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스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채로운 재능과 끼로 대중의 우상으로 군림하는 그들은 손짓 하나로도 팬들을 열광시키고, 필연적으로 큰 돈을 벌며, 선남선녀답게 많은 스캔들을 만들어낸다. 스타가 이루지 못할 것은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조금만 더 지나면 죽은 사람도 살릴지 모른다. 이러한 스타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보고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터.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은 스타를 꿈꾼다. 스타공화국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서일까, 최근 연예계 스타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왔다. <오버 더 레인보우>라는 제목으로 MBC에서 매주 수,목요일 밤 10시에 방영하는 16부작 미니시리즈이다. 예전에 모 유명 매니저가 연예 사업 중에서 가장 돈이 많이 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가요계라 한 적이 있다(음반 산업이 붕괴해버린 요즘은 아닐 수도 있지만). 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보다 많은 별이 운집해있는 가요계의 정상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의 드라마가 바로 <오버 더 레인보우>이다.


 모처럼 감각적이고 빠른 진짜 청춘 드라마가 나온 것 같다. 사실 내용은 간단하다. 가난한 고등학생 권혁주(지현우 분)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새끼건달로 일한다. 정식 조폭 데뷔를 앞두고 있는 어느 날, 뉴질랜드에서 스타의 꿈을 좇아 한국으로 온 정희수(김옥빈 분)와 만나게 되고 열정이 넘치는 그녀에게 반해 춤을 배우게 된다. 방황을 정리한 혁주는 희수와 사귀면서 백댄서(라고 쓰면 웬지 혼날 것 같다)로 일한다. 

 한편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 렉스(환희 분)는 우연히 희수를 보게 되고 반하게 된다.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희수를 출현시키는 렉스.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무뇌아 가수인줄만 알았던 렉스가 나름 생각도 깊고, 아픔도 있다는 사실을 안 희수는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주인공 4인방 중 마지막 인물인 렉스의 열혈 팬, 마상미(서지혜 분)는 공교롭게도 렉스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대신, 비루한 현실도 탈출하고 렉스와 더 가까워질 겸 그가 소속되어 있는 연예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간다.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군더더기 없고 속도감 있는 진행과 댄싱 장면이 보여주는 박진감(혁주가 소속되어 있는 댄싱 팀의 단장 팝핀현준의 춤은 정말 최고!)과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전개에 깊이 몰입하며 보게 된다. 각본을 쓴 홍진아, 홍자람 일명 홍자매는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며, 뻔한 상황에서 한두번의 비틀기를 주어 뒷이야기를 짐작할 수 없게끔 만드는 실력도 제법이다. 솔직히 대한민국의 시청자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초등학교 때부터 일주일에 십여 편의 드라마를 보며 단련된 사람들이다. 이제는 1회만 딱 보면, 이게 어떻게 되는 이야기며 어떻게 끝나고 누가 누구랑 되겠구나, 각이 딱 나온다. 그런데 <오버 더 레인보우>는 그게 안 된다. 벌써 7회까지 방영됐지만 여전히 이야기 전개는 안개 속이며, 애청자들의 관심 1호인 커플들이 어떻게 맺어질 것인가도 불투명하다.

 상미-혁주 / 렉스-희수 조합 혹은 그 반대의 경우가 와도 아무 문제가 없다. 어떤 쌍이 맺어질지 초미의 관심사이다. 개인적으로는 혁주-희수 / 상미-렉스의 조합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어떻게 끝맺음 될지는 작가만 아는 것이기에...딱히 드라마에 악역도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젊은 영혼들의 분투기이기 때문이다. 철지난 선악의 이분법이나, 고루한 교훈 타령, 천박하고 말초적인 재미에 머무르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다. 질주하는 청춘의 거친 숨결을 제대로 잡아낸 진짜 ’청춘 드라마’이다.



