 먹었다.도미회 처음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었다. 내가 먹어 본 회 중에서 3위 안에 든다. 딸은 오징어회가 고소하다고 폭풍 흡임을 하였다. 점심을 잘 먹었으니 그걸로 만족하자.  내일 날씨가 좋아야 정선 투어를 잘할 텐데... 텐트가 아깝다며 자기 혼자 잔다고 한 남편이 새벽에 너무 춥다고 방으로 들어왔다. 역시 우린 캠핑 스타일이 아니다. 나도 뜨끈뜨끈한 방 놔두고 텐트에서 자고 싶지는 않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10-14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5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4-10-1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찬 여행 하셨네요. 화마가 쓸고간 낙산사 나무 둥치 보는데 맘이 짠했어요.
해수관음상 부럽더라구요~ 바다를 원없이 볼수 있으니ㅎ

수퍼남매맘 2014-10-15 21:12   좋아요 0 | URL
해수관음상과 대웅전은 그대로인 듯하고,
올라가는 길의 나무는 새로 심은 티가 확 나서 주변과 어울리지 않더라구요.
마음이 짠했어요. 어쩌다 큰 불이 나서....

2014-10-15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15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일 호텔 욕실에 놔두고 왔던 매직기가 어제 드디어 내 손안에 도착했다.

이렇게 감동적일 수가....

거의 한 달 만에 내 손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매직기를 놔두고 왔다는 것을 안 순간, 인솔자에게 카톡을 보냈고

인솔자는 현지 호텔에 연락을 취해 유무를 확인하였다.

매직기를 욕실에서 수거해서 호텔측이 보관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지만, 인수받기까지 시간이 좀 오래 걸릴 거라고 하였다.

그 호텔에 머물게 되는 한국팀 인솔자에게 인수해 오도록 부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번 인솔자가 잊어버려 기회를 놓쳐 버렸고,

다음 인솔자가 매직기를 인수한 모양이다.

추석 전날, 우리 집 주소를 물어보는 카톡이 와서 드디어 다른 인솔자가 매직기를 인수했구나 싶었다.

그로부터 우체국 택배를 통해 배달될 때까지 여러 날이 걸렸다.

착불료도 받아가지 않았다.

아무런 고장 없이 무사히 와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보통 여행갈 때 매직기를 안 챙겨가는데 이번에는 장기 여행이고 호텔에 드라이기가 거의 없다고 하여

가져갔다가 이런 일이 발생하였다.

마지막 호텔이라서 물건을 인수할 수 있었지 중간에 머무른 호텔이었으면 눈물을 흘리면서 포기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 일행 중에도 호텔에 물건을 놔두고 온 사람이 몇 있는데 그 분들은 못 찾았다.

 

끝까지 고객을 감동시켜준 투어2000과 우리 팀 인솔자님께 정말정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남편과 이구동성으로

"다음 여행도 무조건 이 여행사로 갈 거야." 외쳤다.

이렇게 고객 감동과 만족을 시켜주는데 나도 의리를 지켜야지. 암 그렇고말고.

 

그 동안 매직기가 없어 실핀으로 머리카락을 고정시키고 다니다가

오늘 아침에서야 제대로 컬을 넣어 봤다.

완전 가을 여인으로 변신 성공! 크하하

딸도 그 동안 매직기가 없어 앞머리를 축 늘어뜨리고 다니다가 오늘은 아주 빵빵하게 컬을 말고 학교에 갔다.

다시 만난 매직기. 돌아와줘서 고맙다.

 

투어 2000과 이@@ 인솔자님!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14-09-20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어2000 감동이네요^^
고객 감동 서비스를 제대로 실천하는 회사.
매직으로 빵빵하게 ㅎ

수퍼남매맘 2014-09-23 21:55   좋아요 0 | URL
이런 서비스를 받으면 정말 감동이에요.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고객 만족은 최고인 여행사였어요.
 

마지막 여행지는 독일이다.

전날, 일정 중 가장 좋은 숙소에서 머물게 되어 더 있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떠나야했다. 

 

이날도 역시 아침 일찍 채비를 하여 숙소를 나왔다.

고성이 있는 하이델베르크를 둘러보고, 프랑크푸르트 공항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일정이 빡빡하였다.

 

하이델베르크.

