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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지수를 높이고 싶다. 북플의 독보적 활동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아침 걷기 운동을 시작하면서 독보적 활동을 시작했다. 평일에 5000보 이상을 걷고(이건 문제 없다) 읽고 있는 책 한 권을 추가하면 된다. 문제는 읽고 있는 책을 알라딘에서 구매한 책 안에서만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알라딘에서 전자책을 구매하기도 하지만 밀리의 서재, 크레마클럽에서 책을 읽기도 한다. 시립 전자 도서관 두 곳도 이용 중이다. 구매한 책만 읽는 것이 아닌데 구매한 책만 '독보적'에 등록하라고 하니 난감하다. 아, 물론 구매하지 않은 책도 등록이 되기는 한다. 그런데 그럴 경우 스탬프를 주지 않는다. 스탬프 받으려고 하는 건데!!!


방법은 딱 하나, 서재 지수를 5000점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면 구매한 책이 아닌 책을 읽은 경우에도 스탬프를 준다고 한다. 단 한 번도 서재 지수에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는데 북플 독보적 때문에 서재지수가 너무 신경 쓰인다. 어떻게 하면 5000점까지 단숨에 도달할 수 있을까.


서재지수를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설명해주는 글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자체적으로 실험을 해봤다. 며칠 전 나의 서재지수는 3218점이었다. 그 후에 리뷰 한 개, 백자평 두 개를 작성했고 오늘 오전에 확인한 나의 서재지수는 3347점. 리뷰 하나랑 백자평 두 개로 129점을 끌어올렸다. 서재지수가 내가 작성한 글 개수로만 판정이 되는 것인지 조회수 및 좋아요 수도 같이 집계가 되는 건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서재 지수를 5000점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리뷰든 페이퍼든 계속해서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서재 지수를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서재 지수를 어떻게 올릴지 고민하는 글을 쓴다.


독보적 활동은 해보니까 재미있다. 어차피 걸을 건데 독보적 기록도 하고 스탬프도 모아서 적립금도 타면 좋겠다. 게다가 월마다 추첨해서 추가 적립금도 준다고 하니 완전 땡큐다. 문제는 이것 때문에 책을 더 사게 생겼다는 거다. 서재지수가 5000점이 되기 전까지는 구매한 책 중에서만 읽어야 하므로 '구매'에 굉장히 신경을 쓰게 된다. 물론, 사놓고 안 읽은 책이 굉장히 많다. 사놓은 책 중에서 안 읽은 책을 골라서 '독보적'에 등록하고 그걸 읽으면 된다. 그게 상식적이다. 그런데 나는 '구매한 책만 읽을 경우에만 스탬프를 준다고? 그렇다면 내가 지금 다른 구독 서비스에서 읽고 있는 책을 구매해야겠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이다. '독보적'에서 스탬프 10개를 모으면 적립금 500원으로 바꿔주는데 그걸 받으려고 책을 사는 사람이 있다니. 주객전도도 이 정도면 심각하다.


어쨌든 어제 산 책 이야기를 해보겠다. 빛소굴 출판사의 페이지터너스 시리즈다. 검색해보니까 종이책으로는 9권이 나와있는데 전자책은 6권만 존재한다. 그 6권을 한꺼번에 결제했다.

이번 충동구매는 전적으로 슈테판 츠바이크 탓이다. 얼마 전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다 읽고 나서 다음 책으로는 <어제의 세계>를 읽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건 작가가 죽기 전에 남긴 회고록의 성격이 짙으니 가장 마지막으로 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번 달은 나 혼자 정한 슈테판 츠바이크 집중 읽기 기간이다.) 그럼 뭘 읽을까 하다가 이 작가가 소설도 잘 쓴다는 소리를 익히 들었기에 밀리의 서재에 올라와있는 그의 소설 중 하나인 <우체국 아가씨>를 읽기 시작했다.


