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련서들과 함께 이번주 관심도서의 첫 머리에 오는 것은 철학서들이다. 특히 푸코의 <칸트의 인간학에 관하여>(문학과지성사, 2013)와 조광제의 <존재의 충만, 간극의 현존>(그린비, 2013)이 내가 염두에 둔 책이다. 분량이 사뭇 차이가 나긴 하지만(<존재의 충만>은 두 권 합계 1300쪽이 넘어간다) 각기 칸트의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과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에 대한 '서설'과 '강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없지도 않다.

 

 

<칸트의 인간학에 관하여>에 대해서는 역자가 일러두기에서 자세하게 소개해주고 있는데, <광기와 비이성. 고전주의 시대의 광기의 역사>라는 국가박사학위논문의 부논문으로 제출한 것이다. 칸트의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을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그에 대한 해설을 붙인 형태다. 그래서 원제목은 <칸트의 '인간학'에 대한 서설>이고 프랑스에서도 2008년에야 출간됐다고.

 

 

 

푸코가 번역한 칸트의 책은 국내에서도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울산대출판부, 1998)으로 번역됐었다. 지금은 절판됐는데, 나도 구입해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시 구하기는 어려운 책. 프랑스에서는 푸코의 번역과 서설이 같이 묶여서 출간됐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랬다면 더 좋을 뻔했다. 현재로선 '기기'도 없는 상태에서 매뉴얼을 읽어야 하는 형편이 됐으니까. 하는 수 없이 도서관에서 찾아보거나 영역본이라도 구하든가 해야 한다. 그나마 3대 비판서에 비하면 분량이 많지 않은 게 다행. 아무튼 '서설'이란 말에 이끌려서라도, 게다가 칸트와 푸코를 함께 읽는 '일거양득'을 위해서라도 '인덕후'('인문학 덕후(오타쿠)'를 일컫는 말이라고)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추천사에서 서동욱 교수는 이렇게 평했다.

이 책은 미셸 푸코가 철학적 문헌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 학자인지를 잘 알려준다. 공격 목표와 방식은 뚜렷하다. <말과 사물>에서 푸코는 인간 개념이 영속적이지 않다는 것, 바닷물이 밀려오면 녹아 없어지는 모래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상 깊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철학에서 누가 인간 개념을 수립하였는가? 바로 칸트이다. 칸트의 과업을 건드리지 않고는 인간 개념의 해체는 완성을 전망해볼 수 없는 사업인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칸트의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을 분해해나간다. 문헌학자답게 칸트의 방대한 저서들을 순 문헌학적 견지에서 접근하면서, 인간 개념이 얼마나 허약한 조형물인지 세세히 파고든다.

 

바로 그런 맥락에서 <칸트의 인간학에 관하여>는 푸코 서설로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과 사물>과 <광기의 역사>를 내처 읽어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여력이 있다면 서동욱 교수가 옮긴 들뢰즈의 <칸트의 비판철학>과 비교해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김현의 푸코 연구서 <시칠리아의 암소>를 이번에 전집판으로 다시 구입했다. 오래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어보고픈 생각에. 그런 '리리딩' 목록에 디디에 에리봉의 평전 <미셸 푸코, 1926-1984>(그린비, 2012)도 집어넣고. 작년에 다 못 읽은 <루이비통이 된 푸코?>(난장, 2012)도 거기에 더 얹고. 인생은 두 번 살지 못하지만, 책은 두 번 읽을 기회가 온다. 독서가 인생보다 맘에 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존재와 무> 강해'에 대해서도 한마디 붙인다. 책은 저자가 철학아카데미에서 2년 동안 진행한 강좌 '사르트르, <존재와 무> 강해'의 강연원고를 묶은 것인데, 교재로 사용한 번역본이 손우성 번역의 삼성출판사판이다. 나도 갖고 있는 책이지만 현재는 절판된 상태. 때문에 강해를 따라가려면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동서문화사판으로 읽어야 할 듯싶다. 개인적으로는 20대 시절에 해마다 읽어보겠다고 계획만 세우고 완독하지 못했던 책이 <존재와 무>였기 때문에(학부시절 사르트르는 영웅이었다) <강해>가 나온 김에 올해는 읽어봐야겠다는 의욕도 갖게 된다.   

