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툭 그림책 보물창고 2
요쳅 빌콘 그림, 미샤 다미안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아이를 가르치다 보면, 복수심에 부글부글 끓는 경우를 목격하게 됩니다.  그런 아이를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죠. 누가 자기를 놀리면 꼭 되돌려 줘야 하고,  한 대 맞으면 꼭 두 대 이상 갚아줘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가 교실에 있지요. 요즘 교사가 예전보다 두세 배  힘든 이유는 이런 아이가 많아졌다는 것 때문이지요. 한 마디로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 아이이죠.

 

 예수는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도 내놓으라고 하였건만 요즘 부모는 자녀가 한둘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안 가르치는 경우도 있어 보입니다. 왼쪽 뺨을 맞으면 너도 똑같이 때리라고 가르치는 듯합니다. 심지어 학교에서 맞고 오는 것보다는 차라리 때리고 오는 게 낫다는 부모도 있다고 합니다.

 

  부모가 이런 어마어마한 말을 하게 된 것도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요?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원칙처럼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것을 체험한 부모는 자녀에게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 " " 맞는 자가 되느니 차라리 때리는 자가 되어라" " 똑같이 해줘라" 이렇게 가르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런 식의 가르침이 과연 옳을까요?  친구한테 한 대 맞았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복수하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고 행복해질까요?

 

  <아툭>은 그런 철학적인 명제에 대해 아이 스스로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이누이트인 아툭은 다섯 살 생일 선물로 갈색 개 한 마리를 받습니다. 이름은 타룩입니다. 장차 멋진 썰매개가 될 강아지이죠.  아툭과 타룩은 그 때부터 친구처럼 항상 붙어다녀요.  어느 날, 타룩은 다른 개들과 함께 눈썰매를 끌고 사냥을 나갑니다.

 

  매일 사냥을 떠난 타룩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아툭은 아빠로부터 타룩이 푸른 늑대개에게 물려죽었다는 사실을 전해 듣습니다. 너무 슬퍼 눈물도 나지 않습니다. 아툭은 "푸른 늑대를 죽이고 말 거야" 라며 복수심에 이글이글 불타오릅니다. 자신의 둘도 없는 친구였던 타룩을 죽인 푸른 늑대를 향한 복수심은 아툭으로 하여금 훌륭한 사냥꾼이 되게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합니다. 아툭은 마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냥꾼이 됩니다. 아툭을 보면 모든 동물이 무서워 멀리 도망갈 정도이지요.

 

 자신의 키가 자작나무보다 커진 날, 아툭은 푸른 늑대를 찾아 나섭니다. 고요한 툰드라 지역에 들어섰을 때 , 아툭은 푸른 여우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여우는 아툭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해 줍니다. 자신과 별이 친구라면서 말이죠.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요? 여우와 별이 친구라니... 친구는 항상 붙어 살아야 하는데... 저렇게 멀리 떨어진 별이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냔 말이에요?

 

  얼마의 시간이 흘러, 아툭은 더 강한 사냥꾼이 되었고, 다시 푸른 늑대를 사냥하러 툰드라 지대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결국 푸른 늑대를 죽입니다. 자신의 친구였던 타룩을 죽인 푸른 늑대에게 복수한 겁니다. 그런데 전혀 기쁘지가 않아요. 아니 오히려 슬퍼요. 게다가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푸른 늑대를 죽였다고 해서 타룩이 살아돌아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복수는 이렇게 허망하지요. 복수만을 위해 달려온 아툭의 인생은 과연 행복했을까요?

 

  아툭에 나온 푸른 여우는  결국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주제를 말해주고 있지요.  아툭은 그 말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 했죠. 오직 푸른 늑대를 죽이겠다는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으니까요. 푸른 늑대를 죽이고나서도 전혀 기쁘거나 행복하지 않자 그제서야 복수는 부질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푸른 여우가 말한 의미를 되새김질 해 봅니다. 복수에 이글거리는 눈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눈이 되자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에전 같으면 짓밟아버렸겠지만 아툭은 그 꽃과 친구가 됩니다. 푸른 여우가 별과 친구가 되었듯이 말입니다. 아툭은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꽃에게 " 널 지켜줄 거야. 널 기다릴 거야"라고 말해 줍니다.