 

타이틀 롤을 맡은 지현우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기럭지가 넘 크고, 춤을 많이 춰본 적이 없는지 별로 태가 안 난다. 이 역할을 비가 맡았으면 어땠을까. 아마 대박이 터졌을 것이다. 비가 보여주는 반항적인 눈빛이나, 섹시함, 카리스마 등을 열심히 흉내내고 있는 걸로 보이는데, 아직 연기가 많이 서툴어 보인다(서지혜와 키스 신이 있어서 쓴 소리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진짜다). 다만 느낌 만은 제대로 살리고 있어, 시청하는데 불편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렉스 역의 환희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캐스팅인데 처음에는 생각 외로 잘 어울렸다. 아마 아이돌 가수 역할이라 실제 아이돌 가수 출신인 환희가 소화하기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평소 하던 대로 건방 좀 떨어주면 되지 않았을까(환희 팬들, 농담입니다 ^^)? 춤도 되고, 노래도 되기에 렉스 역에 크게 어색함은 없다만, 만들어진 아이돌용 기획 가수로서의 한계와 아픔을 드러내는 복잡한 연기를 요구받고 있는 중후반부에 와서는 확실히 내공이 딸리고 있다. 신인 배우라고 생각하고 아량 있게 넘어가 주자.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초반부의 몰입감은 꽤 좋아 요즘 환희가 나오면 무심코 ’렉스 나왔다’고 해 버린다.

 

    

 

 희수 역의 김옥빈이다. 얘가 일단 얼굴 부속물(눈, 코, 입)이 다 커서 시원시원하다. 현재로서는 이 드라마가 낳은 최고의 스타가 될 확률이 높다. 초반부 희수가 보여준 발랄함과 생기는 누구도 쉽사리 흉내 낼 수 없는 생짜 젊음의 그것이었다. 춤 연습도 많이 한 듯 댄스 장면마다 근사했다. 착하고 소탈하지만 성공과 꿈을 위해 결과적으로 혁주를 배신한 가장 변화무쌍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배신녀, 악녀에 머무르지도 않았다.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감정 이입을 불러 일으키는 성공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내가 작가라도 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이겠다. 공들인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 김옥빈에게 더 정도 많이 갈테고...작품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로 앞으로도 중심에 서서 드라마를 이끌 것이다.

 



 마상미 역에 미모가 특출난 서지혜이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열혈 팬이라 공정한 평가가 힘들다. 20대 초반의 배우군에서 가장 빼어난 연기자 중 하나임을 입증한 노국공주 역처럼 다면적인 캐릭터는 아니고, 전형적인 열혈 청춘 역이다. 캔디 형이라고나 할까.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고 밟혀도 꿈틀대는 뭐 그런 캐릭터. 역시 생기발랄하고, 귀엽다. 다만 출연 시간이 너무 짧다. 처음 2회까지는 나오지도 않았다. 이 드라마가 주연 4인방에 골고루 시선을 나누어주는 스타일이라 그러는 줄 알았는데, 진행될수록 계속 겉도는 느낌이다. 작가 홍자매가 희수-렉스-혁주의 삼각 관계에 더 큰 비중을 실었기 때문이다. 히로인인 서지혜가 밀렸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워낙 희수의 매력이 특출나(시청자 입장에서나, 쓰는 작가 입장에서나) 배역 운이 없다고 한탄할 수밖에...

 



 그래도 김밥 장면은 정말 좋았다. 늘 자신을 갈구는 혁주에게 왜 자신은 꿈을 꿀 수 없나며 눈물 짓는 장면이었는데 보면서 같이 눈물 흘리고 말았다. 하기야 나는 자동인형, 이미 지혜가 울면 나도 울고, 지혜가 웃으면 따라 웃는 상황까지 되어 버렸으니...

 



 한 가지 재미있었던 장면, 교통사고 보상 대신 프라이드 기획 연습생에 받아 달라는 마상미를 두고 사장과 부장의 대화. "얼굴은 수준 이하고, 춤은 일반인보다 못하다..." 춤이야 그렇다 치고, 이 얼굴이 수준 이하란 말이냐!

 

이상으로 대강의 소개를 마칠까 한다. 적당히 달콤하며, 때로는 쓰기도, 가끔은 눈물도 비치는 괜찮은 드라마이다. 아직도 9회나 방송분이 더 남았으니 지금부터 시작해도 무리가 없지 않을까? 작품성에 비해 7%초반이라는 시청률은 너무 가혹하다. <신돈>때부터 계속 시청률 실패라 우리 지혜 많이 의기소침해 할까봐 걱정된다. 절대로 유치하거나, 뻔한 드라마가 아니다. 기성 세대가 원하는 청춘 상이 아닌 진짜 살아 숨쉬는 청춘남녀가 등장해 약동하는 청춘의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멋진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너무도 귀여운 서지혜 양의 사진 두 장을 보너스로 감상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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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레스 2006-08-17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지혜에 대한 평가가 심하게 좋은데요? ㅎㅎ
지현우는 원래 록밴드(더 넛츠라는 밴드) 출신이라 춤이 약한 게 이해가 가고...
홍자매는 드라마 '반올림' 각본을 쓰면서도 많이 알려졌죠. 잘 쓰더라고요.
제가 이 드라마를 자주 보는 건 아닌데, 제다이님 글 보고 관심이 생겼습니다.
한 번 봐야지 -ㅅ-;

