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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독파 프로젝트> 이번달 주제는 '민음사 세문전 읽기'다. 내가 사놓은 민음사 세문전 중에서 <나는 고백한다>, <깊은 강>, <내 이름은 빨강>,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을 예정이다.


유튜브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뭔가 딴일 하면서 틀어놓을 영상이 필요할 때 민음사 세문전 월드컵 시리즈를 자주 찾는다. 최근에 올라온 '첫문장 월드컵' 영상에서 자우메 카브레의 <나는 고백한다>가 우승을 차지했다. 안 그래도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영업까지 당했으니 이번에 꼭 완독해봐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다. 세 권이나 되는 두꺼운 책이라서 이번 달에 이거 하나만 제대로 읽어도 성공하는 것 같은데(왜냐면 나만의 독파 프로젝트 책 이외에도 다른 책들을 읽기 때문에) 일단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른 민음사 세문전 책들도 골랐다.


처음 읽는 엔도 슈사쿠. 이 작가의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동안 못했었는데 우연히 이 책의 소개글을 읽다가 인도 바라나시 갠지스강이 등장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바로 구매했다. 바라나시는 나한테 의미있는 장소라서 거기에 관련된 소설이라면 지나칠 수 없다. 그러고보니까 나는 카탈루냐 지역인 바르셀로나도 다녀왔고, 바라나시도 다녀왔고, 튀르키예도 다녀왔네. 나는 상상력이 너무너무 빈약해서 내가 다녀온 지역에 관한 소설을 특별히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상상력의 빈자리를 현실의 경험으로 채워야 한다.


이 책은 사놓은지 꽤 됐는데 이번에 꼭 읽을 거다. 분명히 재밌을 것 같은데, 내 취향일 것 같은데 손이 안 간단 말이지.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약간의 강제력을 만들어둬야 비로소 읽게 된다.


1월에는 <슈테판 츠바이크 읽기> 계획을 세웠는데 막판에 <어제의 세계> 읽다가 중도하차 할 뻔했다. 다른 츠바이크 책과 달리 이 책은 유독 번역체 문장이 거슬려서 읽기기 힘들었다. 그래도 계획한 거니까 완독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끝까지 읽었는데 뒷부분에서 또 감탄을 했다. 중도하차 했으면 그 부분 못 읽었을텐데 끝까지 읽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러니까 나한테는 강제성이 필요하다. <내 이름은 빨강>도 이번 달에 꼬오오오옥 읽을 거다.


<카탈로니아 찬가>도 사놓은지 꽤 된 책인데 이번에 읽자. 솔직히 이 책이 제일 어렵고 안 읽힐 것 같다. 여러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카탈로니아에 모였다는 것부터 일단 어려워보인다. 그런데 궁금하고 재밌을 것 같아. 이 책 때문에 독서 텐션이 루즈해지기를 바라지 않기에 일단 이 책은 제일 마지막에 배치했다. 이건 혹시 읽다가 중도하차해도 할 수 없다...그것은 독서 신의 뜻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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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은 한 권인데 사는 책은 서너 권인 느낌이다. 안 읽은 책이 금방 금방 쌓인다. 게다가 열린책들 세계문학 200권 50년 대여도 했고 얼마 전에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아홉 권 짜리 세트도 50년 대여했다. 구독 서비스 중에서는 밀리의 서재랑 크레마 북클럽까지 두 개나 이용하고 있으며 심지어 전자도서관까지 이용을 하고 있어서 읽을 책이 차고 넘친다. 