 

  복수는 또다른 복수를 낳을 뿐, 행복도 평화도 가져오지 못합니다. 후련하지도 않습니다. <아툭>은 그걸 나즈막히 말해 줍니다. 가정과 교실에 평화가 깃들길 바란다면 조용히 이 그림책을 읽어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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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7-0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이야기네요, 그리고 어려운 이야기 일지도 모르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수퍼남매맘님, 좋은하루되세요

수퍼남매맘 2015-07-08 20:13   좋아요 1 | URL
어머! 서니데이님, 오랜만이에요.
아이한테는 좀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어른이 낮은 목소리로 읽어주면 좋을 듯해요.

2015-07-10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0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교실이 너무 더워 드디어 오늘 5교시에 행정실에 연락을 했어요. 에어컨 좀 틀어달라구요.

저희 교실은 남향이라서 겨울은 따뜻해서 좋았는데

여름이 되니 완전 한증막이 되어버리네요. 역시 장단점이 다 있나 봅니다. 

게다가 인조잔디에서 올라오는 열기까지 더해져(전 인조잔디 반대입니다. 아이들 건강에 안 좋아요)

교실 온도가 30도를 완전 넘어가요. 제가 더위를 별로 안 타는 편인데..... 진짜 덥더라구요.


해마다 더우면 난리 나는 아이가 교실에 꼭 있어요. 유난히 더위에 약해서 짜증 폭발이 나는 아이죠.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실을 시원하게 해야 해요. 

교실을 시원하게 해 주고 미술을 해야 하겠다 싶어 연락을 했더니

실장님이 얼른 가동을 시켜줬어요.

그런데 심하게 냄새가 나고(필터 청소 했는데도)

몇 십 분 틀었더니 머리가 지끈거려 정지 했답니다.

전 역시 에어컨 체질이 아니에요.

그 몇 십 분 튼 것 때문에 집에 오니 콧물이 줄줄 나네요. 


하교지도 후에 어떻게 하면 냄새가 안 날까 궁리하던 차에

어떤 선생님이 몸에 좋은 미생물을 물에 희석시켜 분사하면 낫다고 해서

그걸 얻어와 에어컨에 뿌리고 에어컨 가동을 시킨 후, 도서실로 자리를 피했어요. 

도저히 머리가 지끈거려 교실에 대기할 수가 없더라구요.

아이들 없을 때 냄새를 제거해 놔야 꼭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가동이 될 듯해서요.


도서실에 와서 사서선생님한테 맛있는 원두 커피 한 잔 얻어마시고,

시간 보내느라 그림책을 골라 읽었어요. 머리가 아파서 글밥 많은 책은 눈에 안 들어오더라구요.

도서실이 가까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제가 고른 책은 보림에서 나온 <나무들의 밤>이에요. 여러 번 소개했죠. 이 책 걸작이거든요.


 <나무들의 밤>을 새로 주문했는데 없어졌던 초판 책이 돌아왔다고 하네요. 다행이죠.

누군가 몰래 갖다 놨나 봅니다. 비싼 책인데 돌아와서 천만다행이에요.

새로 재판 된 <나무들의 밤>은 초판과 좀 달라진 느낌이 들었어요.

전 재판본이 훨씬 좋네요. 더워서 그런지 청록색이 시원해 보여요.

두 그림책을 한꺼번에 보면 비교가 더 쉬울 텐데..... 아쉬워요. 


지난 번 파주 보림 책방에 갔을 때 이 책을 사고 싶었는데 못 샀더랬죠. 내내 눈에 밟혔어요.

초판이 나왔을 때부터 사고 싶었는데 워낙 가격이 비싸서 질러지지 않더라구요.

도서실에서 읽고나니 결심이 섰어요.

' 그래, 결심했어! 지르는 거야.'

뒷표지를 보니 이 책도 한정판이더라구요. 책에 고유 번호가 적혀 있더라구요.  1000권만 발매한 듯해요. 

우리 도서실에 있는 책 번호는 0776번이에요.

절판되기 전에 저질러야겠어요.

이런 책은 소장 가치가 충분하죠. 대신 외식 값을 아껴야죠. 뭐!