재밌다, 역시나 이 작가 글을 잘 쓰는군, 하면서 읽다가 이 문장에서 심장을 후드려 맞았다.


「1919년, 여자가 스물한 살 때 전쟁이 끝났다. 하지만 가난은 끝나지 않았다. 당국이 끝없이 쏟아내는 법령 아래 숨었을 뿐이었다.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전쟁공채와 지폐의 방공호 아래로 교활하게 기어 들어가 숨어 있던 가난은 뻔뻔스럽게 기어 나와 우묵한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며 주둥이를 크게 벌리고 전쟁의 시궁창에 남겨진 것들을 집어삼켰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던 겨우내 하늘에서는 수십만, 수백만 개의 돈다발이 눈송이처럼 쏟아져 내렸다. 하지만 눈은 온기 있는 손에 닿자마자 녹아버렸다. 돈은 잠을 자는 사이에도 녹아버렸다. 다시 시장으로 뛰어가기 위해 나무 굽을 댄 구두로 바꿔 신는 동안에도 돈이 날아가 버렸다. 멈추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항상 너무 늦었다. 생활이 수학이 되고, 덧셈이 되고, 곱셈이 되고, 머리가 어질어질한 숫자들의 소용돌이가 되고, 마지막 남은 물건들을 시커멓고 탐욕스런 진공 속으로 빨아들이는 회오리바람이 되었다. 어머니가 준 황금 머리핀이 머리에서 사라졌고, 어머니의 결혼반지가 손가락에서 빠져나갔으며, 다마스크 식탁보가 식탁에서 종적을 감췄다. 하지만 아무리 많이 던져 넣어도 소용없었다. 그 시커먼 지옥 같은 구멍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늦게까지 잠도 못 자고 앉아서 털스웨터를 짜거나 방을 전부 세놓아도, 부엌을 침실 삼아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해도 소용없었다. 오로지 잠을 자는 것만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돈 안 드는 일이었다. 여자는 늦은 밤, 지옥 같은 현실은 잊은 채 지치고 수척해진 육체를, 설렘이 사라져 버린 돌덩이 같은 육체를 침대에 눕혔다.」

갑자기 이 책을 사야겠어, 라는 하늘의 계시 같은 부름을 받고 알라딘에서 이 책을 검색했다. 종이책 정가의 40%로 할인한 가격에 전자책을 팔고 있었다. 40%면 거의 반값이다. 이 정도면 할인폭이 꽤 높은 거라서 바로 구매 버튼을 누르려다가 이게 페이지터너스라는 시리즈의 일부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시리즈를 통으로 검색해봤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이 두 권이 있고 그걸 제외하고는 전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작가들이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평점이 높고 무엇보다 출판사가 페이지터너스라고 자신있게 명명해서 그 책들을 이 세상에 내보냈다는 것에 마음이 혹했다. 그 중 하나인 <우체국 아가씨>가 정말로 재미있으니 신뢰도 가고 말이다. 다만 <우체국 아가씨> 말고는 전자책 할인폭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이것만 종이책 대비 40% 할인이고 나머지 책들은 대부분 종이책 대비 30% 정도 할인된 가격이었다. 하지만 전자책 10% 할인쿠폰 적용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 내가 지금 보유한 전자책 캐시 안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6권을 한꺼번에 질러버렸다......

원래는 한꺼번에 이렇게 여러 권의 책을 사는 일은 없다.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전자책 적립금이 천 원, 이천 원 쌓일 때마다 하나씩 구매하는 것이 나의 구매 패턴이다. 세 권짜리인 <나는 고백한다 1-3>을 지금 그런 식으로 사고 있다. 몇 주 전에 1권을 샀고 또 얼마 전에 2권을 샀고 아직 3권은 구입 전이다. 전자책 적립금 모이면 그때 사려고 맨 마지막 권을 남겨두고 있을 정도로 나는 인내심이 강하다. 적립금 없는 곳에 구매도 없다는 신조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빛소굴 출판사의 시리즈에 굴복하고 만 것이다. (장바구니에 홀로 남아있는 <나는 고백한다3>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얼른 3권을 구입해 나의 책장을 완성해야 하니 전자책 적립금이 팍팍 쌓였으면 좋겠다.)