 

 

 

저자가 서문에 적어놓은 바에 따르면 "그동안 사르트르 철학에 관한 연구가 미진했다." 다소 기이한 정도로 미진했는데, "국내의 철학계에서 나온 연구서로는 신오현 교수가 써서 1979년에 출간된 <자유와 비극: 사르트르의 인간존재론>(문학과지성사)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국내의 문학계에서는 변광배 선생이 쓴 <장 폴 사르트르: 시선과 타자>(살림출판사, 2004)와 <존재와 무: 자유를 향한 실존적 탐색>(살림출판사, 2005)이 비록 소책자의 형태이긴 하나 일정하게 철학적인 영역을 탐색한 것으로 나와 있다."(22족)

 

단행본으로 치자면 그렇지만, 엔솔로지도 몇 권 있고 또 박이문 선생의 많은 책들이 사르트르의 철학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걸 고려하면 좀 박한 평가다(박이문 선생은 자서전의 제목도 <사물의 언어>(민음사, 1989)라고 붙였다). 지금은 다 절판됐지만 <인식과 실존>(문학과지성사, 1982), <삶에의 태도>(문학과지성사, 1988) 등이 내가 사르트르 철학 '입문서'로도 읽은 책이다. <자유와 비극>은 기억에 저자의 학위논문이고, 학부 2학년 때인가 시립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기억이 있다. 박이문 선생의 책들을 한창 읽을 때였지만 역시나 어려운 책이었다. 지금은 사정이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참고로 사르트르의 국내 수용에 대해서는 <실존과 참여>(문학과지성사, 2012)를 참조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푸코와 칸트와 사르트르를 읽는 걸로 올해의 철학독서를 시작해봐도 좋겠다는 것. 그럴 여건이 만들어졌으니까...

 

13. 01. 12.

 

 

 

P.S. 혹 더 쉬운 책을 찾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이번주에 나온 책으로는 마이클 켈로그의 <철학의 세가지 질문>(지식의숲, 2012)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저자는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원해도 되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칸트의 세가지 질문을 소크라테스에서부터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대표적 철학자들에게 던진다. 평이하지만 얕지 않다. 새로운 스타일의 철학 입문서로도 읽힌다. 그리고 잭 보언(보웬)의 <철학의 13가지 질문>(다른, 2012). 청소년도 읽을 수 있는 철학소설로 전에 <드림위버>(다른, 2009)라고 나왔던 책이 장정을 바꿔서 재출간됐다. "<소피의 세계>보다 성숙하고 철학적인 책"이라고 박이문 교수가 평했다. 보웬의 책으로는 <범퍼스티커로 철학하기>(민음인, 2012)로 시작해도 좋겠다. "자동차 범퍼에 붙이는 스티커 속 짧은 문구에 집약된 의미를 생물.행동.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저명한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사상과 접목시켜 풀어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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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2021-07-30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 나이로 늦게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교재를 읽다가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가 읽을거리로 소개되어 급 알리딘에서 검색하다 로쟈님의 책소개를 읽었읍니다.철학입문서 소개는 물론이고 ‘책은 두 번 읽을 기회가 와서 인생보다 맘에 든다‘ 는 말씀이 맘에 콕 박히네요..후훗..활동이 자유롭지 않은 이 무더운 여름에 저도 읽을려고 쌓아두기만 했던 철학서적을 탐독할 생각입니다~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동양고전에 끌리는 경우가 가끔씩 있는데 몇년전에는 한비자였고 최근엔 손자다. 그건 원전 번역 때문이 아니라 유용한 해설서들 덕분인데, 손자에 대해선 리링의 강의 <전쟁은 속임수다>(글항아리, 2012)가 출간된 게 계기다. '강의'가 주어지면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되나 보다. 로드맵을 장착하고 길을 나서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아무튼 그런 게 나대로의 독서법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안 연후에 책을 읽는다는 것. 

 

 

손자병법에 이어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은 역시나 '밀리터리 클래식'에 해당하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이다. 여러 차례 번역본이 나왔고 수년 전엔 완역본도 출간됐지만(2009년) '밀리터리 매니아'는 아니기에 '남의 고전'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장서용으론 좋지만 아무래로 분량이 부담스러운 책.

 

 

하지만 이 <전쟁론>의 '전기'가 출간되니 마음이 또 움직인다(견서생심이다!). 휴 스트레이천의 <전쟁론 이펙트>(세종서적, 2013)가 그것인데, 짐작으론 최적의 가이드북이 아닐까 싶다. 완역본이 어렵다면 축약본이라도 구입해서 같이 읽어보고픈 마음이 생긴다.