예전에는 책이 귀한 물건이어서 서점에서 책 사면 하나 하나 포장해줬다고 하던데(유튜브에서 들은 내용이다) 요즘에는 책이 엄청나게 흔해졌다. 책이 이렇게 흔해졌는데도 정작 읽는 사람은 없으니 신기하다. 하긴, 나조차도 메뉴판에 메뉴가 너무 많으면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고, 온갖 추천작으로 버무려진 넷플릭스 메인 화면을 보면 썸네일만 보고도 질려서 나와버리기도 하니까 읽을 책이 많아졌는데 독자는 줄어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도 되도록 사놓은 책 중에서 읽으려고 하는데 자꾸 전자책 적립금이 쌓이니까 책 사들이는 걸 멈추기가 쉽지 않다. 전자책은 눈에 안 보여서 더 막(?) 사게 된다. 해결책은 좀더 가열차게 읽는 것. 그래서 사는 속도에 읽는 속도를 맞출 것.


2월에 민음사 세문전 읽고 3월에는 러시아 작가 벽돌책 읽어야 하나 싶다.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랑 <안나 카레니나> 같은 책, 사뒀는데 안 읽었다ㅠㅠ 책 읽는 속도 어어어엄청 느린 편인데 희한하게 벽돌책을 좋아한다. 두꺼운 책 다 읽을 때 그 희열 너무 짜릿해. 전자책 리더기 하단에 전체 페이지 중 내가 읽고 있는 페이지 표시되게 해놓고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숫자가 마지막으로 향해가는 걸 보는 게 너무 재밌다. 일단 이번달에 민음사 세문전 뽀개고 러시아 작가로 넘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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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렬독서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또 네 권 정도 벌려놓았다.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이니까 벌려놓는다, 라는 표현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이 책 보다가 저 책 보다가 하고 있다. 이북 리더기는 사실 병렬 독서 하기에 좋은 수단은 아니다. 종이책처럼 눈이 딱 보이게 쌓아놓을 수가 없어서 가끔 내가 지금 벌려놓은 책이 뭐가 있지, 하면서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읽고 있는 책' 폴더를 따로 만들어서 꺼내놓기도 하는데 그것도 별로 도움이 안 될 때가 있다.


이번 달, 나 혼자 슈테판 츠바이크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광기와 우연의 역사>, <우체국 아가씨>, <과거로의 여행> 읽었고 <발자크 평전>은 건너뛰고 <어제의 세계> 읽고 있다. '옛날에 말이야, 이렇게 좋은 시절이 있었지'라면서 쓴 일종의 회고록 에세이다. 학창 시절을 추억하면서 쓴 부분을 읽고 있는데 그 시절 17세들은 대단했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남학생들이고 아마도 전부 부유한 가정 출신이었을 것이다.) 다들 소설 쓰고 시 쓰고 비평하고 어떻게든 스스로가 똑똑하고 잘났고 남들이 모르는 걸 알고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다. 츠바이크 스스로 말하길 자신들이 이미 선생님들이나 기성 비평가들보다 더 뛰어난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하니...10대 때 그런 지적인 탐험에 빠져봤다는 게 뭔가 부러웠다.


얼마 전 드라마<리틀 드러머 걸>이랑 영화<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너무 재밌게 봤어서 내친김에 이 책까지 집어들었다. 구독 서비스에 없는 줄 알고 구입한 건데 알고 보니까 밀리에 있었다. 뭐...사서 읽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 괜찮아ㅠㅠ극초반 읽고 있는데 이 사람의 결말을 이미 다 알고 시작하는 거라서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너무 궁금해서 얼른 읽고 싶다.


올해 영어 책 많이 읽어보려고 하는데 그동안 너무 어려운 책들만 읽었나 싶어서(너무 어려워서 전부 다 중도하차) 그나마 쉬워보이는 청소년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역시 청소년 소설을 읽으니까 진도가 좀 나간다. 오전에 시간 날 때만 읽고 있는데 4분의 1 정도 읽었다. 앞으로 이렇게 쉬운 책과 어려운 책을 적절하게 배분해봐야겠다. 어려운 책들은 국내 번역본이랑 비교해서 읽는 편이고 이 책은 그냥 원서만 읽는다.


