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 (출간 40주년 기념 특별판)
윤흥길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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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은 제목이 왜 이러지 의야할 때도 있으나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 줄 때가 있습니다. 작품<완장>처럼 사물이 제목인 경우 사물의 쓰임새가 곧 주제를 암시해 주기도 합니다. 완장은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팔에 두르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는 곧 권력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소설의 배경은 전라북도의 한 마을 이곡리입니다. 주인공 임종술은 집안의 골칫거리로 나름대로 서울에서 장사도 좀 해 보고 사장님 소리도 들어 보았던 사람으로 시골 촌에서는 일을 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의 아내는 집을 나간지 오래되었고 딸 정옥은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홀어머니인 운암댁의 걱정이 큽니다.

 

농부로 시작해서 땅투기에 성공해 기업가로 변신한 최사장은 저수지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고 그 관리를 동네 건달 종술에게 맡깁니다. 적은 급료였지만 완장을 차게 해준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종술은 관리인으로 취직을 하게 되는데...

 

종술은 왜 완장에 자존심 까지 버리고 맥을 못출까요? 그는 완장에 한이 맺힘 사람이었습니다. 예전에 동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할 때, 그가 두려워했던 사람들은 모두 완장을 차고 있었습니다. 경비나 방법대원들을 보면 꼭 완장을 차고 있었습니다. 훨씬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초등학교 때에도 완장은 그에게 멀고도 두려운 것이었습니다. 종술에게 완장은 곧 권력이었고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노란 바탕에 파란 글씨가 새겨진 감시원 완장, 그 서푼어치의 권력을 찬 종술은 낚시질을 하는 도시의 남녀들에게 기합을 주기도 하고 고기를 잡던 초등학교 동창 부자를 폭행하기도 한다. 완장의 힘에 빠진 종술은 면소재지가 있는 읍내에 나갈 때도 완장을 두르고 활보합니다.

 

참으로 놀라운 이해의 순간이었다. 애비라는 말의 끝없는 되풀이가 그의 칠칠치 못한 두뇌로부터 감작스레 어리석음을 몰아냄과 동시에 그만큼의 지혜를 심어주었던 것이다.

완장이구나, 완장!” ---P.190

 

하지만 어머니는 오랜만에 직장을 얻은 아들이 기뻤지만 종술의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헌병들에게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 완장의 위력을 일찍 체험했고 완장에 집착하다 최후를 맞이했었고, 종술의 어머니인 운암댁은 완장에 집착하는 종술을 두고 종술의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피는 못 속인다고 독백하고, 종술을 보며 두려워하며 안타까워합니다. 어머니는 완장이야말로 가짜 권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완장을 차고 있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심부름꾼에 불과했고 언제나 진짜 권력을 가진 사람은 완장을 방패삼아 안전하게 숨어 있었습니다.

 

완장 덕에 종술은 어렵지 않게 선생님 소리를 들었고 성깔을 부려 버스도 무료로 탈수있었고 걸음걸이까지 갈지자로 바뀌게 됩니다. 완장의 힘을 과신한 종술은 급기야 자신을 고용한 사장 일행의 낚시질까지 금지하게 되고, 결국 관리인 자리에서 쫓겨난다. 하지만 해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종술은 저수지를 지키는 일에 몰두하다가 저수지 물고기들이 갑자기 연달아 떼죽음을 당하자, 가뭄 해소책으로 물을 빼야 한다는 수리조합 직원과 경찰과도 부딪히게 됩니다. 하지만 종술이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습니다. 저주시 감시원이 존재하려면 저수지가 있어야 하는데 날씨가 계속 가물면서 물이 말라가자 최사장은 최후통첩을 날립니다. 저수지에 남은 물을 근처 논밫으로 모두 흘려보내고 저수지 사업을 접기로 합니다. 열세에 몰리자 종술은 완장의 허황됨을 일깨워주는 술집 작부 부월이의 충고를 받아들입니다. 종술이 완장을 저수지에 버리고 부월이와 함께 떠난 다음날 소용돌이치며 물이 빠지는 저수지 수면 위에 종술이 두르고 다니던 완장이 떠다닌다. 그 완장을 종술의 어머니인 운암댁이 조용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도 알어!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 볼일 없는 하빠리들이 나 차는 게요!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자기는 지서장이나 면장 군수가 완장 차는 꼴 봤어? 완장 차고 댕기는 사장님이나 교수님 봤어? 권력 중에서도 아무 실속 없이 넘들이 흘림 뿌시레기나 주워먹는 핫질 중에 핫질이 바로 완장인 게여! ---P.391