일단 지금 <우체국 아가씨> 읽고 있는데 이거 다 읽고 나면 츠바이크의 또 다른 책인 <과거로의 여행> 읽을 거고 그 다음엔 <쇼샤> 읽을 거다. <쇼샤>는 크레마클럽에 올라와있는 책이다. 예쁜 보라색 표지와 쇼샤-라는 알쏭달쏭한 제목에 꽂혀서 진작 내 서재에 담아놓은 책인데 크레마클럽에서 읽기도 전에 알라딘에서 구매를 해버렸다


혹시나 밀리의 서재에 이 책들이 전부 들어와있는지 궁금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한 번 검색을 해봤다. 아뿔사, 빛소굴의 페이지터너스 시리즈가 밀리의 서재에 전부 올라와 있다. 하하하, 하지만 사서 읽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 괜찮아. <우체국 아가씨>도 밀리에서 읽다가 산 거니까, 괜찮아 괜찮아.


전자책이 구독 서비스에 올라가면 책이 안 팔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 같은)어떤 독자들은 일단 빌려보고 재미있으면 구입해서 보관하기도 한다. 그 작가의 그 문장들이 내 소유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전자책을 결제한다. 물론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소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심히 떨어지기는 하지만...그래도 일단 돈을 냈으니까 내 거라고 우겨본다.(전자책 이용자들은 인터넷 서점이 망하면 자신이 산 책들이 전부 공중분해될 거라는 근원적인 공포심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망하지마, 알라딘. 책을 많이 팔란 말이야. 그래야 내 전자책이 영원히 보존될 수 있어ㅠㅠ)

그나저나 알라딘에는 <정신과 의사> 전자책이 아예 등록되어 있지 않은데 밀리의 서재에 이 책의 전자책이 버젓이 올라와있다. 그것도 '독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뭐야 도대체 뭔데. 알라딘과 교보문고와 예스24를 다 뒤져도 이 책의 전자책은 없다. 아니, 밀리의 서재에 올릴 정도면 전자책 파일이 있다는 건데 그걸 왜 안 팔고 여기에만 올리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고 생각하는 순간 밀리의서재 소개글에 있는 전자책 출간일을 봤다. 2024년 1월 31일. 허허..지금이 1월 15일인데 이 책은 시간을 거슬러 왔구나. 그러니까 정식 출간 되기도 전의 전자책 파일을 밀리에서 독점 계약에서 올린 거다. 그렇다면 이 책은 밀리에서 봐줘야겠다.


서재 지수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이 페이퍼는 빛소굴 출판사의 페이지터너스 시리즈 지름신 영접을 거쳐 밀리의 서재로 끝나게 되었다. 이 글의 정체성이 뭔지 나는 모르겠다. 글을 시작하기는 쉬운데 글을 끝맺는 것은 항상 어렵다. 서재 소개글에 일부러 '미완성의 기록들'이라고 적어놨다. 내가 쓰는 모든 글은 미완성이라는 의미로, 더 나아가서는 미완성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은 것이다. 어떤 글을 완성하려고 하면 시작하기가 힘든데, 미완성으로 끝내겠다고 다짐하면 글 쓰기가 쉽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가 뚝 끝내면 된다. 그렇게 해서 나의 모든 기록은 미완성으로 남게 될 것이다. 일단 서재지수 5000점을 향해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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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똑같은 책을 또 샀다. 같은 책을, 심지어 똑같은 전자책인데 또 산 것이다. 왜냐하면...파일 형식이 다르다. 예전에 산 것은 PDF 버전이고 이번에 산 건 epub 버전이다. 하...똑같은 전자책을 두 번 사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PDF로 읽는 거 너무 불편해서 정말 어쩔 수 없었다.


