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구경도 하고 바람도 쐴 겸 서점에 다녀왔다. 시내에 대형서점이 두 곳 있지만 내가 자주 가는 곳은 집 근처의 지하서점이다. 그 서점의 재미있는 점은 주인이 알라딘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책이 많지는 않은데 주인의 취향이 보인다. 시내 서점처럼 어수선하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든다. 단, 도너츠 가게와 원두커피 가게가 위층에 있다 보니 지날 때마다 고소한 커피향이 코끝을 자극하는 것이 곤욕이다. 한 잔은 괜찮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곧 출근하게 되면 안 마실 수 없게 될 것 같다.

  김인숙의 『안녕, 엘레나』를 읽기 시작한 오후.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지고 낮잠을 안 자보려고 버둥거리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C선배였다. 졸업한 후로는 동아리 멤버들의 경조사가 있거나 시전이 열릴 때, 선배가 가끔 이 도시로 출장을 올 때마다 얼굴을 보곤 했었다. 선배는 사흘 동안 연가를 내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나와 동기였던 선배의 와이프 E는 그새 둘째를 가져 만삭이라고도 했다. 저녁에 남편과 친정에 가기로 되어 있던 터라 미리 연락을 주지 않은 선배를 탓했지만 선배답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듯 평소 같지 않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선배는 갑작스런 이야기로 사람을 당황시켰다. 전혀 생뚱맞은 것은 아니었다. 선배는 대학 시절, 꽤 오랫동안 사귀던 여자가 있었다. 동창이었다가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얼핏 들었는데 동아리 회식 자리에 언젠가 얼굴을 비추기도 했었다. 여자는 직장인이었고 선배는 복학생, 더욱이 원거리 연애를 하고 있었지만 양과 질이 모두 훌륭한 연작시를 쏟아낼 만큼 참으로 끈끈한 연애였다. 우리는 농담으로 언젠가 이별의 연작시를 쓰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지껄였지만 다들 C선배의 재능과 매력을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을 축복했다.

  하지만 얼마 후 선배는 그녀와 헤어졌고, 내가 싫어졌나 보지, 웃으면서 툭 던지는 말로 상황을 종료했다. 항상 대충 사는 것처럼 보였는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모두를 놀라게 하더니 얼마 안 있어 E와 결혼했다. 곧이어 자신과 똑 닮은 아들을 낳았고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재미있게 살기를 주창했던 사람이니만큼 어디서도 자기 색깔 유지하며 잘 살겠거니 했다.

  그런 선배가 물어온 것은 십년 전의 그녀를 다시 만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미련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확신했기에 갑자기 왜 그러고 싶은가를 물었다. 그냥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욕심이라고 했더니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단다. 왜 갑자기 헤어지자고 했는지를 포함해서 들어보고 싶은 말이 있단다. 연락처는 모르지만 근무하는 곳 정도는 알아볼 수 있다면서 근처에서 기다렸다 만나보면 어떨까, 한다. 나는 여자가 남자한테 갑자기 헤어지자고 한 다음 뒤도 안 돌아보고 결혼한 케이스면 뻔한 거 아니냐고 최대한 냉정하게 말했다. 선배는 다 알지만, 그냥 한번 만나보고 싶을 뿐이란다.

  선배의 목소리는 간절하기 보다는 너무나 심상해서 그녀와의 이별을 전하던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 심상함에 속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라더니 십년씩이나 흘러서 이러기야 정말. 나는 마치 철없는 남동생을 다그치는 나잇살 먹은 누나처럼 식상한 충고들을 늘어놓았다. 마누라가 만삭인데 시간이 남아돈다는 둥, 계절 탓인 것 같으니 정신 차리라는 둥. 하지만 더 이상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선배가 아닌 것 같아 허공에 손짓하는 느낌만 가득했다. 선배님은 누가 뭐라던 결국 그녀를 만나겠지요. 하지만 내가 그녀라면 보는 것도, 만나는 것도 싫을 거에요.

  동기 E는 선배의 지난 앨범을 손수 정리할 정도로 담대한 사랑을 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지난 일, 힘이 없는 추억이라고 믿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백 장의 사진을 버린들, 남편이라는 사람은 십년 전 그녀를 다시 만날 궁리를 하고 있었다니. 선배는 자기 주변엔 바람피는 사람들도 많은데 결혼 5, 6년차 쯤 되어 이런 생각하는 게 그렇게 잘못인 거냐고 반문해왔다. 그래, 만나서 서로의 안부 묻고 옛 추억에 잠겨 커피 한 잔 하고 헤어질 수 있겠지. 선배는 어쩌면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질기고 순수한 사랑을 했는지도 모르지. 아주 잠깐 동안, 알지도 못하는 그녀가 야속했다. 그리고 야속한 그녀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선배가 안쓰러웠다.

