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똥은 똥그랗다 문학동네 동시집 10
문인수 지음, 수봉이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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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2.

노래책시렁 230


《염소 똥은 똥그랗다》

 문인수

 문학동네

 2010.2.8.



  어린이한테 읽힐 글은 어린이가 스스로 씩씩하게 서고 즐겁게 놀고 아름답게 꿈꾸는 사랑으로 나아가는 길을 밝히는 이야기일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한테 아무 글이나 읽힐 수 없고, 아무 그림이나 보일 수 없어요. 그런데 어느새 이 나라 배움책(교과서)조차 ‘캐릭터북’이 되고 맙니다. 배움책에 싣는 글마저 글담(문단 카르텔)으로 범벅이고요. 어린이는 아침에 배워도 저녁에 잊게 마련입니다. 어제 배운 이야기라면 까마득하고, 이레나 달포쯤 앞서 배운 이야기라면 좀처럼 못 떠올립니다. 어린이는 왜 자꾸 ‘잊는 듯’할까요? 어린이는 날마다 새롭게 보고 듣고 겪으면서 배우거든요. 좋거나 나쁘다는 울타리가 없이 모두 받아들여서 삶으로 녹이기에 어린이입니다. 《염소 똥은 똥그랗다》를 읽다가, 이런 ‘추억팔이’를 어린이한테 왜 읽히나 갸우뚱합니다. 어린이 곁에 서지 않기에, 어린이를 내려다보며 글을 꾸밉니다. 어린이 눈으로 온누리를 사랑하려는 길하고 멀기에, 어린이 마음에 빛씨앗으로 드리울 글을 모릅니다. 어린이는 ‘문학’이나 ‘동시’를 읽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마음’을 읽고 ‘꿈’을 읽어서 ‘사랑’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틀에 박은 ‘감성팔이’가 아닌, 스스로 일어서는 길을 그릴 노릇입니다.


ㅅㄴㄹ


구름은 산 너머 너머에서 온다

산속 가난한 마을을 뭉게뭉게 살펴보며

제 근심만 뭉게뭉게 잔뜩 더 부풀어

구름은 산 너머 너머에서 온다 (흰 구름은 뭉게뭉게 근심만 부푼다/22쪽)


목이 긴 우리 엄마,

이걸 두르면 참 잘 어울리겠다

꽃샘바람에 춥지 않겠다 (새 발자국 무늬 스카프/65쪽)


+


산속 가난한 마을을 뭉게뭉게 살펴보며

→ 멧골 가난한 마을을 뭉게뭉게 살펴보며

→ 가난한 멧마을을 뭉게뭉게 살펴보며

22쪽


이걸 두르면 참 잘 어울리겠다

→ 이 천 두르면 어울리겠다

→ 두르면 어울리겠다

6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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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편지 - 개정판 민음의 시 12
정호승 지음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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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0.18.

노래책시렁 370


《새벽편지》

 정호승

 민음사

 1987.9.30.



  우리가 오늘 펴는 말이란, 저마다 오늘을 바라보는 눈망울로 그리는 마음입니다. 좋은 마음이나 나쁜 마음이란 따로 없습니다. 사랑을 그리는 마음이 있고, 사랑이 없는 마음이 있어요. 꿈을 사랑으로 빚는 마음이 있고, 꿈이 아닌 헛바람을 사랑없이 만들려는 마음이 있지요. 사랑이라는 마음일 적에는 꾸미지 않고 치레하지 않고 덮어씌우지 않을 뿐 아니라, 구경하지 않습니다. 사랑이 없는 마음이니 꾸미고 치레하고 덮어씌우고 구경합니다. 사랑일 적에는 언제나 사랑 곁에 있는데, 이 사랑이란 풀꽃나무처럼 푸르게 노래하는 숲빛입니다. 그러니까 풀꽃나무도 숲빛도 없는 말잔치일 적에는 ‘사랑척’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새벽편지》를 읽으면 ‘새벽편지’란 이름으로 다르게 쓴 글이 여럿입니다. 적잖은 글마다 ‘나의·너의’처럼 일본말씨로 꾸밉니다. ‘분노의·새들의·자유의’ 같은 일본말씨도 잇달아요. 우리는 우리말로 이야기를 여미거나 글을 쓰기 어려울까요? 아니면, 사랑이 없는 마음이기에 자꾸 꾸미려 하다 보니 일본말씨나 옮김말씨가 끼어들고 말까요? 새벽에 맺는 이슬 한 방울은 풀꽃이며 나무를 살리고 숲짐승을 북돋웁니다. 새벽이슬을 닮은 빗방울은 온누리를 씻고 돌봐요. 글바치는 다들 어디에 있나요?



