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gman은 영화계의 아도르노. 재난 전문 감독. 

계몽된 세계에서 승리를 구가하는 바로 그 재난. 

둘 사이 완벽한 대칭이 되는 면들을 찾아 연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위의 저 말은 "영화관 방문은, 내가 아무리 경계해도, 어김없이 나를 멍청해지게 한다" 아도르노의 이 유명한 (엄청나게 비판 받은) 말의 정면 반박처럼 들린다. 








아도르노 깊이 참조하면서 "예술의 자율성" 주제로 이 영화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재미있고 (우리를 웃게 하고 우리를 울게 하고 우리의 삶을 바꾸고....) 환상적인 글을 누군가는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그런 글을 쓸 수 있는가. 생각해 봐야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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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는 철학 리스트서브에서 

웁살라 대학 철학과에서 "풀펀딩" 박사과정 모집한다는 이메일이 얼마 전 왔었다. 


오 가고 싶다. 

아니 진짜 농담이 아니라 여기 연락처 나온 교수에게 이메일 한 번 보내볼까. 

제가 나이가 매우 많습니다만 (늦기 전에, 죽기 전에) 철학과에서 철학 공부 해보고 싶습니다.  

... 어떻게든 비장하게, 거절하기 어렵게, 말해볼까. (그쪽에서 거절이야 물론 숨쉬듯 쉽겠지만 그래도 순간, 응? 하게 절절한 편지를 쓰자). 이 학교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혹시 "다양성" 추구한다면, 심지어 고령도 잇점 아니야? 단 한 사람의 늙은 학생. 필요하지 않습니까? 


.... 저런 미친 생각 연달아 하게 됐었다. 

 



웁살라는 Ingmar Bergman 영화들 보면서 생긴 (푸코를 읽으면서 조금 더 강화된) 로망이 있는 도시라서. 

이름도 멋진 도시. 웁살라. 이메일을 보내보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정말 놀랐겠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을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나이가 많습니다만 철학을 사랑하는데요, 이런저런 작업을 요만큼이지만 해보았고 이런저런 작업을 죽기 전에 해보려는 중입니.... 이라 말했다면, '그래그래, 우리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합시다. 서류를 보내주세요' 랬을 수도. 야 지금 대학원 박사 과정이 아니라 퇴직할 나이 아니냐. 물론 70대에 평생을 원하던 공부를 하러 박사 과정 가셨던 분들도 있지만 그런 분들 (그만, 그만 생각하자). 





고생하면서 읽었던 아도르노 요즘 다시 읽으면서, 그에 대해 어떤 글들 쓸 수 있나, 쓰고 싶은가... 같은 생각 하게 되는데, Ingmar Bergman 영화들 다시 보면 비슷하게, 그것들 처음 보던 때와는 그래도 조금 다르게, 내가 이 영화들에 대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에 집중하면서 볼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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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02-09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웁살라 푸코 💕

몰리 2022-02-09 16:15   좋아요 1 | URL
우리는 모두 푸코 투어리스트가 되어야 합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 웃음;;;;;;;;;)

공쟝쟝 2022-02-10 12:40   좋아요 1 | URL
아니요 저도 웃어요! 떠나요 웁살라로 몰리님!!

몰리 2022-02-11 07:40   좋아요 1 | URL
우리의 미래에
웁살라의 추억이 있게 합시다! (기원. 기원).

han22598 2022-02-11 04: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칼라쉽이 이렇게나 무섭습니다.
누구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하는데 돈까지 준다면서 고마워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혹자는 그 돈받고 어떻게 생활이 되냐며.....혀를 차는 사람이 있다는 ㅎㅎ 그들에게는 하찮겠죠.
돈은 그래서 대략 중립적인 것 같아요. 결국 사람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야 한다며..이렇게 자기 합리화 ㅎㅎㅎㅎㅎ

