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광포한 이 세상에서/
안드레이 플라토노프
1
톨루베예프 기관차 차고에서 최고의 열차 기관사로 손꼽히는 사람은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 말체프였다. - P213

당시 서른 살밖에 안 되었지만, 이미 일급 기관사 자격증을 소지한 그는 오래 전부터 고속열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우리 차고에 처음으로 IS형 특급 열차가 배당되었을 때, 말체프가 이 열차의 기관차로 임명되었는데, 이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이었다. 말체프의 조수로는 기관차고에서 수리공으로 일했던 중년의 표도르 페트로비치 드라바노프가 일하게되었다. 그러나 그는 곧 기관사 시험을 통과해 다른 열차에서 일하게 되었고, 내가 그를 대신해 말체프의 조수로 임명되었다. 그 전까지 나는 마력수가 낮은 낡은 열차의 부기관사로 일하고 있었다.
- P213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는 내가 자신과 한 조가 된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아마도 그는 누가 조수로 일하든 개의치 않는 듯했다.
열차가 출발하기 전, 나는 평소대로 열차의 모든 
연결 부위를 확인하고, 보조 기계장치들도 일일이 점검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제 열차 운행 준비가 완료된 것이다. 그런데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는 내가 일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았으면서도, 다시 한 번 자기 손으로 기계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었다. 그는 나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 P214

그 후로도 이런 일이 매번 되풀이되었고, 나는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가 내 일에 간섭하는데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다. 물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러나 열차 운행이 시작되면, 이런 사실을나는 곧 까맣게 잊어버렸다. - P214

운행 중인 기관차의 상태를 표시하는 이런저런 
계측기나 전방 선로의 상황을 지켜보다 나는 이따금 말체프를 쳐다보았다. 그는 자신감에 가득찬 대가의 표정으로 열차를 몰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모든 외부 세계를 자신의 내적 체험으로 끌어들여 그것을 장악하는, 영감에 휩싸인 예술가의 집중력이 엿보였다. 알렉산드르 바실리예비치가 앞쪽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 같아도 앞쪽 선로들의 상황과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자연의 모습 모두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기차가 질주하면서 일어•나는 바람 때문에 도상에서 참새가 날아올랐다. 그는 잠시 고개를 돌려 날•아가는 참새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지나간 뒤 참새가 어떻게 됐는지, 참새가 어디로 날아갔는지 그렇게 확인하는 것이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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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너리 오코너》
단편 ‘불속의 원‘과 인간본성에 대하여...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2, 플래너리 오코너의 단편집인데 자그마치 31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eBook으로 읽고 있는데 종이책의 두배 정도인 1,450 여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이다.
수록 작품이 31 편이라는 것, 1,450 여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에 압도당한 마음과는 달리 일단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 금방 빠져 들어 읽어나가게 된다. 작품이 주는 몰입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생각하게 될 만큼 비범한 작품들임에 틀림없다.
특히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단편을 여럿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인간의 본성이란 것이 원래 악한 것이 아닐까 ... 그런 생각을 굳히게 만들다니... 플래너리 오코너의 스토리텔링 능력은 가히 최고가 아닐까!

오늘은 단편 중 ‘불속의 원‘, ‘추방자‘를 읽었다.
안좋은 결말을 향해 치닫는 스토리인걸 분명 알 수 있고 긴장감을 놓을 수 없어 끝까지 단숨에 읽을 수 밖에 없었는데, ‘불속의 원‘을 읽을 때 특히 그랬다.
어린 딸(아이)과 함께 사는, 농장을 운영하는 코프 부인 집에 예전에 일했던 일꾼의 아들이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소식을 가지고 친구 두 명과 함께 찾아온다.
소년들은 코프 부인의 호의에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코프 부인의 농장에 눌러 앉아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행태는 코프부인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그들을 내보내기 위해 애쓰지만 사태는 점입가경의 지경에 이른다. 농장에서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코프부인은 아이들이 보이지 않자 안심을 하는데... 어느 날 코프 부인의 어린 딸이 숲에 들어갔다가 세 소년들이 목욕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숨어서 지켜보던 중에 모아놓은 성냥으로 숲에 불을 지르는 모습을 발견한다. 농장과 농장 건너의 숲은 코프부인의 경작지이지만 소년들은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농장의 동물들을 풀어놓고 함부로 말을 타고 돌아다니고 우유를 훔쳐먹기도 하는 등 온갖 말썽을 일삼는다. 어린 딸이 있는 엄마인 코프 부인은 그런 아이들을 집에 들일 수 없을 뿐더러 같이 데려온 친구들도 고분고분하지는 않아 불안하기 그지없다. 거기다 건초창고에서 잠을 자겠다는 것을 거절하자 숲에서 노숙을 하겠단다. 건조한 계절이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숲에 들일 수 없다는 코프 부인의 말에도 아랑곳 않고 비행을 일삼는다. 이렇게 결국 아무렇지 않게 숲에 불을 놓는, 파국을 향해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는 듯한 이 작품을 읽다보면 역시 인간의 악한 본성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단 것이 서글프게 다가온다.