 

 

작건 크건 권력을 쥐면 업무 외적인 부분까지 사용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속물적 근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자리에 오르는 것은 그 자리에 맞는 역할을 하라는 것이지 자리 자체를 즐기고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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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시메노 나기 지음, 박정임 옮김 / 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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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전철에 고양이가 있다면 그건 틀림없이 고양이 배달부니 부디 봐도 못 본 척 내버려 두라고 하네요. <구인? 공고> 마음을 배달해 줄 고양이 배달부를 모집합니다. 업무시간은 미정이고 출근시간은 마음내키시는 대로 카페퐁에서 만남과 이별 생과 사가 엇갈리는 갈곳 잃은 당신의 마음을 특별한 고양이가 대신 전해줍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 보내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19년의 묘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난 고양이 후타어느날 일을 찾아 저승을 어슬렁거리던 후타의 눈에 임무를 다섯 번 완수하면 보고 싶은 이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공고가 눈에 들어옵니다.

 

 

부모는 아이의 행복을 바라고, 아이는 부모를 안심시키고 싶어한다. 그것은 인간이나 고양이나 마찬가지다.---p.116

 

 

가슴 찡한 다섯 편의 에피소드 사이에서 통통 튀어 다니는 고양이들은 특유의 매력으로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내고, 절망을 희망으로 반전시키는 낙관적인 순간들을 선사해줍니다. 더불어 새끼 때 버려진 유기묘 출신 후타를 비롯해 길에서 운명을 달리한 카오스 고양이, 병원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은 니지코 씨의 반려묘 등 현실감 높은 고양이들의 서사는 이야기의 입체감을 높이는 동시에 현대인들의 삶에 어느새 깊숙하게 침투해 있는 반려동물의 존재감을 돌이켜 보게 만듭니다. 스무 살 생일을 맞은 후ᄐᆞ는 다섯 번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지 ...

 

 

반려동물 수가 800만이라고 합니다. 개와 고양이가 가족과 같이 생활하는 가정이 늘면서 반려동물과의 애틋한 추억이 많을 것입니다. 좌절이 없었던 인간과 실패나 후회를 경험하고 기억하는 인간, 티끌 하나 없는 아름다움을 이길 수는 없다고 하지만 상처를 극복한 인간에게는 그 이상의 강인함이 있습니다. 오치아이 도오루도 그런 교사였다면 모든 아이의 존경을 받았을 텐데. 카오스 고양이의 등에 남은 상처를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사람이나 동물이 죽으면 별이 된다며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하는데, 사실 그들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는 출입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 잇닿아 있다. 의외로 쉽게 오갈 수 있는 것이다.

--- p.9

 

의뢰인이 원하는 상대에게 찾아가 꼬리 끝에 묻혀 온 그들의 말이나 마음을 그곳에 슬쩍 문지르는 것이 후타가 하는 일의 핵심이자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저승에서 죽은 이의 주소지를 찾는 일부터, 이승의 지하철과 택시를 오가며 미행하는 일까지. 고양이의 몸으로 해내기 벅찬 일투성이지만 전력을 다해 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후타는 점차 인간사의 복잡미묘한 상황들을 헤아릴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을 보면서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잘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에게는 친절하지만 가족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던 자신도 돌아보게 됩니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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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튤립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8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송진석 옮김 / 민음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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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알렉상드르 뒤마는 삼총사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작가로 유명합니다. 이번 책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또 한 편의 역작 <검은 튤립> 입니다. 책은 아름다운 튤립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순수한 욕망과, 검은 튤립을 놓고 벌어지는 탐욕과 음모, 열정을 밀도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화려한 상상력으로 꾸며진 줄거리와 네덜란드라는 이국적인 배경, 아름다운 사랑,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의 묘미 등,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소설에서 독자들이 기대하는 낭만주의적 요소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며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났습니다. 민음사 세계문학 작품 중 재미있게 읽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세계사를 보면 17세기 네덜란드는 황금시대였고 과열 투기 현상으로 튤립 파동이 있었다는 사실도 알고 읽으면 좋은 듯 합니다.