  사람이 항상 쓸데 있는 생각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더욱이 생활에 유용하지 않은 생각들을 절로 부르는 계절이 아니던가. 나 역시 아주 가끔 지나간 사랑을 떠올릴 때가 있다. 지금 마음 같으면 정말 덤덤하게 커피 한잔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죄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 뭐하나 싶다. 어제까지 사랑한다고 했던 그녀가 갑자기 돌아섰을 때, 미련이 잔뜩 남았을 선배의 그리움, 궁금함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별별 이유로, 또는 아무 이유 없이 멀어지는 것이 사람인데 십년 후의 이런 포즈는 미련을 넘어 사치스럽다. 물론 선배의 그런 면 때문에 선배가 선배인 거고, 그런 선배를 여전히 좋아하지만 그저 사흘간의 가을여행을 잔잔하게 마쳤으면 하는 바람. -어째 별 것 아닌 이야기에 나 혼자 오버한다는 느낌도 들긴 하지만- 얼마 전,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가수 김태원이 그랬다. 과거는 뭐든지 다 아름다운 겁니다. 이제는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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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10-2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는 되지만, 안 하는 게 좋을 일인 것 같네요. 과거는 그냥 과거일뿐.
그 때 그 영상으로만 남겨두어야 아름다운 건데 말이죠. 괜히 한번 더 덧칠해서 버리게 되는 그림처럼, 현재라는 이름으로 덮어씌우면 남는 건 회한 뿐 아닐까요...

깐따삐야 2009-10-24 10:5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한번 더 덧칠해서 버리게 되는 그림처럼. 아마 본인도 그런 생각이 없지 않으니 물어온 거겠죠.

2009-10-23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4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qualia 2009-10-23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한 기회로 깐따삐야 님의 「가을바람」을 읽었는데요. 글맛이 담백하고 차분해서 다 읽고 상념 속에 젖습니다.

단지 “가을바람” 때문에, 이미 남의 여자가 된 지 오래인 옛 연인을 만나보겠다는/만나보고 싶다는 생각…… 다 부질없고 어리석은 일일 뿐입니다. 문득 혹은 알게 모르게 마음을 적셔오는 옛 추억의 유혹들…… 누군들 그런 유혹을 느끼지 않으실까마는, 그런 유혹을 현실로, 생활로 불러들이는 건, 정말 경계해야 할 일인 듯하더이다...

깐따삐야 2009-10-24 11:09   좋아요 0 | URL
처음 뵙네요. qualia님.^^

남자들의 첫사랑은 생각보다 참 질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그때 그 헤어지던 순간에 멈추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이미 힘을 잃은 지난 시간이겠죠. 님 말씀처럼 경계해야 할 감정이기도 하구요.

순오기 2009-10-23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위험을 부르는 가을바람이네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지만, 마음에서 끌어당기면 반드시 눈으로도 확인하고 싶은거죠. 아내가 만삭인데...이건 아니에요. 나중에 좀 더 나중에 잔주름이 져서 젊은 시절의 모습이 사라진 뒤에 만나야 꿈이 깨진답니다.

깐따삐야 2009-10-24 11:1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말씀이 명언입니다. 마음에서 끌어당기면 반드시 눈으로도 확인하고 싶은. 아마 선배도 이 사람, 저 사람이 말리고 있으니 실행에 옮기진 못할 거에요. 더더 나중에 서로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늙어서 만나라고 해야겠네요. 화악 깨지라고.^^

2009-10-27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2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말에 친구 아기의 돌잔치에 다녀왔다. K가 만삭의 몸으로 우리 결혼식에 왔던 것이 일 년 전인데 그새 아기가 돌이 되었다. 홀에 들어서자 세 가족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손님들을 맞고 있었다.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런 풍경들이 나에게 항상 낯설다. 친구들의 결혼식, 집들이, 출산, 돌잔치 등 쟤가 수년 전에 나랑 같이 술에 취해 토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부르던 그 애 맞는가? 서로의 나이 듦에 대하여 당최 언제쯤 익숙해질지 모르겠다.