베르크는 독일말로 "언덕" 이라는 뜻이란다. 해석하면 높은 언덕쯤 되겠다.

하이델베르크는 영화 "황태자의 첫사랑" 때문에 유명해졌다고 하는데 안 봐서 배경 지식이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영화를 꼭 챙겨봐야겠다.

하이텔베르크는 학문의 도시답게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스카프나 점퍼 차림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로 봐서 날씨가 쌀쌀한 듯하였다.

독일도 오스트리아와 마찬가지로 낮은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아기자기하였다.

어디서나 카메라를 들여대도 화보처럼 사진이 찍혔다.

 

좀 걸어가니 네콰르 강과 다리가 보였다.

석회물질이 많아서 강물 빛깔이 희멀겋다.

석회물질이 많아서 물값이 비싸다고 한다.

다른 곳은 1유로에 물을 살 수 있었는데 독일은 3. 5유로로 최고로 비쌌다. 스위스보다 비쌌다. 맥주값이 오히려 저렴하다고.

다리는 칸트가 지나다녔다는 아주 유명한 다리라고 한다. 이름이 칼 테오도어 다리란다.

칸트가 매일 일정한 시각에 산책하여 칸트를 보고 마을 사람들이 시각을 알았다는 유명한 일화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 다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독일에서 칸트 같은 철학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날씨 때문이라고 한다.

이탈리아는 해가 좋아서 바깥에 나가 즐기는데

독일은 날이 항상 우중충하니 집안에서 책 보거나 사색을 할 수밖에.

우리가 간 날은 정말 보기 드물게 쾌청하여 하이델베르크의 멋진 모습을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진짜 날씨운이 좋은 팀이었다.

강과 다리, 빨간 지붕의 주택들이 어울려 정말 아름다웠다.

강 건너편 대주택들은 예로부터 부자들의 별장이라고 한다.

칼 테오도어 다리 앞에 원숭이 동상이 있는데 원숭이가 들고 있는 원반을 만지면 소원이 이f뤄진단다.

조각 안에 쏙 들어가 사진도 찍고 소원도 빌었다.

옆에 쥐 두 마리 조각이 있는 걸로 보면 고양이 같아 보이는데 원숭이라니.

 

다리 밑에서 올려다보니 높은 곳에 고성이 있었다.

거기까지 올라가서 둘러보는 것은 선택관광이다.

인솔자가 선택 관광 여부를 물어봤다.

26명 모두 선택관광을 찬성하여 다같이 후룬쿨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아래에서 보던 고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건물도, 정원도, 내려다뵈는 풍경도 참말로 멋졌다.

 

광장 같은 곳에 들어서면 커다란 세 덩어리의 건물이 보이는데 만들어진 시기가 각각 다르다고 하였다.

이 곳에서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이 가장 많이 연주된다고 한다.

고성에 울려퍼지는 음악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프랑스와의 전투로 인해 부서진 고성을 그대로 놔둔 것도 있다. 그것 또한 역사의 한 현장이니까 의미 있다 싶다.

이탈리아에서 대리석 건물만 잔뜩 보다가 빨간 벽돌로 지은 성을 보니 색달랐다.

 

왕비를 진짜 사랑하여 왕비 생일날을 맞이하여 하루만에 완성하였다는 문도 있었다.

그 문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통과하면 영원히 사랑하게 된다고 한다.

그 문을 통과하니 중세를 대표하는 기사 조각이 보였다.

이탈리아에서 보던 칠등신, 팔등신 조각상은 아니었다. 한 5등신 정도?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까 서 있던 칼 테오도어 다리며, 네콰르 강, 주택들이 숲과 어우러져 장관이었다.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서 고성을 올려다보고만 갔었더라면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지 못했겠지 싶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어마어마한 포도주 저장 창고가 있는 곳이다.

정말 커서 카메라 앵글에 담기질 않았다. 

저장 창고를 지키는 난장이가 있었다고 한다.

내려올 때는 후룬쿨라를 안 타고 다른 길로 해서 걸어 내려왔다.

 

마지막으로 독일이 낳은 명품 쌍둥이칼을 파는 면세점에 갔다.

인덕션을 사고 싶었지만 참았다.

한국과 비교하면 거의 가격이 절반이라서 살 걸 그랬나 후회했다.

