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귀경길에 차가 하도 많이 밀려 춘천 방향의 우회로를 탔다가 박수근 미술관이 근처에 있는 것을 알았다. 언제 한번 들르마 생각했지만 보통 하루 내지 이틀 집에 다녀오는 걸로는 도무지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이번엔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자그마치 9일의 휴가라 꼭 가보리라 생각했다.

설날, 동생네와 친구들은 모두 이런 저런 이유로 서울로 돌아갔고, 혼자 남은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사촌 동생의 차를 끌고 <박수근 미술관>으로 향했다. 집에서 1시간 반 거리.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란 하늘에 따뜻하게 내리쪼이는 햇빛을 받으며 한산한 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소풍이라도 가는 듯한 기분에 김밥 싸올걸 그랬나, 잠시 후회하기도 했다.

춘천, 양구 방면의 국도로 들어섰는데, 표지판이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두 번이나 미술관에 전화를 하고도 조금 헤맨 후에, 거의 2시간이나 걸려 미술관에 도착했다.


박수근 미술관
 



디자인 공모를 통해 2002년에 완공했다는 미술관은 아담하고 예쁘다. 따뜻한 햇살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제법 매섭게 불어 춥게 느껴졌는데, 파란 봄날 가면 훨씬 좋을 것 같다.

2004년 10월부터 2005년 3월 31일까지 <고향으로 돌아온 박수근의 작품들>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하고 있다. 입장료는 단돈 천원. 기념전시실에는 박수근의 연표와 사진, 생전에 쓰던 물품들, <굴비>를 비롯한 유화 석점이 전시되어 있다.


기념전시실

박수근은 지인들에게 보내는 연하장, 크리스마스 카드 등을 직접 목판화로 제작했다. 예쁘고, 소탈하고, 무엇보다 정성스러워 보인다. <미술>이라는 제목의 스크랩북에는 박수근이 잡지, 신문 등에서 오려붙인 각종 그림들이 있다. 루오의 <그리스도와 제자>, 세잔느의 <정물>,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 고흐의 <해바라기>, 모네의 <수련>, 모딜리아니의 <나부> 등 다양한 서양 작품들과 중국 화가들의 그림, 불상 등이 보인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라는 제목의, 을지문덕의 활약을 그린 동화책도 보인다. 사진을 보니 젊은 날의 박수근은 상당히 미남이다. 부인에게 청혼을 한 편지는 애틋하고, 가족들과 찍은 사진이 많다. 꽤나 가정적인 사람이었나보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고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아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린다."

 


창신동 집에서


굴비 (1962)

기획전시실에는 박수근의 습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의 독특한 화풍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다양한 습작들. 종이에 볼펜으로 혹은 연필로 슥슥 그린 단순한 스케치이지만 역시나 정겹다. <앉아있는 여인> 두 점과 <앉아있는 소 1, 2> <기름장수> <노상> 등의 제목이 붙은 그림들과 목판화 <농악> <두 사람>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데, 미술관 사이트에서도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도록을 살걸 그랬나.


기획전시실





 









유화들은 따로 전시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이번 전시는 이게 다란다. 여러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지만 기획에 따라 일부 작품들만 전시한다고 한다.

왕복 3 시간의 거리인데, 이것만 보고 돌아가기는 어쩐지 아쉬워서, 쉽게 미술관을 떠나지 못했다. 미술관 앞 언덕에 올랐다가, 동상 앞에 가 섰다가, 미술관 옥상을 걷기도 하다가, 못내 서운한 채로 결국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서는 편도 3시간이므로 따로 내려가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듯 싶다. 3월 이후에, 유화전이 열리면, 다시 집에 내려가는 길에 들러봐야겠다.

 

박수근 미술관 사이트 http://210.178.146.5/cyber/park/pa_ma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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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5-02-1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리 알어보고 가야겠군요 작년에 춘천엘 갔을때는 시간이 촉박해서 못 갔는데 최소 세시간 이상은 있어야 겠더라고요. 그때는 소양강에서 유람선을 탔는데도 시간에 맟출 자신이 없어 못 갔었는데 그렇게 찾어가서 볼것이 없다면 무척 허탈하겠는데요. urblue님, 설 잘 쇠셨죠? 그림 잘 보고 갑니다.

호밀밭 2005-02-12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근 미술관이 있는 줄 몰랐어요. 나이가 들수록 박수근 그림이 푸근하게 느껴져서 좋아요. 굴비 그림도 딱 마음에 들고요. 아담하고 예쁜 미술관 꼭 가 보고 싶네요. 설 잘 보내셨나요. 따뜻한 주말 맞으세요.

urblue 2005-02-12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암님, 오랫만에 뵈니 반갑습니다. ^^ 집에서 소풍삼아 다녀오기는 좋은데, 서울에서는 역시 너무 멀어요. 습작들도 나쁘지는 않았지만, 역시 유화를 보고 싶었거든요. 그게 아쉽네요.

