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사슬> 리 차일드
잭 리처의 <악의 사슬> 읽다 발견!
리처는 <61시간>에서의 활약 후 남쪽으로 내려와
네브래스카주를 지나고 버지니아주로 가고 있었다.
버지니아주에 가야만 할 이유가 있었던 거다.
그 이유는 바로 110 특수부대의 책임자인 수잔 터너를 만나야하기 때문...! 리처의 이동에도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히치하이크로 도착한 곳이 네브래스카주의 광활한 옥수수 농장지대의 어느 마을이었는데
역시 사건에 휘말리고 그때 다친 몸을 그 마을 의사에게 치료 받으면서 자신이 280계단을 올라와 살아난, 그리고 다치게 된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뭔가 전편과 이어지는 실마리를 찾게 되니 너무 좋다. <61시간>을 안읽었다면 그냥 넘어갔을텐데 얼마나 다행인지!
<네버 고 백>을 이어서 읽을 생각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악의 사슬>을 읽게 되었고 이것이 바른 순서란 걸 알게 되니 더 좋다.
다음엔 무사히 버지니아에 도착하게 될런지...
궁금~~


"커피라면 언제든 환영이오." 리처가 말했다.
의사는 싱크대 앞으로 다가가서 커피 기계를 작동시켰다. 그러곤 다시 돌아와서, 보통 의사들이 그러듯, 리처의 한쪽 손바닥을 자신의 손가락 끝으로 잡은 뒤 그 팔을 들어올렸다. 비틀었다 하면서 여기저기를 꾹꾹 눌러댔다. 의사는 몸집이 작은 사내였다. 반면에 리처의 팔은 엄청나게 컸다. 의사는 마치 소 갈비짝을 짊어진 정육점 사내 같았다. 그는 다른 쪽 손가락들을 리처의 어깨 관절 속으로 깊이 찔러 넣고 꼼지락거리가며 촉진을 했다. - P178

"코르티손을 주사해야겠는데요." 의사가 말했다.
"그 처방이 꼭 필요한 거요?"
"증상이 나아지긴 할 겁니다."
"얼마나요?"
"조금이요 어쩌면 상당히 좋아질 수도 있고요. 맞아두는 게 좋아요. 지금 통증 때문에 좀 힘들잖아요. 아마 피로도 상당히 쉽게 느낄 거예요"
"좋소" 리처가 말했다. "놓아주시오."
"그러죠"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그 대신 내게 말해줘야 해요."
"뭘 말이오?"
"어쩌다 다치게 됐죠?"
"그건 왜 알려고 하는 거요?"
"직업적인 관심이라고 해두죠"
- P178

의사의 아내가 치료를 끝냈다. 그녀는 마지막 면봉을 탁자에 던진 뒤 리처에게 그의 셔츠를 건넸다. 셔츠 단추를 채우면서 리처가 말했다.
"어제 선생이 말한 대로요. 태풍을 만났소."
의사가 말했다. "믿기 힘든 얘기군요."

- P179

"실제 태풍을 말하는 게 아니오. 난 어느 지하 공간에 있었는데 갑자기 불이 났소. 그곳엔 층계가 하나였고 환풍장치가 두 개였소. 운이 좋았소 불길이 환풍구들 쪽으로 몰렸거든. 난 층계에 있었기 때문에 불에 타죽지 않았소. 하지만 불길이 환풍장치 속으로 확 빠져나가면서 주변 공기들을 빨아대는 서슬에 위에서 엄청난 바람이 불어 내려왔소. 나로선 마치 태풍을 뚫고 계단을 올라가는 것 같았소. 두 번이나 바닥으로 나가 떨어졌지. 일어서서는 도저히 계단을 올라갈 수가 없었소. 그래서 두 팔로 몸뚱이를 끌며 기어 올라가야 했던 거요."
"얼마나 긴 계단이었죠?"
"280계단이었소."
"와우, 그랬다면 이 정도 부상이 당연하죠. 어디였나요?"
"그건 직업적 관심을 벗어난 질문인 것 같소."
"그러고 나선 어떻게 됐나요?"
"그것도 직업적 관심을 벗어난 질문이오."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죠, 그렇죠?"
"기분상으로는 어제 일어났던 일 같소." 리처가 말했다. "자, 이제 주사기를 가져오시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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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드의 여왕