마음 바뀌기 전에 얼른 장바구니로 쏘옥~~


<나무들의 밤>덕분에 지끈거리던 머리가 많이 나았어요.

교실에 와보니 아까 나던 이상야릇한 냄새도 안 나고 말이죠.


많이 가물다고 하는데

비가 많이 내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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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땅 과학 그림동화 3
엘레오노레 슈미트 지음, 김윤태 옮김 / 비룡소 / 199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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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학년 과학 4단원 제목이 <지표의 변화>입니다. 즉 땅에 대해서 배우는 단원이죠.  교과서 들어가기 전에 배경지식이 생기도록 간단히 읽어줄 만한 그림책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마땅한 그림책을 발견하였어요. "심봤다~~"

 

  <살아 있는 땅>이란 그림책이었어요. 그림책 읽기 전 활동으로 아이들과 브레인 스토밍을 해봤어요. 땅과 관련된 것들을 하나씩 말해보는 활동이었어요. 처음에는 이게 뭔가 하던 아이들이 어떤 아이가 "나라"라고 말하자 그제서야 땅과 연관된 것을 말하는 것임을 깨닫고 그후부터 창의적 대답이 나오더군요. 모두 한 바퀴 발표를 하고 나서야  실물화상기로 한쪽 한쪽 보여주 책을 읽어줬어요. 대부분 아이들이 집중하여 잘 듣더군요. 지식그림책이라서 어려운 낱말이 나올 때면 부연 설명을 해줬죠. 그림책이라고 해서 절대 만만하게 봐선 안 돼요. 지식그림책은 아이 혼자 읽기에 버거울 수 있답니다.

 

  책을 넘기면 여러 가지 땅의 모습이 펼쳐져요. 여러 층으로 이뤄진 땅의 모습, 땅 속에서 서로 뿌리가 엉켜 있는 식물의 모습,  작은 생물의 보금자리인 땅의 모습, 좀더 큰 동물들의 안식처가 된 모습, 자원을 캐고 있는 모습, 도시의 콘크리트 속에서 피어난 민들레 한 포기의 모습 등등.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땅의 모습을 보며 땅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생각하게 된답니다.  땅은 사람에게 많은 것을 제공하지만 사람은 땅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어 놓은 것을 순식간에 다 먹어치운 욕심꾸러기였어요. 땅을 함부로 다룬 경우도 있구요.  땅에게 참 미안하죠.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것인데 말이죠. 


  기억에 남는 내용은 흙 한 줌 안에 지구에 사는 인구 수보다 많은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렇게나 많은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미생물은 죽은 동식물에 달라붙어 무기질과 영양소를 분해하는 과정을 도맡아 한답니다. 그런 분해 과정을 통해 흙은 더 기름지게 되는 것이구요. 사람도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잖아요. 그런 흙에서 식물이 더 잘 자랐다는 것은 당연하겠죠. 특히 지렁이는 흙을 먹고 배설물을 내보내는데 이거야 말로 아주 영양이 풍부한 흙이 된다고 하니, 지렁이를 보면 "고마워"라고 꼭 인사를 해야겠어요. 땅을 유익하게 하는 천사니까요.  

 

  책에서 사람은 식량을 많이 거둬들이기 위해 화학 비료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런 방법은 수확량을 증가시킬 지는 몰라도 땅을 망가뜨리는 일이라고 합니다. 농부 중에서도 화학 비료 없이 유기농으로 키우는 농부가 있고, 당장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땅과 사람 몸에 해로운 화학 비료나 농약을 쳐서 재배하는 농부가 있지요. 그렇담 우린 어떤 농작물을 먹어야 땅도 보호하고, 우리 몸도 보호하는 걸까요?  어떤 광고가 떠오르네요. "착하고 바른 먹거리" 말이에요. 작은 실천이라도 함께하면 땅이 덜 아프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 읽어주고나서 아이들에게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질문하자 90% 이상의 아이들이 도시의 보도 블록을 뚫고 나온 민들레가 있던 장면이라고 하네요. 왜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았는지 물어보자 "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민들레가 대단해서" 라고 소감을 말합니다.  정말 그래요. 가끔 길을 걷다 보면 단단한 시멘트 벽을 뚫고 나온 식물이 있어요. " 얘들아,  앞으로 그렇게 보도 블록을 뚫고 나온 식물을 보면 ' 너, 정말 대단하구나!' 라고 말해주세요" 라고 이야기를 끝맺었어요. 땅도 식물도 대단한 존재들이에요. 