이걸 사고 보니 그동안 똑같은 책을 두 번 산 적이 적잖이 있었다는 게 생각이 났다. 대부분은 종이책으로 갖고 있다가 그걸 팔고 전자책으로 새로 산 것이다. 생각나는 책들만 대강 검색해봤는데도 꽤 된다.



-러시아 미술사

우선 <러시아 미술사>. 이 책은 러시아 여행 가면서 들고 갔는데 다녀와서 종이책은 처분했다. 그 후에 전자책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전자책까지 살 생각은 없었는데 러시아 여행을 추억하면서 이 책이 다시 필요하게 되어서 아주 최근에 전자책으로 구매했다. 보통은 월초에 전자책 캐시를 미리 구매해두고 그 안에서 전자책을 구입하는 편인데 최근에는 책 그만 사자는 심정으로 전자책 캐시를 하나도 쟁여두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은 최근 들어서는 거의 유일하게 전자책 캐시가 아니라 쌩돈 주고 산 책이다. 여기에 소개되는 러시아 화가들 그림 중에서 일리야 레핀, 바실리 수리코프 그림이 참 좋다.



-돈키호테

그리고 <돈키호테>. 양장본 나왔을 때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구매했었는데 종이책을 전부 정리하면서 중고로 팔았다. 그리고 어차피 안 읽을 것 같아서 잊고 살다가 이수은 작가의 <평균의 마음>을 읽고서 <돈키호테> 전자책을 구입했다. 그 책을 읽으면 자동으로 <돈키호테>가 읽고 싶어진다. 이래서 책에 대한 책을 조심해야 한다.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장바구니에 책이 십수권 담기게 된다. <돈키호테>는 종이책으로 갖고 있었을 때는 완독 못 할 것 같았는데 전자책이니까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 희한하게 벽돌책은 종이책으로는 안 읽히는데 전자책으로 읽으면 그나마 읽힌다. 무게나 두께가 안 느껴져서 그런 듯 싶다. 벽돌책은 전자책으로! 아무튼 <돈키호테>는 올해 안에 읽을 거다. 무조건!



-프랑스 중위의 여자

<프랑스 중위의 여자>도 종이책으로 갖고 있다가 팔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전자책이 나온 걸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전자책으로 사고 싶어서 정말 여러 번 검색했는데도 안 뜨길래 거의 반포기 상태였는데 어느날 검색해보니까 전자책이 나왔길래 바로 샀다. 예전에 갖고 있던 종이책은 한 권 짜리였는데 전자책은 분권이다. 거기다 가격 차이 무엇. 그래도 전자책이 있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도 두 번 샀다. 예전에 갖고 있던 종이책은 세 권 짜리였는데 전자책은 통합본이다. 통합본도 버전이 여러가지인데 내가 산 전자책은 제일 못생긴 맨왼쪽 표지다. 나도 예쁜 리커버 표지의 <존.세.거> 갖고 싶은데 전자책 이용자에게는 어떠한 선택권도 없다. 표지 따위 안 보면 그만이라고 위안을 얻어 보지만 그래도 가끔씩 열 받는다. 전자책 사용자에게도 표지 선택권을 달라!!우리에게도 미적 감각이 있다!



-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제의 세계>도 두 번 샀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 책에 대한 집착이 있다. 안 읽으면서도 계속 보관하려고 한다. 이번 달에는 나 혼자 슈테판 츠바이크 작품 뽀개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이번 달에 이거 진짜 읽을 거다.

지금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 읽고 있는데 이거 다 읽으면 바로 <어제의 세계>로 넘어갈 계획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책 썩겠어...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두 번 샀는데 이 책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종이책을 팔고나서 뭔가 허전한 마음에 전자책을 다시 샀는데 몇 달 후에 개정판이 나온 것이다ㅠㅠ이왕 새로 살 거면 개정판을 샀었어야 했는데 두 번을 사면서 구판만 샀다. 슬프다. 개정판이 훨씬 좋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개정판 전자책을 또 살지도 모르니 아예 리뷰도 보지 않는다. 표지 말고는 바뀐 게 별로 없기를 바라고 있다.