어느 날 기마근위대원 나루모프의 집에서 카드 게임이 있었다. 긴 겨울밤은 한순간에 지나갔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 앉은 것이 새벽 다섯 시였다. 돈을 딴 사람들은 먹성 좋게 먹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씁쓸한 마음에 빈 접시만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샴페인이 나오자 대화가 다시 활기를 띠었으며 모두가 대화에 참여하였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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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 제도화된 수렁들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크리스틴 델피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봄알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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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이혼, 유산 상속 등의 사회 제도, 특히 가부장제 하에서 여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무엇 하나도 정당하게 취하지 못했고 착취 당했던 과거를 다시 읽고 있으니 답답했지만 오늘날 내가 그나마 누리고 있는 가시적인 결과물들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투쟁해야 함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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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인간보다 강하다 - 생태계 파수꾼 꿀벌에 관한 모든 것
마리 클레르 프레데릭 지음, 류재화 옮김 / 뮤진트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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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유예 기한 내에 사라지게 될 거라는 말들을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궁금했었다. 우리 인류는 선사시대로부터 꿀벌과 꿀을 귀하게 여기고 숭배했음을 밝히고 있으며 '꿀'이라는 말의 어원을 찾아보고 꿀을 취하기 위해 행한 각종 사냥의 방법들, 황금을 주조하기 위해 밀랍을 이용하고 왕은 권력의 상징이었던 꿀로 술을 만들어 하사하고 꿀로 병을 치료하고 그 진미를 맛보면서 다시 각종 과자류와 빵 등을 만들어 취하는 과정들을 이 책에서 보여준다. 하지만 가장 궁금했던 건 제목에서도 시사하는 바와 같이 꿀벌이 인간보다 더 오래 살아남게 될 것인지, 또는 오늘날 환경의 파수꾼이라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어느 순간 사라지게 될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목적이었다. 



꿀벌이 소멸한 직후 모든 식물이 사라질 것이란 가설은 그럴 법하지 않다. 예를 들어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이 최근에 꿀벌이 도입된 곳이 있지만, 그곳에서도 식물은 자라고 있었고 1939년 꿀벌이 도입되기 이전부터 이미 농업이 시작되고 있었다. 또한 꿀벌들만이 꽃식물의 수분 매개자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다른 곤충들(뒝벌, 나비, 딱정벌레 같은 초시류), 새나 박쥐 같은 척추동물, 심지어 바람도 그 역할을 한다. 전체 수분 중에서 꿀벌이 16.6 퍼센트만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꿀벌이 멸종하면 야생 식물군에 상당한 변화가 관측될 것은 분명하다. 몇몇 장미과, 철쭉과, 또는 소관목류(금작화 등), 꿀풀과, 도는 초본식물 등 벌에 의존하는 식물군은 사라지거나 감소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종들이 이들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자. 생명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251쪽)." 반면 재배 식물에 대해서는 꿀벌의 의존도가 높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재배하는 식물 종의 84퍼센트가 꿀벌에 의존하고 있다. "만일 꿀벌이 사라진다면 농업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고, 여러 식량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벌이 사라진 후, 거의 의심할 바 없이 혹독한 적응을 해보겠지만, 모든 식물이 다 멸종하고 인간도 이 지구 행성에서 4년 안에 사라질 거라는 것은 과장이다(252쪽)," 