jedai2000 2006-08-18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홀홀...요즘 청률이(시청률)도 잘 안 나오는데 저라도 응원해줘야죠. 지금껏 살면서 수많은 여자 배우들의 명멸을 지켜보았지만 서지혜 만큼 어여쁜 처자는 보지 못했습니다. 단 하나 소박한 꿈이 있다면 한 번 사귀어 보고 싶다는 것...-_-;;

<오버 더 레인보우> 많이 사랑해주세요. ^^
 

근무중입니다. 그러나 지금 잡고 있는 책이 상상초월의 지루함으로 뭉쳐 있어 잠시 딴 짓을 합니다. ^^ 생각나는 작가를 닥치는 대로 쓴 다음, 한 두 단어로 떠오르는 느낌을 적는 거죠. 자세는 반쯤 누웠어요.ㅋㅋ

다카무라 카오루 - 바위

히가시노 게이고 - 스토리텔러

기리노 나쓰오 - 면도날

이사카 고타로 - 천재

심포 유이치 - 오또코(남자)

하세 세이슈 - 용광로

이시다 이라 - 평범함

텐도 아라타 - 타고난 작가

아카가와 지로 - 행운아

교고쿠 나츠히코 - 정신감정 요망 ^^

에도가와 람포 - 변태노인 -_-;;

미야베 미유키 - 따뜻함

시마다 소지 - 트릭메이커

아야쓰지 유키토 - 과대포장

우타노 쇼고 - 반칙왕 ^^

요코야마 히데오 - 페이지터너

모리무라 세이이치 - 증명하는 사람

하라 료 - 미스터 하드보일드

다카노 가즈아키 - 재주꾼

오사와 아리마사 - 마이다스의 손

마쓰모토 세이초 - 중후하다

요코미조 세이시 - 존 딕슨 카 워너비

기시 유스케 - 베스트 엔터테이너

니시무라 교따로 - 돈독 오름

오츠 이치 - 귀여운 자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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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6-08-1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도가와 란포=변태노인....(-_-)乃

하이드 2006-08-11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베 미유키 - 심퍼시 (동정심)
기리노 나쓰오 - 토, 화장실, 트레인스포팅
심포 유이치 - 번쩍 (스트로보 하나 봤다고 이러는거 아닙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 꽃미남
다카노 가즈아키 - 직사각형, 서류, 반듯함,
기시 유스케 - 무덤
아카가와 지로 - 농담, 만담꾼(썰렁한)
우타노 쇼고 - 벚꽃 ( 아,,, 단순해라;;)
에도가와 란포 - 검은 고양이 ( 역시 단순 -_-a)
교고쿠 나츠히코 - 다다미방, 먼지쌓인 폐허, 요괴, 반딧불

저는 요정도 ^^ 워낙 일본추리소설 읽은지 얼마 안되는지라




oldhand 2006-08-1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작품 뿐이었지만 다카기 아키미쓰가 존 딕슨카 워너비라고 느꼈었어요... ^^

물만두 2006-08-11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도가와 람포 - 변태노인 무척 공감합니다 ㅡㅡ;;;

jedai2000 2006-08-12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그렇죠. 그런데 변태노인이라도 그립습니다. 저, 변태성 충만한 그의 작품 좋아하는데..영 소개가 안 되네요...^^

jedai2000 2006-08-1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오, 히가시노 게이고의 외모에 푹 빠지셨군요. 굉장히 남자답게 잘 생긴 작가죠. ^^ 기리노 나쓰오는 영 취향에 안 맞으셨나 봅니다. 불쾌감이 꽤 강하셨던 것 같네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올드핸드님...그러셨군요. 저도 <문신살인사건>을 봤습니다. 사실 괴기 취향이나 밀실 트릭 등에서 딕슨 카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요. ^^

