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집 앞


"수십만의 사람들이 좁은 땅덩어리에 모여 자기들이 발 딛고 북적거리던 땅을 망가뜨리려 갖은 애를 써도,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게 돌로 땅을 메우고 풀들의 싹을 깨끗이 없애고 석탄과 석유를 뿜어내고 동물과 새를 전부 몰아내도, 도시의 봄 역시 봄이었다." <부활>, 톨스토이


필연과 자유에 대해서 생각한다. 인류가 이천오백년의 나이를 더 먹으면서, 경제, 과학, 예술 등을 발전시켜오면서도 투키디데스의 함정같은 필연의 고리에서 놓여나기가 이토록 힘들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낀다. 자유란 불가능한가? 우리는 회의주의자로 만족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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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군을 투입할 것처럼 위협하면서 트럼프는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를 애걸하고 있다. 이란이 최우선으로 원하는 것은 이란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벌어지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트럼프는 이것을 보장해 줄 수 없다. 트럼프, 미국, 혹은 서구 세력 일반은 믿을 것이 못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란은 실력 행사를 통해 이를 관철하려는 것 같다. 여기서 실력 행사란 이스라엘, 미국, 미군 기지를 유치한 인접국들에 가능한 최대의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진작부터 반-이란 진영의 요격 미사일 재고가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예컨대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정착촌에 대한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격 요격은 진작에 포기했고, 그래서 많은 정착촌들이 공동화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이것이 향후 정착촌 정책에 영향을 끼치기를 바란다. 이스라엘 정착자들은 식민주의자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오로지 요격 미사일 재고 소진만을 목표로 한 이란의 공격도 보도되고 있다. 한 두 달 후 방공망이 완전히 걷어내지면 반-이란 진영의 운명은 이란의 자비 혹은 분노에 달려 있게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아랍 인접국의 담수화 시설들은 개인적으로 이란이 건들이지 않았으면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해 지휘부가 전원 강경파로 재편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더라도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아랍 인접국 몇몇을 거의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해버린다 해도, 그것이 이란이 스스로의 안녕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라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란이 이 불법 전쟁을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전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은 미사일을 아낌없이 이란 땅에 쏟아부었다. 그리고는 90% 이상의 이란 미사일 능력을 파괴했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이 평가는 치명적인 오판이었던 것 같다. 최소 50% 이상의 이란 미사일 능력은 건재한 것 같다는 평가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란은 땅이 넓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 원점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국토가 작고 기간 시설이 몇몇 도시에 몰려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미사일 소모전 성격의 전쟁에는 취약하리라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상대가 약해져 있는 지금이 기회라며 앞도 뒤도 가리지 않고 침공을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이스라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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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1). 역사에 주재자는 없다. 음모 이론들은 전부 쓰레기다. 각 행위자가 저마다의 이해에 따라 행위하면서 그것들이 점차 일정 방향성을 갖는 쪽으로 수렴할 뿐이다. 미국은 최강국으로서 자원과 힘과 다양한 선택지를 갖는다. 예컨대 키신저의 페드로달러 아이디어가 아니었더라도 미국은 다른 방법을 고안해내어 위기를 잘 극복했을 것이다. 미국은 그렇게 성공적으로 패권을 유지해왔다. 혹은 미국은 패권을 유지할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었다. 트럼프님은 다 계획이 있다~가 아니라 말이다. 


2). 트럼프주의: 미국에게는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그럴 권리가 있다. 미국이 이 힘을 자제한다면 나머지 국가들은 미국의 자비와 관대함에 감사하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린란드든 베네주엘라든 이란이든 큐바든... 이것이 적나라한 현실이다.


3). 트럼프주의는 전사를 대표한다. 그런데 이전과는 다른 현대의 조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먼저 세계는 극도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 중국이나 브릭스 등 어느 정도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는 블럭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조만간 AI와 로봇의 시대가 본격화하여 생산력이 사실상 무한이 된다. 이러한 조건에서도 각 나라들은 여전히 패권주의에 순응하게 될까? 권력은 자원에 대한 접근을 배제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그런데 예컨대 페트로달러의 강제력은 이제 분명히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 미국은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예컨대 미국의 AI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사용해야 한다든지 하는 다른 방법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이런 것들을 강제할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다만 미국은 과거의 미국과 같은 정도의 압도적 최강국은 아닌 것 같다. 트럼프의 '마가'가 바로 이에 대한 고백이다. 바라건대 '마가'가 하나의 노스텔지아로 끝나기를... 지금이 인류의 전사가 막을 내리는 황혼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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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는 굳이 안걸겠지만 이코노미스트 잡지의 유튭 채널에서 전직 MI6 수장에게 미국과 이란 중 누가 이기고 있냐고 물어봤다.