  입덧이 잦아들고 있어서 모처럼 잔치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 많은 곳, 음식 냄새 나는 곳은 질색이었는데 기사로 대동한 남편, 다른 친구 둘과 함께 수다를 떨며 저녁을 즐겼다. 아직 미혼인 친구들은 남편이 잘해주는가에 대해 궁금해 했지만 내 대답이 가관이어서 모두가 민망해했다. “이 사람은 특별히 잘해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잘못하는 것도 없고 그냥 살아갈 뿐이야.” E는 옆구리를 쿡쿡 찔러대고 S는 얘가 원래 직설적인 편이라며 웃어 넘겼다. 밖에만 나가면 더 자상해지는 남편은 별로 신경 안 쓴다는 듯 점잖은 얼굴을 하고 앉아 있었다. 그 와중에 나는 손을 번쩍 들어, 이벤트 퀴즈에서 아기의 혈액형을 맞히는 바람에 선물도 받았다.

  아기는 돌잡이에서 아빠의 바람대로 실타래를 잡았다. 엄마인 K는 연필을 잡았으면 했지만 두 번째 찬스에서 아기는 골프공을 잡았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모가 원하는 걸 잡을 수 있도록 센스를 발휘한다던데 그 날 옥의 티라면, 이벤트 진행하는 아가씨의 무신경이었다. 말만 많을 뿐 경험이 부족한지 주위 사람 얼굴 벌개지게 하는 데 뭐가 있었다. 멀리 포항에서 온 여고생 손님한테 “교복 참 안 예쁘지?” 대놓고 그런 말을 하는가 하면, 엄마인 K가 보기보다 나이 들어 보인다는 뉘앙스의 말을 내뱉기도 했다. 좋은 말만 오가도 부족한 잔칫집에서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급기야 퀴즈 상품 받으러 나간 나한테까지 막말을 일삼는다. K가 친구라고 소개하자 “어머, 선배 언니 같은데요?” 이런 말을 한다. 순간 어질어질. 어디 가서 나이 들어 뵌다는 말은 또 처음 듣는다. 내가 슬슬 배가 불러와서 나름 감추느라 굽 낮은 신발에 낙낙한 옷을 입고 갔더니 아주 날 묻어버리는구나. 이런저런 지인들이 많은 자리인데 그런 말이나 듣고. 슬펐다. 속으로, 그런 너는 참 생긴 데로 노는구나 싶었지만 좋은 자리이니만큼 아기한테 덕담까지 해주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로 돌아왔다.

  남편과 친구들은 왜 아까부터 계속 말을 저렇게 하느냐며 의아해했다. 저런 식이다가는 일거리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나마 간만에 마주한 반가운 지인들과 잔치 음식으로 위안을 받는다. K와 K의 남편에게 인사,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오는 길, 남편은 친구들 중에 내가 가장 어려 보인다며 속이 빤히 들여다뵈는 위로를 하지만 나는 이게 다 당신 때문이라며 신경질을 부렸다. 당신은 이제 어딜 가나 얼굴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데, 나는 고작해야 폭삭 늙었다는 말만 듣는다면서 아기까지 낳고 나면 내가 연상인줄 알겠다고 성질을 냈다. 친구들 앞에서 남편 민망하게 한 건 뒷전이고 한강에서 뺨 맞고 종로에서 눈 흘기는 격이다. 남편은 정해진 멘트에 신경 쓰지 말라며 토닥이는데 결혼 전보다야 어딘가 나이 들어 뵈겠지 싶은 것도 사실이긴 했다. 인정하지 못하고 버텨봤자 나만 더 추해지는 건지도 모른다. 어려 보이는 데에 올인해서 사는 TV속 아줌마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던 것이 엊그제다.

  아기는 시끌벅적한 잔치 중에 용케 울지도 않고 장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K나 그녀의 남편이나 다들 좋은 성격 톱 텐 안에 들 정도이니 아기도 그럴 수밖에. K는 학교 다닐 적부터 또래 친구들보다 더 언니 같았다. 나는 농담조로 그걸 능글맞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만 항상 배려심 많고 의젓했던 그녀가 한번 아니라고 말한 것은 그걸로 끝이었다. 대개 작은 일로 서로 상처 주고 틀어졌다, 돌아섰다, 를 반복하는 우리들이 가질 수 없는 카리스마가 그녀에게 있었다. 하지만 그랬던 K가 만삭의 몸으로 내 결혼식에 왔을 때, 절대 화해하지 않을 것 같았던 또 다른 친구 Y에게 의자를 내주는 것을 보았다. 원래 큰 그릇이긴 했지만 세월이 주는 경험치 덕분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녀의 그런 면 때문에 부조도 다른 집의 두 배로 하게 되는 것일까? 떡 하나 더 주고 싶은 상대와, 입으로 들어가는 떡까지 뺏어버리고 싶은 상대가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인가 보다.