자유의 아름다움을 / 지키기 위하여 // 나의 별에는 피가 묻어 있다 (새벽편지/11쪽)


죽어서 사는 그대 꽃다운 죽음 앞에 / 별 한 송이 눈물의 꽃을 피운다 (弔花/21쪽)


+


《새벽편지》(정호승, 민음사, 1987)


자유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하여

→ 아름다운 날개를 지키고자

→ 홀가분한 아름다움을 지키려고

11쪽


나의 별에는 피가 묻어 있다

→ 우리 별에는 피가 묻었다

→ 이 별에는 피가 묻었다

11쪽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

→ 별도 냇물에 몸을 던졌다

13쪽


너의 죽음이 새가 된다면

→ 네 죽음이 새가 된다면

16쪽


별 한 송이 눈물의 꽃을 피운다

→ 별 한 송이 눈물꽃을 피운다

→ 별 한 송이 눈물로 꽃을 피운다

21쪽


분노의 눈물을 잊지 못하고

→ 불타는 눈물을 잊지 못하고

→ 북받친 눈물을 잊지 못하고

37쪽


새들의 새똥이 아름다운 봄날

→ 새똥이 아름다운 봄날

→ 새가 눈 똥이 아름다운 봄날

47쪽


가을 산길 위에 죽어 있다

→ 가을 멧길에 죽었다

54쪽


주여 저에게도 신을 주소서

→ 빛이여 저한테도 님을 주소서

→ 님이여 저한테도 빛을 주소서

87쪽


광야로부터 언제나 벗어날 수 있도록

→ 벌판에서 언제나 벗어날 수 있도록

→ 들판에서 언제나 벗어날 수 있도록

8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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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선 K-포엣 시리즈 1
고은 지음, 이상화.안선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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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0.14.

노래책시렁 320


《해금강》

 고은

 한길사

 1991.4.30.



  더럼짓으로 이름을 드날리기 앞서까지 ‘고은’ 글은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너무 겉치레에 허울이 짙다고 느꼈어요. 더럼짓이 불거진 뒤 하나둘 헌책집에 나오는 이녁 책을 삽니다. 누가 사주었기에 헌책집에 나올 텐데, 이런 늙은 꼰대가 쓴 글을 엮는 책마을 일꾼이 있으니 놀라울 뿐 아니라, 애써 사읽는 사람이 있어 더 놀랍습니다. 2023년 9월 10일에 〈더스쿠프〉가 “‘성추문’ 고은 시인에게 헌정문집 바친 문단 사람들”이란 글을 띄웠습니다. 이 글이 아니더라도, 숱한 ‘원로작가’와 ‘베스트셀러 작가’와 ‘오월광주 작가’와 ‘작가회의 글바치’ 들이 더럼짓 고은을 치켜세우고 감쌉니다. 《해금강》을 읽는 내내 ‘해금강’이 어디인지 몰랐습니다. 고흥하고 마녘 바다를 나란히 낀 이웃고을 거제 한켠이더군요. 고흥도 여수도 통영도 거제도, 해맑게 새파란 바다를 나란히 품으면서 하늘빛으로 살림을 짓습니다. 서울에서 보자면 ‘끝에서도 더 끝’인 두멧시골이되, 고흥·여수·통영·거제에서 보자면 서울처럼 매캐하고 시끄러운 데야말로 낭떠러지 같아요. 그리고 푸른별 눈으로 보자면 모든 마을은 한복판입니다. 글로 돈·이름·힘을 거머쥐기에 나쁘지 않아요. 눈먼 먹물꾼으로 뒹굴며 바보짓을 하니 딱할 뿐입니다.


