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유산가遊山歌

화란춘성하고 만화방창이라. 때 좋다 벗님네야 산천경개를 구경을 가세.

죽장망혜단표자로 천리강산 들어를 가니, 만산홍록들은 일년일도 다시 피어 춘색을 자랑노라.

색색이 붉었는데, 창송취죽은 창창울울한데 기화요초난만중에 꽃 속에 잠든 나비 자취 없이 날아난다.

유상앵비는 편편금이요, 화간접무는 분분설이라. 삼춘가절이 좋을씨고 도화만발점점홍이로구나.

어주축수애산춘이라던 무릉도원이 예 아니냐. 양류세지사사록하니 황산곡리당춘절에 연명오류가 예 아니냐.

제비는 물을 차고 기러기 무리져서 거지중천에 높이 떠 두 나래 훨씬 펴고 펄펄펄 백운간에 높이 떠서 천리강산 머나먼 길을 어이 갈꼬 슬피운다.

원산 첩첩 태산은 주춤하여 기암은 층층 장송은 낙락에 허리 구부러져 광풍에 흥을 겨워 우쭐우쭐 춤을 춘다.

층암절벽상의 폭포수는 콸콸 수정렴 드리운 듯 이골 물이 수루루루룩 저골 물이 솰솰 열의 열골 몰이 한데 합수하여 천방져 지방져 소쿠라져 펑퍼져 넌출지고 방울져 건너 병풍석으로 으르렁 콸콸 흐르는 물결이 은옥같이 흩어지니

소부 허유 문답하던 기산영수가 예 아니냐.

주곡제금은 천고절이요 적다정조는 일년풍이라. 일출낙조가 눈앞에 어려라(버려나니) 경개무궁 좋을시고.

*경기 12잡가 중 한 곡으로 봄을 맞아 구경하기를 권하고 봄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한다.

초록에 초록을 더하더니 어느사이 경계가 사라졌다. 어느 무엇이 더 돋보이는 시절보다야 눈요기 거리는 덜하지만 서로 품어 안아 너와 내가 구분 없는 이 시절이 더 귀한 것 아니던가. 봄도 끝자락으로 달려가는 이때, 마음씨 좋은 벗님들과 산천경개 어느 곳에서 만나지기를 빌어본다.

https://youtu.be/oPRAvjCFAjQ

매번 이춘희 명창의 유산가를 듣다가 이번엔 젊은 소리꾼 강효주의 소리로 듣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嗛 마음에 맞을 겹

우연히 한자 한자를 들여다 본다. 마음에 맞을 겹이다. 평소 주목하고 있는 '겹치다'에 닿아있어 그 의미를 헤아려 본다. 겹은 거듭하여 포개진 상태를 일컫는다. 겹쳐지려면 겸손함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서로가 통하여 겹에 이르러야 비로소 마음에 맞는다.

뜰에 핀 작약이 빛을 품었다. 화사한 꽃잎이 서로를 품으니 더 깊어진 색으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겹쳐지니 비로소 조화로움을 얻어 생기롭다.

겹쳐져야 비로소 깊어진다는 것을 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생살을 찟듯 묵은 둥치를 뚫고 움을 틔웠다. 가능성으로 출발한 꿈이 현실화 되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나무 둥치에 봄볕에 병아리 나들이 하듯 싹이 돋았다. 보아주지 않으면 있는지도 모를 자리다. 애초에 설 자리가 아닌듯 싶으나 그건 구경꾼의 심사에 지나지 않을뿐 싹은 사생결단의 단호함으로 이뤄낸 결과일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는 것이 봄 뿐이겠냐마는 더디기한 한 봄을 애써 기다린 이유가 있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꿈을 펼치느라 곱고도 강인한 싹을 내는 식물의 거룩한 몸짓을 본다. 일상을 사느라 내 무뎌진 생명의 기운도 봄이 키워가는 새 꿈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봄은 틈이며 숨이자 생명이다.

그 봄 안에 나와 당신이 함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나의 리듬을 붙잡기 위해서는 먼저 그 리듬에 붙잡혀야 한다. 그 리듬의 지속에 고스란히 몸을 내맡기고 되는 대로 내버려 두어야 한다."
-앙리 르페브르의 '리듬분석'에서

'멋'은 어떤 대상을 접했을 때 우리의 감정이 대상으로 이입되어, 그 대상과 더불어 움직이는 미적인 리듬이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멋'은 아름다움과는 별개의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것이라도 그것과 일체화해 움직이는 마음의 리듬이 생기지 않으면 멋있다고 할 수는 없다.
-황병기,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중에서

리듬은 음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개인의 감정도 이 리듬에 의지한다. 자신만의 리듬이 있어야 세상을 이루는 각각의 리듬과 어울릴 수 있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리듬으로 제 삶을 가꾸는 사람들이 '멋'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 각각이면서도 이 멋이 통하는 사람 관계는 억지를 부리지 않고 무리수가 생기지 않아 오랫동안 깊어지고 자연스럽게 어울어져 서로가 서로를 부르는 향기와도 같다.

남도소리의 시나위와 예인광대들의 음악인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산조散調의 그것과도 다르지 않다. 봄의 볕과 바람이 전하는 특유의 리듬에 주목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멋에서 베어나와 자연스럽게 번지는 향기에 이끌려 이 봄 당신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이와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간의 무게가
무겁고 어둡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하려는지 화사한 꽃을 피웠다. 나무 품에 들었던 이들이 다 떠난 빈 집일지라도 나무는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킨다. 발이 묶여서라기 보다는 겹으로 쌓아온 시간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 이해한다.

꽃그늘에서 나고 자란 이들의 마음에도 매년 같은 꽃을 피우겠지.

살구나무의 시간이 꽃으로 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