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활동 2023.7.31.



봄에는 꽃눈 튼다

여름에는 잎눈 연다

가을에는 하늘눈 넓고

겨울에는 눈꽃 춤춘다


그제는 들에서 달리고

어제는 숲에서 거닐고

오늘은 하늘을 날면서

이제 바다에서 헤엄을


숨통을 트며 시원해

숨길을 열어 새로워

숨빛을 널리 나누고

숨꽃을 함께 노래해


꿈을 그려서 펼친다

마음을 담아 해보고

생각을 심어 이루지

하나씩 실컷 언제나


ㅅㄴㄹ


몸을 움직일 적에 한자말로 ‘활동(活動)’이라 합니다. 그래서 들짐승이나 숲짐승을 한자말로 ‘동물’이라고 여기는데, 곰곰이 보면 풀과 나무도 움직입니다. 사람하고 다르게 움직여요. 새나 고양이하고 다르게 움직이지요. 뿌리가 뻗는 결도 움직임이에요. 줄기가 오르고 잎망울이 맺는 길도 움직임이지요. 꽃송이가 벌어지고 씨앗이 굵으며 열매가 익는 삶도 다 움직임입니다. 우리는 다 다른 숨결이기에, 다 다르게 움직여요. “목으로 잇는 숨”이라는 뜻에서 ‘목숨’인데, 풀과 나무한테는 ‘목’이 없되 줄기가 있어요. 사람한테는 팔다리가 있으면, 풀과 나무한테는 가지랑 잎이 있어요. 이 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숨붙이는 바람을 함께 마십니다. 해를 나란히 쬡니다. 비를 같이 맞이하고, 밤마다 별도 도란도란 올려다봐요. 마음에 어떤 숨빛을 담는지 돌아봅니다. 한 발짝을 떼거나 한 손을 펼 적마다 어떤 숨길을 잇는지 헤아립니다. 훨훨 날아가는 씨앗처럼, 팔랑팔랑 날아가는 새예요. 가만히 앉아서 푸르게 빛나는 들풀처럼, 가만히 누워서 새근새근 꿈으로 나아가는 우리 모두입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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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쇼핑 2024.4.18.나무.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아갈 아이라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울까? 서울곁에서 태어나 서울곁에서 지내는 아이라면 늘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울까? 서울을 닮아가는 고장에서 나고자라는 아이는 어떤 하루를 맞이하면서 배울까? 이제는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흙을 만질 일이 없는 사람이 있어. 풀벌레나 개구리를 볼 일이 없는 사람이 있어. 새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지 못 하거나, 별이 쏟아지는 밤은 어림조차 못 하는 사람이 있구나. 꼭지를 돌리면 나오는 물이 익숙하거나, 플라스틱에 담은 물만 마시는 사람이 있어. “돈을 벌고 쓰는 삶”은 있으나 “하루를 그려서 짓는 삶”은 보거나 배우거나 겪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네. 가지를 치지 않은 나무를 만난 일조차 없는 사람이라면, ‘사람’이란 무엇인지 다시 헤아릴 노릇이야. 살림길에 쓰려고 이모저모 살 수 있다지만, “사서 쓰고 버리는 하루”만 흐른다면, 어느 대목에서 ‘사람’일 수 있을까? 무엇을 팔아야만 먹고살 수 있거나, 무엇을 사야만 먹고살 수 있다면, “사고파는 삶” 어느 곳에 사람다운 빛이 흐르겠니? “아이하고 함께 살림을 짓는 사랑을 그려서 하루를 노래하고 기쁘게 맞이하는 삶”이 없거나 사라진 곳에서, 사람이라는 ‘탈’을 쓴 채 허우적거리는 듯하구나. ‘전기’가 툭 나가면, 돈도 쇼핑도 도시도 자동차도 아파트도 정치도 다 멈출 텐데, 넌 무엇을 배우고 물려주니? 삶이 참말로 있니? “시늉하는 삶”만 있지는 않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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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삐뚤거리는 2024.4.19.쇠.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은 누가 옆에서 치거나 떠들거나 뭘 해도 아예 안 느껴. “마음을 기울여서 스스로 하는 일과 놀이”에 오롯이 잠기지. 마음을 안 기울이는 사람은 누가 옆으로 스치거나 낮게 속삭여도 느낄 뿐 아니라, 아무 짓을 안 하더라도 자꾸 휘둘리고 휩쓸려. 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곳에서 글씨를 쓰기에 삐뚤거리지 않아. 책상맡에서 글씨를 쓰기에 반듯하지 않아. 모든 ‘글씨’는 ‘마음씨’란다. 모든 ‘말씨’도 ‘마음씨’이지. 마음을 사납게 쓰기에 말씨가 사나워. 마음을 감추면서 꾸미니까, “꾸민 말씨”가 드러나. 덜컹거리거나 흔들거리는 곳에 있든 말든 안 대수로워. 걸으면서 쓰거나, 서서 쓰더라도, 안 힘들지. “무엇을 쓴다”는 마음이기에 쓰고, “무엇을 쓴다”는 마음이 아니기에 못 쓰거나 아무렇게나 써. 어느 살림을 빚거나 다룰 적에도 같아. 스스로 ‘어떻게·얼마나·어떤’마음이 흐르는지 지켜볼 노릇이야. 무엇보다도 “사랑으로 쓰는 글씨”인지 헤아려 보렴. “사랑으로 짓는 밥”과 “사랑 없이 뚝딱거린 밥”은 달라. “사랑으로 지은 집”과 “사랑 잊은 채 올린 집”도 달라. 전쟁무기나 총칼에는 사랑이 없어. 꽃가루와 풀벌레노래와 둥지에는 사랑이 있지. 빗줄기와 햇볕과 바람에는 사랑이 뻗어. 겉보기로만 말끔하면 ‘겉글’인 ‘겉치레’야. 팔랑거리는 나비가 어떻게 사랑인지 바라보렴. 꼬물거리는 올챙이가 어떻게 사랑인지 살펴봐. 흐르는 구름은 어떻게 사랑일까. 새로 돋는 잎은 어떻게 사랑일는지 생각하렴. 네 손짓과 발걸음이 어떤 기운과 마음에 따라서 움직이는지 하나씩 짚어 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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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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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신문기자 2024.4.20.흙.



