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모기지 파문과 신용시장 경색, 부동산 시장 하락 등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사건들 속에서도 입을 다물고 있던 백악관이 결국 비관적인 상황을 시인했다.

AP통신은 조지 W 부시대통령이 7일 시카고를 방문, 일리노이주 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지역 경제인들과의 만남에서 "경기 지표가 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며 경제에 대한 우려를 처음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부시대통령은 `엇갈린 경제지표'들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그러나 경제는 탄력성이 있는 것이며 미국은 과거에도 여러가지 우려들을 헤처쳐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국 정부와 월가에서는 경기침체에 대한 경고와 경제 적신호들이 쏟아져나왔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뉴욕 증권분석가협회 모임에 참석해 "이른 시일내 성장이 더 둔화될 것"이라면서 "백악관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 조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시급히 정부가 개입하며 행동에 나설 때는 아직 아니라는 인식을 보여준 것. 백악관도 우려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줘 일단 시장을 안심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백악관과 폴슨 장관이 강조한 것처럼 지금이 `지나치게 걱정하기엔 아직 이른'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부시대통령 발언이 나온 날 동시에 성명을 내고 "중산층을 보호하고 성장과 고용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부시대통령은 시카고 모임에서 자신이 내놓은 감세정책이 경제회복의 발판이 될 것이라 다시한번 강조했으나, 막대한 재정적자 속에 세수를 더 줄이려는 감세 법안이 의회에서 지지를 받을지는 알수없다.

최근 잇달아 나온 경기지표들은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5%로 올라 2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7일 "앨라배마의 현대차 공장이 주당 근무시간을 줄이기로 하는 등 근무시간을 감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고용시장이 더 악화될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 위축을 보여주듯, 지난해 4분기 4년여만에 처음으로 사무실 공실률도 올라갔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데니스 록하트 총재는 이날 "부정적 경기 지표들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며 주택과 금융시장이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달말 열리는 올해 첫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FRB 의장 물망에도 올랐었던 하버드대 마틴 펠트스타인 교수도 전날 "미국이 침체에 빠질 확률이 50% 정도라고 봐왔으나 이제는 더 높여야겠다"며 미국의 성장이 "올해 더 둔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8-01-09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8-01-09 15:43   좋아요 0 | URL
ㅋㅋ 사물함..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입니다. 건강하셔요. ^^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버락 오바마 돌풍에 밀려 예상 밖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클린턴은 눈물을 글썽이는 감정적 호소까지 하면서 예비선거(프라이머리) 참가자들의 마음을 얻으려 하고 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뉴햄프셔, 7일, 유세 중인 클린턴. /AP



뉴욕타임스, ABC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클린턴이 뉴햄프셔주 포츠머스의 한 카페에서 평소의 차가운 이미지를 뒤집으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여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유권자 16명과 티타임 형식의 간담회를 갖던 클린턴은 이날 만남을 시작할 때만 해도 평소와 다름없이 논리정연하고 차분한 모습이었지만 대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는 "어떻게 그렇게 늘 씩씩해 보이느냐"는 질문을 받자 "쉽지는 않다"고 답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는데요. 이어 "내가 다양한 기회를 누릴수 있도록 해준 이 나라가 뒷걸음질치는 걸 보고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습니다.

퍼스트레이디 시절 성추문에 휩싸인 남편을 구하기 위해 파파라치들 앞에서 살짝 보여준 `수영복 블루스' 연출이라든가 `아이팟(iPod) 속 음악트랙까지도 철저히 계산해서 공개한다든가 했던 과거 행동으로 봤을 때 이날의 눈물은 '냉정한 여인' 클린턴이 얼마나 힘들게 고비를 맞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눈물 한 방울 역시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습니다. AP통신은 "측근들은 클린턴에게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을 했고, 공교롭게도 다음날 클린턴은 눈물을 흘렸다"며 의심 섞인 시선을 전했습니다.