그들은 옷을 입었다. 햇빛이 파월의 안경에 하얀 점 두 개를 찍어서 눈을 가렸다. 
"나는 할 일을 알아. 이제 하자." 파월이 말하고 주머니에서 조그만 물건을 꺼내 두 소년에게 보여 주었다. 그들은 파월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을 1분은 족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제 의논은 다 끝났다는 듯 파월이 여행가방을 집어 들었고, 모두 일어나서 아이와 3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을 지나 숲으로 들어갔다. 이제 나무에서 뗀 아이의 뺨에는 나무껍질 무늬가 붉고 흰색으로 새겨져 있었다.
(501/1453)

아이는 소년들이 걸음을 멈추고 각자 가진 성냥을 모두 모은 뒤 덤불에 불을 붙이는 모습을 멍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소년들은 환성과 고함을 지르며 입에 손을 대고 두드렸고, 잠시 후 아이와 소년들 중간에 생겨난 가느다란 불이 점점 넓어졌다. 불은 아이가 보는 눈앞에서 덤불
위로 뻗어 올라 나무들의 낮은 가지를 집어삼켰다.
바람이 불어 불조각을 위로 실어 날랐고, 소년들은
비명을 지르며 불 뒤로 사라졌다.(501/1453)

아이는 돌아서서 들판 저편으로 가려고했지만 다리가 무거워서 가만히 서 있었다.
이전까지 느끼지 못한 낯선 고통이 아이를 무겁게 
눌렀다. 하지만 아이는 결국 달리기 시작했다.
(502/1453)

아이가 고개를 돌려 보니 유유히 걸어가는 깜둥이들 너머 화강암 색깔의 숲 속에서 연기 기둥이 맹렬하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아이는 꼿꼿이 서서 귀를 기울였고, 멀리서 몇차례 기쁨의 함성이 울리는 것을 들었다. 그소리는 마치 예언자들이 
불의 용광로 속, 천사들이 비워 준 동그란 원 안에서 춤을 추는것 같았다. (504/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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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레스틴 부인의 이혼 푸른사상 세계문학전집 2
케이트 쇼팽 지음, 여국현 옮김 / 푸른사상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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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최초의 페미니스트 작가라는 선입견 없이 읽어도 좋을 여러 단편들. 그리고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 삶과 죽음, 전쟁의 참상, 인종적*계층적 불평등에 대한 저항의식, 자신의 삶에 주체성을 가지고 관습에 저항하는 의식을 가진 여성들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남긴 케이트 쇼팽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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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사슬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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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리처 시리즈를 몇 권째 읽다보니 뜻하지 않게 발견하게 된 건데 악의 무리에 맞서는 용감한 여자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번 <악의 사슬>에서도 태국에서 입양해 사랑으로 키운 딸을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용감한 엄마 ‘도로시‘가 있었다. 리처는 언제나 이들을 기꺼이, 굳이 굳이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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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1부 : 삼체문제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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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 <삼체>를 여기저기서 만날 때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삼체'가 대체 무슨 뜻이지? 하는 거였다. 물리라고는 중학교 때 배운 것이 다였기 때문에 그것을 배우긴 했었다는 기억만 남아있고 물리에 대한 지식은 하나도 없는 무無와 같은 사람이니 알리가 없다. 읽어 보기로 하고 구입을 했을 때 '삼체'라는 용어의 뜻을 네이버 검색해 봤더니 "물리에서 세 개의 질량체가 서로에게 어떻게 중력이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다루는 분야다"라고 나온다. 음... 첫 낱말부터 물리, 그리고 뒷말은 더더욱 모르겠다. 