  이렇게 땅에 대한 지식그림책을 읽었으니 과학 시간이 더 흥미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매일 밟고 있는 땅도 더 관심 있게 바라볼 듯해요. 단순히 교과서 내용만 공부하는 것보다 이렇게 관련 책을 곁들여 읽으면 공부가 더 재미 있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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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6 16: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6-16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름공항 - 2000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베틀북 그림책 26
데이비드 위스너 글.그림 / 베틀북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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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음 주 공개수업 주제를 정했다.

"글자 없는 그림책 함께 읽기"이다.
그림책의  정수라 감히 말할 수 있는 글자 없는 그림책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아주 적절하다.
하지만 글자 없는 그림책을 처음 접해 본 아이는 당황하여 아무 말도 못할 수 있기에 사전 연습이 필요하다.  

공개 수업 때 사용할 그림책으로 연습을 하면 수업의 흥미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다른 그림책으로 연습을 한 번 해봤다.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너무 힘들어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야기 만들다가 시간이 다 갈 수도 있겠다 싶은데
금요일 즈음에 다른 그림책으로 한 번 더 연습해 보면 낫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연습용으로 선택한 그림책은
데이비드 위즈너의 "구름공항"이다.
 
평생에 한 번 타보기 힘든 칼데콧 상을 아너상 포함 5회(?)나 수상한 진짜 저력 있는 작가이다.
이 그림책은 정말 유명한 그림책이다.
수퍼남매도 어릴 때 이 그림책을  참 좋아해서 수십 번 함께 봤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수업 연습이다 생각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니
간과했던 것이 너무 많았다.
새롭게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게 있다.
이게 바로 그림책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니 말이다.
 
구름은 아이의 상상을 자극하는 좋은 소재이다.
데이비드 위즈너는 이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일부러 안개가 아주 많이 낀 날을 택하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갔다고 한다.
결국 홀로 빌딩을 독차지했단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단체 견학을 온 소년이
꼬마 구름과 조우하여 구름 공항에 가게 된다.
구름 공항에서는 각 지역에 보내질 구름을 만들어 보내는 곳인데
소년은 거기서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아주 창의적인 물고기 구름을 도안해 준다.
그냥저냥한 구름 모양에 식상해 있던
구름들은 소년이 도안한 물고기 구름이 마냥 좋아 신이 나지만
관리자들은 질서를 어지럽힌 소년을 추방시킨다.
기존 질서를 지키려는 어른의 모습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아이의 모습이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아이가 도안해준 창의적인 물고기 모양 구름이 
뉴욕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은 정말 신비롭다.
 
구름 모자, 구름 의자, 구름 택시, 구름 침대의 느낌은 과연 어떨까!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듯하다.
 
삶에 지쳐 있다면
데이비드 위즈너가 안내하는 "구름 공항"으로 여행을 떠나보시라 권하고 싶다.
어떤 모양의 구름을 만들지 벌써 설레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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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4-02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업에서 활용할 그림책은 무엇일까요?

수퍼남매맘 2015-04-07 11:43   좋아요 0 | URL
2014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인 <머나먼 여행>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참 좋아했어요.

2015-04-03 0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5-04-07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예상해본 책! ^^ 수고 많으셨죠?

수퍼남매맘 2015-04-07 14:08   좋아요 0 | URL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공개수업 하기 좋더라구요.
오늘까지 피곤하네요.
 