마침 우리 집 주방용 가위가 고장나서 의료용 가위처럼 소리 없이 닭뼈까지 잘린다는 쌍둥이 가위를 사왔다.

가격이 좀 나가긴 해도 평생 사용한다고 하니 믿고 샀다.

결혼할 때 산 쌍둥이칼도 지금까지 한번도 안 갈고 잘 사용하고 있어서 제품의 질은 믿을만하다.

코털깎이도 참 괜찮아 보였다. 남편 하나 사줄까 하다 관뒀다.

면세점 쇼핑까지 마치고나니 진짜 끝이다.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인천공항과 비교하면 정말 썰렁했다.

구경할 것도 살 것도 없었다.

딸 반 아이들 줄 초콜릿만 샀다.

짐 엑스레이 검사할 때 삐삐 울려서 재검사를 받았다.

배낭에 화장품 파우치를 넣은 것 때문이었다.

검사원이 배낭을 다 열어 액체 화장품을 몽땅 담아서 다시 엑스레이를 통과시켰다.

나의 불찰이었다.

그래도 뺏기지 않고 돌려받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지난 번 중국 갈 때는 100ml 선크림이 들어있어서 뺏겼었는데...

 

한국에 타고 갈 비행기는 이번에는 대한항공이었다.

에어 프랑스보다 좌석 공간이 넓고 서비스도 더 좋다고 하니 기대가 되었다.

더 기쁜 것은 비행 시간이 2시간 정도 적게 걸린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활주로 이용이 밀려서 1시간 정도 늦게 이륙을 했다.

에어 프랑스는 남승무원들이 많았은데

대한항공은 여전히 여승무원들이 많았다.

서비스는 역시 좋았다.

엔터테인먼트가 안 되어 몇 번이나 사과방송을 하고,

착륙하자 사과의 의미로 항공 상품권을 줬다.

 

집에 도착하여 아들과 남편에게 각 여행지에서 산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비싼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걸 보니 행복했다.

며칠 시차 때문에 적응을 못 해 고생하였다.

며칠 동안 유럽에서 찍은 사진만 들여다 보는 후유증도 앓았다.

10일 동안 남이 해 준 밥 편안하게 먹다가

온갖 밀린 집안 일들 하자니 힘들었다.

영화 <폼페이>를 보며 폼페이를 추억해봤고,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며 파리를 떠올려봤다.

아직 못 본 <냉정과 열정 사이><황태자의 첫사랑>도 꼭 볼 것이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기 전에 소중한 추억을 글로 남겨 놓으려고 했건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어찌 되었건 마지막 여행지까지 기록했다는 것에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쉽게도 그동안 기억에서 사라진 것들도 있다.

마지막 숙소에다 매직기를 놔두고 와서 우여곡절 끝에

지금 한창 비행기를 타고 오고 있는 중이다.

무사히 도착해야 할 텐데....

딸에게 서유럽 여행 동영상 제작을 과제로 내줬건만

감감무소식이다.  


언제나 여행이 그렇듯이

삶의 고비마다

좋은 위로가 되리라 믿는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4-09-12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의 여행을 다녀오셨네요~ @@
유럽여행이라니 부럽습니다!
여행도 다리힘 짱짱할 때 가야 된다죠~ ㅋㅋ

수퍼남매맘 2014-09-15 19:00   좋아요 0 | URL
꿈에도 그리던 여행이었죠. 헤헤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힘든 코스를 다녀야 한다고 인솔자가 그러더군요.
나이 들어서는 돈이 있더라도 체력이 딸려 못 돌아다닌다고....

세실 2014-09-1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델 베르크~~~~ 레스토랑이 청주에 있어서 낯설지 않네요^^
꿈같은 여행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신 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10일동안 남이 해준 밥 먹는것도 큰 기쁨이죠~~~
인터넷 포토몬 같은 곳에서 앨범 만들어도 좋아요^^

수퍼남매맘 2014-09-15 19:03   좋아요 0 | URL
베네치아 못지 않게 하이델베르크 좋았어요.
얼마 전 시댁 갔다 올라오면서 국도로 오는데
충주를 지나면서 '이 곳에 세실 님이 사는데' 했더니 청주였군요.

2014-09-16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16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