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시 학부모 공개 수업이 있었다.
날 잡은 듯이 아침부터 * 준이가 난리를 치고
아니 어쩌면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어 준이의 요구를 받아들여주지 못한 것인지도....
아이들도 엄마가 오신다고 하니 많이 들떠 있었다.
이래 가지고 수업 제대로 할려나 살짝 걱정이 들었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차분한 분위기에서 잘했다.
24명 모두 시를 낭송해야 해서 시간이 부족할 거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시간이 남아
여유 있게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이 수업은 프로젝트 수업(주제 수업)이었다.
"동시집을 온작품으로 읽고 공감하는 시를 낭송해 보자" 가 바로 주제이다.
4차시에 걸쳐 기획을 하였다.
1차시는 온작품 읽기
동시집을 온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5개의 작품을 선택하게 한다.
선택할 때는 포스트 잇을 붙이게 하였다.
2-3차시는 5개 작품 중에서 최종 작품을 선택하여 미술과 연계하여 시화로 그려보는 활동이다.
어제 미술 시간에 하였다.
우리 반 아이들은 미술이 강한 아이들이 많아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다.
4차시, 공개수업 마지막 차시로 시 낭송회를 하는 것이다.
먼저 모둠끼리 돌아가면서 자신이 시화로 그린 시를 낭송하고 그 시를 선택한 이유를 발표하게 하였다.
두번 째 활동은 한 사람씩 앞에 나와 자신이 공감한 시를 낭송하는 거였다.
이른 바 " 동시 낭송회"
이를 위하여 교탁보도 깔고 그 위에 장미가 꽂힌 화병도 올려놨다.
낭송회 분위기 물씬 풍기게.
24명 모두 발표해야 하는 여기서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는데
애들이 너무 빨리 읽어서 시간이 오히려 남았다. ㅋㅋㅋ
하여튼 수업은 항상 예측 불허이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 조금 속도 조절을 하였다.
마지막 활동은 우리 반 친구들이 가장 공감하는 시를 뽑아보는 활동을 해 봤다.
인기 투표?
아이들에게 친구들이 시를 낭송할 때 가장 공감하는 시를 3편 선택하라고 하였다.
나중에 투표한다고 말이다.
칠판 앞에 큰 전지를 붙이고
나눠준 붙임딱지 3개를 각자 붙이게 하였다.
비밀 투표 아니고 공개 투표?
여기서 나의 최대 실수가 벌어졌다.
한 아이의 이름이 빠지고 다른 아이의 이름이 두 번 들어간 거다.
어떤 똘똘이가 찾아낸 거다.
진심으로 아이와 엄마한테 공개 사과를 하였다.
" 어머니, 죄송해요. 제가 연식이 오래돼서 이런 실수를 했네요.
대신 아이한테 제가 읽은 동시집을 빌려줄게요. "
아이도 어머니도 속은 어쩔지 몰라도 이해한다고 해주셔서 다행이다.
어젯밤 꿈자리가 사납더니...
전임교 학교 전전 교장이 공개 수업 중인데 불쑥 전화를 걸어 막 화를 내면서
수업 흐름을 끊는 그런 내용의 꿈이었다.
그래서 오늘, * 준이가 공개 수업 중에 소란을 피울려나 잔뜩 긴장했는데
내 실수였다니...
모든 아이에게 발표 기회를 주는 것.
이게 학부모 대상 공개수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2번씩이나 전원 발표를 했으니 그것 또한 미션 완료!!!
아이들의 공감을 받은 세 편의 시가 공개(?) 투표로 뽑혔다.
두 편은 요즘 아이들의 엄마에 대한 불만 사항이 잘 나타난 시이고- 엄마들 뜨금했을 듯-
나머지 한 편은 저녁에 담벼락에 나타난 아빠와 나의 그림자를 재밌계 표현한 시다.
" 대가리" " 대갈님" 이라는 시어가 나와
애들이 정말 좋아했다.
즐거운 시
계절을 표현한 시
슬픈 시
환경을 걱정하는 시
말놀이 시 등등
다양한 시를 만나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2학기 동료장학 때는 동시를 쓰는 수업을 한 번 해보고 싶다.
이른 바 " 나도 시인!!!"
이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를 감상하다보면 나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나지 않을까.
빨리 좋은 동시집 구비해 놔야지.
지금은 영어 전담 시간이라서 모처럼 여유를 누리고 있다.
근데 너무 배고프다.
울 학교 급식 느~~무 맛없는데 그거라도 빨리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