전직 MI6 수장: (당연하다는 듯이) 이란이죠. (너무 쉽게 단언하듯 말한 것 같다고 느꼈는지 다음 말을 덧붙인다) 나도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말이죠...


미국의 이란 침공은 유가와 주가를 박살내어 우리의 삶과 정신을 궁핍하게 한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은 전쟁 발발때부터 이것이 미국 패권의 종말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 되지 않을까 하여 눈과 귀를 뉴스에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사태는 정확히 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은 전쟁 시작도 전에 이미 졌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세계는 다층적 접근을 허용한다. 혹은 달리 말해 우리는 세계를 다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쉽게 말해 사건을 그것을 품고 있는 지층과의 관련 하에서 파악해야 한다. 물론 층위들의 분류와 구조는 어느 정도 자의적이다. 이를 감안하여 설득력이나 설명력 정도만 따져보면 될 듯 하다.


지금 지구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커다란 전쟁의 전장을 보자. 러시아-우크라이나, 그리고 중동. 여기에 공통점이 있을까? 있다. 100년도 더 옛날에 영국에서 개발된 해양 세력 대 대륙 세력이라는 지정학 이론, 그 자기 실현적 예언의 구도에 따라 이 전쟁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대륙 세력은 러시아와 중국이고 해양 세력은 영국과 미국이다. 그러므로 이 이론에 따른다면 앞으로 대만 앞바다에서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이 이론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나토의 동진 정책과 더불어 러시아의 힘을 빼기 위해 일어난 전쟁이 맞다. 그리고 다시 이 이론에 따르면 이번 중동 전쟁은, 이 이론에서 말하는 핵심 지역인 페르시아만 지역을 해양 세력이 계속 장악하기 위해 벌어진 전쟁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전쟁들은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이 부딪히는 지역에서 해양 세력이 대륙 세력의 팽창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말 놀랍도록 정확한 이론 아닌가?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 이론이 정확한 것은 영국과 미국의 지도자들이 이 이론을 신주 단지처럼 모시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전통적으로 러시아 세력이 나타나는 곳에는 항상 영국 해군이 출몰했다. 거의 강박관념처럼. 이 이론에 따라서.


이 이론에 따라 우리는 이스라엘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중동은 최고로 중요한 에너지 공급처이면서 서구와 전혀 다른 이슬람 문명권이다. 이 문명권을 어떻게 조정하고 관리할 수 있을까? 이스라엘이라는 프락시 국가를 창설함으로써! 그러므로 우리는 유대인-이스라엘과 관련된 서구 국가들의 강력한 터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페르시아만에서의 서구의 강력한 이권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해양 세력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그 이익을 서구 세력들이 나눠먹기 위한 기제의 중요한 축이고, 유대-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터부는 이를 가리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장치이다. 그러므로 서구 세력은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에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스라엘이 서구 세력 대신 온갖 욕을 먹어가면서 더러운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스라엘이 벌어온 더러운 돈으로 서구 세력들은 우아하게 샴페인을 마시면서 철학과 예술과 인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 세력 전체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서 이득을 취한 공범이다. 그러므로 나는 감히 서구 문명 자체가 종말을 고했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서구 문명 전체가 공모에 참여했다. 그러므로 서구 문명 전체가 모랄적으로 파산했다. 그래봤자 나 스스로 소심하게 이스라엘산 무화과에 대한 불매 운동을 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지만 말이다.


저 지정학 이론은 더 이상 숭앙되어서는 안된다. 저 이론이 유지된다는 것은, 예컨대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모사드 등의 온갖 술책을 통해 중동 국가들을 이간질하여 갈등을 부추기고 전쟁을 하게 하여 중동 국가들의 힘을 빼고 서방 국가들, 서방 기업들에 의존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서구 세력이 저 이론에 따라 중동을 계속 장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기적으로 제2의 가자, 제3의 가자를 만들어내는 것 뿐이다. 이런 갈등론에 입각한 행동 양태들의 수준에서 인류는 이제 그만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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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폭력으로 남의 땅을 빼앗으며 건국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7, 80년 전 옛날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금도 계속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정착촌. 남의 것을 빼앗아 그것을 누리고 사는 것에 마음 편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래도 어떻게든 스스로를 정당화하려 한다. 나는 단지 자식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신이 이 땅을 점지해주신 것이다, 유대인은 계속 핍박받고 살아왔다, 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악마들이다, 등등. 그러나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시도들... 


(전쟁이 끝나면 중동에서 모든 미군이 철수하고 중동에 새로운 질서가 짜여질 것이다. 중동은 항구적 평화가 보장되지 않으면 석유 시대 이후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새로운 체계 안에서 이스라엘은 도대체 어찌 해야 하는가?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전쟁을 해야만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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