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노티지라는 (흑인, 여성) 미국 작가가 대본을 쓴 작품이다. 2016년에 첫 공연을 했는데 작년인가 퓰리처 상을 탔다고 한다. 트럼프의 당선을 이해하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하길래 솔깃했다. 펜실베이니아의 레딩이라는 도시가, 나프타 등의 세계화 물결을 타고 공장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통에 망해가고, 그리하여 특히 화이트 워킹 클래스가 큰 타격을 입는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제대로 다룬다는 것은 정말 힘들 것이다. 반신반의하면서 어렵게 표를 구해 연극을 봤는데, 기대 외로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다. 상황을 이처럼 다면적으로 접근해 들어가는 작가는 결코 흔하지 않다. 지성 못지 않게 용기도 있어야 하므로. 할 이야기가 너무 너무 많지만 일단은 이 정도로만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브렉싯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앞서 한 얘기들이 있어서...


어제 영국 의회에서 브렉싯 합의안 수정안이 통과되었다.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대한 영국의 통제권을 강화하는데 EU가 동의한다면 기존의 합의안을 영국 의회가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이다. 


EU에서 이 수정안을 받아들일 리는 만무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메이 총리는 EU 지도자들과의 협상에서 아무 것도 얻어갈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메이는 EU 지도자들과의 협상이 결렬되는 것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다.


EU에게 양보안을 받지 못한 채 메이는 영국 의회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기존의 합의안이냐, 노딜이냐 뿐이다." 강경파들은 여전히 반발하겠지만 노딜이라는 재앙 앞에서 영국 의회는 결국 메이의 애초 합의안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혹 부결시킬까? 그렇다면 정말 노딜 밖에 답이 없을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노딜 브렉싯이라는 벼랑끝 전술을 펼친 메이의 승리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메이의 합의안은 영국 국민은 물론 영국 의회에서도 인기가 없다. EU 잔류 주장이 가장 많고, 노딜로 나가자는 주장이 그 다음이고, 마지막이 메이의 합의안이다.


일국의 총리가 자신의 국가를 재물 삼아 이런 정치 곡예을 펼친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이런 비판은 의미가 없다. 


예컨대, 어떤 지역구 주민의 다수가 노딜 브렉싯을 원한다면 그것은 그 지역의 의원을 기속해야 할까? 원칙적으로 그래야 한다고 답해야 할 것이다. 보수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60%가 하드 브렉싯을 원한다면 보수당 정권의 총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메이 총리의 정략은 괘씸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메이가 아닌 것이다. 


어떤 브렉싯이든 영국 국민들의 선택이다. 2년여가 지나는 동안 영국 국민들이 자신의 선택을 크게 후회하는 것 같지도 않다. 이번 호 이코노미스트가 세계화의 시대가 지나고 이제 각국이 블럭으로 모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는 가운데 영국은 아무 방패막 없이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영국이 잘 할 수 있을까? 누구나 고개를 내젖는다. 굳이 이유를 들 필요도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목포 원도심 관련 유튭 동영상들이 재밌는 게 참 많다. 위의 것은 청년 창업 관련 동영상이다.


솔직히 재작년 쯤 한국에 갔을 때 한 집 건너 하나씩 카페들이 난립해 있는 것을 보고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취업이 어려우니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많고, 상대적으로 쉽게, 저자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카페 등이다 보니 이러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하게 되지만, 결국은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 


그러다 작년 가을에 한국에 가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금호역 앞의 작은 카페였는데, 커피 맛은 정말 탁월했지만 위치도 안좋고 가게도 작아서 곧 망하겠지 했던 곳이 맛있다고 입소문도 나면서 장사를 잘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커피 전문성에 있어서는 이곳 영국의 웬만한 커피점들, 그러니까 스타벅스 같은 곳들과 비교해서 확연히 한 두 단계 위였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그것에 대해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면, 굳이 넥타이 매고 아침마다 사무실로 출근하여 책상에 붙어 앉아서 일생을 보낼 필요가 있을까? 꼭 그래야 할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참고서와 싸우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또 똑같은 일을 반복하여 예컨대, 공무원이 되고, 그 관료 사회에서 비슷하게 기계적인 업무를 하며 하루를 보내다가, 몇몇은 이런 거 하려고 그토록 치열하게 공부를 하며 젊음을 불태웠나 하는 회의에도 빠지고... 남들 하는 대로 하라는 표준 경로에 대한 압박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 경로 밖의 다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많아지는 것 같고,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기반 조건들도 어느 정도 성숙해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재작년 우리 집에 놀러 왔던 화가 부부. 남편은 중학교 미술 교사를 하고 있었다. 같이 강가를 걸으면서 현대 미술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벤츠 자동차 박물관에 가서는 전시품들의 구성 방식, 예컨대 용접을 어떻게 했는가 하는 것 등에 대해 대화를 하며 함께 즐거워 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분은 자신의 교직 생활에 답답해 하고 있었고 결국 작년에 교직을 그만두고 제주도로 내려가 정착을 하였다. 지금이 삶에 있어 가장 행복한 때라고 한다. 그러면 뭘 먹고 사나? 이러 저러한 문화 사업이 있어서 공모해서 프로젝트를 따내고 그런 작업을 하면서 살고 있단다.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아내에게 이리 말한다. 나도 예술적인 감수성이 있었더라면! 어쨌든 우리는 둔한 사람들인지라... 