  우리는 돌잔치를 안 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자기 애는 자기나 이쁘지, 남의 애가 뭐가 이쁘겠느냐는 식으로 극단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초대받는 사람들도 부담이고 잔치를 가서도 썩 흡족했던 경우를 못 봤기 때문이다. 더욱이 으앙,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잔치를 즐겼던 K의 아기와는 달리 아마 내 뱃속의 아기는 나를 요만큼이라도 닮았다면 잔치 내내 짜증을 낼 게 분명하다. 남편과 나는 -본인들이 준비하지도 않을 거면서- 미역국 끓이고 전 부치고 등등 잔치음식 마련해서 가족들, 가까운 친구들하고 단촐하게 저녁식사나 함께 하자고 결정했다. 엄마도 원래 아기 첫돌에는 아기 엄마가 잘 먹어야 하는 거라고 하신다. 이처럼 뭐든 생략하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더라도 경우 없는 사람만 되지 않으면 되는데, 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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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9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1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0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1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책을 나갔다 돌아오는 길, 아파트 화단 근처에 누군가 호박꼬지와 대추를 널어놓은 것을 보았다. 자연색 그대로 가을볕에 쪼글쪼글해지는 모습을 보니 어릴 적 시골에서의 삶이 떠올랐다. 이맘때 마당에는 참 여러 가지가 펼쳐져 있었다. 붉은 고추, 콩, 호박꼬지, 깨도 있었지 아마. 가을이 좀 더 깊어져 겨울이 가까워오면 처마 밑에는 시래기도 걸리고 옥수수도와 감도 걸리고 그랬었다. 그때는 항상 그곳을 떠나야 한다는 의식에 시달렸는데 이제 나도 나이를 먹는 건가. 이렇게 아기를 가졌을 때나, 나중에 아기를 낳았을 때, 옛날에 살던 그 집에 가서 풀냄새, 흙냄새 맡으며 조용히 쉬고 싶단 생각을 한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뜨듯한 아랫목에 몸을 뉘였다가, 아궁이 숯불위에 무 좀 썰어 넣고 자작하게 끓여낸 청국장에 밥 한 그릇 먹고 나면 절로 기운이 날 것 같다.

  내가 사는 곳은 대도시라기보다는 중소도시에 속하고 십분만 차를 끌고 나가면 전원 풍경이 펼쳐지는 곳인데도 언제부터인가 늘 향수에 시달린다. 이미 문명의 편의에 길들여진 탓에 다시 옛날처럼 살라고 해도 며칠 못 버틸 줄 알면서도 TV에서 고향과 닮은 곳이 보이기라도 하면 그리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열세 살 이전까지 알파벳도 잘 몰랐고 인터넷은커녕 산으로, 들로, 쏘다니는 게 전부였지만 모두가 건강했고 스트레스라는 말과도 거리가 멀었다. 선행학습이라고는 새로 받은 교과서를 읽는 것 이외에는 해본 적이 없기에 그만큼 순진하게 학업에 몰두했고, 학교 도서관조차 책이 부족해 읽던 책을 읽고, 또 읽고 반복했다. 내가 모르는 엄청난 바깥 세계가 있을 거라고 상상하며 두려움이 점점 커졌지만 정말로 더 큰 세계를 접했을 때 나를 지켜준 것은 유년시절의 따듯하고 소박했던 추억이었다.

  그런데도 남편과 나는 내년 쯤 더 넓은 집으로, 한 블록 옮겨간 더 편리한 위치로 이사를 갈 계획을 하고 있다. 지금 마음은 당장 귀농이라도 할 것 같은데, 우리는 미래 쪽을 더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삶이기도 하지만 계획 없이 사는 일도 익숙하지 않은지라 끊임없이 무언가를 구상하고, 아직은 손에 잡히지 않는 무엇에 다가가기 위해 일상에 집중한다. 물론 그렇게 살아도 어그러지는 일은 생기기 마련이고, 때론 오롯이 마음을 비웠을 때 그득 차오르는 것들도 있다. 다만 내 마음 속 밑그림들이 과거, 더 어린 날의 나를 사로잡았던 허황된 서정이 아님을 확인하고 어느 새 안심이 되곤 한다. 그 시절에 멈추어 있었다면 나는 아마 영영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범에 바치다
- 이선영