-장미의 이름

<장미의 이름>도 두 번 샀다. 그런데 <장미의 이름> 처음 종이책으로 산 게 무려 2003년이다. 믿기지가 않는다, 20년 전에 사놓고도 아직도 안 읽었다는 게! 그때는 <장미의 이름>을 읽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있어보이고 싶어서 사놓고 책상에 꽂아두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책을 읽는 것보다 사서 전시하는 걸 더 좋아했다. 그러다가 종이책을 전부 처분하고 코로나 시절부터 마음이 심란해서 진짜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했던 시절에 비해 정작 책을 읽은 기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것도 구매 20주년 기념으로 올해 진짜 읽어야겠다. 이탈리아에서 만든 드라마가 있다는데 그걸 먼저 보고 읽으면 더 쉽게 읽을 것 같은데 OTT에 아무리 뒤져도 없다. 이탈리아 드라마 어디서 구하져...아무튼 드라마 못 구해도 꼭 읽을 거다. 나와의 약속이다.


사실 이것 말고도 두 번 산 책은 엄청 많다ㅋㅋㅋㅋㅋ


왜냐하면 나는 김영하의 팬이고 김영하 작가의 책을 전권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있었는데(전부 초판) 나중에 결정판 시리즈로 새로 나왔길래 그걸 전부 전자책으로 다시 샀다. 알라딘 전자책 적립금 들어올 때마다 구슬 꿰듯이 하나 하나 사서 모았다. 몇 달에 걸쳐 사면서도 뭐 하는 짓인지 약간 회의감이 들기는 했다.



이제는 웬만하면 구독 서비스 이용하려고 노력 중이고 책 안 사려고 하는데 그래도 가끔씩 들어오는 전자책 적립금의 혜택을 외면할 수가 없다. 뭐라도 사야 할 것 같은 이 마음!!게다가 30명 추첨, 50명 추첨 이런 식으로 주는 추첨 적립금도 은근히 당첨 확률이 높아서 하나도 안 빼놓고 계속 응모 하다보면 적립금을 계속 건질 수 있다. 이거 완전 마약이다. 적립금의 마약에서 벗어나려고 핸드폰에서 알라딘 어플 알림 꺼놓은 적도 있었는데 딱 한 달 갔다. 그 후에 알림 다시 켜고 또 적립금 모으는 중이다...하 그나마 종이책으로 안 사니까 안 쌓인다는 게 위안이기는 한데, 안 보여서 더 사는 것 같기도 해서 뭐가 좋은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에는 똑같은 책을 알면서도 두 번씩 사는 바보가 있다. 전자책 시장이 커져서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알면서도 또 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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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아침에 일어나는 걸 늘 힘들어했다. 저혈압이라서 그렇다고 핑계를 대보기도 하지만 어쨌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이 익숙했던 거다.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면 개운하기는 하지만 하루를 도둑 맞은 것 같은 생각에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최근에 두 가지를 시작했다. 모닝페이지와 신문 구독.


모닝페이지는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45분 동안 손으로 세 쪽 일기를 쓰라는 것이다. 