 

 

영어본을 찾아보니 대략 아래 세권이 뜬다. 최근에 나온 책이어서인지 소트프카바가 하드카바의 책들보다 더 비싸지만, 단권이어서 3권짜리 한국어본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찾아보니 <전쟁론>도 1832-1834년에 초판이 나올 때 세 권짜리로 출간됐었다. 단권짜리 영어본은 합본인 셈이다(최초의 영역본은 1873년에 나왔다 한다).  

 

 

아무려나 <전쟁론>을 읽게 되면 부수적으로 예전에 읽다가 만 폴 비릴리오의 책들도 다시 손에 들지 모르겠다. <속도와 정치>, <전쟁과 영화> 같은 책들이다.

 

 

그렇게 항상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적당한 때 꼬리를 잘 자르는 것도 독서의 비결이다. 독서보다 어려운 건 책을 안 읽는 것이다...

 

13. 0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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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서양문학/문화를 읽으려면 기본적인 지식과 이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다. 복잡한 혈족관계를 갖는 너무 방대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또 이들이 벌이는 사건들 또한 부지기수다. 이걸 일일이 머릿속에 담아둘 수는 없으니 적당한 규모의 사전이 필요한데, 독일의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전문가가 쓴 책이 마침 출간됐다. 게르하르트 핑크의 <후Who>(예경, 2012).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이란 부제가 아니라면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책이고 표지 또한 그렇다.  

 

 

흠, 개인적인 취향에는 최악에 가까운데, 원서의 표지는 어떤지 찾아봤다.

 

 

보기엔 멀쩡하지 않은가. 미술전문 출판사라 이런 그림이 이골이 나서 일부러 피하려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독자에겐 좀더 친절한 표지가 좋았겠다. 추천사를 쓴 신화연구가 김원익 박사에 따르면 저자인 핑크는 "독일의 교육전문 출판사 테슬로프에서 출간되어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부 이상이나 팔린 백과사전 시리즈 '무엇이 왜 어떻게(Was ist was)'의 <고대 그리스인>과 알기 쉽게 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저자이기도 하다." 곧 독일에서는 꽤 통하는 저자라는 얘기다.

 

 

 

그리스 신화의 애독자라면 이 '인물사전'을 피에르 그리말의 <그리스 로마 신화사전>(열린책들, 2003) 옆에 나란히 꽂아둠직하다. 같은 종류의 책으론 M. 그랜트의 <그리스 로마 신화사전>(범우사, 1993)이 출간된 적이 있지만 현재는 절판됐다. 국내에선 이윤기 선생의 책이 가장 많이 읽히지만 그리스 신화의 원조는 토마스 불핀치인데(나도 불핀치의 책으로 읽었다. 삼중당문고였던 듯싶다) 어느 것이 믿을 만한 완역본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신화 속에서 길을 헤매거나 갈피를 잡기 어려울 때 신화 사전들의 도움을 받아보시길. 사전만큼 유익한 독서의 길잡이도 드문 법이니까...

 

13. 0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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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전 막간 페이퍼를 쓴다. 제목은 두 권의 책에서 가져왔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이순, 2012)와 모리스 블랑쇼의 <카오스의 글쓰기>(그린비, 2012). 비슷한 시기에 출간돼 나란히 언급하게 됐는데, 그렇지 않더라도 바르트와 블랑쇼는 프랑스 현대비평의 대가들이기에 자주 같이 묶인다.

 

 

어제 다시 주문한(알라딘에서는 품절이어서 교보로 주문했다) <프랑스비평사>(문학과지성사, 1991)의 저자 김현도 프랑스 현대비평의 네 성좌로 ’사르트르-바슐라르-바르트-블랑쇼’를 지목했다. 이들이 말하자면 4인방이다(얼핏 김현을 포함해 '문지'를 지탱했던 비평가 4인방이 생각난다). 사르트르와 바슐라르의 책도 적잖게 나와 있지만, 바르트와 블랑쇼는 '선집'이 나왔거나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채롭다. 작가 선집도 드문 형편에서 '비평가 선집'이 나올 정도니까 어지간한 작가들을 넘어선다고 할까. 아니 이들이 '작가'이다, 혹은 '정전 비평가'이다.

 

 

아직 책들을 다 읽지 않았으니 인사치레만 적자면, <애도일기>는 어머니 죽음을 애도하는 바르트의 일기다. 어머니와 그의 관계에 대해서는 <카메라 루시다>로도 번역된 바 있는 <밝은 방>(동문선, 2006)을 참고할 수 있다. 개인적으론 바르트 입문에 계기가 된 책이 <카메라 루시다>였다. <사랑의 단상>과 <텍스트의 즐거움> 등이 애독했던 책이고.