호밀밭님, 저도 그때 우회로로 들어서지 않았다면 아마 몰랐을겁니다. 근처에 박수근기념공원도 있다고 하는데, 바람이 너무 차서 들르지 않고 그냥 돌아왔어요. 따뜻할 때 여기저기 들러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시기 전에 꼭 어떤 작품들을 전시하는지 확인하시구요. ^^

비연 2005-02-1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가고 싶은 곳인데...너무 멀어서 늘 망설이고 있죠.
urblue님 페이퍼 보니 더욱 맘이 가네요...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5-02-1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습작들만도 저리 좋은데, 유화를 못 보셨다니 무지 아쉽겠습니다. 저도 언제 꼭 가보고 싶은데요. ^^ 최근에 무슨 작품인가가 경매에서 박수근의 그림이 5억엔가 팔렸다는데, 5억이라는 돈과 그의 그림들은 얼마나 큰 차이인지 가늠할 길이 없었는데...

파란여우 2005-02-12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나무와 소녀와 여인네들과 옹기종기 모여앉은 집들을 자주 그린 박수근. 그의 도록만 해도 묵직한걸로 세 권이나 소장하고 있는 저도 한때는 물감을 두텁게 덧칠하는 그의 화법을 흉내내곤 했었지요. 유아블루님! 뜻깊은 명절을 보내셨군요.

2005-02-12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ky 2005-02-12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굴비. 저 작품 예전에 어디선가 봤었는데,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 그림이 박수근 작품이었군요.

urblue 2005-02-1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rky님, 박수근의 그림은 한 번 보면 잘 잊히지가 않아요. 박수근 미술관 사이트에 가시면 다른 그림들도 감상하실 수 있답니다. ^^

파란여우님, 그림도 그리시나요? 와우. 역시 예술가적 기질이 배어납니다. 이번엔 그냥 왔는데, 담에 유화전 할 때는 꼭 도록을 사야겠어요.

노웨이브님, 글쎄, 5억과 그림의 상관 관계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

비연님, 맞아요, 서울서 가기는 너무 멀죠. 그래도 날 따뜻해지면 여행삼아 한번 다녀오세요. 춘천을 경유한 1박 2일 코스를 소개하던데 괜찮을 것 같습니다.

merced 2005-02-1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재밌었겠다. 길치 친구 말만 듣고 아무 때나 금방 갈 수 있는 덴줄 알았더니, 그렇게 먼 줄 몰랐는 걸. 9일의 연휴중에 아무것도 안 하고 친구들만 좀 만나서 수다 떨고 마냥 늘어져 있었어.... 400년전이라도 보러 갈 걸이라는 생각이, 여기 왔다가, 연휴 마지막날이 저무는 이제야 나네.... 알라딘에 책 살 거 없나 구경하러 왔다가 언니 서재가 있다는 게 생각나서, 들어와서 재밌게 보고 잘 놀다 가요.

urblue 2005-02-1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냐, 너?

balmas 2005-02-1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근 미술관이 거기 있었군요. 정말 하루에 갔다오기는 힘들 듯 ...

merced 2005-02-13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누군지 알 수 없게 돼 있나? 하지만 그런 말투로 물어보면 무서운 걸.
다다를수없는나라, 코스미코미케 (아직 못 구했어여), 두개의 탑, 문연.... 이제 생각날까?

urblue 2005-02-14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라고 생각은 했다. 그렇게 많이 알려주지 않아도 안다구. ㅋㅋ 언제 전화해라. 밥 먹자.
 

마로니에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교류전 <새로운 과거>를 보고 오다.

발칸 지역은, 최근 읽은 <전쟁이 끝난 후>를 통해 조금 알게 되었을 뿐이다. 궁금함에 다녀오긴 했는데, 여전히 낯설다. 작품만 봐서는 뭘 의미하는지 짐작하기도 힘들어서 설명이 필요하겠다 생각했다. 잠시 둘러보고 있는데 안내인이 설명을 한다길래 따라다녔는데, 열심히 설명해 준 그 젊은 여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는 나만큼이나 발칸의 역사와 문화에 무지했고, 겨우 한두시간 공부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품에 대해서도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제 1 전시실


제 2 전시실

제 1 전시실을 들어가면, 흰 란제리 차림의 여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 빙글빙글 돌고 있는 커다란 화면이 제일 먼저 관객을 맞는다. 뭔가 제대로 보기도 전에 놀란다. 여자는 세르비아&몬테니그로 출신의 밀리카 토미취라는 작가 본인이다. 64개국어로 <나는 밀리카 토미취입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안내인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의 몸에 나 있는 무수한 상처와 핏자국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의식하기 이전부터 만들어진 혹은 생겨난 근원적인 상처를 의미한다고 한다. 발칸 지역의 분쟁의 역사가 개인의 삶과 정신에 남겨놓은 피폐함일까.