2012년에 나온 첫 책은 아주 예전에 종이책으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엄청 감명깊게 읽고 모닝페이지를 썼다. 그때는 손으로 쓰기가 싫었는지 컴퓨터로 썼다. 그때 쓴 한글 파일을 찾았는데 열려고 하니까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한다ㅋㅋㅋㅋㅋ핸드폰 번호 뒷자리부터 생년월일까지 다 넣어봤는데 안 열리더라. 나 도대체 무슨 숫자를 입력해놓은거지? 아무리 시도해도 열 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그렇게 2012년에 쓴 모닝페이지는 날아갔다. 도대체 무슨 대단한 비밀이 있다고 비밀번호까지 걸어놓은 건지 나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쨌든 2012년에 낸 <아티스트 웨이> 이후로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 <아티스트 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와 같은 책들이 더 출간됐다. 그 중에서 <아티스트 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이 전자도서관에 있길래 빌려봤는데 사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알 것 같아서 속독하면서 넘어갔다. 어쨌든 모닝페이지를 쓰면 자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인생이 달라진다는 식의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 편이어서 그런 메시지에 혹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아침에 일어나서 45분 동안 일기를 쓰자, 라는 구체적인 방법이 맘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할 일을 만들어두면 일찍 일어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작년 말(그래봤자 몇 주 전)부터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하루 딱 해보고서는 이거 나랑 아주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나는 손글씨 쓰는 걸 아주 좋아하고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기억력이 짧아서 기록을 안 해놓으면 내가 뭘 하고 살았는지 다 까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녁에 일기를 쓰려면 너무 귀찮고 피곤해서 내일 쓰지 뭐, 하면서 건너뛰기 일쑤였다. 그런데 모닝페이지를 쓰니까 전날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다. 그러니까 저녁에 써야할 일기를 다음날 아침에 쓰는 것이다. 모닝페이지를 쓰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를텐데, 나는 무조건 전날 뭐 했는지 쓰면서 시작한다. 모닝페이지를 쓰니까 그날 있었던 일을 당일에 기록하지 않고 잠들면서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내일 일어나서 쓰면 되니까 굳이 밤에 피곤하게 일기를 쓸 필요가 없다. 예술가들은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영감을 찾을 것이고, 고민이 많은 사람들은 해결책을 찾을텐데, 기억력이 짧은 나 같은 사람은 전날 있었던 일을 소 여물 먹듯이 되새김질 하면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모닝페이지를 쓰고 나면 바로 나가서 동네를 산책한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다. 해가 뜨고 나면 선크림을 바르고 나가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서 보통 집밖에 나가는 건 해 뜨기 전과 해 지고 난 후다. 예전에는 해 지고 나서 밤 9시, 10시에 걷기 운동을 했는데 모닝페이지를 쓰면서부터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되어서 해 뜨기 전에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거창한 건 아니고 30분 정도 걷는데 걸음수 3500보 정도가 찍힌다. 그렇게 아침에 걸음수를 저축해놓고 시작하면 이자가 붙듯이 걸음수가 차곡차곡 쌓여서 저녁에는 7000보 정도로 마감을 할 수 있다.


걷기 운동 하고 돌아오면 신문을 읽는다. 당연히 종이 신문이 아니고 디지털 신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들 보는 경제 신문 하나를 돈 주고 구독하고 있다.(중고나라에서 1년 구독권 사서 그나마 저렴하게 구독 중이다.) 그 신문사에 내 돈 보태주는 거 너무 싫었는데, 제대로 된 디지털 신문 구독 서비스가 그 신문사밖에 없는 것 같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했다. 그거 다 보고 나면 네이버 컨텐츠에 들어가서 다른 신문사들 기사도 두루 살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렇다면 경제 신문 거기도 굳이 구독하지 말고 네이버에서 봐도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이게 내 돈 주고 보는 거랑 공짜로 보는 게 확실히 다르다. 정말 다르다. 돈 주고 보는 신문은 확실히 집중해서 보게 된다. 너무 피곤해서 가끔씩 안 보고 지나갈 때도 있는데 돈 낸 게 아까워서 금방 다시 돌아오게 된다. 반면 네이버에서 공짜로 보는 뉴스들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하는 기분이다. 구속력이 없다. 이래서 뭔가를 제대로 하려면 일단 돈부터 들이라는 조언이 생겼나보다. 솔직히 책도 돈 내고 보는 게 훨씬 재미있다. 구독 서비스나 전자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들은 재미가 80%밖에 되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보관함에 있는 모든 책을 샀다가는 파산하고 말 것이기에 오늘도 책 구입과 대여 사이에서 갈팡질팡 줄다리기를 한다.