존 르 카레 조지 스마일리 시리즈의 첫 시작 <Call for the Dead> 읽고 있는데 처음부터 정말 모르는 단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져내린다. 괜찮아, 사전 찾으면 돼. 그래도 재미있다. 국내번역본이 절판 상태인데다가 전자책이 없어서 이 책도 원서로만 읽어야 한다. 번역본이랑 같이 읽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데 번역본이 없다니!! 튜브 없이 냅다 물에 던져진 기분이다. 죽지 않으려면 헤엄 쳐야겠지. 살아서 돌아와야겠다. (그나저나 Call for the Dead 책 표지인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왜 적혀 있는거지. 작가 대표작이 바로 이 책이다,라고 소개하는 셈인데...내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간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띠지로 두를 법한 내용을 표지에 박는 대담함이란;;게다가 제목은 너무 작고 작가 이름은 너무 크다.)


요즘 영드 <셜록>을 다시 보고 있다. 한창 유명할 때 한 번 봤는데 최근에 다시 보고 싶어서 찾았더니 쿠팡 플레이에 있다. 나는 쿠팡 와우 회원이 아니지만 엄마가 와우 회원이어서 아이디와 비번을 살짝쿵 빌려서 보고 있다. 쿠플에 <셜록>도 있고 <해리포터>시리즈 영화도 있고 <닥터 후>도 있다. <닥터 후>는 너무 길어서 엄두가 안 난다. 일단 <셜록>부터 보고 있는데 너무 노림수가 많다. 셜록이랑 왓슨을 왜 이렇게 엮어대려고 하는건지...ㅋㅋㅋ주변에서 쉴새 없이 엮어대고 홈즈는 아무 반응이 없고 왓슨은 진땀 흘리면서 부정하고. 예전에 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봤던 게 이상할 정도로, 너무 노렸다. 흐흠. 아무튼 재미있고, 런던 물가 비싸서 플랫메이트를 구할 정도라면서 저렇게 시도 때도 없이 택시를 타고 다니고 밖에서 외식을 해도 되는걸까 궁금해졌다. 현실에서 그랬다가는 파산각인데. 셜록 역의 배우는 검은 머리가 낫다. <팅.테.솔.스>에서 하고 나온 노란 머리는 정말 안 어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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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는 매달 나만의 테마를 정해서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내가 너무 산만하고 눈에 보이는대로 아무 거나 읽는 스타일이어서 '진짜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작품이나 작가를 읽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독파 프로젝트라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같은 책을 읽어나가는 커뮤니티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뭐든지 혼자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나 혼자 독파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이번 달 테마는 '슈테판 츠바이크 읽기'다. 이 작가의 책을 두 권 사놨는데 아직 읽지 못했기에 이 기회에 사놨던 책도 읽고 안 산 책도 찾아서 읽어보려고 한다.


1. 『어제의 세계』














이 책은 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종이책으로 갖고 있다가 생각보다 두꺼워서 못 읽었다. 나중에 종이책 전부 처분하고 전자책으로 다시 사들였는데 그 후로도 방치. 분명히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나의 산만함이 문제다. 이번 달에는 무조건 이 책은 읽을 것이다. 다른 책은 못 읽어도 이 책은 뽀개기로 결심했다.


2. 『광기와 우연의 역사』














이 책도 재미있어 보여서 전자책으로 사놨는데 아직 펼쳐보지 못했다. 한 번도 제대로 읽지 않는 작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 나한테는 가능하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데 그 작가를 꽤나 좋아한다. 나치 독일을 피해 브라질로 갔다가 거기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비극적인 이력 때문인 걸까. 아무튼 이 작가에게는 계속해서 끌리는 지점이 있다. 이 책도 주제는 그렇게 특색있지는 않지만 슈테판 츠바이크가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해서 샀다. 샀으면 읽어야겠지?