 

 

이후엔 '바르트의 모든 책'이라고 마음 먹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서로 갖추는 데 좀 소홀하긴 했다. 생각해보니 <작은 사건들>(동문선, 2003),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가>(동문선, 2004), <중립>(동문선, 2004) 등이 구입하지 않은 책이다(그사이에 절판된 책들도 있군). 2004년엔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입할 수 없었기도 하지만 귀국한 이후에도 따로 챙기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 문학이론서들을 다시 점검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서 목록을 작성해보고 있는데, 바르트 항목의 책들도 다시 정비해봐야겠다.   

 

 

<카오스의 글쓰기>는 11권으로 예정돼 있는 '블랑쇼 선집' 가운데 여섯 번째로 나온 책이다. 이제 반환점을 돈 셈이고 앞으로 5권이 더 나올 예정이다. 짐작엔 거의 다 구입한 듯싶다. 예전에 나온 대표작 <도래할 책>(<미래의 책>으로 나왔었다)과 <문학의 공간>도 다시 구입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카오스의 글쓰기>라고 제목이 붙어서 좀 생소하긴 했는데, 보통 연보에서 <재난의 글쓰기>라고 번역되던 책이다. '재난'이라고 옮기던 'desastre'를 왜 '카오스'라고 옮길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선 역자가 자세한 설명을 서두에 붙였다. 

 


똑같이 선집이 나오고 있는 벤야민의 경우 <카프카와 현대의 미로>가 미간인데 블랑쇼의 경우에도 목록에만 있고 <카프카에서 카프카로>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언제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독일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비평가들의 카프카론을 비교해가며 읽어볼 수 있을 듯하다. 기대를 모으는 '빅매치'다. 흠, 이런 책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좀 부족하다...

 

13. 0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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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제목만 보고 구입한 책 가운데 하나는 윌리엄 앨런 닐슨이 엮은 <열린 인문학 강의>(유유, 2012)다. 아, 부제도 보긴 했다. '전 세계 교양인이 100년간 읽어온 하버드 고전수업'. 하버드대학의 고전강의를 엮은 책으로만 대충 짐작했는데, 어제 책을 펴보니 '하버드 고전수업'은 '하버드 클래식 강의' 혹은 '하버드 클래식 해설강의' 정도의 의미였다. 원제가 'Lectures on the Harvard Classics'이기 때문이고, 'Harvard Classics'은 일명 '5피트 책꽂이'로 불린 50권짜리 고전 선집을 가리킨다. 이 선집에 대해서는 크리스토퍼 베하의 <하버드 인문학 서재>(21세기북스, 2010)를 참고할 수 있다. 우리로 치면 <권장도서 해제집>(서울대출판부, 2005) 같은 성격의 책이라고 할까.

 

 

하버드 클래식의 기획자는 당시 40년간이나 총장을 지냈던 찰스 윌리엄 엘리엇이고, 이 클래식 해제의 책임 편집자가 영문과 교수였던 윌리엄 앨런 닐슨이다. 그리고 책이 출간된 게 1914년. '전 세계 교양인이 100년간 읽어온'이라고 할 때 '전 세계'란 말은 과장이지만 '100년간'은 맞는 말이다. 딱 100년전 책이니까. 역자 후기에는 이렇게 설명돼 있다.

 

<열린 인문학 강의>는 '하버드 고전'(Harvard Cassics)이라는 총서의 51번째 책을 번역한 것입니다. 51번째 책은 '하버드 고전' 50권을 완간하고 나서 고전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일종의 길잡이 역할을 하려고 기획된 강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인문학 분야의 강의를 번역하되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부분은 오랜 고민 끝에 덜어냈습니다.  

그러니까 완역은 아니고 인문학 관련 분야를 선별해서 옮겼다는 얘기다(완역한다면 물론 책이 훨씬 두꺼워질 것이다). 검색해보니 책의 전체 목차는 아래와 같고, 원문도 읽어볼 수 있다(http://www.bartleby.com/60/).