클린턴 캠프 측에선 너무 냉정하고 계산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워싱턴의 정치뉴스 전문미디어 폴리티코닷컴은 지난 5일과 6일 뉴햄프셔 내슈어의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나란히 열린 오바마와 클린턴의 유세를 비교, 두 사람의 판이한 스타일을 분석하면서 "오바마는 시(詩), 클린턴은 산문"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오바마는 구체적인 이슈들을 언급하지 않은 채 `희망과 변화'를 얘기하면서 30분 동안 마치 `최면을 거는것 같은(mesmerizing)' 매혹적인 연설로 지지자들을 사로잡았다는군요. 반면 클린턴은 1시간반에 걸쳐 참석자들의 질문까지 받으며 이슈를 꼼꼼히 설명했지만 막판엔 청중들이 빠져나가 썰렁해졌다는 건데요.
클린턴의 측근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조직적, 계획적 캠페인을 벌여왔던 전략을 바꿔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다가가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닷컴은 분석했습니다.

오늘 시사주간지 타임 기사를 보니 클린턴 캠프에 돈도 떨어져가고 있다는데, 여기서 클린턴이 무너질까요. 아니면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처럼 대의원 숫자가 많은 주들에서 판세를 뒤집어 결국 대권 후보 자리를 거머쥐는데 성공할까요. 클린턴이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얼마전 CNN 방송에서 들었는데, 미국인들 중에 "아프리카계 대통령 받아들일 수 있다" 64%, "여성 대통령 받아들일 수 있다" 62%였다고 하더군요(못 받아들이겠다는 자들은 솔직한 건지 뇌에 벌레가 낀 것인지 -_-).
미국에서 여성이 투표권을 얻은 것이 흑인들보다 느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여기서 누가 더 마이너리티인가를 따지자고 한다면 멍청한 짓이겠지요. 클린턴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단지 그가 여자라서 싫어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고, 오바마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가 '검은데도 불구하고 참아주겠다'며 지지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저도 드러난 정책들만 보면 이라크전 놓고 말 바꾼 클린턴보다는 시종일관한 오바마에게 더 마음이 갑니다.
그래도 클린턴이 무너지는 것은 어쩐지 싫은 기분이네요. 한국 대선엔 관심도 없었으면서 남의 나라 대선에 이러쿵저러쿵... 웃깁니다만, 어쩌겠습니까.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08-01-08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의 나라 대선인데, 저도 웬지 우리 나라 대선때보다 더 관심이 가던걸요. 우리 나라 경우엔 너무나 뻔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요. 두 후보의 지지도 경향에 대해 객관적인 눈으로 봐야겠지만 어차피 인간이 내리는 결정이란 객관보다 주관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느냐 혼자 마음속으로 왈가왈부해가면서요~

딸기 2008-01-09 11:08   좋아요 0 | URL
지금 뉴햄프셔에선 클린턴이 이기고 있네요 :)

sooninara 2008-01-08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힐러리가 싫고 오바마쪽으로 마음이 가는 이유는..
부시가 대를 이어 대통령을 했듯이 클린턴가가 대통령을 또 한다는게 싫어요.
아무리 힐러리가 뛰어난다고 해도 새 인물에 끌리네요.
저도 여성 후보가 이렇게 쓰러지는게 마음은 아픕니다.끝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딸기 2008-01-09 11:09   좋아요 0 | URL
미국인들은 실제로 그걸 가장 꺼림칙해 한다더군요

paviana 2008-01-08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남의 나라 대선에 일케 관심을 가지고 코커스가 모고,프라이머리가 무언지까지 알게 되다니...
힐러리가 그런식으로 무너지는건,그니까 여자대통령은 안된다라는 이유로, 그렇네요.

딸기 2008-01-09 11:09   좋아요 0 | URL
아, 지금 이기고 있구요,
누군가의 말로는... 캘리포니아 같이 큰 주에 가면 결국 힐러리가 이길 거라는...

무명씨 2008-01-09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바마의 어머니가 백인이라는 건 유권자의 표심을 돌리는 데 얼만큼 역할을 했을까요?