모르는 채로 일단 읽기 시작했는데 작품 속에서 먼저 '삼체'는 너무 심오한 사상을 담고 있고 어려워서 고차원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만이 즐길 수 있는? 컴퓨터 게임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삼체세계는 지구로부터 4 광년이 떨어진 켄타우루스자리에 존재하는 우주문명으로써 이들 문명은 인터넷 게임인 '삼체'의 세계와 닮아있다. 세 개의 태양이 뜨는 '삼체' 게임, 세 개의 태양이 뜨는 4 광년 너머 우주의 삼체 문명, 그리고 삼체 문제를 수학적으로 계산해내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지구 과학자들의 노력이 서로 맞물리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작품 속에서 삼체문제三體問題의 뜻:질량이 같거나 비슷한 물체 세 개가 상호인력의 작용 아래 어떤 운동을 하는가 하는 문제로 고전 물리학의 중요 문제이고, 천체 운동 연구에 중요한 의의가 있어 16세기 이후 계속 관심을 받았다. 오일러, 라그랑주 및 근대 이후 학자들이 삼체 문제에 관한 특수 해를 찾아냈다 ㅡ 작품을 읽다 보니 그나마 이 풀이가 이해가 더 잘되긴 한다). 또한 중국 정부의 '홍안' 계획은 실제로는 우주에 존재할 지도 모르는 다른 문명을 찾기 위한 극비의 국가적 프로젝트로서 결국은 삼체 세계와 우주 전파를 주고 받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우주 너머 삼체 세계는 우리 지구인이 생각하는 그런 이상화된 유토피아가 아니다. 세 개의 태양이 뜨고 사람들은 탈수증이로 화석화하여 긴 잠을 자다가 깨어나고 다시 태양이 사라지면 깨어나 삶을 살아가는 악몽 같은 삶이 반복되는 곳이다. 그 곳에서 수집한 지구에 관한 정보는 그들이 살고 싶어하는 이상화 된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들이 지구를 위한 원정을 계획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닐까! 그들은 양성자를  6 차원으로 펼쳤다 수축시켜 작은 원의 형태로 만든 다음 그것을 지구로 쏘아 보내 지구를 장악하려 하는 일명 '지자 프로젝트'를 성공시켰고, 이제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보고 들을 수 있으며 그들이 지구 원정을 왔을 때 지구의 과학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치밀한 작전을 벌인다. 이제 지구의 과학은 어디로 갈 수 있을지, 과연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그들의 우주 함대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인지 ... 처음의 지루함만 극복하고 계속 읽어나가다 보면 빅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더 다음 편이 기다려진다. 



삼체세계의 우주 문명은 극히 일부분만을 봤을 뿐이지만 일단 1부에서의 내용을 토대로 봤을 때 우리가 상상하고 원하는 바람직하고 도덕적인 문명은 아니다. 지구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다. 언제 뜰 지도 모르는 세 개의 태양으로 인하여 온 몸의 수분이 날아가는 탈수 증상을 일으키고 그러면 그때까지 영위하던 삶은 일 순간에 재가 되는 것이다. 이런 삶을 과연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래라는 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희망이라는 말도. 아마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우주문명이 있다면 당연히 그 곳에 가 인간적인 삶을 누리고 싶어질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우주 문명이 있다면 과연 이들을 도덕적이지 않다고 매도하지는 못하겠지. 우리 지구인들도 그럴 테니까... 문제는 그 유토피아적 우주 문명이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데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겠지만.



다음 편을 읽지 않았으니까 '작가의 말'에서 읽었던 문장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나는 도덕감 제로인 우주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100퍼센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덕이 있는 인류 문명은 이 우주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가? 이것이 바로 내가 '지구의 과거' 연작을 집필하게 된 이유이다."

작가가 설명한느 과학지식들이 모두 참인지도 모르겠고 그 지식들을 사실 몇 퍼센트만을 이해할 수 있었음에도 벌써 다음편이 기다려지고 넷*에서 드라마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장대한 우주적 드라마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벌서 기대가 된다.

다음 편은 도서관에서 책으로 빌려보려고 들어갔더니 신간, 구간 할 거 없이 예약이 2~4명까지 걸려있다. 겨우 한 권 예약가능하대서 일단 예약 걸어놨는데 언제 내 차례가 될지 알 수가 없다.ㅠ.ㅠ

이렇게 인기라니... 나만 몰랐던 건가???