3. 『우체국 아가씨』
















나는 예전에 슈테판 츠바이크가 전기 작가 혹은 비문학 책만 쓰는 저자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은 소설도 쓴다. 다재다능함이 부럽다. 아무튼 이 책도 이번 달에 읽을 책 목록에 들어가 있다. 재미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4.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츠바이크는 전기를 잘 쓰기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 딱 한 권, 이 책을 골랐다. 츠바이크에 대한 호기심도 해결하고 발자크에 대한 궁금증도 풀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발자크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된 것에는 여러가지 계기가 있다. 이수은 작가가 쓴『평균의 마음』이라는 책이 있는데 거기서 이수은 작가는 발자크를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간결한 문장이나 담백한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발자크를 굳이 찾아서 읽어보지는 말라면서 어쨌든 자신은 발자크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굳이 찾아서 읽어보지는 말라니까 더 궁금해진다. 그렇게 발자크에 접근해보려던 즈음에 알쓸*잡 프로그램에서(알쓸신잡인지 별잡인지 기억이 안 난다) 김영하 작가가 바로 이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에 대해 언급했다. 아니, 츠바이크가 발자크 평전까지 썼다니. 일단 이것부터 읽어보고 발자크에 접근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이번 나만의 독파 프로젝트 시리즈에 넣었다.


다음은 안타깝게(?) 나만의 독파 프로젝트에 들지 못한 책이다. 


5. 『마리 앙투아네트 : 베르사유와 프랑스 혁명』














츠바이크가 쓴 마리 앙투아네트 전기 소설은 늘 읽고 싶었는데 전자책이 없어서 못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가로 책이 나왔다. 이화북스의 츠바이크 선집 3권이다. 찾아보니 2023년 10월 출간이다. 아직은 전자책이 없는데 츠바이크 선집의 1, 2권이 모두 전자책이 있으니 이 책도 기대를 걸어본다. 전자책 나오면 무조건 구매할테니 제발 전자책을 출간해달라! 해달라!


6. 『초조한 마음』














이 책도 재미있다는 평이 자자한데 전자책이 없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전자책이 아주 띄엄띄엄 나온다. 같은 세계문학 전집이라도 민음사나 문학동네, 열린책들과는 전자책 정책이 확연히 다르다. 이 책도 전자책 나오면 바로 구매한다. 그러니 제발 굽어살피소서.


+번외














이거 페이퍼 쓴다고 『평균의 마음』의 발자크 부분을 다시 읽었다. 이수은 작가의 이런 문장들이 너무 좋다. 


"발자크는 인간을 묘사하면서 문장 하나로 그를 천국까지 들어 올렸다가 다음 문장 하나로 지옥 바닥을 뒹굴게 한다. 저항할 수 없는 매혹으로 빠져들게 했다가 이보다 더 졸렬할 수 없는 나약함으로 무너지게 한다. 발자크의 묘사력이 힘센 이유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는 감정들을 누구라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생생한 비유와 상징으로 되살려 코앞에 들이밀기 때문이다. 흑백의 희미한 윤곽으로만 머물던 세계에 발자크이 시선이 닿으면 그곳에 불이 들어오고 사물은 색채를 얻고 존재는 활동을 시작한다."

발자크를 안 읽었는데도 마치 내가 발자크를 열 권 정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흩뿌려주신다. 이래서 책에 대해 쓴 책을 좋아한다. 그 책을 안 읽고도 아는 척을 할 수 있다. 『평균의 마음』은 그런 책 중에서도 정말 좋아하는 책이다.

페이퍼가 츠바이크에서 시작해 발자크로 끝나는 느낌인데 그렇다면 다음달 프로젝트는 발자크 읽기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단 이번달 프로젝트를 무사히 끝마쳐보자.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우선 『광기와 우연의 역사』부터 시작해본다.『어제의 세계』부터 읽었다가 또 미룰까봐 겁이 난다. 그나마 쉬워보이는 책부터 발을 담그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본다.


슈테판 츠바이크를 시작으로 2024년도 가열차게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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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읽은 책들은 전부 '북적북적' 어플에 정리하고 있다. 올해는 60권을 읽었다. 올해 초에는 여행을 다니느라 거의 읽지 못했고 9월 이후부터 가열차게 읽었다. 60권 중에서 기억에 남는 책들을 기록해본다.