딸기 2008-01-09 11:09   좋아요 0 | URL
이번엔 민주당내 경선이어서, 인종문제는 거의 부각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검은 돌풍'이 계속될 것인가.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에서 버락 오바마가 무서운 기세로 힐러리 클린턴을 추격하고 있다. 전국 여론조사에서 추종을 불허하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 전대통령의 후원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에 다소 밀리는 기세다. 아직은 전국 지지도에선 여전히 우위를 달리고 있으나,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어 8일 실시되는 뉴햄프셔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까지 오바마에 뒤질 경우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가 이긴다"?

6일 AP통신과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실시된 긴급 여론조사들에서 오바마가 예상을 뒤엎고 클린턴을 꽤 큰 차이로 따돌리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아메리칸리서치그룹 조사와 라스무센 조사. 4일과 5일 이틀 동안 이뤄진 두 조사에서 오바마는 클린턴을 38%대 26%, 39%대 27%로 누른 것으로 나타났다. 두 조사에서 오바마와 클린턴의 지지율 격차는 무려 12%포인트로 벌어졌다. 3위 후보인 존 에드워즈가 힘겹게 따라붙으려 하고 있지만, 최근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들은 민주당 경선 구도가 클린턴과 오바마의 양강(兩强) 대결구도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직 전국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46% 대 26%(퓨리서치), 49% 대 20%(폭스뉴스) 등 2배 가까운 차이로 오바마를 누르고 있다. 전당대회에 참가할 대의원 확보 수 예상치에서는 여전히 클린턴이 오바마를 압도하고 있다. 전국 조사들은 대개 아이오와 코커스 전인 지난해 말 실시된 것들이어서 오바마 돌풍이 제대로 반영돼있지 않다. 비록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 할당된 대의원 수는 많지 않지만, 며칠 사이에 두 지역에서 관측된 상승세로 볼 때 오바마 바람이 뉴햄프셔를 발판 삼아 허리케인급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무당파, 부동층이 관건

뉴햄프셔에서도 양당 예비선거의 향방은 골수 당원들이 아닌 무당파, 부동층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커스와 달리 뉴햄프셔 예비선거에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에 들어있지 않은 비(非) 당원 일반 유권자들도 대거 참가한다. 뉴햄프셔 최대 신문 `유니온리더'는 6일 "비당원 유권자들이 예비선거의 열쇠가 될 것"이라며 예비선거 참가자 중 45%가 비당원 투표자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들 중 30%는 지지 후보를 "8일 선거 당일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비당원 참가자들 중 60%는 민주당 지지성향으로 집계됐다. `바람'을 많이 타는 비당원-부동층 유권자들이 클린턴보다는 오바마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뉴햄프셔주립대학의 단테 스칼라 교수는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부동층 유권자들은 TV스타나 명사를 좇듯 오바마를 쳐다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커비, 매케인 꺾을까

비당원 친민주 유권자들이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과 맥을 같이해, 공화당 지지층에선 비당원 유권자들이 존 매케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니온리더는 "지난주말 매케인의 연설회에 모인 사람들 중 상당수가 비당원 지지자였다"며 공화당 기독교 보수파들에 인기가 높은 허커비 대신 중도보수파 매케인이 뉴햄프셔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적인 아이오와와 달리 뉴햄프셔는 자유주의적인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에 허커비가 뉴햄프셔에서도 인기몰이를 이어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공화당 후보들 중 재력과 조직력이 뒤떨어졌던 허커비에게 선거자금이 몰려들면서 `아이오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내다봤다.

지난주 금요일,
오바마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이긴 뒤 연설하는 것 보면서 살짝 감동.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네파벨 2008-01-0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선거에 맘이 설레요.
오바마가 되면 좋겠고...
힐러리나 에드워즈나 암튼 민주당이 되면 만족스러울거 같아요.

공화당 후보의 면면은.....참 인물없다....란 느낌인데...설마..설마..설마...공화당이 되는건 아니겠죠?

딸기 2008-01-08 07:22   좋아요 0 | URL
설마요... 그런 끔찍한 얘기를... ㅋㅋ
 
현대 과학의 6가지 쟁점
존 L. 캐스티 지음, 김희봉. 권기호 옮김 / 지식의풍경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서평을 먼저 읽고 책을 사서 보는 일이 통 없는데, 이 책은 100% 이네파벨님의 소개글 때문에 사서 봤다. 저자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들어본 바 없지만 들여다보니 김희봉님 번역이네. 저자는 미국 산타페연구소 교수라고 한다.