세월로부터 한 살 한 살 근근이 수확하는 나이를 평범에 갖다 바치다

소작농이 그의 지주에게 으레 그리하듯

그러나 나의 나이여, 평범의 지주에게 갚는 빚이여, 지주의 눈을 피한 단 한 줌 이 손아귀 안의 움켜쥠을 허락해주지 않으련

  지주의 눈을 피해 도망갈 곳도 없지만 ‘단 한 줌’만 있으면 되고 ‘단 한 줌’도 없으면 안 된다. 그 한 줌은 유년시절의 한 장면일 수도 있고 마음을 쨍하게 울리는 시 한 편 일수도 있다. 그만큼은 허락하며 살자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다보면 나이 먹으며 평범해져 가는 일에 점점 더 담백해지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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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았던 연휴가 끝났다. 입덧이 오락가락해서 이번 명절에는 시댁에 가지 못했다. 근처 도시에 있는 시댁까지는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멀미를 견디며 차를 탈 자신이 없었다. 덕분에 일찌감치 친정으로 가서 오빠 내외와 다 같이 식사를 하고 남편 혼자만 시댁에 보냈다. 시어머니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며느리는 며느리인지라 마음이 불편했다. 아기를 가진 후로는 변덕스러워진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어서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괴물 같은 도시 서울에서 오빠가 용케 집장만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는 오빠보다도 맞벌이를 하며 알뜰하게 살아준 올케에게 더 고마워했다. 오빠는 그다지 다정하거나 살가운 사람이 아니다. 엄마가 그렇게 키우지도 않았을 뿐더러 결혼 전까지 아들로서 한 집안을 군림해왔던 남자다. 선이 굵고 책임감이 투철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소소한 잔재미는 영 부족한 남편이다. 팔이 아무리 안으로 굽는다지만 내가 막상 결혼을 해보니 올케언니의 불만을 대체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우리 남편은 손수 김밥도 싸고 천 피스짜리 퍼즐도 뚝딱 맞출 정도로 자상하고 차분하지만 간혹 벙어리 마빡 치는 것처럼 갑갑할 때가 있다. 사람의 장단점이란 것은 뫼비우스의 띠 같다.

  오빠가 집을 샀다는데 나와 남편도 작게나마 필요한 것 준비하시라고 봉투를 건넸다. 이럴 땐 돈이 많아서 쓰고 싶은 만큼 팍팍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동창회에 다녀온 남편의 말을 들어봐도 그렇고 지방 출신이 서울에서 직장 구하고, 결혼하고, 집장만을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아무렇게나 살면 어디든 상관없겠지만 서울에서 제대로 자리 잡고 살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올케는 얘기 도중에 우리 남편을 바라보며 죄스럽다는 듯 얼굴이 갈수록 좋아지신다며 부러워했다. 새카맣게 숱이 많던 오빠의 머리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나 보다. 줄어든 본인 머리숱은 생각도 안 하고 시댁에 오면 그런가 보다. 올케 언니가 어느 만큼은 자기 멋대로, 본인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이번 주부터 요가를 시작한다니 심신이 보다 건강해지길 빈다.

  남편과 함께 산지도 그새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지나온 시간은 서로간의 차이를 좁히는 시간이라기보다는 차이를 인정하는 시간이었다. 피를 나눈 가족도 각양각색인데 생판 남인 남편은 오죽하랴. 남이라면 나 몰라라, 그러려니 지나칠 수도 있지만 가족이 되었기에 그럴 수가 없었다. 불필요하거나 소모적인 일에는 빨리 마음을 접는 그에 비해 나는 조금이라도 께름칙한 일은 그냥 넘어가지를 못한다. 그는 그런 나를 받아준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를 이해한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내 대접에 있는 전복을 그의 수저에 얹어주는 것은 내가 그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무뚝뚝한 오빠조차 돔구이며 갈비며 올케언니의 수저에 차곡차곡 올려준다. 오빠가 올케의 남편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입에 몸에 좋거나 맛있는 것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내 배까지 함께 부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내가 그와 가족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가는 거야, 그런 생각으로 살다가도 저런 마음에 그 사람이 달리 보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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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0-06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따뜻한 가족이네요. 든든할 것같아요

깐따삐야 2009-10-08 08:53   좋아요 0 | URL
^^

라로 2009-10-07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따뜻한 글이에요,,,근데 제 남편도 "자상하고 차분하지만 간혹 벙어리 마빡 치는 것처럼 갑갑할 때가 있다"는~.ㅎㅎㅎㅎ어떤 남편과 사시는지 알겠어요~.ㅎㅎㅎ