집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여러가지로 다양해서, 지금까지의 결과로는 무엇 하나 단정지을 수 없다. 살충제의 위해한 영향, 농업 관행의 강화, 농경지의 통합(보다 합리적이고 수익성 있는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 작은 구획들을 하나로 통합해 큰 단위 농지로 개발하고 있다), 제초제 사용으로 인한 토끼풀을 비롯한 잡초의 소멸, 식물의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획일화된 문화의 확대 등이 원인일 수도 있고 벌에 기생하는 진드기들의 공격, 꿀벌 번데기의 부패병, 바이러스나 버섯, 말벌의 공격도 무서운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랑스에서는 파괴적인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벌이 기생충 공격에 저항할 수 있도록 저항력이 강한 벌을 키우기 위한 유전학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많은 생산성을 보이는 꿀벌들을 선별하고 어느 지역 환경에 서도 적응하는 꿀벌들을 선별하여 보편적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즉, 오늘날 양봉가의 과제는 유전자 자원을 보존하고 생물학적 다양성을 확보해 자연 속에서 꿀벌들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벌들을 이동시키는 '이동목축', 즉 꿀의 생산을 다양화하기 위해 꿀벌들을 이동시키는 작업을 하지 말아야하고, 정확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과잉 먹이기(벌들에게 설탕 시럽을 주는 일)'를 하지 말아야 한다. 무분별하게 외국 여왕벌을 수입하는 일은 벌들의 지역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양봉가들의 노력을 무효화시키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럼에도 벌들의 생태에 대해 낙관적인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은 '벌들의 경이로운 적응력'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상이한 여러 지질 시대에도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것, 그것은 멸종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스스로의 자원을 발견해냈다는 것을 뜻한다. "생태계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자기 공간과 시간, 그리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258쪽)"  그래서 작가는 "꿀벌은 인간보다 강하다"라는 제목을 붙인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우리는 기이한 반전을 목도하고 있다. 벌은, 그 벌집의 조직과 이른바 도덕적 자질, 꿀 제조라는 생산활동 때문에 모든 자연물 중 재배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현대문명에 의해 초래된 자연의 위기로 이제 자연의 상징이 된 것이다. 벌은 환경의 파수꾼이다. 어던 대가를 치르더라도 보존해야 할 생물 다양성의 파수꾼이 된 것이다. 벌은 사실상 식물계를 지배한다. 정말 감각 있고 분별력 있는 방식으로, 유일무이하고 절대적인 방식으로 그 식물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258쪽)

꿀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환경의 중요성과 그 보존에 대한 더욱 커져만 가는 인식 및 양심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벌들이 꿀을 생산한다는 사실 그 자체는 결국 부수적인 것이 되었다. 벌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이전처럼 인간 사회만이 아니라 지구라는 행성 자체를 감시한다는 것이다. (259쪽)

환경에게 이롭기 그지 없는 이 공경받아 마땅한 벌의 행위로 생산된 자연 산물인 꿀은 따라서 이런 인식의 상징이 되었다. 진정한 꿀을 소비하는 것은, 벌들을 보호하고 싶다는 것이고, 이것은 어떤 면에서 "지구에게 선을 행하는" 일이다. 오늘날, 꿀은 이제 우리의 상처만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세계의 상처를 치료한다.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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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 제도화된 수렁들>
유산상속 : 공공연한 불리의 세습
--->대물림과 계급 내부의 구성


대물림이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을 영입하는 방식이었고 대물림이 ‘절차‘로서 기능한다는 점, 자식(장자인 아들)이 아버지의 ‘위치‘를 점하는 ‘움직임‘과 대립하는 효과는 자식들(장자 이외의 아들들과 딸들)을 아버지의 위치로부터 배제하는 것이다. 후자가 대물림의 ‘고전적인‘ 효과인 전자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두 효과는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대물림은 하나의 ‘움직임‘에서 생겨나는 불가분의 두 가지의 효과의 총체다.

대물림은 보편적으로 자연 현상처럼 간주된다. 
상호적으로 아버지의 위치를 자식이 차지하는 행위는 안정성으로 평가된다. 대물림은 따라서 이중으로 관성적이다.하나는 ‘자연‘적인 상태로서, 다른 
하나는 ‘움직임이 없는‘ 상태로서 그렇다. 이는 뒤이은 절차가 부재하게끔 이끄는, 절차가 부재한 상태로 이해된다. - P90

그러나 대물림이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대물림이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을 영입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영입 방식으로서 대물림은 반드시 행위를 필요로 하며 따라서 대물림이 ‘절차‘
라는 점 역시도 명백하다. 그러므로 자식이 아버지의 위치를 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움직임‘이다. 이때 대물림이 발휘하는 또 다른 효과는 앞서 언급한 움직임과 대립하는 성격의 것으로서, 자식들을 아버지의 위치로부터 배제하는
것이다. 이 두 효과는 서로 연관되는데, 모두 대물림
의 효과이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후자가 대물림의
‘고전적인‘ 효과인 전자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대물림우 하나의 움직임에서 생겨나는 불가분의 두 가지 효과의 총체다. - P91

그러므로 우리는 사회적 위치의 대물림을 설명할 때 ‘안정성‘이라는 용어를 지양해야 한다. 또한 대물림이라는 명칭을 그 두 효과 중 하나로 한정하지도 말아야 한다. - P92

결론적으로, 대물림은 계급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나 계급간 ㄱㅐ인들의 움직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계급 자체의 구성에 작용한다.
 바로 계급 ‘내부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대립된 범주
와 지위의 존재 및 그 생성에 관여하는 것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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