벨그레이드는 기억한다

밀리카 토미취의 다른 작품. 1945년 5월 소비에트 병사와 미국 병사들 간에 이루어진 역사적 만남을 기리는 청동상 사이에 빠르티잔 복장을 한 작가 자신이 서 있다. 45년 당시에 파시즘에 대항해 한 목소리를 냈던 '만남'을 기념하는 작품에 작가가 개입함으로써 '대립'을 보여준다고 한다.

토미취의 인상적인 다른 작품은 작가 자신이 벨그레이드의 한 거리에서 목을 매단 일련의 사진들이다. 그녀가 실제로 목을 맸는데,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누구도 그녀를 구하려고 하지 않았단다. 섬뜩하다.


세르비아&몬테니그로에서 열린 비엔날레에 출품한 코소보 출신 알버르트 헤타의 사진 작업. 이 건물은 예전에 세르비아 대사관으로 쓰였던 건물인데, 작가는 이 건물에 코소보 국기를 내걸었다. 그러나 세르비아 정당과 그리스 정교회 측은 세르비아를 대표하던 건물에 코소보의 국기가 걸린 것을 참지 못하고 작품을 훼손했다고 한다.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의 분쟁은 여전히 진행중인가보다.


혁명의 재발명


크로아티아 출신 이고르 그루비취의 작품.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혼합한 재미있는 발상. 이 작품 앞에 주크 박스가 있었는데 혁명을 소재로 한 Rock의 명곡들을 관객이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이 없어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룹 슈카르트가 전쟁미망인들이 만든 편모협회와 협업한 <양파와 함께 한 10년>은 세르비아의 부엌에서 쓰이던 자수 타월을 활용하여, 편모협회의 회원들이 직접 도안하고 수를 놓아 만든 작품들의 모음이다. 각 자수의 제목에 재미있거나 뜨끔하거나 한 것들이 많았는데 적어놓지 못했다. 기억나는 것 하나. 램프에서 기도하듯 맞잡은 손이 나오는 타월의 제목은 <나는 나의 꿈을 팔았다. 그건 사실이다. 겨우 새로운 후추를 사기 위해서>이다.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볼 것으로 예상했으나 안내인의 설명을 듣고 어쩌고 하다 보니 제대로 보지를 못했다. 5시부터 전시회의 부대행사로 진행하는 <발칸 영화 상상하기>를 보러 가기 위해 전시장을 그냥 나와야했다.

영화 상영은 매주 토요일인데, 29일이 마지막이었다. 상영작은 아톰 에고얀 감독의 <아라라트> 터키의 아르메니안 학살에 관한 영화로 엄밀히 따지면 발칸 지역의 작품은 아니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어 함께 상영한다고 관계자가 설명했다. 거기까지면 좋았을텐데, "주제가 무겁고 영화가 지루해서 재미없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라는 말은 왜 하는건지. 본인이 지루했던게지. 그치만 나도 친구도 꽤나 몰입해서 재미있게 봤다.

좀 더 일찍 이 행사를 기억해내서, 토요일마다 영화를 보러 갔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 역시 사람은 부지런하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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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1-3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나의 꿈을 팔았다..겨우 새로운 후추를 사기 위해서...
거참 타월 제목이 아침부터 사람 울리네요.
정말 울었다는 건 아니고.
아톰 에고이안 감독 영화는 기다렸다가 극장 가서 본 적이 있는데
제목이 생각 안 나네요.
한때 난리를 쳤던 영화의 제목도 생각이 안 난다니 서글퍼라.
좋은 구경 하고 왔네요.^^

2005-01-31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1-31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생각났다.
'엑조티카'.
휴, 속이 시원하네.^^;;

urblue 2005-01-3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로드무비님, 그거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hanicare 2005-01-31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조티카-교복차림의 여자아이-뭉크의 사춘기-에곤쉴레의 철사꽈배기 여자애들 그런 것들이 겹칩니다. (장정일은 의도적으로 뺍니다.백설왕자얼굴과 더불어 그 타입의 얼굴은 어떻게 해봐도 도저히, 취향이 아니라서.^^)
지난 주 부터 '꿈'에 대해 자꾸 잡념이 돋아나는데 인간, 아니 적어도 나라는 인간은 꿈이 있어야 생기있어지나 봅니다.사람을 열광하게 만드는 건 현실이 아니라 꿈 혹은 폄하해서 헛것.그런 생각을 합니다.

