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쫑

 


둘째 아이 돌떡
마을 집집
모두 돌며
두 손씩 드린다

 

해 떨어진
어둑어둑
조용한 저녁
할머니 세 분
우리 집 찾아와
돌떡 그냥 안 먹는다며
쌀이며 돈을 내미신다

 

할머니 한 분
허리가 너무 아파
일 좀 거들어 달라며
마늘밭
마늘 다 뽑고
마늘 다 묶은 뒤
짐차에 실을 때
들어 나르기만 거들어 달라
이야기한다

 

허리가 아프면
처음부터 다 아프실 텐데
마늘을 뽑을 때부터
불러 주셔요
저희는 아직 마늘뽑기
해 보지 않아
한 가지씩 몸으로 겪으며
배워야 해요

 

나는
마늘밭 마늘뽑기부터
아이들이랑 찬찬히
품앗이 하기를 꿈꾼다

 

마늘뽑기부터
품앗이 한다면
잘 자란 마늘들 가운데
마늘쫑 예쁘게 남은
서너 알
뿌리까지
예쁘게 건사해서
우리 집 마당에
옮겨심어
마늘꽃 아이들한테
구경시키도록 해 주십사
얘기할 수 있기를 빈다

 


4345.5.20.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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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19 10:01   좋아요 0 | URL
벌써 마늘을 뽑을철이로군요.
며칠전 친정엄마도 텃밭에 마늘을 뽑았으니 가져가라고 전화가 왔었는데..^^
마늘이랑 양파를 캤는데 작년만큼 재미가 없으시대요.
가뭄이 들어 감자도 알이 굵어질줄 모른다고 울상이시네요.
재미삼아 놀고 있는 밭을 일구시더니 완전 농사꾼이 다 되셨어요.^^
오늘은 비가 와 엄마 텃밭을 비롯해 농사꾼들 감자알이 더 굵어지길 바라봅니다.

헌데 둘째가 벌써 돌이었네요?
축하드려요.^^

숲노래 2012-06-19 14:14   좋아요 0 | URL
돌은 지난달에 지났어요 ^^;;;;

지난달에 돌과 얽힌 여러 가지 글을 쓰기도 했고요 ^^;;;

시 끝에 날짜를 보시면...

마늘뽑기도 이제 다 끝났고,
마늘은 다 말렸고,
집집마다 마늘도 다 팔았고...
그렇답니다~~~ ^^

BRINY 2012-06-19 11:34   좋아요 0 | URL
둘째 돌을 맞이하셨군요. 축하드려요.

숲노래 2012-06-19 14:13   좋아요 0 | URL
아...
시 끝에 적었듯이,
5월 20일에 쓴 시이니까,
돌도 이무렵이었고,
이제 돌 지난 지 한 달 즈음 되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호미

 


호미 쥐고
굽은 허리에
뒷짐걸음

 

흙 묻은 양말로
천천히 걷다가
찻길 건너며
슬쩍
뒤를 보고는

 

커다란 버스
달리는 줄 깨닫고
놀라
종종걸음

 

한숨 쉬다가
밭으로 가는
할머니

아이들 같다.

 


4345.5.18.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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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내가 심은
나무도 좋고

 

남이 심은
나무도 좋으며

 

사람이 안 심고
씨앗으로 퍼져

 

스스로 자라는
나무도 좋다.

 


4345.5.11.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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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사랑을
들려주고 싶어,

 

꿈을
노래하고 싶어,

 

이야기꽃
피우고 싶어,

 

삶을 어여삐
빛내면서
넋을 고요히
어깨동무하는,

 

내 작은 글
편지.

 


4345.5.1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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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봉래면 섬마을.

 

포스코에서
7조 원 들여
친환경 화력발전소
짓고
3525억
고흥군에 선물하고
432만 명
일자리 생긴단다.

 

2012년 1월
고흥군
흙일꾼 고기잡이
모두 더하면
7만 명 아슬아슬
425만 명은
어디에서 찾아올까.

 

작은 시골마을
전기 쓸 일 없으니
친환경 화력발전소
전기는
몽땅
높고 우람한 송전탑
세워
굵직하고 기나긴 전깃줄
이어
커다랗고 사람 북적이는
큰도시로 보내겠지.

 

시골 전기 쓰는
도시사람
시골 푸성귀 먹는
도시사람
시골 샘물 마시는
도시사람
시골 흙길 마실하는
도시사람
시골 어른 용돈 주는
도시사람.

 


4345.5.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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