물만두님...그래도 변태노인 원츄~입니다. ^^

베쯔 2009-05-06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있습니다.
이 연상놀이, 참, 재미있어 보여서요. 저도 그렇게 한번 놀아볼까 합니다. ^^

jedai2000 2009-05-0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쯔님...지금 보니 참 유치한데요 ㅎㅎ 베쯔님이 하신 거 꼭 보러 가겠습니다 ^^
 



본격적으로 한여름에 접어드는 시기가 왔다. 개인적으로는 더위에 강해 뭐 그다지 걱정은 없다. 더구나 회사에 있으면 에어컨이 빵빵해 그리 덥지도 않다. 집에 올 때는 지하철에서 추울 정도로 냉방을 해주니 이거야 완전 더위는 물렀거라,다. 회사 윗분들께서 정말 고맙게도 나 집에서 더위에 건강 상하지 말고, 회사 나와서 시원하게 있으라고 휴가를 1일 밖에 안 주셨다. 눈물이 그냥 절로 난다. 이렇게 생각해주는 윗분들이 있으니 정말 일할 맛이 난다. 그런데 왜 눈물이 자꾸 나지...나 이러면 안 되는데...이제 안 울라고 했는데...T.T

 

하기야 일한 지 이제 반달 됐는데 휴가를 몇일씩 다녀오는 것도 우스운 노릇이고. 하루에 만족해야지 내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조직 사회의 부속품일 뿐인데...언제든지 대체가능한. (점점 시니컬해진다.) 아무튼 하루라도 최대한 보람되게 쓰려고 제현절 뒤에 붙여 4일 연휴를 만드는 등 생쇼를 하고 있다. 이제 어떻게 4일 연휴가 되긴 했는데 또 무엇을 할지가 문제다.

 

작년에도 3일내내 집에만 있었고, 별로 할 것도 없어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이리 빙글, 저리 빙글, 퍽퍽(뒹굴다 벽에 부딪쳤음). 이랬는데 올해도 재현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친구들을 모아놓고 휴가 계획을 짜고 있으려니 한 녀석이 말을 꺼낸다. 이 친구는 현재 평택 미군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미제앞잡이'다(우리끼리 놀리려고 하는 말이지 일체의 정치적 의미는 없다.본인 그런 거 무지 싫어한다). 암튼 인천 토박이 녀석이 평택가서 어지간히 심심했는지, 평택 자기네 자취방으로 놀러오라고 성화다.

 

황금같은 휴가를 냄새나는 친구 자취방에서 보내라고. 이건 정말 그리섬이 활약하는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이야기다. 그래도 그냥 거절하기 좀 미안해서, 거기 가야만 하는 이유를 대라고 시켰다. 논리적으로 말이다. 그러자 그 녀석이 한다는 말!

"야, 너 우리 집에 놀러오면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냉면하고 불고기."

"맨날 먹는 게 냉면하고 고긴데 뭘."

내가 시큰둥하자 어떻게든 꼬셔보겠다는 일념으로 녀석은 계속 주절댄다.

"야, 너 오면 내가 미군부대 '타코 벨'에서 타코 사다줄게. 너 타코가 어떤건지 알아? 너같은 애는 평생 가도 못 먹는거야. 평생."

 

평생, 평생...그 녀석이 보기에 내가 죽을 때까지 미국에 못 가볼 놈으로 보였나보다. 설마 죽을 때까지 그 잘난 타코 하나 못 먹어볼까. 지금이 70년대도 아니고, 마치 옛날 시골 초등학교에서 그나마 잘 사는 아이 하나가 파인애플을 들고와 자랑하며 '너는 평생 가도 이런 거 못 먹는다'하는 거랑 똑같지 않은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대명천지에 타코 하나 갖고...암튼 상처받았다.

 

그런데 정말 속상한 게 실제로 타코를 먹어보지 못했다. 이거 도대체 무슨 맛이야? 뭘로 어떻게 만들길래 이렇게들 난리인 것이야. 혹시 먹어보신 분들 있음 맛 좀 설명해주시길...그리고 혹시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가르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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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7-04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태원에 TACO 라는 타코집. ^^ 우리나라에 멕시칸레스토랑이 별로 없는 편이지요?

oldhand 2006-07-0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택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제다이 님의 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_-;;

jedai2000 2006-07-04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이태원에도 있었군요. 그런데 물어보니 다들 왜 먹는지 모르겠다고, 한국 사람 취향에는 별로일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네요. 그래도 궁금한데...나중에 함 먹어볼래요. ^^

올드핸드님...제대로 보셨습니다. 올 여름은 평택에서! -_-;;
 