2005-01-31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5-01-31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조티카는 보지 않았는데, 그런 이미지인가요?
ㅎㅎ 하니님이 도저히, 취향이 아닌 얼굴이군요, 장정일은. 뭐 저도 그닥 좋아하는 얼굴은 아닙니다만.
헛것이라고 폄하할 필요까지야. '꿈'이 좋아요. 전 더불어 몽상도 즐기는 것 같습니다. ^^
 

예를 들면, <인간 육체 연구>라는 제목의 그림에서 이러한 점을 분명히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그는 인간의 육체가 완전히 우연임을 폭로한다. 인간의 육체는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른 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손이 셋이거나 무릎에 눈이 달리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의 그림에서 나를 '끔찍하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이 점이다. 아니 오로지 그 점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끔찍함'이 올바른 표현일까? 아니다. 이러한 그림들이 자아내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단어는 없을 것이다. 이 그림들이 자아내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끔찍함'은 아니다. 즉 역사의 광기, 고문, 박해, 전쟁, 대량 학살, 고통 따위에 의해 야기되는 그런 '끔찍함'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 이건 다른 식의 '끔찍함'이다. 그것은 갑자기 화가가 드러내는 인간 육체의 우연성 때문에 생기는 그런 '끔찍함'이다.

─ 밀란 쿤데라

 


Study for the Human Body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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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4-12-30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각의 논리>를 봐야겠다.

로드무비 2004-12-3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프랜시스 베이컨의 '시인의 잠'이란 그림을

보고 좋아서 환장을 했는데 찾을 수가 없네여.

<감각...>도 아주 재밌다오.^^

urblue 2004-12-3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각의 논리 가지고 계신가요? 절판이던데..

urblue 2004-12-3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의 잠>이란 제목이 맞나요?

대개 제목이 study, portrait, figure, body 정도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미 알고 계신가 모르겠는데, www.francis-bacon.cx 로 가서 보세요. 연도별로 그림이 정리되어 있네요.

로드무비 2004-12-30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각의 논리> 못 구하면 나중에 빌려드릴게요.

그리고 제 기억에 의하면 1990년 무렵에 본 그림입니다.

어느 잡지에 난 조그만 사진을 오려가지고 다녔죠.

지금은 없어졌지만......

저 주소로 한 번 가볼게요.^^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후배를 만나 로댕 갤러리에서 하는 <근대조각 3인전>을 보러 갔다. 로댕, 부르델, 마이욜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작품 수가 20여 점 밖에 안된다. 상당히 섭섭한 전시회다.


부르델의 <과일의 여신>이란 작품이 눈길을 끈다. 몸의 곡선이 불상을 연상시킨다.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는 다 괜찮은데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고 후배가 속닥였다. 내 보기에도 영웅의 이미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과일의 여신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


 


마이욜의 둥글둥글 풍만한 여인들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드뷔시를 위한 기념비


 


몇 점 되지 않는 로댕의 작품들 가운데는 역시 <깔레의 시민>이 인상적이다. 거대한 인물들의 거칠고 단단한 근육과 다양한 표정이 살아있는 듯 보인다. <키스>라는 작품은 원래 <지옥의 문>에 넣으려고 했으나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뺐다고 하는데, <지옥의 문 모형>에는 왼쪽 하단에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깔레의 시민


후배 말로는 이 작품들이 원작이 아니라고 한다. 청동 작품들은 대개 똑같이 복사를 해서 전세계 여기저기서 동시에 전시를 한단다. 그러고보니 깔레의 시민과 지옥문은 상설 전시한다고 했는데, 진품이라면 그럴 수가 없는 일이다. 허나 원작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하니 뭐 감상하는데 큰 지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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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4-12-06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대 조각 3인전 보고 오셨군요. 별르고 있었는데 그게 진품이 아니군요. 저는 덕수궁에서 고암 이응노화백 전시회 보고 들를가 생각중입니다.

urblue 2004-12-06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진품인지 아닌지 알아볼 눈이 없으니, 저한테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후배가 장욱진 전시회를 추천하더군요. 과천에서 한다던데, 전 거기를 가 볼까 합니다.