몰리 2022-02-11 07:39   좋아요 1 | URL
웁살라 철학과 박사과정 펀딩은 심지어 진짜 거의 직장 수준인 거 같기도 했어요. 스웨덴에서 유로 단위라 상상할 수 없긴 하지만 설명하는 걸 보고 있으니 뭔가 느낌이 ˝야 너 진짜로 공부만 할 수 있다니깐˝ 플렉스. 진짜로 지원해 봤어야 하나, 내년에 ㅜㅜㅜㅜㅜ 해볼까, 이러고 있. ;;;

라로 2022-02-14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신청해 보시지... 저는 너무 무모한가요??^^;;

몰리 2022-02-14 19:32   좋아요 0 | URL
아앜 그런데 사실 철학보다는 웁살라를 탐하던 것이었는데
만약 이메일 보내고 긍정적으로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다면 그 마음을 들켰을 ㅎㅎㅎ 거에요.
 



나도 회고록 쓰겠다 작정하고 나서 알라딘 중고 매물 볼 때도 회고록 나와 있으면 

어떤 책인가 확인하고 (덥석 회고록이기만 하면 사지는 않고) 있는데, 어제 나와 있던 건 이 책이었다. 

10대 소녀의 (아마 미국 소녀의?) 파리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시절의 회고. 리뷰들을 보니 안 사도 되겠어서 다행이던 책. 지금 구글 이미지에서 책 이미지 찾다가 보니, 그래도 좀 궁금해지기도 한다. 10대들의 정신의 삶은, 설령 그걸 거장이 쓴다 해도 음 10대말고 3-40대, 50대의 정신의 삶보다 훨씬 덜 궁금할 것이다. 그래도 좀 궁금해진다는 것은.....   





이건 며칠 전 나와 있던 책. 

결혼의 세계도, (여기선 비교 대상이 무엇?) 독거의 세계보다 덜 궁금하다. 또 무엇보다 덜 궁금하냐.  

결혼과 배신.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괴작일 수도? 해서 리뷰 검색해 보니 이것도 사지 않아도 될 거 같은 책이었다. 




더 얼마 전엔 이것도 나와 있었다. 이 회고록 역시 혹평들을 찾아보면 

마음 편히 패스하게 되던 책. 



어떤 주제로든 글을 쓰고 있거나 쓰고 난 다음이면 그 주제가 달라진다. 

애착하게도 되고. (염오, 그런 걸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주제에 대해 쓴 사람들이 갑자기 가깝게 느껴지고. 동지 같아지고. 그들과 만난 적이 있는 거 같아지고. 다름 아니라 이걸 위해서라도 (세계에 애착하기 위하여 ㅎㅎㅎㅎ 거창하게 말합시다) 글을 써야 하는 것이겠. 







회고록 쓰겠다 마음 먹는 것만으로도 (시작도 안했어도), 심지어는 나보코프의 이 책도 달라 보이는 것이다. 내가 하려고 했던 걸 먼저 한 책.......... 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 형식적으로는 절대 망상이 아닌 (내용으로는 망상, 절대 망상) 생각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습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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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9 05: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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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0 02: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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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4 1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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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4 14: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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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글 "Television as Ideology". 

글이 쓰인 당시는 tv가 아직 보편화되기 전 (이게 새삼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시절에 일찌감치, tv의 전면 보급이 무얼 뜻하나, 어떻게 tv는 "악마적 객관 정신"의 편에 설 것인가. (.....) 이런 걸 분석하는 글. 이 글 한 대목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현대의 기술이 동화 속 환상의 실현이라는 상투적 주장들에 담긴 진실을 보려면, 환상의 실현에 대해 동화가 주는 교훈이 무엇인가 기억해야 한다. 소원의 충족이 소원하던 사람에게 좋은 결과가 되는 예는 거의 없다. 옳은 것을 소망하기, 이것은 가장 어려운 기예에 속한다. 그리고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그 기예와 단절된다. 동화에서 요정은 나무꾼 남편에게 세 개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고, 남편은 소세지가 아내의 코에 붙었다 떨어지게 하는 데에 그 소원을 다 쓴다. (.....)" 



저 밑줄 문장. 이 문장을 제사로 쓰는 에세이, 혹은 회고록, 혹은 무엇이든, 아무튼 이걸 지속적으로 생각하면서 이어지는 글을 모두가 쓴다면 좋을 것이다. 모두가 이걸 생에에 한 번은 에피그래프로 씁시다! 쓰기에 바쳐진 1년을 우리가 산다면, 이 문장을 기억하는 적어도 한 문단을 우리는 써야 하겠. 


