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
알갱이 하나 흙 되어감자꽃 피우고오이열매 맺고
가닥 하나 실 되어봄옷 태어나고겨울옷 이루고
정갈한 손길은호미질쟁기질
차분한 손길은바느질뜨개질
감나무 새잎 하나 푸르다
어머니 털실 한 올 맑다
4345.5.8.불.ㅎㄲㅅㄱ
삶
흙과 짚과 나무로집을 지어아이와 어버이사랑으로 살고,
제비는나무 처마 한쪽손바닥 너비빈 자리에
작은 보금자리맑은 빛소리로 엮어따순 봄볕으로목숨 살찌운다.
들새 울고개구리 울고바람 울고후박꽃 울고
사람은 논에서 벼를밭에서 푸성귀를들과 메에서 풀과 열매를
소담스레 얻고즐겁게 나누고예쁘게 빚고고맙게 뿌리고.
4345.5.3.나무.ㅎㄲㅅㄱ
책
구름을 읽습니다자운영을 읽습니다씀바귀를 읽습니다할머니를 읽습니다아이 발가락 냄새를 읽습니다미역국을 읽습니다참새 노랫소리를 읽습니다빗길 달리는 시외버스 바퀴소리 읽습니다갯벌을 읽습니다김매기를 읽습니다감자밭을 읽습니다
나는동백꽃을후박꽃을모과꽃을감꽃을민들레꽃을옆지기 웃음꽃을아픈 벗 눈물꽃을천천히아로새기며읽습니다
책을 읽습니다
4345.5.1.불.ㅎㄲㅅㄱ
제비
흙으로 집을 짓고사이사이짚을 섞으며침으로 이겨아늑하고튼튼한 보금자리.
서로 아끼는 암수는곧알을 낳고새끼를 돌보며어엿한어른 제비로 키운다.
따스한 꽃과 봄날시원한 바람과 여름날어여쁜 열매와 가을날마음껏 누리고서어버이 제비아이 제비나란히 너른 바다 건너새 삶터로 떠난다.
겨울이 지나꽃내음 바람 따라바다 건너 실려오면어버이 제비아이 제비나란히 먼길 날아흙집 처마 밑오랜 보금자리로새로 깃든다.
밤
하나는 뒹굴다가내 등판에 팔꿈치 밀고,
하나는 몸부림치다가내 가슴팍에 머리 디밀고.
그러면 너희 아비는어찌 자야 좋을까.
이리 살짝 굴리니다시 뒹굴뒹굴이제 무릎으로 등판 찍고,
저리 살짝 옮기니새로 몸부림치다두 팔 쫙 펼친다.
그저모로 비스듬히 누워한 아이 배 토닥이고한 아이 머리 쓰다듬는다.
4345.4.25.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