깐따삐야 2009-10-08 08:53   좋아요 0 | URL
nabee님도 어떤 남편과 사시는지 알겠어요.ㅋ

2009-10-07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8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름이 참 고되었다. 상상 그 이상의 변화. 연수를 받는 와중에 나보다 주변 언니들이 먼저 알았다. 항상 활기찼던 내가 어느 날 오후부터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는 것. 열무김치가 마구 당겼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어질어질했다. 처음엔 연수 받느라 무리해서 그런 거겠지, 하고 그 몸으로 연극도 하고, 게임도 하고, 수업발표도 했다.

  연수 종반 무렵 임신 사실을 알았다. 하루에 두 세잔씩 마시던 커피가 갑자기 소화불량을 일으켰고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동료들은 1정 연수중에 생겼으니 태명을 일정이니, 연수라고 지어야 한다면서 축하해 주었지만 나는 그날부터 걱정이 앞섰다. 방학 동안 쉬지 못해 체력이 바닥나 있었고 무리하신 모양이라며 당분간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던 의사의 말소리가 붕붕거렸다. 신기하게도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입덧이 시작되었고 남은 연수는 어떻게 마무리 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개학하자마자 바로 병가를 내고 쉬는 중이다. 2학기에는 학교 행사도 많고 내가 맡은 업무는 아웃라인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병원에서 아기 심장 소리를 듣고 난 후로는 오직 나와 내 아기 밖에는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마냥 좋아했지만 좋아하기만 하는 것은 쉬운 일. 불안과 염려는 나와 친정엄마 몫이었다. 엄마는 입맛을 놓치면 안 된다고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것을 조금씩이라도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예전에 먹던 음식을 하나, 둘씩 떠올리기 시작했다. 고등어조림, 부추장떡, 김치말이국수 등등. 덕분에 벌써 체중이 늘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면 당연한 수순인데도 기분이 이상하다. 마냥 기뻐해야 할 것도 같은데 그렇지 않다. 뱃속 아기의 안위에 대한 염려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 순전한 행복보다 그런 부담이 훨씬 더 크다. 남편과 나를 보면 나이만 먹었지 아직 부모 노릇을 하기엔 한없이 부족해 보이기만 하는데 무조건 좋아라 할 일만도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요즘 신종플루다 뭐다 해서 두문불출하고 있는데 이러한 생활도 무척 답답하다. 남편도, 아이도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여성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아이한테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요즘 나를 괴롭히는 것은 냄새. 반찬 냄새는 물론이고 머리 감을 때 샴푸향이나 양치할 때 치약 냄새까지도 너무 싫다. 처음엔 이것저것 생각나더니 지금은 특별히 당기는 음식도 없다. 안 먹혀도 먹어야 한다면서 엄마는 대구탕, 바지락 된장국, 배추겉절이 등 그때그때 메뉴를 바꿔가며 음식을 해주신다. 지금은 팔팔 끓인 누룽지에 된장찌개가 생각난다. 가리는 음식 없이 뭐든 잘 먹던 나였는데 요새는 뭐를 먹어도 맛있다, 는 느낌을 모르겠다. 입맛이 어찌나 변덕스러운지 상전이 따로 없다. 새벽에는 남편이 코를 냅다 골아대는 바람에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면서 아침부터 바가지를 긁었다. 그는 딱 10개월만 참기로 마음먹었는지 나의 반복되는 신경질에 별로 노여움을 타지 않는다. 아기를 가지면 남편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던데 나는 소중한 건 소중한 거고 싫은 건 싫은 거고. 감정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다. 남들 다 겪는 일인데 너무 유난 떠는 건 아닌가 싶어 자중하려고 하면서도 입덧에는 장사 없지 싶다.