아직 제목은 안 나왔지만, 요즘 작업하는 책은 교양과학 에세이류의 책이다. 오랫동안 독일에서 과학기자로 활동한 작가의 다양한 과학 상식과 현대 문명 비판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학창 시절 '제물포(제 때문에 물리 포기)'로 활동했고, 지금도 과학 이야기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고 있는 판국에, 상대성 이론, 물리학, 천문학, 심리학, 신경생리학 등의 온갖 잡학사전 같은 과학 이야기를 접하니 사실 정신이 좀 가출한 상태다. 그렇지만 작가가 알기 쉽게 일상 생활의 예를 사용해 조근조근 잘 설명하고 있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지간히는 이해하고 있다.

 

그중에서 소개드리고 싶은 것 두 가지가 있으니...그중 한 가지는 잠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현대인에게 있어 가장 부족한 건 '피로를 푸는 능력'이라고 한다. 지난 100년 사이에 우리의 수면 시간은 적정 시간인 9시간에서 7시간 30분으로 줄었다고 한다. 솔직히 7시간 반 자는 분도 몇 명이나 있나. 본인은 6시간이 약간 안 된다. 사정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잠을 많이 자는 건 사치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그 시간에 일을 해야 한단다. 가공할 효율 지상주의라 아니할 수 없다. 잠을 많이 자는 게 왜 사치인가, 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몸은 항상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당장 잠을 줄인다고 쓰러지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 댓가를 치룬다고 작가는 경고한다. 어느날 팍 쓰러진다거나 결국 자기 남은 생명을 깎아 먹는다는 거다. 충분한 수면으로 피로를 푸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생명체인 인간에게 있어 필수적인 일이다.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잠자는 시간을 통제할 수 없지만, 인간만은 그게 가능하다. 다시 말해 잠의 양, 자는 시간, 깨는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란다. 이것이 바로 비극의 씨앗인 셈이다. 잠을 통제하는 능력이 없다면 현대인의 만성 피로와 활력 부족, 건강 부진의 상당 부분이 개선되었을텐데 말이다.    

 

한마디로 건강을 생각하면 잠을 줄이는 건 결코 좋은 게 아닌 것. 그런 이유로 적정 시간인 9시간 정도는 자 줘야겠다고 생각했지만...나같은 경우는 9시간을 자려면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인 밤9시에 바로 자야 한다..-_-;;; 그나마 자는 시간이 아까워, 책읽고 웹서핑하고, 별짓을 다한다. 하루중 완벽하게 내 시간이라 할 수 있는 시간은 밤9시부터 밤12시까지 고작 3시간. 결국 책 한 페이지라도 더 읽으려면 잠을 줄일 수 밖에...우리 현대 직장인들 정말 너무 피곤하게 사는 것같다. 도대체 삶의 질이라는 건 어디로 갔을까? 건강까지 해쳐가며, 그 좋은 잠까지 버려가며 아둥바둥 살아봐야 끝이 다 좋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 이럴 때는 그냥 모든 걸 버리고 은거해버리고 싶다. 내가 좋은 곳도 봐뒀다. 전라남도 보성에 깊은 계곡이 있다. 작은 호수도 있고. 그곳에서 배를 띄우고 사랑하는 우리님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일평생을 사는 것이다.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그댈 위해 노래하겠소~" 맘 맞는 여자만 있으면 바로 은거 들어가련다. 사람들이 왜이리 사느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_-

 

다음 한 가지는 '체벌'에 관한 것이다. 책에 따르면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와 유태인을 도와준 선량한 독일인들을 조사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어렸을 때 부모에게 자주 맞고 자란 아이가 학살자로 컸다. 간단히 말해, 부모에게 자꾸 맞으면 이 아이는 새로운 것을 능동적으로 시도하지 못한다고 한다. 혹시 잘못되면 맞을까봐 두려워서 말이다. 그래서 아이는 점점 수동적으로 변해가고, 또 폭력을 당연시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남의 고통을 내 것처럼 생각하는 마음, 동정심, 순수함 등이 모두 사라지고 폭력에 찌든 괴물이 된다는 것이다. 항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유영철 같은 연쇄살인범도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사이코패스라는 것은 감정적으로 죄책감이나 고통 등을 느끼지 못하는 정신병이다. 보통 어렸을 때 체벌을 많이 당한 아이가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범죄가 아이 학대다. 솔직히 아이를 그닥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가 고통받는 걸 지켜볼 수는 없다. 태생적으로 그건 안 된다. 농담처럼 노상 말하지만 아이를 위한 좋은 동화도 꼭 쓰고 싶다. 아이는 사랑받아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오늘 당신의 아이에게 매를 들었다고 하자. 20년이 지난 후,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손자를 때리며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도 맞고 컸지만 아무 일이 없었어. 그러니까 이 아이도 괜찮아.' 당신과 당신의 아이는 이미 괴물이다. 괴물만이 죄책감 없이 사람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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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6-22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잠도둑들>이라는 책이 있었죠.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면서부터 인류는 잠을 뺏기기 시작했다라는 흥미로운 과학서였는데, 그거와 일맥상통한 이야기군요.

