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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s Come True - Dreamage - Love Ballad Collection
Dreams Come True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지난 연말 일본에 있으면서 유명한 '홍백가합전(일본 말로는 '코하쿠 우타갓센')을 봤다. NHK에서 매년 12월31일 방영해주는 가요 프로그램인데, 여자 가수들은 홍팀, 남자 가수들은 백팀이 되어 노래자랑을 펼친다. 몇해전부터 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 무대에 선다는 것은 일본에선 가수에게 최대의 영광이고(근데 작년엔 스마프도 긴키키즈도 안 나왔음 -_-) 시청률 또한 아직 높은 편이다. 이 프로가 방영되기 전에 TV 잡지들은 그 해의 출연가수 목록과 곡목을 정리해서 팜플렛으로 내보내주기도 하는데, 어떤 가수가 이 프로그램에 몇번이나 나왔는가 하는 '기록'도 관심거리가 되곤 한다. 일례로 보아는 2002년부터 3년 연속으로 이 프로에 출연했는데, 그것만 봐도 보아가 일본에서 얼마나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유명하다는 홍백가합전을 보기 전까지, 일본에서 10달 가까이 살았었지만 사실 일본 대중음악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일본 가수라고 하면 키무라 타쿠야와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 등이 있는 스마프 정도나 알았으니. 그것도 스마프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일조차 없이 '얼굴들'만 아는 수준이었다.
홍백가합전 첫 시청. 기대에 기대를 하고서 봤는데 재밌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일본에서는 지난해말 홍백가합전이 사상 최악의 재미없는 무대였다는 평가를 받았다던데, 아무튼 나는 재미있게 봤다. '쟁쟁한' 일본 가수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Dreams Come True였다. 15년전 데뷔한 이래 발표하는 앨범마다 랭킹 상위에 들 정도로 유명한 그룹이라고. 원래 3명이 그룹을 이뤘었는데 몇해전 한 사람이 나가버리고 지금은 노래하는 여자와 기타치는 남자, 둘만이 함께 하고 있다.
압도당했다. 화면에 비친 모습, 노래하는 여자. 못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미인은 아니다. 그런데 아름다웠다. 서양식에 일본식이 혼합된 독특한 패션, 유행을 완전히 무시하는 듯한 긴 퍼머의 헤어스타일, 만면에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띠고 노래하는 디바. 미성(美聲)은 아니지만 역시나 자신만만한, 氣 같은 것이 느껴지는 가창력. 홍백가합전에서 부른 것은 'やさしいキスをして(부드러운 키스를 해줘)'라는 곡이었는데, TV를 보던 나도, 남편도 완전히 반해버렸다. 나중에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들의 옛날 모습을 잠깐 볼 기회가 있었다. 역시나 자신만만한, 그리하여 이 여가수를 더없이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꽉 찬 웃음. 비디오형 가수는 결코 아닐 터인데, 나는 이들의 비주얼에 맛이 가버렸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앨범을 샀다. Dreamage 라는 이름의 이 앨범에는 CD 두 장이 들어있다. 가장 귀기울여 들었던 것은 이들의 최고 히트곡으로 꼽히는 'Love love love'. 무려 15년전 노래다. 베스트앨범 성격이어서 그런지 다른 노래들도 모두 수준급이다. 음악에 대해선 뭣도 모르는 나이지만, 대단히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