신문까지 다 보고 나면 확실하게 정해놓은 아침 루틴은 끝난다. 그 다음에 하는 일은 매일 다른데 그래도 요즘에는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투자해서 영어 단어를 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영어 원서를 너무너무 읽고 싶은데 단어가 발목을 잡는다.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왜 이렇게 많은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래도 꾸역꾸역 단어 찾아가면서 읽었는데 어느새 네이버 영어사전 단어장에 미암기 단어가 1000개가 쌓였다ㅋㅋㅋㅋㅋㅋ그래서 지금은 원서 읽는 걸 중단하고 영어 단어 뽀개기에 집중하고 있다. 미암기 단어 1000개 다 외우고 나서 다시 원서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런데 하루에 아무리 외워도 50개 이상 외워지지가 않는다. 이것도 외우는 게 아니라 뇌 표면에 잠시 얹어두는 것이다. 다음 날 일어나면 또 까먹고 또 외운다.


지금 읽고 있는 원서는 두 권. <기묘한 나라의 여행기>로 번역된 <Don't Go There>, <경험 수집가의 여행>으로 번역된 <Far and Away>다. <Far and Away>가 압도적으로 어렵다. 원서읽기 초급자가 도전할 레벨이 아니다. 왜 이렇게 어려운 책을 골라서 셀프 고통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보통 영어원서 초급자들에게 추천하는 쉽고 말랑말랑한 책들은 도무지 내 취향이 아니다. 영어 원서든 뭐든간에 어쨌든 책이라서 취향이 맞아야 읽는다. 나도 청소년 필독도서 읽으면서 단계별로 실력을 늘리고 싶은데 성격상 그게 안 된다. 못 읽어도 좋으니까 재미있어 보이는 거 읽고 싶어서 사서 고통이다. 이거 다 읽고 나면 <In Cold Blood> 원서로 읽고 싶다. 그거 다 읽고 나면 이언 매큐언 소설. 도대체 내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를 의지라고는 0.1그램도 없다.


이렇게 거창하게 써놨는데 모닝 루틴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 적어도 반 년 이상 지속하면 루틴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 솔직히 신문? 안 읽어도 되고, 운동? 저녁에 해도 되는데, 모닝페이지만은 꾸준하게 쓰고 싶다. 두툼하게 쌓인 일기장 보면 올해 연말에 뿌듯할 것 같다. 연초부터 연말을 생각하면서 올 한 해 동안 뭘 해야 행복한 연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확실한 건 모닝페이지와 독서. 그 중에서도 영어 원서. 저작권 만료되어서 인터넷 상에 무료로 풀린 고전 영미권 소설들 원서로 읽는 게 꿈이다. 연말에 이 페이퍼 다시 보면서 2024년을 점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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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이책이 없다. 갖고 있는 책은 전부 전자책이다. 


물론 한때는 종이책이 꽤 많았다. 나중에 커서 서재방을 갖는 게 꿈이라고 할 정도로 종이책 모으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물건과 소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고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 걸쳐 서서히 종이책을 처분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종이책을 처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책을 처분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책이 쌓이기 때문에 찔끔찔끔 정리하는 건 티도 안 난다. 한꺼번에 미친 사람처럼 정리해야지만 변화가 생긴다.


나 같은 경우는 2016년에 '정리의 축제'라고 부를만한 이벤트를 가졌다. 친언니랑 같이 살 때였는데 언니가 잠시 휴직을 했다. 나는 그때 퇴직을 결심하면서 우리 자매에게는 인생의 변화가 필요했다. <인생이 두근 거리는 정리의 마법>이라는 일본 드라마를 보고서 언니한테 우리도 이거 해보자고 제안했고 언니가 오케이 했다.