jedai2000 2006-06-22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도둑>이라...에디슨만 아니었어도 인간들이 밝은 대낮에만 일을 할 수 있었겠죠? 한 5시쯤 퇴근할 수 있었을텐데..-_-;; 확실히 직장을 다니면 사람이 쫀쫀해지는 게 집에 1분이라도 빨리 가려고 갖은 수를 다 쓰게 되네요. ^^
 

몇년 전부터 줄기차게 미스터리 소설만 읽은 관계로 필연적으로 책도 꽤 사서 모았는데 벌써 물경 천권에 육박한다. 새로 나오는 책들은 물론이지만 옛날에 나왔다가 절판된 책들도 꽤 모았는데 보통 온,오프라인 헌책방을 많이 이용했다. 대부분의 책들이 낡아빠지고 보기 불편하지만 그래도 소중한 나만의 보물이다. 그러나 이제 헌책방 헌터 생활을 마감하려 한다. 더이상 책을 놓을 공간도 부족하고, 또 절판된 책을 찾아 주말마다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발품 팔 시간도 이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생의 염원인 책 8권을 모으면 잠정적으로 헌책계를 떠나려 한다. 물론 가끔 귀한 보물이 나오면 또 구입하겠지만 예전처럼 강박적으로 집착하지는 않으려 한다. 자유추리나 일신추리, 문공사 미스터리 등의 고전 문고본들은 워낙에 희귀하니까 기대도 안하고 그나마 좀 구할 확률이 높은 작품들로 8편을 뽑았다.

 

1.

 

 

시공사의 시그마 북스 중 <Y의 비극>이다. 엘러리 퀸의 명작 20편을 담은 시그마 북스는 당시 상당히 혁신적인 기획이었지만 발간될 시기만 해도 추리소설이 지금처럼 붐을 일으킬 때가 아니어서인지 실패하고 말았다. 어렵게 어렵게 짝을 맞춰 이제 4권만 남겨 두었지만 잘 구해지지 않고 있다. 엘러리 퀸의 대표작인 이 작품을 구하지 못했는데, 다행히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본인의 에이전트로 활동하시는 분께서 어쩌면 구해주실수도 있다고 하니..^^

 

2.



역시 시공사 시그마 북스 중 <트럼프 살인사건>. 작품 자체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하고, 읽어본 결과 그저 그랬지만 시리즈의 짝을 맞춰 놓고 싶은 관계로 구하는 바이다. 유독 눈에 잘 안 띄는 작품이라 답답하다.

 

 3.

 




 시그마 엘러리 퀸의 <엘러리 퀸의 모험>이다. 단편집으로 상당히 재미있는 단편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시그마 넘버 19권으로 비교적 뒤에 출간된 작품인데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4.
 
 

  개인적으로 구하는 네 번째 시그마 <엘러리 퀸의 새로운 모험>. 역시 단편집으로 유명한 단편인 <신의 등불>과 다양한 스포츠 관련 미스터리 들이 실려 있다. 이것도 꽤 재미있는데 역시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5.

 



영국의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 콜린 덱스터의 <붉은 언더라인>이다. 그가 창조한 모스 경감은 거의 영국의 국민 탐정으로 셜록 홈즈의 인기를 능가한단다. 몇 편 읽어봤는데 개인적인 취향은 아니지만 상당히 재미있었다. 이 작품을 구하고 싶은 이유는 개인적으로 덱스터는 후기작보다 초기작이 더 낫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드스톡으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나 <사라진 소녀>같은 초기작이 <숲을 지나가는 길>이나 <옥스퍼드 운하 살인사건>보다 훨씬 재미있었기 때문에,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인 <붉은 언더라인>도 구하고 싶은 것이다.

