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1부 : 삼체문제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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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 <삼체>를 여기저기서 만날 때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삼체'가 대체 무슨 뜻이지? 하는 거였다. 물리라고는 중학교 때 배운 것이 다였기 때문에 그것을 배우긴 했었다는 기억만 남아있고 물리에 대한 지식은 하나도 없는 무無와 같은 사람이니 알리가 없다. 읽어 보기로 하고 구입을 했을 때 '삼체'라는 용어의 뜻을 네이버 검색해 봤더니 "물리에서 세 개의 질량체가 서로에게 어떻게 중력이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다루는 분야다"라고 나온다. 음... 첫 낱말부터 물리, 그리고 뒷말은 더더욱 모르겠다. 



모르는 채로 일단 읽기 시작했는데 작품 속에서 먼저 '삼체'는 너무 심오한 사상을 담고 있고 어려워서 고차원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삼체세계는 지구로부터 4 광년이 떨어진 켄타우루스자리에 존재하는 우주문명으로써 이들 문명은 인터넷 게임인 '삼체'의 세계와 닮아있다. 세 개의 태양이 뜨는 '삼체' 게임, 세 개의 태양이 뜨는 4 광년 너머 우주의 삼체 문명, 그리고 삼체 문제를 수학적으로 계산해내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지구 과학자들의 노력이 서로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작품 속에서 삼체문제三體問題의 뜻:질량이 같거나 비슷한 물체 세 개가 상호인력의 작용 아래 어떤 운동을 하는가 하는 문제로 고전 물리학의 중요 문제이고, 천체 운동 연구에 중요한 의의가 있어 16세기 이후 계속 관심을 받았다. 오일러, 라그랑주 및 근대 이후 학자들이 삼체 문제에 관한 특수 해를 찾아냈다 ㅡ 작품을 읽다 보니 그나마 이 풀이가 이해가 더 잘되긴 한다). 또한 중국 정부의 '홍안' 계획은 실제로는 우주에 존재할 지도 모르는 다른 문명을 찾기 위한 극비의 국가적 프로젝트로서 결국은 삼체 세계와 우주 전파를 주고 받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우주 너머 삼체 세계는 우리 지구인이 생각하는 그런 이상화된 유토피아가 아니다. 세 개의 태양이 뜨고 사람들은 탈수증이로 화석화하여 긴 잠을 자다가 깨어나고 다시 태양이 사라지면 깨어나 삶을 살아가는 악몽 같은 삶이 반복되는 곳이다. 그 곳에서 수집한 지구에 관한 정보는 그들이 살고 싶어하는 이상화 된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들이 지구를 위한 원정을 계획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그들은 양성자를  6 차원으로 펼쳤다 수축시켜 작은 원의 형태로 만든 다음 그것을 지구로 쏘아 보내 지구를 장악하려 하는 일명 '지자 프로젝트'를 성공시켰고, 이제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보고 들을 수 있으며 그들이 지구 원정을 왔을 때 지구의 과학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치밀한 작전을 벌인다. 이제 지구의 과학은 어디로 갈 수 있을지, 과연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그들의 우주 함대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인지 ... 처음의 지루함만 극복하고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빅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더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 



삼체세계의 우주 문명은 극히 일부분만을 봤을 뿐이지만 일단 1부에서의 내용을 토대로 봤을 때 우리가 상상하고 원하는 바람직하고 도덕적인 문명은 아니다. 지구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다. 언제 뜰 지도 모르는 세 개의 태양으로 인하여 온 몸의 수분이 날아가는 탈수 증상을 일으키고 그러면 그때까지 영위하던 삶은 일 순간에 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삶을 과연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래라는 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희망이라는 말도.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우주문명이 있다면 당연히 그 곳에 가 인간적인 삶을 누리고 싶어질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우주 문명이 있다면 과연 이들을 도덕적이지 않다고 매도하지는 못하겠지. 우리 지구인들도 그럴 테니까... 문제는 그 유토피아적 우주 문명이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데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겠지만.



다음 편을 읽지 않았으니까 '작가의 말'에서 읽었던 문장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나는 도덕감 제로인 우주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100퍼센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덕이 있는 인류 문명은 이 우주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이것이 바로 내가 '지구의 과거' 연작을 집필하게 된 이유이다."

작가가 설명한느 과학지식들이 모두 참인지도 모르겠고 그 지식들을 사실 몇 퍼센트만을 이해할 수 있었음에도 벌써 다음편이 기다려지고 넷*에서 드라마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장대한 우주적 드라마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벌서 기대가 된다.

