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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왕
권재원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평점 :
아기자기한 그림이 담긴 「수집왕」은 뭔가를 모으는 일에 관한 책이다. 미니멀리즘, 버리기, 심플하게 살기가 유행인 시대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물건 모으기는 그리 환영받지 못할 행동으로 느껴진다. 그 모으는 물건이라는 것이 아이들의 눈에 소중한 것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몽실몽실 작은 아이들이 자기의 수집품을 소중히 안고 모였다. 이 아이들은 그럴 법한 물건부터 깜짝 놀랄 물건까지 다양한 수집 품목을 자랑한다. 그 품목들을 살펴보면 허물, 보물, 죄수수첩, 부엉이, 인형, 외계인, 일기장, 탐정, 머리카락, 훈장, 만화책 등이다.
곤충이 허물벗기를 하고 난 허물을 모을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마음에 안드는 친구들을 죄수에 빗대어 만든 죄수수첩은 어려운 친구관계를 어쩌지 못하는 아이의 불편한 마음이 귀엽게 표현되어 있다. 엄마가 어릴 적 일기장을 간직한 것을 보고 일기를 써서 모으는 아이, 자신을 부엉이에 투사하면서 어둠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는 아이, 친구들의 머리카락을 모으면서 우정을 간직하는 아이.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수집품에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내고 있었다.
돈이 되니까 모으는 물건, 남에게 자랑하려고 사들이는 물건이 아닌 자기만의 이야기와 정서가 담긴 아이들의 수집품을 보니 나도 어릴 적 뭔가를 모았었던 기억이 났다. 어디선가 얻게 된 낡은 옛날 엽전, 좋아하는 사람이 나온 신문 기사 스크랩, 바닷물이 씻기면 신비한 색으로 물들건 바닷가 돌맹이들이 그것이다.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지만 그걸 모은 서랍을 열어볼 때마다 물건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고 또 그 물건이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에 대한 상상을 펼쳤었다. 누구에게나 수집품은 이런 것일 게다. 추억을 소환하고 상상의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
아이들은 자기 수집품을 보듬으며 풍요로운 마음을 얻는다. 아기자기 알록달록한 물건들 사이로 난 상상의 오솔길을 걸으며 그 길 너머에 있는 더 큰 세계를 꿈꾼다. 이렇게 모은 수집품은 물건 이상이다. 모은 사람의 상상을 담은 특별한 세계가 될 것이다.
수집의 세계가 아이들에게만 한정된 건 아닐 테다. 상상과 추억을 담은 물건, 당신은 무엇을 수집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