남들 하는 대로 하라는 압박은 여전히 강력하다. 그러나 그런 삶이 언제나 정답은 아니라는 자각은 50, 60대의 은퇴 기로에 놓인 사람들 뿐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도 왕성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건강한 자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유튭에서 목포 적산가옥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니 많이 나온다. 몇 개 봤는데 이 영상이 가장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다)


최근 본 한국 뉴스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을 보도한 SBS 뉴스였다. 어제 SBS 뉴스에서는 이해 충돌의 회피 원칙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예컨대, 손혜원이 정부에 게스트하우스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면서(공익) 동시에 자신과 관계 있는 사람에게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토록 했다면(사익) 이는 이해 충돌의 회피 원칙에 저촉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의문이 아주 그럼직한 가설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구체적으로 이 사안을 검증해야 할 것이다.


무엇을 검증해야 할까? 손혜원이 요구한 대책과 그 게스트하우스의 개발, 운영 사이의 어떤 관계. 예컨대, 그것이 정책화됨으로써 손혜원 측이 게스트하우스를 구매하고, 리모델링하고, 홍보하고, 운영하고 하는 등등에 있어 어떤 직간접적 이익을 얻었는가? 만일 그렇다면 그 이익은 어느 정도인가? 꼭이 이익을 본 것은 없다고 하자. 그렇더라도 다음 역시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손혜원이 그 과정에서 의원 특권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를 이용하였는가? 혹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였는가? 혹은 본인이 직접 구매, 운영하지 않고 제삼자를 내세운 점에 있어서 불법은 없었는가? 등등.


그런데 SBS의 보도에는 사실상 이 검증 부분이 없다. SBS는 이런 검증 절차를 수행하지 않았거나, 그 결과가 애초 가설과 부합하지 않자 이를 보도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가설과 결론을 아무렇게나 뒤섞으면 못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왜 SBS는 이런 허술한 보도를 하였을까? 손혜원의 목포 구시가에 대한 구상은 도심재생 방식의 개발이다. 그런데 SBS의 모기업은 토건 기업이고 이런 기업은 재개발 방식의 개발로 먹고 살기 때문에 손혜원의 방식과는 이해가 배치된다. 그러므로 SBS 뉴스는 모기업의 이해에 상충되는 손혜원을 공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 이렇게 아주 그럼직한 가설 하나가 성립되었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가설이다. 그러나 SBS가 하는 방식대로라면 우리는 이 가설을 그대로 결론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SBS 뉴스는 모기업의 이해에 상충되는 손혜원을 공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라고. 그리고 해외 사례든 뭐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례들을 아무 것이나 가져다 앞 뒤로 배열해 두면 된다. 


우리는 어떤 논쟁에서든 승리할 수 있다. SBS가 이를 반박하기 위해 수 많은 증거를 들이민다고 해보자. 그래도 우리는 요지부동이다. 이렇게 말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토건 기업을 모기업으로 하는 방송의 뉴스가 부동산 개발 관련 보도를 하는 것 자체가 이해 충돌의 회피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나? SBS 뉴스가 정말 진정성 있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SBS의 뉴스 부문을 없애든지, 아니면 모기업이 SBS를 운영하는 것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부질없는 논쟁들... 이런 부질없는 논쟁들이 온 세상에 꽉 차 있다. 피곤하고 싶기 때문일까?)