책은 제목 그대로 6가지 질문들을 던지면서 그에 대한 찬반 양론을 소개한다. 저자가 이미 이 주제들에 대해서 1989년 책 한권을 냈었다고. 2005년 다시 쓰여진 이 책은 전작 이후, 그러니까 1989년에서 2005년까지의 15년 남짓한 기간 동안 과학계에서 발표된 새로운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6가지 쟁점에 대한 찬반을 다시 한번 판가름 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재판 형식으로 1989년의 원고가 2005년에도 승소했는지, 아니면 항소에서 판결이 뒤집어졌는지를 밝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6가지 쟁점은 ▲생명은 신의 창조물인가(창조론과 진화론) ▲인간 행동은 유전자가 결정하는가(본성과 양육) ▲언어 능력은 본능인가(촘스키는 옳았나) ▲인공지능 컴퓨터는 가능한가(마음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우리와 교신할 수 있는 외계인이 존재하는가 ▲관찰자와 무관한 실재는 있는가(양자역학은 과학자들의 말장난일 뿐인가) 하는 것들이다. 쟁점 별로 정리가 잘 돼있는데, 문장이 좀 꼬여서 이게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는 얘긴지 아닌지 한번에 이해가 안 가는 것들도 좀 있었다.

말 그대로 현대 과학의 6대 쟁점을 뽑아 정리해놓긴 했는데, 실제 내용은 쉽지 않다. 짧은 분량으로 심오한 주제들과 연구 동향을 정리하다보니 과학자들 이름만 줄줄이 나열된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 각각의 쟁점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깔아놓지 않은 채로 읽을 경우는 읽기가 쉽지 않은 듯. 교양과학서라고는 하지만 ‘쉽게 읽는 과학’ 식의 책은 아니고, 과학책 깨나 읽은 사람이 정리 삼아 볼만한 책 같다. 사회적 함의가 클 수밖에 없는 부분들을 골라 정리해놨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군자란 2008-01-04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책도 딸기님 덕택에 삿는데 아직 도덕적 동물이 읽느라 못 읽고 있어요. 현대 과학의6가지 쟁점을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끝낼생각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느끼는것은 아무리 읽어도 결론이 없는게 이 분야인것 같습니다.어쩔때는 허무한것 같기도 하고, 내 깊은 마음속에 신이라는 것이 각인이 되어 있는 것인지,정말 떨쳐내기 어렵군요.

딸기 2008-01-04 22:57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사실 종교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단언하기 쉽지 않은지라...

순대맛 소주 2008-02-0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딸기님 가끔씩 들와서 지적자극 받구 가는 사람이에여.
다름이 아니라 님은 읽은 책 어케 처리하나여?바로 분리수거로 목숨을 끊어버리나여?
전 그제부터 쌓아두었던 책을 고물상에다 입양하고 있어여. 흑흑.
글쎄,파지로 분류해서 1kg에 120원 처주더군여.고물상 아저씨 얼굴에 음흉한 웃음이 가득.
낑낑거리면서 이틀에 걸쳐 44kg 처분했는데 5300원이 호주머니로 들어왔네여.
아직 더 남아서 책 정리중인데 가슴이 쓰려여 흑흑.이럴줄 알았으면
보자마자 한권씩 철근처럼 잘근잘근 씹어 버려버리는건데.무슨 자식놈
해외에 유학보내는 느낌 -_-;;있을 땐 자리만 차지해
귀찮았는데 막상 먼길 떠나보내려니 눈물이 앞을 가려여.
딸기님은 다 읽은 책 어케 처리하나여.