영어로는 이렇습니다: "Wishing for the right things is the most difficult art of all, and since childhood we are weaned from it." 폴 발레리가 했다는 말, "인간의 정신은 그가 무얼 원할 수 있나로 알 수 있다": 이 말의 인용같은 말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발레리를 생각하면서 쓴 문장. 위대한 작가, 사상가라면 반드시 "옳은 것을 소망하기"라는 어려운 기예, ㅎㅎㅎㅎ 이것에 대해 우리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는 생각도. "비이성과 마주치면 양심의 가책을 느껴라" 바슐라르의 이 요구도, 옳은 것을 소망하기 위해 필요한 단련을 말한 것이 아닌가. 


인간을 지속적으로 마모시키는 환경은 바로 이 기예를 마모, 타락시키는 환경이기도. 


아도르노 얘기 그만해! 

한 번만. 헤이 한 번만..... 나의 눈을 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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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 전집. (이것들 말고 유고집도 있어서 "전집"이 옳은 말이 아니긴 하지만 그의 생전 출판 글들을 거의 모은 거라면 "선집"보다는 "전집"이 옳아 보...). 몇 년 전에 북디파지터리였나, 저렴하게 나온 적 있었다. 20만원 정도? 살까 말까 꽤 망설였는데 돈 걱정도 해야했지만 둘 곳 걱정이 더 우세. 이게 오면 어따 둠. 진짜 둘 곳이 없어. 돈 아주 적고 집은 극히 좁았던 삶. 독일어잖아.. 같은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니체 독일어 전집은 이보다 작아서 사두었고 몇 년 내내 그림의 책이지만 언제 봐도 잘 샀다고 생각하는 그림의 책. 


영어로 나온 그의 책들은, 빠져 있던 음악학 책들을 얼마 전 하나 사고 또 사고 줄줄이 사들이면서, 전작주의에 근접했다. 이것들도 보고 있으면 너무 잘 산 책들. 오호호... 보면 웃음. 


사실 21년 연말 페이퍼 쓰면서 생각하게 되던 것들이 아주 많았다. 인문학 전공자에게 연구라는 것에 대해. 읽기와 쓰기에 대해. 서재에 쓰기엔 부적합한 내용. 회고록이 기대되는 게 (결과가 기대되는 게 아니라 쓰는 과정이) 부적합, 부적절하게 들리기 쉬울 그것들이 어떻게 담길 것인지. 과연. 생각이 어떻게 정리되고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논문은 왜 쓰는가. 어떤 논문이 좋은 논문인가. 이런 주제로 말하고 쓰려면 나 자신이 ㅎㅎㅎㅎㅎㅎ 적지 않게 썼고 적지 않게 좋은 논문을 쓴 사람이어야 하잖아, 아니면서 저런 얘기를 하는 그런, 망가진, 그럴 수는 없. 해서 어쨌든 그 많았던 생각들을 회고록에서나 쓰게 될 것이든 아니든, 일단은 ㅈㄴ 논문 쓰기를 해야한다. 


그런데 이 주제에 대해서, 그리고 그 밖의 다른 (내 지금 삶과 바로 연결되는) 많은 주제들에 대해서, 참으로 예리하고 꼭 필요한 지적, 격려, 이런 것들이 아도르노 책들에 있다. 아 그리하여, 이렇게 연달아 그에 대한 포스팅을 하게 되었..... 로티 책들 읽던 동안엔 그가 논의하던 철학자들 중 한 사람이, 전에 누군가가 몰입해서 열광하던 철학자였던 걸 기억하면서 바로 그 이유로 시큰둥해지던데 말입니다. 아도르노 얘기 그만 하고 다른 주제가 있을 때까지 ㅈㄴ 논문 쓰러 가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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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1-28 0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ㅈㄴ 화이팅!

몰리 2022-01-28 09:48   좋아요 1 | URL
우리 달립시다, 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