ㅅㄴㄹ


지리산 세석평전 철쭉에 파묻혀버려 / 그 누구의 얼굴 하나하나 / 다 미래로구나 / 그것도 통 모르고 / 내 눈동자 그냥 눈부시다니 (세석평전/11쪽)


호사스러이 / 산비둘기 무우국에 / 소주 몇잔 / 이렇게 지리산 한쪽 바라보며 깨달은 바 // 이 나라의 정부보다 / 정녕 이 나라의 술집이 / 훨씬 거룩하구나 / 훨씬 거룩하구나 // 여기 떠나기 싫어 / 납작술집 문지방에 이마 찧어 아프게시리 (구례장터 술집에서/22쪽)


그 아이들은 일자무식으로 지옥이고 / 나는 만권의 책으로 지옥이다 // 이 세상을 니르바나라고 말하는 자 철딱서니 없어라 (글/3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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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눌린 기억을 펴다 시와문화 시집 56
박몽구 지음 / 시와문화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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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0.14.

노래책시렁 321


《어느날 극장을 나오며》

 박몽구

 한길사

 1991.10.5.



  삼십만이라는 사람들이 우글우글하던 예전에 전남 고흥에 봄판(극장)이 있었을까 모르겠는데, 고흥·강진·해남·보성·장흥·구례·곡성처럼 조그마한 시골에 봄판이 굳이 있을 까닭은 없습니다. 작은시골이라 봄판이 없어도 된다기보다, 들숲바다하고 풀꽃나무가 한 해 내내 새록새록 봄판입니다. 들도 숲도 바다도 없거나 매캐한 서울(도시)이기에, 풀도 꽃도 나무도 시들시들하고 부릉부릉 시끄러운 서울이니까, 그런 데에는 봄판이 많을밖에 없구나 싶습니다. 《어느날 극장을 나오며》에는 흙내음도 흙빛도 흐르지 않습니다. 서울내음하고 서울빛이 흐릅니다. 그러나 서울살이를 썩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를테면 “달콤한 양키 노래를 온 운동장에 마취제처럼 풀어놓아 관중석을 흐물흐물 만들어버렸다” 같은 대목이 줄잇습니다. 노래는 그저 노래일 뿐이고, 아름노래는 저놈(양키)이건 요놈(우리)이건 아름답습니다. 구지레한 노래는 요놈이건 저놈이건 구지레할 뿐입니다. 스스로 눈을 뜨면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골목꽃을 마주하는데, 우리 손으로 빈터에 나무씨앗을 심어서 사랑으로 돌볼 노릇이에요. 나무 한 그루가 우거지기까지 사랑을 쏟는 손길로 붓을 쥔다면, 누가 어디에서 무슨 글을 쓰든 푸르게 빛납니다. 풀꽃씨를 심으소서.


ㅅㄴㄹ


찔레꽃은 온몸을 기울인 향기를 자아내 / 천리를 떨어져 있어도 지척같이 만나고 / 강물은 열 갈래 백 갈래여도 / 저를 허물어뜨리며 내리는 빗방울로 만나는데 / 우리들은 한하늘에서 그리운 말 보낼 수 없구나 (깨알 같은 이름/19쪽)


어깨 겯고 통일 노래 부르려 해도 / 어디선가 온몸이 가시투성이인 알몸들이 불쑥 튀어나와 / 우리들을 물과 기름처럼 갈라놓고 / 달콤한 양키 노래를 온 운동장에 / 마취제처럼 풀어놓아 관중석을 흐물흐물 만들어버렸다 (까치밥/39쪽)


서울 부자에게 홀려 정든 땅을 등진 채 / 양로원 뜰에서 오지 않는 자식을 / 눈이 빠지게 기다리기나 하듯 / 머쓱하게 황금의 공터가 비좁게 어깨를 포개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로 온 돌부처/7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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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시작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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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0.14.