올해 읽은 책은 대부분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이 책은 전자책이 없다. 종이책을 구매해서 스캔한 다음에 PDF로 변환해서 읽었다. 올해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책이다. 그동안 비문학 위주로 읽었는데 이 책 덕분에 문학을 읽는 눈이 약간이나마 트였다. '왜 읽는가'에 대한 책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읽는가'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는 점이 참 좋았다. 아, 그리고 이 책의 어느 한 부분을 읽다가 눈물이 흘렀다. 이 책의 주제와 별 관련이 없는, 아주 지엽적인 내용이었는데 왜 그 구절이 그렇게 마음을 치고 갔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서 한 번 더 읽고 싶은데 전자책 안 나오려나. 정말로 전자책이 나오면 좋겠다.









책 영업하는 일이 그렇게 힘들다는데 이수은 작가는 성공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고전을 찾아보게 되었으니까. 일단 내년에 <돈키호테> 읽는다. 전자책으로 사놨으니까 무조건 읽는다. 이 분의 건조하면서도 위트 있는 글이 좋아서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무조건 사서 읽을 거다.









<닥터 지바고>를 읽었다. 내가 쓴 페이퍼를 읽어보니 무려 20년 전부터 닥터 지바고를 읽으려고 몸부림쳤던 흔적이 있다. 그때 완독을 못 하고 이제야 읽게 되었는데 크게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읽다가 내용이 잘 이해가 안 되어서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영화까지 대여해서 보고 다시 책을 읽었는데도 그냥 쏘쏘했다. 영화 OST는 참 좋더라.









<어머니의 유산>을 먼저 읽고 <본격소설>을 읽었다. <어머니의 유산>이 좀더 재미있긴 했는데 <본격소설>도 상당히 좋았다. 소설에 저자 본인의 삶이 상당히 많이 녹아들어 있다. <본격소설>에서는 아예 작가 본인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그런 게 일본의 사소설 전통인가. 일본 소설을 많이 읽은 편이 아니라서 신기했다. 이 작가가 쓴 또 다른 이야기들이 읽고 싶다.









어딜 보나 <도둑맞은 집중력> 이야기가 빠지지 않아서 나도 읽어보았다. 시립전자도서관에 예약 걸어두고 몇 달 기다려서 읽었다. 초반은 정말 재미있었고 후반에는 약간 지루한 부분도 있으나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 읽고 하루 일과표를 꼼꼼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내가 하루 동안 뭘 했는지 10분 단위로 표시하는 일과표를 내가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다. 충격적이게도, 내가 핸드폰을 너무나 많이 쓰고 있었다. 그동안 바빠서, 정신 없어서, 책을 못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쓸데 없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겨서 책 읽을 시간이 없는 거였다. 반성 또 반성. 내 시간을 뺏어가는 어플을 전부 삭제했고 책을 좀더 많이 읽기로 결심했다. 사실 내가 핸드폰으로 하는 일이라는 게 재미있는 글들 읽는 게 전부라는 걸 깨달아서였다. 유튜브를 봐도 하염없이 댓글을 읽는 나 자신을 보며, 글자로 된 뭔가를 읽고 싶은 거라면 책이 나을 것 같았다. 핸드폰에 크레마클럽 어플을 깔아서 핸드폰을 하고 싶을 때는 크레마클럽에서 빌린 책을 읽는다. 핸드폰을 만지고 싶은 충동도 충족시키고 덕분에 책 한두 글자라도 더 보게 되니 일석이조다. 하여간 이 책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이링, 칭링, 메이링>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초반에 쑨원 얘기가 너무 많아서 제목을 <아이링, 칭링, 메이링 그리고 쑨원>이라고 했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도 했었는데 그게 절대 쑨원 이야기가 지루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쑨원 나오는 부분이 진짜로 흥미진진하다. 자매들 이야기는 중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많이 나온다. 그 시절에 미국 유학을 다녀온 대단한 자매들인데 그녀들의 삶을 이야기할 때 남편들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게 역시나 아쉬우면서도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번역이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다고 느꼈는데 100자평에 다들 번역가를 칭찬하고 있길래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이걸 사놓고 몇 년만에 읽는 건지. 영어 소설을 읽고 싶은데 도저히 그 구조를 모르겠는 문장이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서 열흘에 걸쳐서 읽었다. 사실 설명은 짧고 혼자 하는 연습문제가 많아서 뒷부분은 날림으로 보기는 했다. 그래도 한 권 보고 나니까 아 그래그래, 이제 알겠다, 싶은 순간이 왔는데 이제는 단어가 발목을 붙잡는다. 영어 소설 읽으려니까 모르는 단어가 왜 그렇게 많은 건지ㅠㅠ지금은 단어 외우고 있다. 매일 100개 이상. 내년 목표는 원서 뽀개기다. 특히 고전 소설이 목표다. 오래된 영미권 소설들은 저작권이 없어서 인터넷에서 무료로 전자책 epub 파일을 다운 받을 수 있다.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가 너무 보고 싶은데 번역본은 전자책이 없다. 그런데 영어 원서는 전자책이 있다. 심지어 무료. 이러니 내가 영어 소설 읽고 싶어서 미치지 않을 수가 없다. 내년에는 진짜로 영어 소설 뽀개고 만다.