다음 편은 도서관에서 책으로 빌려보려고 들어갔더니 신간, 구간 할 거 없이 예약이 2~4명까지 걸려있다. 겨우 한 권 예약가능하대서 일단 예약 걸어놨는데 언제 내 차례가 될지 알 수가 없다.ㅠ.ㅠ

이렇게 인기라니... 나만 몰랐던 건가???







이렇듯 많은 사람이 인류 문명에 철저히 절망해 자신의 종種을 증오하고 배반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과 자손을 포함한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은 것이 지구 삼체 운동의 가장 놀라운 부분이었다.(지구 삼체 운동)

지구 삼체 반군은 하나로만 구성되지 않았다. 내부에는 복잡한 파벌과 분파가 있었는데 크게 강림파와 구원파로 나뉘었다. 강림파는 삼체 반군의 가장 본질적이고 순수한 파벌로 에번스가 주창한 종의 공산주의 신봉자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인간 본성에 철저하게 절망했다. 이 절망은 현대 문명이 야기한 지구 종의 대멸종에서 비롯된 것으로 에번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중략) ... 마이크 에번스의 말은 강림파의 좌우명이 되었다. ‘우리는 외계 문명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안다.‘

구원파는 삼체 반군이 결성되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난 파벌로 본질은 종교단체이고 삼체교 신도들로 구성되었다. 인류 외의 다른 문명은 지식인에게는 매력적인 존재임에 틀림이 없었다. 때문에 다른 문명에 대한 갖가지 환상을 갖기 쉬웠다. 인류의 유치한 문명을 보면 더 고등한 다른 문명의 매력은 저항하기 힘든 것이다. ...(중략)...인류의 다른 종교와는 달리, 삼체교는 정말 존재하는 대상을 숭배한다.

삼체 문화를 사회에 알리는 방법은 주로 삼체 게임을 통해서였다. 삼체 반군은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방대한 규모의 게임을 개발했다. 애초 목적은 첫째가 삼체교를 전도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게임을 통해 수준 높은 지식인 계층에 국한된 삼체 반군의 촉각을 사회 기층으로 뻗어 사회 중하층의 젊은 히원을 모집하기 위해서였다. 게임은 인류사히와 역사를 빌ㄹ려 삼체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서술했다. 플레이어들에게 낯선 느낌을 덜 주기 위해서였다. 플레이어들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삼체 문명에 매력을 느끼면 삼체 조직은 그에게 연락해 사상 경향을 알아보고 합격한 사람은 지구 삼체 반군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회의 전, 창웨이쓰 장군이 말했다. "동지 여러분, 아마 지자가 우리의 회의를 감시하고 있을 겁니다. 더 이상 어떤 비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략) ...창웨이쓰가 이 말을 하고 3초 뒤, 삼체 세계는 지구 반군 외의 인류와 첫 번째 교류를 했다. 이후 그들은 지구 삼체 반군의 강림파와의 통신을 중단했다. 모든 참석자가 살아 있는 동안 삼체 세계는 어떤 정보도 보내오지 않았다. 이때 작전센터에 있는 모든 이의 눈에 왕먀오에게 카운트다운이 보였던 것처럼 정보가 떴다. 정보는 2초 남짓 짧게 반짝거리고는 사라졌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정확하게 그 내용을 보았다. 그것은 겨우 여섯 자였다. 너희는 벌레다!

"지구인과 삼체인의 기술 수준 차이가 클까, 아니면 메뚜기와 우리의 기술 차이가 클까? 나는 자네들이 이 문제를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군." 그 말에 두 사람은 찬물 세계를 받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메뚜기 떼를 보면서 그들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두 사람은 이내 스창의 말뜻을 이해했다.