노래책시렁 288


《참된 시작》

 박노해

 창비

 1993.6.15.



  어린 날을 돌아보면, 둘레 어른들은 돌이한테 “참한 색시를 얻어야지.” 하고 읊조렸습니다. 이런 말을 가만히 듣다가 “사내도 참한 짝꿍이 되어야 하지 않아요?” 하고 대꾸했어요. 이런 대꾸가 건방지다고 여기면서도 ‘아이가 하는 말’이니 허허 웃는 할배가 많았습니다. 《참된 시작》을 모처럼 되읽었습니다. 푸른배움터 막바지, 이른바 ‘고3’에 이 꾸러미를 읽으며 ‘사람이 이렇게 바뀌기도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아니, 바뀌었다기보다 처음부터 이만 한 그릇이었겠지’ 하고 되새겼습니다. 이겨야 하거나 져야 하지 않는 길입니다. 때로는 싸움판에 설는지 모르나, ‘저놈을 때려잡거나 죽이려는 칼부림’을 할 까닭이 없어요. 왜 싸울까요? 스스로 구렁에 뛰어들어 밥벌이를 해야 하던 쳇바퀴를 허물려는 싸움입니다. 흙을 부칠 조각밭조차 없어 맨몸으로 부딪히면서 살림을 일으키려던 싸움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봐요. 수렁도 구렁도 쳇바퀴도 허물 노릇이지만, ‘아이돌보기’는 싸움으로는 못 합니다. 게다가 아이한테 싸움을 물려줄 까닭도 일도 없어요. 이긴 이도 진 이도 없습니다. 헛걸음도 첫걸음입니다. ‘참’이 왜 참인지 보아야 합니다. 참하고 참된 차오르는 빛을 보아야 비로소 사랑이고, 스스로 섭니다.


ㅅㄴㄹ


잿빛 하늘에선 까마귀떼가 체포조처럼 낙하하고 / 지친 육신에 가차없는 포승줄이 감기었다 / 그해 겨울, / 나의 시작은 나의 패배였다 (그해 겨울나무/14쪽)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 같은 적들을 없애지도 못하였다 / 겨우 쥐어짜듯 노동해방 외쳐온 내가 저 짐슴같은 자본의 손에 / 이렇게 짐승처럼 죽어가야 하는가 죽어야만 하는가 (나는 사람이 아닌 짐승을 죽였어요/80쪽)


집회장에 함께 나가 투쟁의 손을 내뻗으며 / 당당하게 새순처럼 일어서고 있다 / 일시 흩어지던 해고자 동지들도 / 다시 조적되어 일어서고 있다 (무너진 탑/108쪽)


+


《참된 시작》(박노해, 창비, 1993)


지친 육신에 가차없는 포승줄이 감기었다

→ 지친 몸에 마구 줄을 감았다

14쪽


나의 시작은 나의 패배였다

→ 첫걸음은 졌다

→ 처음부터 무너졌다

14쪽


집회장에 함께 나가 투쟁의 손을 내뻗으며

→ 모임터에 함께 나가 싸우는 손을 내뻗으며

108쪽


당당하게 새순처럼 일어서고 있다

→ 씩씩하게 새싹처럼 일어선다

《참된 시작》(박노해, 창비, 1993) 108쪽


다시 조적되어 일어서고 있다

→ 다시 뭉쳐서 일어선다

→ 다시 쌓아서 일어선다

→ 다시 겹겹이 일어선다

10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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