 

 

1672820일 오늘. 나는 위대한 검은 튤립의 구근을 캐어 세 개의 완전무결한 소구근으로 나누었다. ---p.108

 

 

작품은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패권을 장악하면서 국운이 기울기 시작한 네덜란드를 배경입니다. 네덜란드 민중은 새로운 권력 체제를 갈구하며, 나라의 몰락에 대한 책임을 총리대신에게 물으며 대규모 시위를 벌입니다. 한편, 당시 네덜란드에서 유행하던 튤립을 재배하는 일에 매달리던 코르넬리우스 판 바에를르는 검은 튤립을 만들어내는 자에게 상금을 건 원예협회의 공고에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검은 튤립을 만들어내는 데 전념하고, 이는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 되면서 흥미로워집니다.

 

 

 

영화 블랙 스완과 같이 검은색은 밤과 어둠, 심연 등 무한하고 비가시적인 것들을 상징하는 동시에, 아름다우면서도 두려운, 신비로움을 지닌 색입니다. 작품은 이러한 검은색은 항상 공존하는 인간의 불행과 행복을 가장 효과적으로 잘 드러냈습니다. 코르넬리우스는 가장 어둡고 불행한 상황에서 그의 삶을 변화시킬 사랑을 만납니다. 그는 불행을 통해 쉽게 흔들리거나 사라지지 않을 진정한 행복을 맛보게 되었으며, 이는 인간이 만끽할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은 불행의 바로 뒤를 따르고 있음을 알게 독자에게 이야기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악의의 날을 벼린 모든 정직한 악당은 최소한 누군가에게 상처라도 입히길 원한다. ---p.305

 

검은 튤립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행복입니다. 작품에서 도르레흐트의 상인 집안 출신인 코르넬리우스 판 바에를르는 행복한 인간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행복의 조건으로 통용되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근면하고 행복한 부모로부터 평생 일을 하지 않고도 먹고 살수 있는 충분한 재산을 물려받았고 게다가 교양도 갖추었고 튤립이라는 취미도 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죽으면서 그에게 행복하게 살 것을 요구했습니다. 자기처럼 돈을 버는데만 전념하지 말고 즐기면서 살라고... 이렇듯 행복한 인간 코르넬리우스가 불행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극적인 이야기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인간의 욕심이 낳은 음모와 배신은 항상 화를 부릅니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튤립 건조실 옆집에 사는 시샘꾼 이작 복스텔은 유리 너머에서 일어나는 광경을 망원경으로 훔쳐 보고 맙니다. 가장 완벽한 숨김은 역전되며 코르넬리우스의 불행을 촉발하는 계기가 됩니다. 대부가 맡긴 서류로 인해 모함을 받은 코르넬리우스는 감옥 신세까지 지고 로자 또한 도난당한 튤립의 행방을 쫓다가 윌리엄3세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뒤마는 검은 튤립이라는 소재로 인간의 선과 악, 사랑과 도전 용기에 대해 작품에서 진솔하게 풀어내 흥미진진한 이야깃 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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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 - 서로 협력하거나 함께 타락하거나
제프 멀건 지음, 조민호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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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_ 서로 협력하거나 함께 타락하거나

 

 

세계적인 정책 전문가이자 사회 혁신 분야의 권위자인 제프 멀건 교수는 과학을 어떻게 관리하면 그 이익은 취하면서도 위험은 피할 수 있는지가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사회적인 관리와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과학이 권력을 만났을 때>는 각종 전염병과의 싸움부터 지구 온난화까지 인류가 재앙과 위기에 처할 때마다 과학과 정치는 서로 결탁해 왔다고 합니다. 이 책은 왜 과학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하는지, 과학은 어떻게 정치에 힘을 실어주는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주며 기대를 주는 책입니다.