  결혼하고 적당한 시기에 아기가 생겼고 다행스럽게도 아기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에 태어나게 되었다. 분명 축복일 텐데 애가 애를 낳게 되었으니 이래저래 준비가 안 된 나로서는 모든 것이 불안하다. 그 불안이 어쩌면 입덧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지도 모르겠다. 결혼 전, 후로 아이가 없는 삶도 생각해 보았고 아이가 있는 삶도 상상해 보았었다. 어떤 삶이든 나 스스로 만족하고 부끄럽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있는 삶은 그것으로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홀로 자족하기만 해서도 안 되고 단지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으로도 탐탁찮다. 그러니 우리 엄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나중에 너랑 똑같은 딸 낳아서 한 번 키워보라던 엄마 말씀이 어른거린다. 상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바라건대 아이는, 내가 가진 쓸모없는 잔재주들 보다는 남편의 무한한 낙천성을 닮아야 한다. 살아보니 그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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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9-0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에, 또, 아기를 가지면 남편이 더 소중해진다는 뻥을 누가 쳤나요? 순서를 빼먹었어요. 이 사람이 정말 내 남편 맞나싶은 살의를 100번쯤 겪고 나면 그 때 비로소 아, 이 남자가 우리 아이의 아빠구나 싶어진답니다.

깐따삐야 2009-09-08 09:3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저만 이상한가 했는데 역시 뻥이었군요. 살의를 백번쯤 느끼는 건 이제 몇 번 안 남은 것 같기도.^^

다락방 2009-09-0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신 축하해요, 깐따삐야님. 즐찾브리핑에 뜬 제목 '변화'만 보고도 임신인 줄 알았어요.

잘 먹고 잘자요, 태그에 쓴 것처럼. 건강한 아이 낳는 건강한 엄마 되어야죠. :)

깐따삐야 2009-09-08 09:3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잘 먹고 잘 자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네요.

BRINY 2009-09-07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할 일이네요. 축하드려요.
요즘 결혼하고 몇년 지나도록 아이 못가져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걸요.
잘먹고 잘주무시고 이겨내실 거에요.

깐따삐야 2009-09-08 09: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아이 없이 부부끼리만 재미있게 살기는 힘든 걸까요? 임신해갖고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죠.-_-

무스탕 2009-09-0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오셔서 좋은 소식 주셨네요. 축하합니다~
입에 땡기는건 무조건 드세요!! 때는 지금이니까 남편님께 많은것 요구(?) 하시구요 ^^

깐따삐야 2009-09-08 09:42   좋아요 0 | URL
입에 땡기는 게 하나도 없어서 문제랍니다. 땡기는 게 있어야 요구도 할텐데 말이죠. 감사합니다.^^

하늘바람 2009-09-0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그런데 조선인님의 댓글이 너무 와닿네요.
님 항상 아기를 생각하세요
입덧이 심하면 그만큼 아기가 건강하다고 엄마 나 여기 있어요 하는 증거라해요.
제 경우는 임산부 요가가 참 도움이 되었어요. 아기를 낳는 순간까지요

깐따삐야 2009-09-08 09:44   좋아요 0 | URL
얘는 해질 무렵만 되면 더 건강해지는 모양이에요.ㅡㅜ 임산부들이 요가하는 건 TV에서 본 적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군요! 감사합니다.

라로 2009-09-0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문불출 하시더니 이런 변화를!!
전 출산 후 아기 키우는 건 잘 못하지만
임신 기간은 너무 좋아해요,,,매번.
그 기적같고 마술같은 경험,,,,즐기시길 바랍니다. 건강하게,,아기와 엄마 모두..
축하드려요~.^^

깐따삐야 2009-09-08 09:45   좋아요 0 | URL
존경스럽습니다. 임신 기간이 좋으시다니. 저는 하나도 이렇게 힘드니 어쩌죠. 감사합니다.^^

마늘빵 2009-09-0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 축하해요. 임신했으면 애기 입맛에 맞게 이거저거 먹고 싶어야 하는데, 땡기는 게 없어서 어째요. -_-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봄이 되면 집안에 애기가 셋이 되겠네요? =333

깐따삐야 2009-09-08 09:47   좋아요 0 | URL
이러다가 좀 지나면 먹깨비가 될 수도 있죠. 평소 먹성으로 볼 때 못 먹은 거 보충하느라 그리 될 확률이 높을 듯.-_-

아마 서로 싸우고 난리도 아닐 거에요.ㅠ

레와 2009-09-0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깐따삐야님 축하해요!!^^

분명 좋은 엄마가 되실꺼예요. 암요암요~

깐따삐야 2009-09-08 09: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는 얼른 낳아서 친정엄마한테 맡겨놓을 생각만 하고 있어요.ㅠ

무해한모리군 2009-09-0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세상에 준비하고 맞이하는 일이 얼마나 되겠고,
부모가 되기에 완전히 준비가 되는 때란 또 언제 있겠습니까.

