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2

 


맛있다.
푸르다.

 

싱그럽다.
씩씩하다.

 

좋다.
맑다.

 

사랑스럽다.
믿음직하다.

 

풀은
푸른 목숨
푸르게 누리며
푸른 별에
푸른 사람들
풀빛으로 보듬는다.

 


4345.5.3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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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가 큰소리로 외치는 소리에
그만 달콤한 낮잠에서
확 깬다.
“아버지, 보라 똥 쌌어요!”

 

게슴츠레한 눈으로
아이들 있는 쪽을 좇고,
둘째 아이가
어디다 똥을 질렀는지 살핀다.

 

이불이나 책에는 안 누어
그나마 낫다고 여기며
둘째 아이를 허리춤에 끼듯 안고
씻는방으로 간다.

 

아이 바지를 벗긴다.
아이 웃도리에 똥이 묻었다.
기저귀에도 똥이 묻었다.

 

아이 등판부터 종아리까지
수북히 묻은 똥을
물로 씻으며 살살 닦는다.
아이는 좋아한다.

 

내가 너만 한 아이였을 적
내 어머니는
나를
어떻게 씻겼을까.

 

똥오줌 질펀하게 눈 둘째 아이
벗긴 채 마루에 데려다 놓고
똥빨래 석 점 꾹꾹 비벼
정갈히 마무리짓는다.

 

새 옷가지 꺼내 둘째를 입히고
한손에는 빨래한 옷가지
한손에는 둘째를 안고
마당으로 나온다.

 

둘째 아이 마당에 풀어놓으니
첫째 아이 마당으로 내려온다.

아이들 놀음놀이 바라보다가


젖은 빨래는 널고
마른 빨래는 걷어서 갠다.

 

들새 지저귀는 소리로
한낮이 후끈후끈 흐른다.

 


4345.5.31.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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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를 걸린다.
둘째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들길을 걸린다.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보다
키도 작고
손도 작고
머리도 작고
발도 작고
몸도 작다.

 

둘째 아이는
밥그릇도 작고
수저도 작고
옷도 작고
이불도 작고
입이며 눈이며
모두모두 작다.

 

작은 발로
작은 시골마을
작은 논둑길을
한 발짝 두 발짝
천천히 디딘다.

 

작은 발로
작은 몸 가누어
작은 목숨 곱게
작은 사랑으로
움직인다.

 

첫째 아이는
둘째 아이 앞에서
신나게 웃으면서
뛰고 달리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기운을 북돋운다.

 


4345.5.30.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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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 (딸기)

 


문을 닫은 지
열 몇 해
작은 시골
작은 초등학교

 

우람하게 자란
나무 밑
너른 그늘
새빨간 구슬송이

 

작은 손길에
톡 떨어지며
온 하늘 목숨
따숩게 스며든다.

 


4345.5.2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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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 사십 분
둘째 아이
끙 끙
소리 내며
일어나

 

잠들 무렵
옆에 누운
아버지
어디 갔나
찾는다

 

문턱
두 손으로 짚고
옆방에서
글 쓰는
아버지
빤히 바라본다

 

쉬 했니
촉촉한 기저귀 벗기고
폭신폭신 기저귀 대어
무릎에 누여
살살 토닥인다

 

삼십 분쯤 뒤
새근새근 잠든
둘째 아이
천천히 안고
천천히 일어서
옆에 방석 둘 깔고
살며시 눕힌다

 

내 웃도리 한 벌
둘째 몸 덮는다

 

아직 많이 작은 둘째
내 웃도리 한 벌로
넉넉히
이불 삼을 만하다

 


4345.5.22.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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