이렇듯 많은 사람이 인류 문명에 철저히 절망해 자신의 종種을 증오하고 배반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과 자손을 포함한 인류를 멸망시키는 것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은 것이 지구 삼체 운동의 가장 놀라운 부분이었다.(지구 삼체 운동)

지구 삼체 반군은 하나로만 구성되지 않았다. 내부에는 복잡한 파벌과 분파가 있었는데 크게 강림파와 구원파로 나뉘었다. 강림파는 삼체 반군의 가장 본질적이고 순수한 파벌로 에번스가 주창한 종의 공산주의 신봉자로 구성되었다. 그들은 인간 본성에 철저하게 절망했다. 이 절망은 현대 문명이 야기한 지구 종의 대멸종에서 비롯된 것으로 에번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중략) ... 마이크 에번스의 말은 강림파의 좌우명이 되었다. ‘우리는 외계 문명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안다.‘

구원파는 삼체 반군이 결성되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난 파벌로 본질은 종교단체이고 삼체교 신도들로 구성되었다. 인류 외의 다른 문명은 지식인에게는 매력적인 존재임에 틀림이 없었다. 때문에 다른 문명에 대한 갖가지 환상을 갖기 쉬웠다. 인류의 유치한 문명을 보면 더 고등한 다른 문명의 매력은 저항하기 힘든 것이다. ...(중략)...인류의 다른 종교와는 달리, 삼체교는 정말 존재하는 대상을 숭배한다.

삼체 문화를 사회에 알리는 방법은 주로 삼체 게임을 통해서였다. 삼체 반군은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방대한 규모의 게임을 개발했다. 애초 목적은 첫째가 삼체교를 전도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게임을 통해 수준 높은 지식인 계층에 국한된 삼체 반군의 촉각을 사회 기층으로 뻗어 사회 중하층의 젊은 히원을 모집하기 위해서였다. 게임은 인류사히와 역사를 빌ㄹ려 삼체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서술했다. 플레이어들에게 낯선 느낌을 덜 주기 위해서였다. 플레이어들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삼체 문명에 매력을 느끼면 삼체 조직은 그에게 연락해 사상 경향을 알아보고 합격한 사람은 지구 삼체 반군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회의 전, 창웨이쓰 장군이 말했다. "동지 여러분, 아마 지자가 우리의 회의를 감시하고 있을 겁니다. 더 이상 어떤 비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략) ...창웨이쓰가 이 말을 하고 3초 뒤, 삼체 세계는 지구 반군 외의 인류와 첫 번째 교류를 했다. 이후 그들은 지구 삼체 반군의 강림파와의 통신을 중단했다. 모든 참석자가 살아 있는 동안 삼체 세계는 어떤 정보도 보내오지 않았다. 이때 작전센터에 있는 모든 이의 눈에 왕먀오에게 카운트다운이 보였던 것처럼 정보가 떴다. 정보는 2초 남짓 짧게 반짝거리고는 사라졌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정확하게 그 내용을 보았다. 그것은 겨우 여섯 자였다. 너희는 벌레다!

"지구인과 삼체인의 기술 수준 차이가 클까, 아니면 메뚜기와 우리의 기술 차이가 클까? 나는 자네들이 이 문제를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군." 그 말에 두 사람은 찬물 세계를 받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메뚜기 떼를 보면서 그들의 표정이 점점 심각해졌다. 두 사람은 이내 스창의 말뜻을 이해했다.

보라, 이것이 바로 벌레다. 벌레의 기술과 우리의 차이는 우리와 삼체 문명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 인간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이것들을 박멸하려고 했다. 각종 살충제를 비행기로 분사하기도 하고 천적을 키워 뿌리기도 하고 알을 찾아 없애고 유전자 변형으로 번식을 근절하기도 했다. 태워도 보고 수몰시키기도 하고 각 가정에 살충제를 비치해놓고 사무실 책상에는 파리채같이 그들을 없앨 무기도 준비해 놓았다. 이 긴 전쟁은 인류 문명과 늘 함께했고 아직까지도 승패가 결정나지 않았다. 벌레는 멸종되지 않았을 뿐더러 예전처럼 여기저기에서 횡행한다. 그 수도 인간이 나타나기 전보다 줄어들지 않았다. 인류를 벌레로 보는 삼체인은 벌레는 한 번도 정복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태양이 검은 구름에 가려졌고 대지에 드리운 그림자가 움직였다. 구름이 아니라 이제 막 도착한 메뚜기 떼였다. 그들은 금세 근처 들판에 내려앉았다. 세 사람은 생명의 폭우를 흠뻑 맞으며 지구 생명의 존엄을 느꼈다. 딩이와 왕먀오가 들고 있던 술병을 발아래 화베이 평원에 쏟았다. 벌레에게 바치는 술이었다. ... 왕먀오가 말했다. "빨리 돌아갑시다. 할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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