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많은 학자들은 우리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 사회를 다양하게 정의했습니다. 이를테면 울리히 벡Ulrich Beck은 위험 사회, 들뢰즈는 통제 사회,
데이비드 라이언 David Lyon 과 데이비드 갈랜드David Gar-land 는 감시 사회와 과잉 감시 사회, 리처드 에릭슨RichardEricson 은 의심 사회, 버너드 하코트Bernard Harcourt는 전시사회로 정의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핵심 개념을 구금의 대체형, 안전의 원칙, 흐름의 통제 과정에서 유추해야 한다면, 우리는 위의 학자중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감시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공통적인 요소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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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본 것, 들은 것, 겪은 것은 시간과 함께 휘발하며 잔여물을 발생시킨다. 우리 모두가 잘 알듯, 이미지와 이야기는 눈과 귀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호흡, 소화, 심장박동, 관절과 근육의 반응 동작 등 몸 전체의생리에 영향을 미친다. 즉시, 또는 사후적으로 시청각과 무관한 기관들이 비정상적으로 민활해지거나 걱정스럽게 아둔해진다. 이미지와 이야기에서 촉발된 감각에 감정과 사고와 욕망이 뒤엉킨 잔여물을 우리는 기억이라 이름 지었다. - P28

너의 솔방울, 나의 단풍잎, 나의 문갑 속 너의 찻잎,
네 뜨락의 라일락, 나의 시향지, 박새가 떠나간 너의 새둥지, 네 식탁에 올려둔 나의 방울무, 눈을 비비면 너의뺨 위에 너의 눈썹, 너의 필통 속 나의꿩 꽁지깃, 너의눈사람, 나의 입김, 내 망막에 서린 네 창의성에, 네 주머니 속 나의 열쇠, 행갈이가 잘못된 시어, 옛날의 낙서에서 오려 이 글에 붙인 문단, 내 유리병 속 너의 하얀 산호, 너의 음반에 나의 지문, 너의 문장 옆 나의 별.

지우지 않기 부끄러워하지 않기. - P48

책인데 체 같은 책도 있다. 책에 최종의 말들을 인쇄하기 전에 무수한 초고, 다시 쓴 말, 고친 말, 지운 말,
덧붙인 말, 덧입힌 말들이 생겨난다. 이 책을 읽으면 그말들이 고운 체에서처럼 하얗게 떨어져 쌓인다. 그리고이 책은 바로 이렇게 최종의 말들 이전의 말들을 체로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 P88

집의 책들을 다 처분할까 고민하는 찰나 그것들은각각 자개빛 물고기 비늘로 변한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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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구금의 대체형은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이 사회적 관계의 악화와 타인에 대한 거부의 메커니즘을 규정하기 위해 사용한 유동하는 세계 liquid world" 라는 표현에서 의미한 ‘액체성 liquidity‘을 뜻합니다. 사실 푸코는 대체형을 ‘항상 같은 주제에 관한 변주‘이자 전통적인 감옥의 ‘반복적인‘ 형태라고 보았습니다. > - P104

푸코는 사실 형벌 정책이 공익을 보호한다는 구실을대고 지금의 권력 형태를 보전하고 온전히 존속시키기 위해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자문했던 것입니다.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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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 한 집단을 범죄자라고 확실하게 정함으로써 아주 강력한 권력 수단이 탄생했습니다. 우선 소위전문화된 위법 행위를 저지르는 집단을 특정한 순간부터,
그들이 사회체 곳곳에 퍼져 있을 때보다 훨씬 쉽게 그들을감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로 이 전문적인 범죄자들은 존재만으로도 자신들이 저지르는 위법 행위의 피해자가 되는 대중과 갈등 관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범죄자들끼리의 갈등과 대중과 범죄자 사이의 갈등은 19세기부터공권력이 끊임없이 추구한 목표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적대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범죄자 집단의 존재 때문에일반 시민들은 자신들 틈에 경찰이 항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 P45

그러니까 감옥은 형법이 위법 행위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만들어낸 수단이 아니라 위법 행위가 자행되는 무대를재정비하고, 위법 행위의 경제를 재분배하고, 특정한 형태의 전문적 위법 행위를 생산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감옥은 한편으로 평민 계층이 저지르는 위법 행위를 억압하고 줄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 계층의 위법 행위를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제도였습니다. 그러니까 감옥은비행이나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위법행위를 재분배하는 수단입니다. 한두 가지 사례만 살펴보아도 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 P48

"우리의 영혼을 그토록 갉아먹는 악의 축인 감옥을 계속 유지하고 지금처럼 운영할 생각입니까, 아닙니까?" 이런 질문을 권력층에 던질 수는 없습니다. 그대신 "감옥에 대해서 장황하게 떠벌리는 건 이제 그만하십시오. 우리 시민이 법을 지키게 하려고 한다는 소위 그 노력이라는 것도 그만두십시오. 당신들이 위법 행위를 어떻게 이용하는지나 이야기해보십시오"라고 말해야 합니다. 진짜 필요한 질문은 이런 것입니다. "당신들, 그러니까 권력을 쥔 당신들이 여러 종류의 위법 행위를 구별하기 위해 세운 기준은 대체 무엇입니까? 당신들은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위법 행위와 당신들이 저지르는 범죄를 각각 어떻게 처리합니까?
당신들이 관리하는 여러 가지 위법 행위는 무슨 목적으로 이용되며, 그로부터 당신들은 어떤 이익을 취합니까?"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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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계 The Human Universe」 라는 에세이에서 찰스 올슨은 그리스 시대 이후, 우리의 말은 점점 지식과 개념의 설명으로 체계화되었고, 반면 경험한 것을 바로 표현하는 능력은 상실해 왔다고 주장한다. - P33

전시장에 앉아 중앙아시아의 양탄자를 바라보면 이 물건이 단지 장식품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료하게 다가온다. 내 이성으로는 도무지 알수 없는 의미와 가치의 세계가 뚜렷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동안 어떤의미도 캐려 하지 않고, 그저 마음을 열어 둔 채 양탄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불현듯 언어로는 전달할 수 없는 미묘하고 심오한 무언가가 마음바닥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 P36

사진은 절대적인 크기를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적인 크기를 보여줄뿐이고 미루어 짐작될 뿐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세상의 어떤 것도 자체의 크기 따윈 없으며 오직 다른 것과 비교해서어림된다는 사실이다.
- P46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사진을 공부할 때 프레드 마틴Fred Martin의 4학년 세미나 수업을 듣게 되었다. 햇볕이 잘 드는 큰 교실에서 다양한 매체를 공부하는 학생들과 서로의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수업 시간은 오후 4시부터 7시까지였고, 점차 해가 저물어 실내는 어두워졌다. 하지만 프레드 마틴은 불을 켜지 못하게 했다. 그 세 시간 동안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작품들, 사람들, 공간,
목소리의 어조, 서로의 관계.… 모든 것. 그것은 계시적이었다.

프레드 마틴, 고마워요. - P75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보고 느끼는 사진 속에서 사진의 내용이 되는 질감과 명도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사진가의 섬세함을기르는 일이다. 음악의 음색, 목소리의 어조, 감정의 느낌, 시의 가락.
떨림의 장단, 동작의 선. - P81

천천히 나는 자연이란 비평의 대상이 아니며, 우리가 자연 속에서 느끼는 경외감은 빛, 공간, 질감 그리고 공기의 울림과 관련이 있고, 자연이란 한 번도 같은 적이 없었다는 놀라운 발견에 눈을 뜨게 되었다. 행운이란 순간적으로 바위에 드리워진 나뭇가지의 그림자 같은 것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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