갈색 아침
프랑크 파블로프 글, 레오니트 시멜코프 그림,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휴먼어린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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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때가 되면 "투표합시다. 자신의 소중한 표를 꼭 행사합시다" 등의 투표를 독려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선거의 결과야 물론 투표를 한 자던, 안 한 자던 공평하게 모두에게 돌아오지만 말이다. "갈색 아침" 이란 그림책을 보면서 선거 때 이 책을 가족이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그림책은 1998년 출간되었으나 2002년 프랑스 대통령 결선 투표 당시 모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청취자에게 소개하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장 마리 르펜이라는 이름을 아는지 모르겠다. 프랑스의 유명한 극우파에다 인종차별주의자다. 그 때, 장 마리 르펜은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대통령 결선 투표에 나가는 후보를 고르는 1차 투표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장 마리 르펜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커다란 지지율로 결선 투표에 나가게 된 것이다. 프랑스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고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주장인 지네딘 지단은 행여나 르펜이 대통령이 된다면 다시는 프랑스의 국가 대표로 뛰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했다. 그런 상황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이 책을 소개한 것이다.  " 국가 권력의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인 상황에 부딪힌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우화"인 이 그림책을 말이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침묵으로 방관해서는 안되며 원하는 사회의 모습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자는 의미로 소개한 것이다. 방송이 나간 후에 이 그림책은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프랑스 언론은 '갈색 아침 현상'이라 이름 붙였다. 결국 장 마리 르펜이 결선 투표에서 패배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이 모든 사실은 그림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정치적 위기의 상황에서 한 권의 그림책이 그런 파급력을 가지고 옳은 길로 인도할 수 있다니 놀랍다. 건강한 사회일 수록 옳은 것을 외치는 작은 목소리도 소중히 여기고 귀기울인다고 하더니 아직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프랑스가 참 부럽기도 하다. 혹시 왜 하필이면 '갈색'일까 궁금할지도모르겠다. '갈색'은 유럽인들에게 '나치를 상징한다고 한다. 어쩐지 그림책을 보노라니 나치 독재 정부가 자꾸 연상되더라. 그런데 그림책에는 알파벳 하나가 계속 등장한다. 하지만 그건 나치를 뜻하는 'N'도 아니고 갈색을 뜻하는 '브라운'의 'B'도 아니다. 반복해서 나오는 알파벳은 바로 'K'다. 얼른 생각하면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왜 'K'가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일까? 혹시 그림책을 보다 나처럼 궁금한 분을 위해 미리 알려드린다. 알고보니 갈색을 러시아어로는 'korichneviy'라고 한단다. 바로 거기서 따온 첫 글자였다.


 혹시 도대체 어떤 이야기였길래 '갈색 아침 현상'마저 일으켰을까 궁금하실 분들이 계실 지도 모르겠다. 그 분들을위하여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소개한다면 이러하다.


 갑자기 갈색 고양이만 살려두고 나머지는 모두 없애라는 정부의 명령이 떨어진다.



 군인들은 독약이 든 고기를 고양이에 나눠주고 고양이들은 거리에 픽픽 쓰려진다. 정부가 갑자기 그런 법을 만든 이유를 굳이 해명하자면 고양이가 너무 많아졌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 보니 갈색 고양이가 도시에서 살기에 가장 알맞은 이유에서란다.



 '나'는 그 법령 때문에 사랑하는 검정색 고양이를 잃어야만 했다. 얼마 후, 갈색 개만 살려두라는 법이 제정되었다며 그 법 때문에 자신의 개를 안락사시켰다는 친구 샤를리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말에 사랑하는 고양이를 잃어야 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난다. '나'만 이렇게 이상하고 불안하고 두렵고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다. 샤를리를 비롯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 또한 갈색만을 허락하는 그 법에 차츰 순응해 간다. 정부는 갈색 고양이, 갈색 개에 이어 정부의 "갈색 법"을 비판한 "거리 일보"를 폐간시키고, 정부 비판을 하는 출판사를 하나둘 폐쇄시킨다. 언론 통제는 독재 정부가 거치는 필수 과정인 게 분명하다. 독재 정부는 국민의 비판할 권리, 알 권리를 모두 앗아간다.



 도시 전체는 이제 완전 갈색 뿐이다.

전혀 아름답지 않다.


 

  이제  대다수의 국민들은 "갈색 법"에 맞춰 산다. 갈색 개를 사들이고, 갈색 고양이를 기르고, 갈색 우유를 마시며, 말할 때마다 "갈색"을 넣으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살아간다. '나'도 처음에 가졌던 불안감을 애써 떨쳐 버리려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주문을 건다.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는 방향대로 순순히 따르기만 한다면, 언제까지나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과연 그 주문대로 '나'는 평안히 일상을 누릴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나'의 소망과 믿음은 하루아침에 박살나고 만다.



