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에 봄까지꽃은



  포근한 볕을 받으며 봄까지꽃이 깨어난다. 찬바람이 불면서 봄까지꽃이 오들오들 떤다. 찬바람하고 봄볕을 나란히 먹으면서 깨어나는 봄까지꽃이기는 하되, 찬바람만 오래 이어지면 그만 봄까지꽃 여린 잎이 시들시들 누렇게 바뀐다. 이러다가 찬바람이 누그러지고, 아니 철바람이 달라지는 날부터 시든 잎은 고요히 떨어지고 새롭게 푸른 잎이 돋는다. 조금 더 기운을 내고 기다리렴. 봄볕하고 봄바람이 너희 코앞까지 왔단다. 2016.2.29.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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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에 쑥이 돋으면



  새봄에 쑥이 돋으면 반갑게 바라본다. 며칠쯤 큼큼 냄새를 맡다가 어느 만큼 올라오면 “반갑구나. 올해에도 우리 몸이 되어 주렴. 올 한 해도 너희 푸른 숨결을 우리 마음으로 퍼뜨려 주렴.” 하고 고개 숙여 노래하면서 한 줌씩 뜯는다.


  쑥을 뜯는 손에는 쑥내음이 밴다. 쑥을 뜯어서 흙을 헹군 뒤에 국에 넣으면 국에 쑥내가 감돈다. 쑥국을 한 숟가락 뜨면 온몸으로 짜르르 쑥맛이 퍼진다. 쑥 한 줌은 얼마나 예쁜가. 냄새를 맡아도 국으로 끓여도 마냥 바라보기만 해도 새봄 새쑥은 더없이 사랑스럽다. 2016.2.28.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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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봉오리에 빗물



  겨울비가 내려서 동백꽃 봉오리에 맺힌다. 동백꽃은 겨울비가 차가울까, 포근할까. 날이 폭하기에 동백나무는 이 빗물이 차갑지 않고 포근하다고 느낄 테지. 단단히 웅크린 봉오리는 이 보드라우면서 포근한 빗물을 맞으면서 이제 곧 깨어나야겠구나 하고 기지개를 켤 테지. 겨우내 기나긴 꿈을 이제 활짝 펼쳐서 기쁘게 웃음꽃으로 거듭나야겠다고 생각하겠지. 나도 이 겨울비를 맞으면서 동백나무 앞에 선다. 2016.2.14.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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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겨울비랑 봄까지꽃



  늦겨울비가 이틀째 내린다. 이제 마당 둘레에는 푸릇푸릇한 기운이 새롭다. 다시금 봄이 오네. 새로운 한 해를 맑게 여는 봄바람이 살랑이네. 바야흐로 봄풀이 새싹을 틔우고 봄꽃으로 온 들이 가득하겠네. 곰밤부리보다 살짝 크지만 아기 손톱보다 훨씬 작은 보랏빛 꽃송이가 곳곳에 잔치를 벌이겠네. 비 한 방울이 떨어지면 꽃송이에 가득할 듯한 조그마한 봄까지꽃을 살그마니 들여다본다. 너는 참말 비 한 방울만 맞아도 아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겠구나. 2016.2.1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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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퀴덩굴이 돋는 늦겨울



  갈퀴덩굴이 돋는다. 우리 집 봄나물이 천천히 태어난다. 반가우면서 고맙다. 겨울을 떠나보내려 하는 늦겨울비가 내리면서 마을도 집도 온통 포근하다. 이 포근한 기운을 받아서 갈퀴덩굴은 한결 푸르게 돋겠지. 아직 찬바람이 다 가시지 않았기에 마알간 풀빛은 아니지만, 해가 차츰 높아지면서 마알간 풀빛으로 거듭나겠지. 귀여운 봄풀아 반가워. 고마워. 사랑해. 2016.2.13.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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