사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라 손혜원이 문화의 영역에서 그동안 해온 일들이었다. 재작년 한국에 갔을 때 서울 성북동에 있는 만해 한용운 선생의 성북동 심우장을 찾았었다. 좁은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변소 냄새가 풍기고 이윽고 만해 선생의 자택이 나온다. 아직 서울에 이런 달동네스러운 골목이 남아 있다는 것에 놀랐다. 예를 들면 내가 태어난 서울 옥수동의 달동네는 재개발로 이제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작년 한국에 갔을 때는 김제의 이모 댁에 들렀는데 아파트 단지가 서 있었다. 또, 익산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역주변에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고 있었다. 왜 이런 곳에 저런 아파트가 서지? 너른 땅에 마당 있는 집을 지을 수도 있을텐데... 물론 각자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요즘의 한국에는 어떤 각성, 혹은 좀 더 중립적으로 말해서 어떤 새로운 관점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예컨대, 성북동 동사무소에서 본 한옥 짓기 학교 포스터. 그것을 굳이 전통의 발견이라고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발견이라고 해야 하리라.


구시가를 개발한다고 이명박 식으로 싹 다 밀고 아파트, 상가를 지어야 할까?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그렇게 단순한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전칠기같은 것은 박물관에나 들어가야 할 물건일까? 영국 사람들 동네에 한 두개씩 화랑이 있고 집집마다 벽에 그림이 한 두 점씩 걸려 있는 것처럼, 앞으로 한국의 집들 거실에 칠기들이 한 두 개씩 놓이게 되리라는 것은 아주 쉬운 예상일 것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피아노만큼이나 가야금, 거문고를 배우게 되리라는 것도. 창, 문 등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수성이 되살아나리라는 것도. 영국의 가든은 집 뒤에 숨어있다. 그래서 그 집의 가든이 어떤지는 그 집에 들어가 봐야만 알 수 있다. 영국 사람에게 집이란 그의 성이라는 말은 이런 폐쇄성을 의미한다. 반면 전통적인 한국의 마당은 집 앞에 있다. 마당을 거쳐야만 집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나는 이런 마당의 개념이 너무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마당에 대한 이러한 감수성을 한국 사람들은 앞으로 더욱 자각하게 될 것이다. 런던의 브릭 레인이나 서울의 인사동도 특색있는 거리이기는 하다. 그러나 내 눈에는 둘 다 너무 상업화되어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관광객을 위한 거리같다는 느낌, 거리 자체가 자신의 컨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멈추었다는 느낌. 목포 구시가의 개발에 대해서 손혜원이 한 이야기 중 내게 가장 큰 공명을 준 것은, 거기 직접 가서 살면서 카페를 하든 게스트하우스를 하든 하라, 라는 것이었다. 단순히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목포 구시가가 일차적으로 그곳의 주민들, 목포의 시민들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그렇지 않으면 또 하나의 상업지구가 되어 흔하디 흔한 관광 거리가 될 것이라는 뜻으로 나는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야만 자체적인 콘텐츠 생산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도 거기에는 고풍스러운 적산가옥들이 있고, 손혜원에 따르면 나전칠기 박물관이 올 것이고, 칠기 장인들이 공방을 낼 것이고, 카페, 찻집, 게스트하우스, 소극장, 작은 공연장 등등이 들어설 것이고... 한국은 콘텐츠가 매우 매우 풍부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의 거리를 메우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이런 점들에 대해 대충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SBS의 난동을 계기로 그것을 구체적으로, 비젼을 가지고, 큰 규모에서 실행하고 있는 '부자'인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너무도 놀랍고 흥분이 된다는 것이다. SBS가 이 사업에 대해 이렇듯 대대적인 홍보를 해주었으니 각종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이 목포를 정착지로 활동할 것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 SBS 뉴스가 신뢰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된 것이 이 좋은 일의 댓가라니 거의 꿈만 같이 완벽한 일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30표라는 압도적 차이로 영국 정부와 EU의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되었다. 나의 첫 반응은? 꼴 좋다. 원래는 한 달 전, 그러니까 작년 연말에 했어야 할 표결이었다. 그런데 메이 총리가 예정되어 있던 테레비젼 토론도 취소하고, 표결 당일이든가 전날이든가 표결 자체도 취소해 버렸다. 그때 표결했으면 이렇게 크게 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표결 전에는 최대로 잡아 150표 안쪽으로 지면 총리가 사임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들 했었다. 그런데 230표로 지고 나서도 메이 총리는 사임할 생각이 없단다. 재미있는 나라다.