 

CONTENTS
Bibliographic Record
NEW YORK: P.F. COLLIER & SON COMPANY, 1909–14
NEW YORK: BARTLEBY.COM, 2001
 
Editors
Introductory Notes
 
History
  1. General Introduction, by Professor Robert Matteson Johnston
  2. Ancient History, by Professor William Scott Ferguson
  3. The Renaissance, by Professor Murray Anthony Potter
  4. The French Revolution, by Professor Robert Matteson Johnston
  5. The Territorial Development of the United States, by Professor Frederick Jackson Turner
 
Poetry
  1. General Introduction, by Carleton Noyes
  2. Homer and the Epic, by Professor Charles Burton Gulick
  3. Dante, by Professor Charles Hall Grandgent
  4. The Poems of John Milton, by Dr. Ernest Bernbaum
  5. The English Anthology, by Carleton Noyes
 
Natural Science
  1. General Introduction, by Professor Lawrence J. Henderson
  2. Astronomy, by Professor Lawrence J. Henderson
  3. Physics and Chemistry, by Professor Lawrence J. Henderson
  4. The Biological Sciences, by Professor Lawrence J. Henderson
  5. Kelvin on “Light” and “The Tides”, by Professor W. M. Davis
 
Philosophy
  1. General Introduction, by Professor Ralph Barton Perry
  2. Socrates, Plato, and the Roman Stoics, by Professor Charles Pomeroy Parker
  3. The Rise of Modern Philosophy, by Professor Ralph Barton Perry
  4. Introduction to Kant, by Professor Ralph Barton Perry
  5. Emerson, by Professor Chester Noyes Greenough
 
Biography
  1. General Introduction, by William Roscoe Thayer
  2. Plutarch, by Professor W. S. Ferguson
  3. Benvenuto Cellini, by Professor Chandler Rathfon Post
  4. Franklin and Woolman, by Professor Chester Noyes Greenough
  5. John Stuart Mill, by Professor O. M. W. Sprague
 
Prose Fiction
  1. General Introduction, by Professor W. A. Neilson
  2. Popular Prose Fiction, by Professor F. N. Robinson
  3. Malory, by Dr. G. H. Maynadier
  4. Cervantes, by Professor J. D. M. Ford
  5. Manzoni, by Professor J. D. M. Ford
 
Criticism and the Essay
  1. General Introduction, by Professor Bliss Perry
  2. What the Middle Ages Read, by Professor W. A. Neilson
  3. Theories of Poetry, by Professor Bliss Perry
  4. Æsthetic Criticism in Germany, by Professor W. G. Howard
  5. The Composition of a Criticism, by Dr. Ernest Bernbaum
 
Education
  1. General Introduction, by Professor H. W. Holmes
  2. Francis Bacon, by Dr. Ernest Bernbaum
  3. Locke and Milton, by Professor H. W. Holmes
  4. Carlyle and Newman, by Frank Wilson Cheney Hersey
  5. Huxley on Science and Culture, by Professor A. O. Norton
 
Political Science
  1. General Introduction, by Professor Thomas Nixon Carver
  2. Theories of Government in the Renaissance, by Professor O. M. W. Sprague
  3. Adam Smith and “The Wealth of Nations”, by Professor Charles J. Bullock
  4. The Growth of the American Constitution, by Professor W. B. Munro
  5. Law and Liberty, by Professor Roscoe Pound
 
Drama
  1. General Introduction, by Professor George Pierce Baker
  2. Greek Tragedy, by Professor Charles Burton Gulick
  3. The Elizabethan Drama, by Professor W. A. Neilson
  4. The Faust Legend, by Professor Kuno Francke
  5. Modern English Drama, by Dr. Ernest Bernbaum
 
Voyages and Travel
  1. General Introduction, by Professor R. B. Dixon
  2. Herodotus on Egypt, by Professor George H. Chase
  3. The Elizabethan Adventurers, by Professor W. A. Neilson
  4. The Era of Discovery, by Professor W. B. Munro
  5. Darwin’s Voyage of the Beagle, by Professor George Howard Parker
 
Religion
  1. General Introduction, by Professor R. B. Perry
  2. Buddhism, by Professor C. R. Lanman
  3. Confucianism, by Alfred Dwight Sheffield
  4. Greek Religion, by Professor Clifford Herschel Moore
  5. Pascal, by Professor C. H. C. Wright

 

정리해보자면 <열린 인문학 강의>의 더 적절한 제목은 <하버드 클래식 강의>라는 점. '100년 전' 책이라는 게 흠일 수 있지만, 당시 하버드대학 최강 교수진이 대거 참여한 강의라는 점, 인문학 분야를 선별한 번역이라는 점 등이다...

 

12.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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