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말 뛰어다녔던 것 같다. 1시반 회의, 2시반 회의, 3시반 회의, 5시회의
1시반 회의는 전체회의여서 무리는 없었으나, 2시반 회의와 3시반 회의는 내가 메인으로 진행하고 있는 굵직한 업무와 관련된 회의였기 때문에 끝나고 나서도 정리하고 진행해야 하는 부담 만빵 회의, 그리고 5시 회의는 그 와중에 마케팅서적까지 읽어가서 읽은 내용을 얘기해야 하는 회의. 나는 건성건성 읽어놓고는 포스트잇 몇장을 책에 붙여놓는 걸로 시각적 차별화를 시도(그것도 점심시간에 붙인거라매?), 그 자리를 겨우 모면했다. 하하하. 영악한것 -_- (하지만 오오 포스트잇까지 붙였네, 라는 말 앞에 나는 솔직히 불었다, 알고보면 쇼잉이에요, 라고)
그러고나니 업무를 하루종일 못했다. 결국 야근. 3주째 라깡 오라버니와는 별거중. 뭐부터해야할까 고민하느라 일하기 싫은 가운데 조금씩 업무를 정리하고 있는데 부장님께 팀 타겟 단체 쪽지가 날라온다. 그럼 우리 오늘의 스트레스를 시원한 소주 한잔으로 풀어볼까요? 죽어가던 팀원들에게서 실소가 터져나온다. 이 판국에 소주라니, 아! 부장님도 은근 좀 귀여우시다 ㅋㅋㅋㅋㅋ
나는 짱구를 굴리기 시작한다. 자, 어차피 일은 못끝내,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남았어. 그런데 여기서 오버스럽게 저기도 안가? 면죄부도 없는거야 그럼, 몰라몰라 먹고죽자, 라는 결론을 내리고, 결국 일을 버려두고 소주 마시는 자리를 택했다. (뭐 다행히 오늘 죽지는 않았다)
이래저래 얘기를 하다보니 첫인상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우리 부장님은 내 첫인상이... 무서웠단다, 그런데 그게 아직도 깨지지 않으셨단다 -_- 오늘 5시 스터디 회의 시간에 앞에 나가서 열심히 이야기하는 부장님을 나는 그냥 수업듣듯, 열심히 쳐다봤을 뿐인데, 내 눈빛을 보며 부장님은 '내가 틀린 얘길 하면 쟤가 날 죽이겠군'이라는 생각을 하셨단다 -_- 오티엘.
나 무서운 사람아니에요, 부장님 하신 말씀 다 까먹는 헐렁헐렁한 사람이란 말이죠. 저는 그냥 친절하게 할 말을 하고 있는데 남들은 따박따박 말하고 있다고 들을 뿐이에요. 저는 그냥 열심히 듣고 있는데 남들은 도전적이라고 느낄 뿐이에요.
PS
그 와중에 요즘 반항포스 풍기는 걸 목표로 삼으며 끊임없이 대놓고 반항을 해 내가 '반포'라는 호를 붙여드린 D대리님은 어제 "야 너 반항하느라 진짜 노력하더라, 좀 귀엽더라" 라는 소리를 부장님께 들었다. ㅋㅋㅋㅋ 그렇게 금세 파악당하다니.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우리는 바로 별명을 수정했다. 귀여운 노력형 반포 D대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