이번 합의안이 부결된 이유. 누누이 말한 것처럼 영국 정치의 부재 때문이라고 본다. 첫째, 정치적 무능력, 무책임.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어떻게 할까? 에라, 모르겠다. 다음으로 넘기자. 불필요한 불확실성을 신속하게 제거하는 것이 정치의 책무라면 메이 총리는 이런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국경 문제에 대해 이번 합의안은 최종적인 해결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현상태를 유지하되, 영국이 일방적으로 이 상태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강경파들이 보기에 이는 영국을 EU의 의지에 종속시키는 것이고 그러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노동당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번 합의안은 잠정적인 것이므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한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잠정적인 것이 영구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이 말장난의 책임은 나에게 있지 않다.  


둘째, 엘리트주의적, 대결주의적 정치. 결과적으로 이번 합의안은 제일 야당인 노동당 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메이는 시종일관 노동당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메이는 노동당을 배척하고 당내의 60석 정도에 불과한 강경파들을 회유하려 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메이는 합의안도 망치고,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되는 사태를 초래하여 영국을 노딜의 위험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메이가 노동당과 협의하여 합의안을 만들어 냈다면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회 통과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메이가 고대해 마지 않던, 위기의 시대에 순조롭게 브렉싯이라는 과업을 완수한 위대한 총리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당장 오늘 메이에 대한 불신임 표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들 메이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국 국민들은 코벤의 노동당이 더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일단, 제2의 국민투표가 가능할까? 국민투표를 다시 하게 되면 EU 잔류가 55:45 정도로 우세할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이상적으로는 7:3, 적어도 6:4 정도가 되어야지 재투표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노딜에 대한 우려의 기사들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국민들의 30% 정도가 노딜을 원한다. 이 사람들은 브렉싯이 주권의 문제이지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곤 한다. 대단한 사람들이기는 하다. 암튼 분명한 것은 재투표를 할 정도로 여론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생각에는 총선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다. 총선을 통해 노동당 주도의 연정을 설립하고 EU 탈퇴 시한을 연장한 후 관세동맹 잔류를 합의하는 것이다. 그러면 강경파를 제외하면 크게 반발할 세력이 없을 것이다. 사실은 메이가 이렇게 했어야 했다고 본다. 그러나 보수당도 메이도 노동당이 집권하는 꼴을, 특히나 메이는 자신이 불명예 퇴진하는 사태를 감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총선을 한사코 막으려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남의 일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영국 국민들도 남의 일 보듯 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다운 조바심을 낸 결과일 수도 있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weekly 2019-01-17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제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의회에서 부결되었다. 누구나 예상했던 것이지만 표차는 아주 적었다. 19표. 메이는 다음 주 월요일까지 대안(플랜 B)을 만들어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므로 지금 각계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중이란다. 이런 얘기들이 들린다. 사람들이 메이에게 좀 더 유연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고, 노동당의 관세동맹 잔류안을 받아들이라고... 노딜 브렉싯을 피하기 위한 가장 쉽고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U도 좋아할 안이고. 문제는 메이 총리가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메이는 노동당의 안은 브렉싯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노동당 당수 코벤과 인간적으로 사이가 너무 틀어져 있다. 현재 메이는 노동당 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메이는 자신의 합의안이 노딜 브렉싯보다 국민들 사이에서 더 인기가 없었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메이는 어제 의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인이나 자기 당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십시오.˝ 영국에게, 그러므로 메이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담 주 월요일 대타협의 뉴스를 기대한다.

weekly 2019-01-24 04:2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영국의 정치 상황은 나의 낙관론, 혹은 순진함을 비웃는 듯 하다. 메이 총리는 여전히 강경파들을 회유하여 자신의 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노딜 브렉싯이라는 재앙도 불사하면서. 메이의 수정안은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에 대해 영국의 자주권을 강화하자는 것이지만 이 안이 EU에서 받아들여질 리는 만무하다. 그러므로 메이는, 이번에는 EU를 상대로 블레임 게임을 벌이면서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 할 것이다. 메이를 욕하는 것도 이제 지겨운 일이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이번 호 표제를 보니 이 모든 난장판의 원흉은 정치권이라고 비판하고 있더라. 물론 동의는 한다. 그러나 궁극적인 원흉으로 지목되어야 할 것은 영국 국민들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