 

 

2020년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빠르게 확산하는 코로나19 범유행 상황에 모든 단계에서 과학 지침을 따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후 기자회견은 정기적으로 열렸고 영국 정부는 대중에게 코로나19 방역 대책은 과학이 주도하고 있다고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때까지 정치계가 과학계의 뛰어난 통찰을 따르는 가운데 과학의 영향력과 위사이 최고조에 달한 것처럼 보였으나 이 같은 접근 방식이 무너졌습니다. 코로나는 과학과 정치의 관계가 내포한 여러 결점을 드러냈고 과학의 역활도 모호해졌습니다.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행정관, 관리자, 사무관, 공무원 등 관료자들과 지도자들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생명이 위태로워 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치가 하는 일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정치의 패턴과 이익 및 위험을 더 잘 해석하고 그 해석에 비추어 다양한 과학적, 기술적 경로를 가속하거나 차단하는 것이다. ---p.59

 

과학의 자율성 주장은 지식 추구가 근본적으로 선한 행위라는 관념을 내포한다. 과학은 과학 밖의 다른 어떤 것에도 종속 될 수 없다. 예술도 자율성에 대해 비슷하게 주장한다.. 아무리 애쓰더라도 예술의 자율성은 예술 외부의 기준으로는 설명하거나 해석할 수 없다. ---p.131

 

이 책은 핵무기, AI 기술, 기후 변화, 생태계 파괴, 도시 불균형, 우울증, 전염병 등 과학이 초래하는 수많은 문제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또 우리 사회가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어떻게 하면 사실과 정보에 충실하면서도 합법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나 생명공학 분야 등에서 제도나 법이 필요할 때마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지에 대해 다 각도로 생각하게 해줍니다.

 

전염병 예방, 기후 변화 대응, 환경 보존, 자녀 양육 등 현재 우리의 집단 결정 대부분은 과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시민의 욕구를 반영하고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정치의 과학화 과학의 정치화가 모두 이뤄져야 과학은 스스로 한계를 명확히 하고 끊임없이 성찰하는 분야로 재탄생하며 과학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만큼 충분한 지식을 갖추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과학분야를 지난해 정부가 과학계를 카르텔로 규정하며 단행한 대규모 R&D 예산 삭감으로 과학계가 큰 절망에 빠져 있다는 보도를 들었습니다. 지난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일어난 정부의 대응이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진행 중이던 연구과제가 예산 부족과 인력 유출로 연구가 중단되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과학자의 논리, 정치인의 논리가 서로 협력하여 상호 보완을 한다면 우리나라 과학이 발전할 것으로 봅니다. 정치는 어떻게 과학을 이용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입니다.

 

 

 

 

 

 세계책의날  출판사 이벤트 당첨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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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 개정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9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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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은 자신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비로소 타인의 세계의 목소리를 듣고 또 그 목소리를 통해 뭔가를 보게 된 사람들을 다룬 문학 단편집입니다. 1938년 미국 오리건 주에서 태어난 레이먼드 카버는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단편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편소설의 대가 안톤 체호프에 비견된다고 평가를 받았고 미국 단편의 수준을 한차원 높였다는 찬사도 받은 작가입니다. 말년에는 많은 인기를 누리며 작가로서 행복한 삶을 누렸습니다. <대성당>1983년에 전미비평가 그룹상을 받는가 하면 퓰리처상의 후보에 오르는 기엄을 토한 훌륭한 작품이고 독자가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라는 남자입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아내의 옛친구는 로버트가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으로 추정되고 로버트는 뷰라라는 여자와 결혼 했지만 최근에 사별했습니다. 로버트는 과거 주인공의 아내가 시애틀에서 그에게 보고서나 사례연구를 읽어주는 일을 하면서 친분이 쌓이게 됩니다. 아내와 로버트는 서로 목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마치 편지처럼 주고 받으며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관계를 유지 합니다. 아내는 주인공과 결혼하기 전 공군 장교와 결혼 했었지만 군인의 직업적 특성상 계속 임지를 옮기는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전남편을 따라 계속 거주지를 옮겨 다니던 아내는 외로움을 느꼈고 이를 견디지 못해 자살시도를 하는 등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다가 이혼한 후 현재의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로버트는 주인공 아내가 자신의 일을 도와 주다가 뷰라라는 여성과 결혼했지만 뷰라라는 얼마 안되어 암으로 사망하면서 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그 맹인이 그녀를 묻어야만 했다. 그 박복한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채로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이야기였다. 여기까지 듣게 되자 그 맹인이 약간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여자가 살았을 삶의 행로가 얼마나 가엾은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 속에 비친 자신을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여인을 상상해 보라. ---p.293