이 책 읽고나서 얼마나 바르셀로나가 그리웠는지. 이거 전부 시리즈로 산 거라서 아직 네 권 더 남았다. 내년에는 마저 읽어야겠다.









이거 전자책 아니었으면 못 읽었을 거다. 별로 안 두꺼운 책인 줄 알고 읽었는데 나중에 실물책 보니 두껍더라. 두께를 모르고 읽을 수 있다는 게 전자책의 큰 장점이다. 이 책은 예수의 죽음 이후에 있었던 일들을 작가 나름의 견해로 열심히 상상하는 소설이다. 나처럼 기독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특히 바오로에 대한 설명 중에 빵 터지는 부분들이 꽤 된다.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보자. 1925년경, 반(反)볼셰비키 투쟁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 백군(怕) 장교가 크렘린에 찾아와 스탈린에게 알현을 요청한다. 장교는 스탈린에게 설명하기를, 자신은 개인적인 계시를 통해 순수한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접근하게 되었으며, 이제 자기가 그 독트린을 세계만방에 드날리고 싶단다. 이를 위해 스탈린과 공산당 정치국은 자기에게 전권을 부여해주어야 하지만, 자기는 그들의 권위를 따르고 싶은 생각이 전혀없단다. 자, 그림이 그려지는가?"


나는 치열하게 쓴 소설이 좋다. 물론 모든 소설은 작가 나름대로 치열하게 썼을 것이다. 당연하다. 이 짧은 페이퍼를 쓰는데도 썼다 고쳤다 난리부르스인데 책 한 권이 어찌 뚝딱 나오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쓴 티가 정말 팍팍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이 소설이 그 중 하나였다. 솔직히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도대체 이게 뭔 말이야 싶은 부분도 없지 않았는데, 치열하게 써내려갔다는 것, 쓰고 싶고 써야 할 말들을 줄이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사놨는데 언제 읽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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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매달 나만의 독파 프로젝트를 가동할 계획이다. 작가 뽀개기가 될 수도 있고, 한 테마를 잡아서 중점적으로 읽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야 좀더 강제성을 띈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엠비티아이 대문자 P형이라서 조금이라도 강제적이지 않으면 책을 안 읽는다. 읽더라도 중구난방으로 읽는다. 내년에는 올해 세운 목표를 조금이라도 달성해보자. 2024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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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닌, 다른 블로그에 러시아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다녀온 여행인데, 게으름 탓에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정리를 하고 있다.


갑자기 왜 이런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첫 째는, 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은 하고 싶은 일과 다르다. 내가 반드시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아니며 제한 시간 안에 끝내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그 일을 바로 시작하기가 두려워서 나는 회피의 방편으로 몇 년 전에 다녀왔던 러시아 여행을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한 번은 정리하려고 했는데 계속해서 미뤄두고 있었던 마음 속의 짐이었다. 그걸 해결할 때가 됐다.