딸기 2008-02-01 12:12   좋아요 0 | URL
ㅋㅋ 책 막 버리거나 주변 사람들 줘버리다가요,
이번에 정말 맘에 드는 멋지고 비싸고 알흠다운 책장을 2개 장만했어요!!!
울집 가구 중에 가장 비싼 걸루... (이거 웬 자랑질;;)
그래서 거기다가 막 쌓아놓으려고요.
고물상에 팔긴 좀 너무 아깝네요. 킬로에 120원이라니...
알라딘 서재에서 함 올려보세요, 이러저러한 책들 내놓는다고...
폐휴지가 되느니, 관심있는 분들에게 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순대맛 소주 2008-02-0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폐지 분류장에선 눈 감고 책을 쏟아 버렸어요.
가슴이 아프더라구여.
그런데 양복바지에 농구화 신은 고물상 아저씨가 건네준
돈을 받은 저의 웃는 모습이 거울에 비친거예요.그전까지의 아파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그리고 제 마음속 어딘가에서'어서 거리를 배회해,그리고 길거리에 흩날리는 신문이고
박스떼기를 싹 모아서 팔아버려'라고 부추기더군요.돈에 굶주린 건 아니지만
제가 너무 세상에 찌들었나봐여.안수기도라도 받아야겠어여.

저도 예전에 무역전시장에서 거실에 놓는 책장 보고 감동받았었는데..
너무 아늑하고 분위기 나더라구여.추카드려여.인터넷으로 매매해야겠네여.



 
특이점이 온다 -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
레이 커즈와일 지음, 김명남.장시형 옮김, 진대제 감수 / 김영사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이 커즈와일은 참 재밌는 사람인 것 같다. 발명가이고, 부자이고, 불로장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아이디어맨인데다가 생각이 앞서나가도 한참 앞서나간다. 저자는 “내가 너무 앞서나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라고 누차 주장하는데, 나는 저자의 말에 어쩐지 혹한다. 허풍선이처럼 표현을 해서 그렇지, 아서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 같은 소설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 혹은 상상돼 왔던 것들 아닌가.

저자는 유전학, 나노기술, 로봇공학이 이번 세기 전반을 지배할 세 가지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며, 이는 정보혁명의 서로 다른 세가지 얼굴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넘어 인간의 지성/의식은 이제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 언어의 형태로 저장된 인간 뇌 속 정보들은 이제 컴퓨터/인공지능과 통합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전우주적인 의식의 통합’으로 나아갈 것이다! 에너지 활용기술이 높아지면 우리는 획기적으로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정보처리과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며, 나노기술의 발달 덕에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와 환경오염도 다 해결할 것이고 질병의 치료와 인공 신체/장기 생산도 가능해질 것이며, 분자조립자라는 작은 창조주들을 만들어서 세상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며(도라에몽을 연상케 한다;;), 완벽을 향해 고안된 ‘버전 2.0의 신체’를 갖게 될 것이며… 여튼, 우리는 지금 그러한 양질 전화의 시기, 곧 ‘특이점’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 커즈와일의 주장이다.

황당무계한 얘기 같지만, 황당한 일이 어디 한 둘이었나. 유전자조작 옥수수에 악수하는 로봇, 등에 귀 달린 쥐 같은 것들도 예전엔 다 상상 못했던 것들이었다. 심장도 간도 각막도 다 이식하는 마당에, 팔다리에 의족 의수 달 수 있는 마당에, 뇌를 교체하고 머리 속에 컴퓨터를 단다 해도 안 될 것은 없지 않은가. 생물학적 지능(동물)과 비생물학적 지능(기계)의 본질적 차이 따위는 없다.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공지능을 머릿속에 이식한다면, 컴퓨터에 내 뇌 속의 기억과 정보, 곧 나의 생각과 마음과 감정을 모두 다운로드한다면, 이 육체의 나는 나인가, 저 컴퓨터는 나인가. 특이점의 시대에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책은 재미난 주제들과 소재들을 섭렵하고 있는데 좀 많이 길다. 150쪽에 이르는 주석과  부록을 빼고도 본문만 680쪽인데, 중언부언이 많아 지겨웠다.