도서관에서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과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빌려와서 읽고 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언니와 둘이서 온집안을 다 뒤졌다. 둘이 살던 자취방이었는데 무슨 물건이 그렇게 많은지 충격을 받았다. 주변에 고물상이 있었는데 거기 사장님과 번호를 교환했다. 우리가 옷과 신발 같은 걸 집밖에 내어놓은 후 연락을 드리면 그 분이 리어카를 끌고 오셔서 수거해가셨다. 우리가 굉장히 많은 물건을 내놔서 상당히 흡족해하시는 것 같았다.


그 정리의 끝에는 책이 있었다. 이미 정리 가속도가 붙은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 고민 없이 안 읽는 책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알라딘 중고매입 서비스가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깨끗한 건 알라딘에 팔았고 매입불가 판정이 뜬 건 고물상 사장님께 연락드려서 한꺼번에 수거해가실 수 있게 했다.


그렇게 해서 2016년에 1차 정리가 끝났다. 2차 정리는 코로나 시기였다.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한국에 있는 부모님 집에 와보니 나를 맞이하는 건 보관을 잘못해서 누렇게 변해버린 책들이었다. 책 주인이 해외에 있으니 관리가 안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미니멀 본성이 되살아나면서 남아있는 책을 전부 정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제일 힘들었던 게 바로 이 2차 정리였다. 1차 정리 때는 사놓고 안 읽은 책들만 정리를 했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 2차 정리 때는 좋아하고 아끼던 책들도 정리해야 했다. 내가 세운 원칙은 이러했다.


1. 전자책이 있으면 처분한다. 나중에 다시 보고 싶으면 전자책으로 사면 된다.

2. 종이책만 있다 하더라도 도서관에 있으면 처분한다. 나중에 보고 싶으면 빌려서 보면 된다.

3. 정말 아끼는 책이라면 북스캔 업체에 가져가서 스캔한 후에 PDF로 보관한다.


이 3번 과정이 사실 결정적이었다. 한 번 해보니까 너무 힘들었다. 책이 든 캐리어를 끌고 서울 지하철역을 오고 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다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구간을 만나면 지옥이었다. 그걸 깨닫고 나서는 처분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 책은 절대 못 판다고 생각했던 것도 다 팔았다. 그 무거운 책을 들고가서 내 돈 주고 스캔하는 것보다는 깔끔하게 택배로 처분하고 돈까지 받는 일이 훨씬 나았다. 그렇게 해서 책장 두 개에 꽉 차 있던 책을 처분하고 책장도 버렸다.


물론 그렇게 해서 책 정리가 다 끝난 건 아니었다. 책에 대한 집착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 다음에는 종이로 된 아주 작은 책꽂이를 샀다. 딱 거기에 들어가는 만큼만 책을 보관하겠다고 맹세했는데 어느 순간에 그 책장도 보기가 싫어졌다. 책을 다 꺼내놓고 책장부터 처분했다.(당근으로 무료나눔) 그렇게 책장을 없애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또 책을 정리했다.


그 다음에는 북엔드를 놓고 거기에 놓을 수 있는 정도로만 보관하기로 마음 먹었다가 또 처분. 그런 식으로 아주 여러 번에 걸쳐서 책 정리를 했고 결국에는 2022년 무렵에 종이책 제로 상태에 도달했다.


그렇게 나는 천천히 전자책의 세계로 넘어왔다. 


예전에는 뭘 사려고 검색해봐도 전자책으로 있는 게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전자책으로 나오고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도대체 전자책이 왜 안 나오지, 했던 책들도 하나둘씩 전자책을 내고 있어서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재미도 있다.


트루먼 커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는 진짜 전자책으로 안 나올 줄 알고 전자책 알림 신청을 걸어두고도 까먹고 있었는데 이거 전자책 출간되었다는 푸시 알림 받고 끼야악 소리를 질렀다. <둔황>은 오랫동안 전자책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감감무소식이다. 문학동네 세문전 웬만한 책들은 거의 전자책이 있던데 왜 이 책은 없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기다려본다.



세상의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이북리더기로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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