첫째도 둘째도 건강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아이와 함께인 십개월의 신비로운 경험도 이 처자에게도 짬짬이 소식전해주세요 ^^*

깐따삐야 2009-09-08 09:51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말씀이 맞아요. 감사합니다.^^
저도 굉장히 신비로울 줄 알았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2009-09-07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8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9-09-0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걱정마시길 저도 "애아빠"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오호호

깐따삐야 2009-09-08 09:55   좋아요 0 | URL
메피님이 주니어의 아버지라는 사실이 위로가 되네요. 오호호.

비연 2009-09-07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깐따삐야 2009-09-08 09: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hnine 2009-09-0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였던 사람도 아이 낳아 키우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축하드립니다. 많이 많이.

깐따삐야 2009-09-08 09:56   좋아요 0 | URL
저 자신 애만도 못한 어른일 때가 많아서 걱정이 큽니다. 감사해요.^^

2009-09-07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8 0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09-07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축하해요. 잘했어요~ 더울 때 고생해야 좋을 때 아기 낳아요.
우리 삼남매는 2.3.4월 한 달 간격으로 생일잔치 합니다.ㅋㅋㅋ

깐따삐야 2009-09-08 09:58   좋아요 0 | URL
저 잘했나요, 순오기님? 그래도 하나만 낳아서 잘 기를게요. 삼남매를 건강하고 훌륭하게 키워내신 순오기님이 다시 한번 존경스럽습니다!

비로그인 2009-09-07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임신이 하나도 달갑지가 않았어요.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것도, 모든 냄새가 내게 달려드는 것도, 모성이 없는 개가 남들에겐 매정하고 비정상적으로 보인다는 것도, 그리고 앞으로 배는 더욱더 불러만 갈 것이라는 것도. 어느 것 하나 내가 아주 백 퍼센틍 ㅝㄴ했던 내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좋다는 건 더더욱 아니에요. 내가 아이가 좋은 것은, 다른 이유에서이지 임신을 하는 즉시 재깍 자애로운 어머니로 돌변한 건 아니었지요.시간이 지금 흘러, 그 모든 과정을 다시 반복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전 고개를 젓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것을 느끼실 테고 그 전과 그 후가 같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전과 같지 않으리라, 하는 말로 축하 인사를 대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 모든 고통과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명이 나타난 것은 축복이에요.

깐따삐야 2009-09-08 10:13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또 하나의 막중한 책임이 주어졌단 생각에 부담감이 커요. 저는 저 하나 감당하기에도 벅찬 인간인데 엄마가 된다니 자신이 없어요. 더욱이 아이가 제 의지로 세상에 나오고 싶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부부의 의지로 아이를 세상에 내놓고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할까봐 벌써부터 초조하고 불안하고 그렇답니다. 게다가 조금씩 변해가는 몸도 그렇고 입덧도 그렇고. 엄마 되기 참 힘들어요.

축하 감사해요.^^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도 태어난 게 참 축복이라고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2009-09-09 0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9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9 0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09 1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츠비 2009-09-24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삐아님,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 이제 진짜 어른이 되었네요. 저도 딸아이를 출산한지 좀 되었답니다. 갈수록 볼수록 천진난만하고 예쁜게 아이랍니다. 나을때까지 힘들지만, 그걸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는 행복한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열달 잘 키우셔서 예쁜 아이와 만나시길 빌어요. 축하해요 ^^

깐따삐야 2009-10-06 11:11   좋아요 0 | URL
그새 예쁜 따님을 얻으셨군요.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지금도 힘든데 낳으면 더 힘들다는 말들을 해서 우울했는데 님의 말씀이 위로가 됩니다. 감사하구요. 따님 건강하게 자라길 바랄게요.^^

Alicia 2009-10-14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깐따님- 예전에 저도 좋아할거라 일러주신 까뮈의 책을 한권 샀어요. 우연히 도서관 서가에서 까뮈에 대한 평전을 발견하고 읽어보았는데 까뮈,하면 깐따님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달까. :) 모쪼록 건강하시고 내년 봄에 이쁜 애기 낳으세요. 왠지 엄마를 많이 닮았을 것 같아요. 낸주 애기 사진도 올려주시구-
^^

깐따삐야 2009-10-15 12:4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알리샤님 덕분에 까뮈를 다시 읽어볼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내가 지금 그가 말하는 것과 위배되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가 반성할 때도 있어요. 까뮈는 그렇듯 제 마음 속 어딘가에서 항상 저를 응시하고 있는 것 같답니다.
부디 즐거운 독서가 되기를 바랄게요. 그나저나 저는 아기가 저를 닮았을까봐 걱정하는 중이에요. 좋은 이야기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