 

   
 

역량이 비슷할 경우, 비생물학적 지능은 뇌보다 훨씬 강력하다. 인간의 패턴 인식능력과 더불어 기계의 장점인 뛰어난 기억력과 기술 공유능력, 정확도를 갖췄기 때문이다. 또 비생물학적인 지능은 언제나 최고 기량을 발휘하는데, 생물학적 인간은 결코 따라할 수 없는 능력이다.
... 2040년 중반이 되면 비생물학적 지능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그건 여전히 인류 문명일 것이다. 인간은 생물학을 초월하는 것이지, 인간성을 초월하는 게 아니다. (183쪽)

 
   

 

   
  “기억의 작동 방식에 대해 한동안 이런저런 발견이 이어졌지만 주된 저장 장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개념이 없었습니다.” 화이트헤드 생의학 연구소 소장인 수전 린퀴스트의 말이다. “이 연구 덕분에 저장 장치를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단백질의 프리온식 활동이 관련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발견입니다. 프리온이 그저 자연의 별종이 아니라 근본적인 과정들에 참여하는 존재라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입니다.” 프리온은 전자 기억장치를 만드는 데도 유용하게 쓰일지 모른다. (239쪽)  
   

 

   
 

분자조립자는 다양한 모양새로 상상되고 있다. 가장 전형적인 모습이라면 책상에 올려놓을 만한 크기의 기기를 통해 온갖 물건들을 생산해내는 조립자다. 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무엇이든, 컴퓨터, 옷, 예술 작품, 조리된 음식에 이르기까지 뭐든 만들 수 있다.

... 진짜 비용은 생산품을 묘사하는 정보의 가치에 달렸다. 조립 과정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가 제일 중요한 것이다. 달리 말하면 세상 모든 것의 가치는, 물론 물리적 실체들도 포함하여, 전적으로 그 속에 저장된 정보의 가치에 달렸다. ... 분자 제조 과정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 자체도 광범위한 자동화 작업에 의해 설계될 것이다. 요즘의 전자 칩과 마찬가지다. (315쪽)

 
   

 

   
 

그런데 분자 제조기술의 목표는 생물학의 분자 조립 능력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생물계는 오로지 단백질을 바탕으로 한 구조만 만들 수 있어 강도나 속도에 심대한 제약이 있다. 단백질 자신은 3차원적 구조이지만 생물학 자체는 1차원적 아미노산 사슬을 3차원으로 접어주는 화합물에 의존하고 있다.

... 다이아몬드 형 물질 조립자는 외부로부터 계속 물질을 입력 받아야 한다. 이 점은 분자 규모의 로봇이 바깥 세상에서 광포하게 자기복제하는 것을 막아줄 몇 가지 안전장치 중 하나다. 생물학의 복제 로봇인 리보솜 또한 늘 자원과 연료 물질을 필요로 하는데, 우리는 소화계가 흡수한 영양분으로 그것을 공급해준다. 그런데 나노 복제자가 더욱 정교해지면, 그래서 정제되지 않은 원료 물질에서도 탄소 원자나 분자 조각들을 끄집어 쓸 수 있다면, 그때는 커다란 위기가 닥칠 것이다. 나노 복제자는 어떤 생물보다도 강하고 빠르기 때문에 더 그렇다. (319쪽)

 
   

 

   
 

뇌에 널리 퍼진 나노봇들은 기존의 생물학적 뉴런과 상호작용할 것이다. 오감으로 완전 몰입형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해줄 것이고, 신경계 내부로부터 작업을 하여 감정을 유발시키기도 할 것이다. 타고난 생물학적 사고 장치와 우리가 만들어낸 비생물학적 지능이 융합됨으로써 인간의 지능은 엄청나게 확장된다.

학습은 일단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겠으나, 뇌 자체를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 거추장스런 과정 없이 곧바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다운로드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음악과 미술에서 수학과 과학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지식들을 창조하는 것이다. 노는 것 역시 지식을 창조하는 일이 될 테니, 사실상 일과 놀이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없어진다.
지구 상의, 그리고 지구를 둘러싼 지능은 줄곧 기하급수적 확장을 거듭하여 결국에는 지능적 연산을 뒷받침할 물질과 에너지가 모자라는 순간에 다다를 것이다. 그렇게 우리 은하의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고 나면 인간 문명의 지능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고의 속도로 더 먼 우주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413쪽)

 
   