두 번째로는, 바로 이 책이다.














번역가 김명남 님의 책을 좋아하는지라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 초반부는 거의 러시아 이야기다. 저자는 러시아 미술 경매를 취재하러 러시아(당시는 소련)에 갔다가 그곳 예술가들과 친해지게 된다. 그 후에 러시아에서 몇 개월 동안 체류했는데 그때 소련 정권이 붕괴한다. 그렇게 엄청난 일을 겪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다가, 내가 생각보다 러시아 역사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흐루쇼프, 고르바초프, 옐친, 이름은 다 아는데 순서도 헷갈리고 그 사람들이 했던 일들도 다 헷갈린다. 러시아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고 역사 책도 뒤적거리다가 급기야 러시야 여행 포스팅을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덕분에, 이 책 진도는 러시아에서 멈춰 있다.
















러시아 여행을 기록하기 전에 가장 먼저 읽은 건 이 두 가지 책이다. <줌 인 러시아2>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지나는 주요 도시들을 다수 소개한다. 그 모든 도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건 아니었어서 내 경우에는 <두 도시 이야기> 쪽이 더 유용하기는 했다. <두 도시 이야기>는 약간의 아재 개그만 참아내면 그래도 얻어낼 지식들이 많다. 러시아 여자들이 왜 고춧가루를 들고 다니냐는 얘기가 책 후반부까지 나오고서도 끝내는 미스터리로 남는데, 그거 이 책의 후속격인 <타이가의 시간여행,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다>에서도 비밀 안 풀리니까 궁금해하지 마시길. <줌 인 러시아2>는 러시아의 다양한 도시들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산업이나 경제 관련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데 나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흥미가 없어서 건너뛰었으나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두 책 다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몇 년 전 여행을 갈 때 들고 갔던 책이었다. 아니, 들고간 건 아니라 한국에서 사서 읽고 핸드폰으로 주요 페이지만 찍어서 갔던 것 같다. 그 당시에 전자책이 없어서 그렇게 했던 건데, 이번에 러시아 여행을 추억하며 아예 전자책까지 사버렸다. 그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 했었고 이번에는 필요한 부분만 발췌독 하고 있는데 저자가 러시아 미술을 정말 사랑하는 게 느껴져서 참 좋아하는 책이다. 진심이 느껴지는 책만큼 좋은 게 없다.














러시아 역사에 관한 책을 찾다가 흥미로운 책을 발견하게 되어 이것도 읽기 시작했다. 러시아 역사가 엄청나게 길지는 않는데 그 중에서 로마노프 왕가의 역사만 제대로 알면 많은 것들을 이해하게 된다. 류리크 왕가의 이반 4세가 아들 없이 죽고(아들이 있었는데 본인이 때려 죽였다) 그 후에 벌어지는 두 가문의 투쟁, 그리고 로마노프 가문의 승리로 이 책은 시작한다. 매우 흥미진진하다.
















이 책은 예전에 전자책으로 사뒀던 건데 이제야 읽기 시작했다. 집중해서 읽고 있다보니 진도가 매우 느리게 나간다.

















석영중 교수의 <매핑 도스토옙스키>를 사놨는데 아직 읽지 못 했다. 그 전에 <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부터 읽고 있다. 크레마클럽에 있길래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읽는 중이다. 이거 다 읽고 구매해둔 <매핑...>으로 넘어갈 계획. 산 책과 빌린 책이 있으면 빌린 책부터 읽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가진 책은 전부 전자책이라 안 읽는다고 해서 먼지가 쌓일 일은 없다는 것이 그나마 큰 위안이다.



여행은 책을 부르고, 책은 여행을 부른다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한다. 러시아 여행을 떠올리니 이 책들이 읽고 싶어졌고 이 책들을 읽다보니 정말로 러시아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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