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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듬을 허락한 시간의 경과다. 젖어들고자 함은 이 시간이 쌓아온 수고로움을 바탕으로 받아들임인 것이다. 젖어듬으로 인해 둘은 하나로 이어져 비로소 붉은 꿈을 꾼다.

밤사이 이슬이 내려 꽃잎을 적시는 것은 이슬의 수고로움뿐 아니라 꽃잎의 노고 역시 함께한 결과다. 하여 영롱하게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꽃이 아름다운건 이렇게 교감하는 대상이 내게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꽃으로 핀다.

시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유되는 모든 것은 서로를 향한 열린 가슴이기에 가능했다. 그대와 나, 마음이 젖어들지 않고서 어찌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서로를 향한 감정과 의지가 향기로 담겨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음은 바로 그대 덕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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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가을걷이에 땀방울 흘리는 농부의 이마에 살랑거리는 바람까지 있어 더욱 여유롭다. 다소 더운듯도 하지만 이 귀한 볕이 있어 하늘은 더 푸르고 단풍은 더 곱고 석양은 더 붉으리라.

머리 위의 해가 나무 등치에 잠시 기대어 숨고르기를 한다. 푸른 하늘 품에 서둘러 나온 달이 환한 웃음을 채워가는 동안 해는 서산을 넘기 위해 꽃단장을 한다. 그러고도 남는 넉넉한 햇빛은 푸르고 깊은 밤을 밝혀줄 것은 달의 몫이다.

하루의 절반을 넘어선 햇살이 곱다. 그 볕으로 인해 지친 시간을 건너온 이들은 잠시 쉼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이처럼 계절이 건네는 풍요로움은 볕을 나눠가지는 모든 생명이 누리는 축복이다. 그 풍요로움 속에 그대도 나도 깃들어 있다.

노을도 그 노을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도 빛으로 오롯이 붉어질 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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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이 머문다.

날이 짧아지는가 싶더니 산중은 이미 깊은 가을이었다. 가을꽃을 대표하는 쑥부쟁이와 구절초도 이미 시들었다. 아침 저녁 옷깃을 여미도록 쌀쌀해진 날씨보다 빠르게 시간은 간다.

한주 사이에도 몰라보게 달라진 가을 숲의 모습에서 더딘 일상의 시간을 탓했던 어제를 돌아보게 된다.

오늘에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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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생각하고 기원하는 바가 쌓여갈수록 그 공간은 깊이와 넓이를 더해간다. 사무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가 도달하는 끝에 그리움이 있다.

그립다는 것은 쌓인 시간의 겹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감정이며 맑고 밝은 내일을 기약하는 의지다. 가슴에 품은 순간순간이 쌓여 변화를 가져온 결과가 다시 그리움으로 쌓여간다. 하여, 쌓인 그리움은 오늘을 살아갈 힘이다.

당신을 그리워함은 이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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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酒飮敎微醉後 미주음교미취후

好花看到半開時 호화간도반개시

좋은 술 마시고 은근히 취한 뒤

예쁜 꽃 보노라, 반쯤만 피었을 때

*중국 송나라의 학자 소옹邵雍이 읊은 시다. 은근함과 기다림에 주목한다.

햇살 품은 꽃봉우리가 곱게도 열린다. 꽃문을 열개하는 것이 빛일까 온도일까. 서툰듯 수줍게 속내를 보이지만 허투른 몸짓이 아니라는 듯 야무지다.

대개는 화양연화의 순간을 꿈꾸기에 만개한 꽃에 주목한다. 결과의 달콤함을 얻기 위해 서둘러 만개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하지만 알까. 피고 나면 지는 일만 남는다는 것을ᆢ.

이제는 안다.

꽃 피고 지는 모든 과정이 화양연화인 것을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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