   
  새로운 인체를 개념적으로 설계한 것 중에 예술가이자 문화 촉진자인 나타샤 비타-모어가 고안한 프리모 포스트휴먼이라는 것이 있다. 인체의 이동성, 유연성, 내구성을 최적화하려는 설계로서, 나노봇을 이용해 AI를 구현한 인공 신피질로 광역 통신이 가능한 보조 뇌, 색깔과 질감을 바꿀 수 있는 바이오센서에 고감도 감각 기능을 갖추었으며 태양빛도 보호해주는 스마트 피부 등을 쓰는 것이다. (416쪽)  
   

 

   
  나는 2030년대나 2040년대에 좀 더 근본적인 인체의 재설계, 이른바 버전 3.0 인체가 탄생할 것이라 본다. ... 내가 버전 3.0 인체의 특징 중 하나로 꼽는 것은 말 그대로 쉽게 신체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뇌의 대부분이 비생물학적 물질로 찬다 해도 인간은 인체에 대해 미적이고 감정적인 애착을 계속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미감은 우리에게 의미가 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단 인체가 엄청난 유연성을 획득하게 된 이상, 미적 기준 자체가 서서히 변할 것이다. (427쪽)  
   

 

   
  특이점 이후를 ‘포스트휴먼’ 시대라 부르며 고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좀 생각이 다르다. 인간이란 존재는 끊임없이 제 경계를 넓혀가려는 문명에 속한 존재다. 인간과 기술의 융합은 분명 급속한 변화를 가져올 사건이다. 하지만 놀라운 혜택들을 가능케 할 오르막이지, 니체의 심연에 바지게 할 내리막은 아니다. 융합 후의 인간을 새로운 ‘종’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순수한 생물학적 개념인데, 정작 변화는 생물학 자체를 초월하는 것이다. 특이점이라는 변화는 기나긴 생물학적 진화 역사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다. 아예 생물학적 진화를 통째로 딛고 올라서는 단계인 것이다. (519쪽)  
   

 

   
 

나는 비생물학적 개체에도 의식이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 본다. 비생물학적 개체들도 인간이 현재 지니고 있는 온갖 미묘한 의식의 단서들, 감정이나 기타 주관적 체험과 결부되어 있는 듯한 현상들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 나는 패턴에 바탕을 둔 철학을 믿는다. 나라는 존재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영속하는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진화하는 패턴이고, 스스로의 패턴 진화 과정에서 영향력을 갖는다. 지식 또한 하나의 패턴이다. 정보와는 다르다. (536쪽)

 
   

 

   
  프라이타스는 나노봇이 일으킬 수 있는 여러 끔찍한 상황들을 상상해 보았다. ‘그레이 플랑크톤’ 시나리오는 해로운 나노봇들이 바다 바닥에 메탄 형태로 저장된 탄소와 이산화탄소 형태로 녹아 있는 탄소를 해치우는 것이다. 바다에 있는 탄소 자원의 양은 지구 생물자원 탄소량의 열 배나 된다. ‘그레이 먼지’ 시나리오는 자기 복제하는 나노봇들이 공기 중의 먼지를 재료 삼고 태양빛을 동력 삼아 번지는 것이다. ‘그레이 이끼’ 시나리오는 바위에 있는 탄소 등의 물질이 점령되는 상황이다. (558쪽)  
   

 

   
  미래 기술의 영향을 숙고하는 사람들은 종종 세 가지 생각의 단계를 겪는다. 첫째는 오래된 골칫거리들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데서 오는 경외와 놀라움, 둘째는 새로운 기술에 수반한 심각한 위험들에 대한 두려움, 마지막은 우리가 책임감 있게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며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심스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라는 깨달음이다. (570쪽)  
   

 

 

댓글(0) 먼댓글(1)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특이점이 온다 -레이 커즈와일
    from 김재호의 디지털보단 아날로그 2009-06-21 21:38 
    특이점이 온다 - 레이 커즈와일 지음, 김명남.장시형 옮김, 진대제 감수/김영사 회사에 과학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이 책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앞으로 변할 미래 세계의 모습을 담은 책인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변화를 예언하고 있어서 나는 사이비같은 이야기라 생각하고 한귀로 흘려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진대제의 열정을 경영하라라는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는, 그가 쓴 다른 책이 없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이 책이 떡하니 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