 

 

주인공은 로버트가 일반적인 시각장애인과 달리 검은 안경이나 지팡이를 쓰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합니다. 아내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술과 담배를 권하며 그를 극진하게 대접했습니다. 로버트와 아내는 과거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워하고 주인공은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그 자리에 끼기 어려웠습니다. 이해는 안되지만 손님이 방문한 시각에 아내는 잠깐 잠이 들어 남편과 손님의 둘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TV에서는 유럽 각국의 대성당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고 주인공은 로버트에게 대성당을 설명해 주려고 하는데 그것은 앞을 보지 못한 로버트에게는 한계가 있었고 주인공이 설명을 포기하려는 찰나 로버트가 종이 뒤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합니다. 주인공이 그림을 그리는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어 감각적으로 형상화 하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그림을 다 그리자 이번에는 로버트가 그림을 손으로 더듬어가며 주인공의 그린 대성당의 모습을 이해하고 잘 그린다고 칭찬을 합니다. 독자는 이 장면에서 놀랐고 가장 좋았던 장면입니다.

 

그는 주인공에게 대성당 근처에 사람이 없는게 이상하다며 사람들을 그려 보라고 하는데 눈을 감고 그려보라고 합니다. 주인공은 그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그리고 로버트는 움직이는 주인공의 손가락을 만지며 그림을 느낍니다. 그림을 다 그리고 로버트는 눈을 뜨고 그림을 보라고 하지만 웬지 주인공은 눈을 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눈을 뜨지 않습니다. 그림이 대단하다고 대답하며 이 소설은 그렇게 마무리 됩니다.

 

 

주인공과 로버트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난생처음 시각장애인을 대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반기지 않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한번도 가까이 대해본 적이 없는 그는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눈이 멀었다는게 뭘까 생각해 보면 영화에서 본 것들만 떠오른다 영화에서 맹인들은 천천히 움직이고 웃는 법이 없었다.”그런데 막상 로버트를 만나자 지팡이나 검은 색안경 등 그가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른 로버트의 모습에 놀라며 아마도 로버트의 외모에서부터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을 주인공은 그와 함께 단 둘이 남겨진 TV를 보게 되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구도로 관계가 만들어 집니다. 주인공과 로버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사람이 시각장애인을 도와준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작품을 높이 사고 싶습니다. 도리어 로버트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주인공을 격려하면서 마치 그가 주인공을 도와주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멋지군.” 그가 말했다 끝내줘, 정말 잘하고 있어.” 그가 말했다. “자네가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거야 하지만 할수 있잖아, 그렇지?”보통 사람인 그가 시각장애인으로 부터 들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표현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 칭찬을 해주며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른 이러한 서로 역전된 관계를 통해서 작가 레이먼드 카버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은 누구나 도움을 필요로 하고 누구나 도움을 줄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격려가 필요한 존재라는 점 그리고 누구나 다른 사람을 격려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적인 조건과 상관없이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도움과 격려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줍니다. 요즘 유튜버 중에 18세에 희귀질환으로 시각장애를 갖게 된 유명인이 있습니다. 장애인을 대하는 시선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땅에서 시각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는 가슴 아픈 말도 있습니다. 이 책에 장애인과 일반인이 교감을 하는 장면이 아름다운 이유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과 로버트가 함께 그리며 교감을 나누는 대상이 장소가 대성당이라 의미를 두고자 제목이 된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작가의 다른 작품을 더 접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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