보라, 이것이 바로 벌레다. 벌레의 기술과 우리의 차이는 우리와 삼체 문명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 인간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이것들을 박멸하려고 했다. 각종 살충제를 비행기로 분사하기도 하고 천적을 키워 뿌리기도 하고 알을 찾아 없애고 유전자 변형으로 번식을 근절하기도 했다. 태워도 보고 수몰시키기도 하고 각 가정에 살충제를 비치해놓고 사무실 책상에는 파리채같이 그들을 없앨 무기도 준비해 놓았다. 이 긴 전쟁은 인류 문명과 늘 함께했고 아직까지도 승패가 결정나지 않았다. 벌레는 멸종되지 않았을 뿐더러 예전처럼 여기저기에서 횡행한다. 그 수도 인간이 나타나기 전보다 줄어들지 않았다. 인류를 벌레로 보는 삼체인은 벌레는 한 번도 정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태양이 검은 구름에 가려졌고 대지에 드리운 그림자가 움직였다. 구름이 아니라 이제 막 도착한 메뚜기 떼였다. 그들은 금세 근처 들판에 내려앉았다. 세 사람은 생명의 폭우를 흠뻑 맞으며 지구 생명의 존엄을 느꼈다. 딩이와 왕먀오가 들고 있던 술병을 발아래 화베이 평원에 쏟았다. 벌레에게 바치는 술이었다. ... 왕먀오가 말했다. "빨리 돌아갑시다. 할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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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여인/안톤 체호프
이제 그녀는 정말 혼자였다. 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그의 의자도 다리 하나가 부러진 채 다락에서 먼지가 쌓이고 있었다. 그녀는 살이 빠져서 특유의 매력을 잃어버렸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이제는예전처럼 그녀를 보지도, 미소를 보내지도 않았다. 좋은 시절은 모두 지나갔다. 이제 생각하기도 싫은 새로운 미지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저녁때가 되면 올렌카는 현관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앉아 있는 그녀에게 <티볼리> 유원지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와 폭죽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제이것은 그녀에게 어떠한 감흥도 불러오지 않았다. 그녀는 텅 비어 있는 자신의 정원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밤이 오면 그녀는 잠을 자러 갔다. 꿈속에서 그녀는 자신의텅빈 정원을 보았다. 먹는 것도 마시는 것도 그녀는 살기 위해서 억지로먹었다. - P94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쁜 징조는 그녀에게 아무런 
의견도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보고 있으며, 주위에서 무슨 일이벌어지고 있는지 다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의견도 내놓을 수가 없었으며,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아무런 의견도없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예를 들어서 병이 하나 있거나, 비가오고 있거나, 한 남자가 수레를 타고 가고 있다고 해도 이것들이 왜 존재하는지, 그것들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을 할 수 없다면, 천 루블을 주고설명하라고 해도 그럴 수 없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일까!  - P94

올렌카가 쿠킨이나 푸스토발로프 그리고 수의사와 함께 있었다면 모든 것을 설명을 할수있고 자신의 의견을 어떻게든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머리와 심장은 정원처럼 그렇게 비어 있었다. 마치 쓴 약초를 먹은 듯 기분 나쁘고 괴로운 일이다! - P94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일까? 그녀에게는 그녀를 완전히 사로잡을, 모든 영혼과 이성 그리고 그녀의 생각을 사로잡을, 삶의 지표를 줄, 그녀의열정을 불태울 그런 사랑이 필요하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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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콜라이 고골

어느 날 일어나보니 얼굴 중앙, 볼 사이에 붙어 있어야 할 그 ‘코‘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 난감해진 8등관 코발료프의 웃기고 기막힌 코메디극 같은 이야기.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생각해낸 고골 자신에 대해 스스로 대견해하는 글에선 웃음만...^^
발상도 스토리 전개도 어이가 없고 우스우면서도 재치있어서 재밌게 읽었다.


코/니콜라이 고골
광대한 러시아의 북쪽 수도에서 바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믿을 수 없는 것뿐이다. 코의 초자연적인 분리와 5등관의 모습으로 곳곳에 출현한 것은 물론이고 어떻게 발로프는 신문에 코에 관한 광고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광고비가 비싸기때문에 그렇다고 한다면 그건 난센스이다. 게다가 나는 돈이나 좋아하는 속물이 아니다. 그것은 창피하고 어색하고 불쾌한 일이다. 그리고 또 어떻게 구운 빵 속에 코가 들어가 있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또 어째서....... 아니, 이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정말로 이해 못할 일이다! - P81

그 중에서도 가장 이상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은 어떻게 작가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생각해냈냐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것은 사람의 힘으로는…………. 아니, 아니,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첫째로, 나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둘째로, 이익이 없으며, 여하튼 난 정말 왜 그래야만 했는지 알 수가 없다.……………. - P82

하지만 모든 것을 고려한다면 첫 번째 것도, 두 번째 것도 그리고 그 이외의 것들도 모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 일어나지않는 곳이 있단 말인가? 여기에 나온 것들을 모두 생각해보면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 누가 뭐라고 이야기를 해도 비슷한 일들이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다. 아주 드물지만 분명 일어나고 있다. - P82

사랑스러운 여인/안톤 체호프

... 올렌카는 항상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다. 사랑이 없었다•면 그녀는 견디지 못하였을 것이다. 예전에는 아버지를 사랑했다. 아버지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 계시며 어두운 방의 소파에 앉아서 힘겹게 숨을 쉬고 있다. 한때는 고모를 몹시 좋아했다. 하지만 브랸스크에 사는 고모는이년에 한 번 정도만을 뿐이었다. 그 전에 김나지움을 다닐 때에는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남자 선생님을 사랑했다.
- P84