 

 6.

 

 
 
 
 사노 요의 단편집 <완전 범죄 연구>. 이 단편집을 예전에 고등학교 때 읽어 보고 상당히 만족했던 적이 있다. 6개인가 실려 있는데 모두 수준급이었던 기억이 난다. 예전 기억을 믿고 꼭 구하고 싶은 작품인데 잘 안 보인다.
 
 
 
 7.
 
카렐 차페크 <단지 조금 이상한 사람들>. 이건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이다. 민음사라는 거대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이 이처럼 구하기 어렵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심지어 출판사에서 일할 때, 이 작품을 번역하신 분과 같이 일하면서도 구하지 못했다니 진정 비극이다. 미스터리를 떠나서 정말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꼭 구해야 할텐데...
 
 
8.
 
유라 사부로 <운명교향곡 살인사건>. 본격 추리소설이라길래 괜히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다. 막상 읽어보신 분들의 평은 그럭저럭인 것 같지만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 건 역시 미스터리 마니아의 어쩔 수 없는 병이리라...꼭 구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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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2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언더라인은 별로라고 하더군요. 아동틱하게 출판되었다구요. 그래도 저도 구하고 싶어요. 운명교향곡살인사건 저도 찾는 중인데 안보여요 ㅠ.ㅠ 나머지는 다 있답니다^^;;;

물만두 2006-05-22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지 조금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입니다~

상복의랑데뷰 2006-05-22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 언더라인은 소설은 좋은데, 번역이 엉성하죠. 모우스...

jedai2000 2006-05-22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 언더라인>은 모우스 경감이라는군요..^^ 번역이 아주 꽝이라던데, 해문 출판사에서 다시 내주면 정말 좋을텐데요. 그런데 워낙 해문출판사가 요즘 활동이 없어 다시 나오긴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찾는 여덟편 중에 6편이 있으시다니 타율이 높으시네요. ^^;; 아, 원제가 <단지 조금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이었군요. 잘 알겠습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6-05-2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문 내부 방침이 기존에 출간된 책은 나중에 내자인지라, <붉은 언더라인>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무리 봐도 해문의 출간순서도 영 이상하죠...옥스퍼드...가 제일 먼저 나온 것도 이상하고.

하이드 2006-05-22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문 출판순서는 미쳤어요.
전 콜린 덱스터 모스 경감 시리즈는 원서로 꽤 모아 놓은 편인데 ( 드라마도 재미있어요 )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는 별로던데, ^^

jedai2000 2006-05-2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복의 랑데뷰님...해문이 내부 방침은 잘 알겠는데, 어찌 그리 신간 소식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년에 한두권 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네요.

하이드님...출간 순서가 정말 최악이죠. 그런데 워낙 움직임이 없는걸로 봐서 출판사가 많이 어렵나 봅니다. 신간이 나올 생각을 안하네요. 전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는 작품 자체로는 별로였지만, 마지막 모스의 대사를 좋아합니다. 모스의 아픈 마음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대사들이라 괜히 좋아합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6-05-23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년에 네 권을 내고는 감감 무소식이죠 ㅋ

jedai2000 2006-05-24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기별로 한 권 꼴이네요. 출판사 사정이 굉장히 어렵나 봅니다. 전통의 추리소설 명가가 어쩌다 그리 됐는지 말예요.

메이즈리크 2006-06-0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렐 차페크의 작품 제목은 "단지 조금 이상한 사람들", "단지 조금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 둘 다 맞습니다. 처음 나올때 제목이 "단지 조금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이었고, 나중 나온 판본은 "단지 조금 이상한 사람들"로 바꿨지요. 훗, 저는 "이상해 보이는" 판본으로 갖고 있습니다.

jedai2000 2006-06-05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변이 늦었습니다. 죄송해요. 요즘 잘 안들어와서요. ^^
2판을 찍었나 봅니다. 그렇다면 제법 팔렸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런데 왜 이리 눈에 띄지 않는지 답답하네요. ^^

메이즈리크 2006-06-0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많이 팔린게 아니고, 처음 제목이 부자연 스러웠는지 바꾼것 같습니다. 민음사에서 다시 찍기를 기대할 수 밖에요...

jedai2000 2006-06-08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랬군요. 민음사에 계속 메일을 보내볼까요? ^^ 제 생각에 꽤 반응이 좋을 것 같은데 왜 안내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