“발로 뛰어서 그곳에 있고, 눈을 움직여 고루 보고, 손을 놀려서 모두 찾고, 마음을 움직여 나란히 서는”, 이 네 가지를 바탕으로 일하는 글빛을 밝힐 적에 ‘신문기자’라고 했어. 그러나 이 같은 신문기자는 처음부터 적었고, 차츰 줄고, 거의 안 남았다고 여길 만해. “누구나 글로 담을 수 있는 길”이 늘면서, 엉성한 글꾼은 꽤 사라졌어. 그러나, 예나 이제나 “엉성하면서도 속이고 가리고 감추어 돈·이름을 얻는 글꾼”이 꽤 많아. 이들은 끼리끼리 글담을 쳐서 글힘을 부리려 하지. 글담꾼·글힘꾼은 “사람들 누구나 눈뜨고 깨어나고 일어나는 살림길”을 안 바라. 이들은 저희 글을 “사서 읽기만 하며 끌려다닐 독자”만 바라. 참다운 글꾼이라면 다르겠지. “사든 안 사든 읽든 안 읽든 스스로 눈뜨며 깨어나기를 바라는 씨앗”을 글에 담아서, 남한테 먼저 하라고 외치기보다는, 늘 스스로 새롭게 하는 사람일 테니까. 어버이가 차리는 밥이란, 아이가 즐겁게 먹고 누리기를 바라면서, 어버이로서도 스스로 기쁘게 누리는 밥이야. 함께 먹고 누릴 밥을 짓는 어버이야. 함께 쓰고 읽으면서 깨어나려는 길을 밝히기에 ‘글’이지. 별은 모두한테 별이고, 해는 모두한테 해이고, 바다는 모두한테 바다야. 나무가 몇몇한테만 나무일 수 없어. 비가 몇몇한테만 비이지 않겠지. 풀벌레가 모두한테 풀노래를 베푸는데, 귀를 안 기울이는 이들한테도 풀노래로 다가선단다. 아침마다 뜨는 해는 조금씩 흘러서 이웃한테 찾아가서 고르게 비추지. 살림도 글도 ‘해’ 같은 마음과 몸짓이기에 밝고 아름답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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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추운 날 2024.4.10.물.



“추운 날”이나 “더운 날”이나 “시원한 날”이나 “따뜻한 날”은 따로 없어. “흐르는 철”에 따라서 해바람이 다를 뿐이야. 해바람이 다르게 흐르는 길을 읽고 느끼면서 스스로 몸을 챙기고 차리고 맞추어서 지내면 돼. 살갗으로 스미는 해바람이 넉넉한지 모자란지 살피면서, 옷가지나 이불을 어떻게 추스르고, 집안을 어떻게 틔우거나 덥힐는지 헤아려야겠지. 너는 네 하루를 살아내게 마련이니, 네 살결을 살펴서 움직이면 돼. 남들이 무엇을 입거나 벗거나 챙기든, 네 알 바 아니지. 게다가 날씨는 네 마음을 따라서 움직이니까, 네가 어떤 마음인지부터 제대로 알 노릇이야. 한 사람이 바꾸는 날씨이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바꾸기도 하는 날씨야. 고이 흐르는 날씨이기도 하지만, 끝없이 춤추는 날씨이기도 하단다. 넌 하늘을 어떤 눈으로 보니? 넌 바람을 어떤 몸짓으로 맞이하니? 넌 해와 별을 어떤 마음으로 그리니? 모두 네가 나아가는 그대로 흐른단다. 매캐한 하늘도, 뿌연 하늘도, 세찬 바람도, 싱그러운 비도, 맑게 트는 하늘도, 쏟아지는 별도, 늘 네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안개가 들려주는 말을 들으렴. 벼락이 터지는 소리를 들어 봐. 꽃잎도 나뭇잎도 늘 너한테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준단다. 몸이 안 좋아서 추울까? 아니야. “추위를 머금으면서 살아날 빛”을 누려야 하니까 춥단다. “더위를 마시면서 살아날 빛”을 누려야 하니까 더워. 추위는 춥게 머금고, 더위는 덥게 마시면서, 몸이 깨어나고 마음이 살아. 기쁘게 맞아들여서 녹여 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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