올렌카는 조용하고, 마음씨가 착하며, 동정심이 많으며 온화하고 따뜻한 눈을 가진 매우 건강한 아가씨이다. 무언가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을 때의 그녀의 통통한 장밋빛 볼과 검은 점이 있는 부들ㆍㅂ고 하얀 목을 그리고 착하고 순박한 미소를 보면서 남자들은 "음, 괜찮은 여자야 ㆍ ㆍ ㆍ."라고 생각하며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었다. 여자들도 그녀와 대화를
하는 도중에 참지 못하고 만족한 나머지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이야기한다.
"사랑스러운 아가씨!"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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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사슬> 리 차일드 지음
역시 리처는 수전을 만나보기 위해 버지니아로 가는 거였군! 그럼 다음 작품은 역시 <네버 고 백>이어야
하는 건가...^^

"자, 생각해보시오," 리처가 말했다. "베가스에 어떤 강력한 갱 조직의 두목이 있다고 칩시다. 풀가에 누워서 여유롭게 시가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는데 공급선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소. 더 이상 거래를 하지 않을 테니 그만 빠지라는 내용이었소. 그 두목이 어떤 조치를 취했겠소?
그 세계를 모르는 당신들은 아마 조직을 총동원해서 그 공급선을 박살낼 거라는 생각들을 할 거요. 하지만 암흑세계의 거래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소. 간단히 말하자면 먹이사슬로 이어져 있는 거지. 그 두목 위로 더 큰 조직의 두목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요. 결국 그의 선택은 자기부하 둘을 현장으로 보내는 것이었소. 이 경우엔 그게 최선이었던 거요.
하지만 그 부하들이 당하고 말았고 그걸로 끝난 거요.  그걸로 끝난 거요. 이번 게임에서는 손을 뗄 수밖에 없는 거지." - P435

"다른 부하들도 많을 거 아니에요.
"그건 먹이사슬의 다른 모든 조직들도 마찬가지요. 전면전을 벌이면 당연히 피바다가 
되는 거지. 그래서 국지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소, 국지전으로도 승부는 가릴 수 있는 거니까. 그러니 이번 경우는 각자 둘씩 참가해서 승부를 가리는 국지전이라고 이해하면 될 거요. 그들은 심판, 그러니까 국지전을 지켜본 암흑세계의 다른 보스들의 판정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오. 그게 그들 전쟁의 룰이오. 그들은 정해진 길만 따라 무리를 이끄는 수사슴과도 같소. 그건 아예 그들의 DNA에 새겨져 있는 거요." - P435

처음 한 동안은 두 사람 다 아무 말이 없었다. 침묵 속에서 15킬로미터를 달린 뒤, 버려진 길갓집을 지나치면서 도로시가 물었다. "버지니아에는 뭣 때문에 가는 거죠?"
리처가 말했다. "여자가 있습니다."
"여자 친구가요?"
"그냥 전화 통화나 가끔 하는 사인데 한번 보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망설여지는군요. 
아무튼 당장 만나볼 순 없겠죠. 얼굴이 이 모양이니 말입니다."
"당신 얼굴이 뭐가 어때서요."
"내 코요." 리처는 양손으로 테이프를 골고루 펴며 말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려면 2~3주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녀의 이름이 뭐죠? 버지니아에 있다는 여자."
"수전입니다."
"그럼 꼭 버지니아에 가도록 해요. 만일 당신 얼굴만 보고 못마땅해한다면 계속 만날 가치가 없는 여자예요." - P539

읍내의 마지막 이정표를 지나고 나서 96킬로미터, 1시간이 지나자 고속도로 입체 교차로의 입구를 비추고 있는 환한 불빛이 보였다. 그 위에 걸린 초록색 이정표의 화살표들이 동쪽과 서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일리노어가 서서히 속력을 늦추다가 차를 세웠다. 리처는 길에 내려서서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덴버와 솔트레이크시티로 가는 왼쪽 첫 번째 램프를 탔다. 리처는 다리 밑을 걸어서 동쪽으로 가는 램프 앞에 멈춰 섰다. 한쪽 다리는 갓길에, 한쪽 다리는 도로 위에 올린 자세였다. 그 자세로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얼굴에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을 했다. - P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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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니콜라이 고골

3월 25일, 페테르부르크에서 평범하지 않은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보즈네센스키 대로에 살고 있는 이발사 이반 야코블레비치(그의 성(姓)은 확인할수가 없었다. 얼굴에 거품을 잔뜩 칠한 신사의 모습이 피도 뽑아드립니다‘라는문구와 함께 그려진 이발소 간판에도 더이상의 문구는 없었다.)는 빵 굽는 냄새를맡으며 아침 일찍 일어났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커피를 아주 좋아하는 비대한 몸집의 아내가 오븐에서 갓 구워진 빵을 꺼내고 있는 것을 보았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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