 갑자기 군인들이 전에 기르던 고양이 색깔을 문제 삼으며 갈색이 아닌 동물을 길렀던 사람을 마구 잡아가기 시작한 거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 시키는 대로 순응하며 살면 아무 문제 없을 거라는 '나'의 생각은 완전 빗나갔다. 이웃은 '나'가 예전에 검정색 고양이를 길렀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이웃이 고발하면 잡혀갈 수밖에 없다. '나'는 몰래 아파트를 빠져 나와 거리로 나온다.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우리가 어리석었어요. 그들이 처음 갈색 법을 만들었을 때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눈치 챘어야 해요.

우리 모두 아무 말도 못하고 법을 따르기만 했어요.

그때 그들에게 맞서야 했어요.

하지만 어떻게요? 모든 것이 이렇게 빨리 움직이고 있는데...

해야 할 일도 많고, 걱정거리도 산더미 같은데...

나만 침묵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조용히 살겠다고 그저 보기만 하고 있잖아요.

안 그래요?"


'나'의 절규가 정말 생생하게 들려온다.

우리 모두가 저지르는 어리석음이기도 하고, 후회이기도 하며, 책임 전가이기도 하다. 갈색 법을 처음 만들었을 때 서로 눈치만 보지 말고 다같이 힘을 합쳐 정부에 저항하였다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

결국 침묵하는 자는 고스란히 그 댓가를 받게 되어 있다.


 그림책도 멋졌지만 역사 의식, 사회 의식이 투철한 박상률 작가의 추천사 또한 정말 훌륭하다. 

옮겨 적고 싶은 좋은 말이 많이 있어 2-3번 반복해서 읽었다.

"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일상이라고 합니다. 일상을 누리는 것이 곧 평화이니까요" 말로 추천사를 시작한다. 내가 좋아하는 니묄러의 시도 인용하고 있다.

" 나치가 유대인을 잡아갈 때/ 나는 유대인이 아니어서 모른 체했고 

나치가 가톨릭을 박해할 때/ 나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서 모른 체했고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가둘 때/ 나는 당원이 아니어서 모른 체했고

나치가 노동종합원을 잡아갈 때/ 나는 조합원이 아니어서 모른 체했지

그들이 막상 내 집 문 앞에 들이닥쳤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주는 사람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도 선거 무렵이었던 듯하다. 투표를 독려하는 사람이 이 시를 인용하여 결코 침묵하지 말자고 하던 기억이 난다. 처음 읽었을 때 그 강한 찔림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적어도 부조리에 침묵하며 살지 말자 다짐했었다. 내 일, 내 가족뿐 아니라 좀더 시야를 확장하여 이웃, 사회, 나라, 지구촌 일에도 관심을 가지자 다짐했었다. 지금도 많이 역부족이나 침묵하는 자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 중 하나로 양심을 일깨워주는 좋은 책을 소개하고 알리는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추천사에 실린 내용 중 하나를 더 소개하고 리뷰를 마치려고 한다. 박상률 작가는 나치 주범이었던 "칼 아돌프 아이히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사람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 검색해서 사진을 찾아보고 정말 놀랐었다. 정말 순하게 생긴 이 사람이 유태인 학살의 주범이라니... 믿음이 투철하고 성실하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깨닫게 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 아이히만은 아주 평범하고 성실하기 짝이 없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무지막지한 학살의 주범이 되었을까요?

그는 아무 생각없이 조직의 명령에만 따랐습니다.

그가 한 번이라도 스스로 판단하여 '이건 아니야' 라고 말했다면 나치의 손발이 되지는 않았겠지요."


 때로는 침묵이 동조와 찬성의 의미로 해석되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림책에서도 다수의 침묵이 갈색 법에 동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정부는 점점 더 강력한 독재를 펼친다. 지금 우리의 침묵 또한 악법과 부조리에 찬성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흉악한 일에 이용될지 모를 일이다. 학교, 직장, 사회, 나라,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일에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니묄러의 시처럼 정작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아무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저항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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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1 0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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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1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