2004-12-06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4-12-0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그렇다면 로댕 자신이 같은 프레임을 사용해서 동일한 여러 개의 조각을 제작했다는 말씀이신가요? 전 당연히 하나만 만들었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후배는 뉴욕에서 로댕 전시를 보았다고 하는데, 그때 그런 말을 들은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로댕 자신이 아니라, 현대의 다른 사람들이 프레임을 제작해서 복사를 해 냈다고 말이죠.

뭐 어쨌거나 저한테는 마찬가지였습니다만. ^^;;

2004-12-06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4-12-06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그래서 지금 전시되는 작품들은 진본이라는 거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2004-12-06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4-12-0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상을 달라시면야 기꺼이 그러지요.

그런데, 원하시는게 뭔가요?

원하시는 바를 정확히 말씀해 주셔야 제가 뭘 어찌할 수 있는지 알겠군요.

(나 떨고 있니? -_-;;)

2004-12-06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4-12-0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제가 어려워하는 종목이로군요.

님은 가만보면 욕심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

한번 해 보지요. 시간을 좀 주시얍!!
 


알마 말러, 1912

이 초상화는 코코슈카의 전작품에 끼친 바로크 회화 전통의 영향을 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코코슈카가 베네치아를 방문하던 중 발견하게 된 티치아노와 틴토레토의 색채 미학도 따르고 있다.

 


폭풍우 (바람의 신부), 1912

이 작품은 바그너풍의 시적인 알레고리를 담고 있는 상징적 그림들 중 하나로, <폭풍우>로도 알려져 있다. 코코슈카는 알마 말러와 격정적인 애정 관계를 가진 결과 이 그림을 그렸다. 같은 해에 그린 <벌거벗은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 그림은 몇 달 전에 그린 2인 초상화에 기초한 상징주의적인 개작이다.

 

퇴폐 미술가의 자화상, 1937

작품의 제목은 코코슈카의 작품이 독일어권의 거의 모든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과 함께 나치가 개최한 퇴폐 미술전에 포함된 것을 신랄하게 비꼬아 응수하려는 의도로 붙여진 것이었다. 배경 속의 사슴과 사냥꾼은 박해와 피신을 암시하는 것이다. 화가의 표정에는 제 1차 대전과 제 2차 대전 사이에 싹튼 희망에 대한 배신감이 서려 있다.

 

빨간 달걀, 1940~1941

이 그림은 피트와 나폴레옹이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19세기 초엽부터 발전한 영국 풍자화의 일종인 비네트(vignette, 윤곽을 흐리게 한 삽화나 회화)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것이었다. 여기에서 희화화된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정복자의 역할을 떠맡고 있는데, 최고의 표현주의적 회화 소재가 오래된 정치 풍자화의 전통과 결합되어 있다. 코코슈카는 이 그림을 석판화로도 찍어내 널리 배포했다.

 

그림 설명 : 코코슈카 (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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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4-11-1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풍우 같은 "격정적인 애정관계" 에 미쳐보고 싶다... 늘 마음만... 마음만이라도... 큭.

urblue 2004-11-11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이미지 자주 바꾸셔서 정신없어요. 흑.

플레져 2004-11-1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저의 허망한 마음을 이미지로 달래고 있는데 말이지용... 죄다 이뻐보이니...큰일이어요! 고려해볼게요 ^^ ㅋㅋ

바람구두 2004-11-12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마 말러.... 참 대단한 여인이죠?

urblue 2004-11-1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코슈카가의 그림은 알마 말러의 사진과는 이미지가 많이 틀려요. 코코슈카에게는 저렇게 보였던 걸까요.

IshaGreen 2004-11-1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코슈카 작품은 폭풍우밖에 몰랐는데.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었답니다.

다른 작품들 느낌도 참 좋네요^-^

urblue 2004-11-12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르바시님, 어제 이거 올릴려고 코코슈카를 검색해봤는데, 그의 작품은 몇 점 안나오더군요. 확실히 별로 인기있는 작가는 아닌가 봅니다.



노웨이브님, 그 이미지가 뭐가 무섭다고 그러는건가요 정말. 흥. 그리고 이 이미지도 바람구두님이 주신 거랍니다.

바람구두 2004-11-1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시점인가에 따라 코코슈카에게 비친 알마 말러의 이미지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군요. 상당히 우아한 미인이던데... 사진으로 보았을 땐.... nowave님! 제가 생각외로 잘 삐지기도 하지만, 잘 안 삐지기도 하더군요. 이 말은 삐졌단 말일가요? 아니란 말일가요? 흐흐.

숨은아이 2004-11-15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퇴폐 미술가의 자화상"은, 그림을 그렸을 당시 지인들이 허리 꺾으며 웃었을 것 같아요. 기막힌 그림이네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