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서고부터는 고운 말, 바른 말을 써야한다.

욕 같은 거 막 하고 그러면 안된다.
까딱하면 잡혀간다.
좃중동 이런 말도 하면 안 된다. 미운 말이니깐....
쥐 얘기도 하면 안되고...
심지어 쥐덫이나 쥐약 얘기만 해도 국가원수 암살모의 죄로 잡혀갈 수 있다.
밑에 얀님이 댓글에서 쓰신대로, <오해>가 많은 세상이니깐...

욕을 안 하기 위한 비결 한 가지를 오늘 알아냈다.
어떤 후배한테 들었는데

뒤에 <크레파스>를 붙이면 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조카18색크레파스같은 놈>

강한 어감을 살려 빠르게 읽되, 크레파스를 빼놓으면 안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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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8-08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앗, 이렇게 웃는 것도 안될까요 혹시? 그러면 ㅎㅎㅎ...요렇게~ )

딸기 2008-08-08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웃기죠? 낮에 저 말 듣고 나서, 곰곰이 되새김질을 해보면 해볼수록 더 웃기더라구요.

마노아 2008-08-08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이거 별찜이에요. 입에 붙게 연습이 필요해요. ㅋㅋㅋ

paviana 2008-08-08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열나 우낀 크레파스같은 놈 이러면 되지요?
북경가서 손 흔드는걸 지금 봤는데 표정이 무슨 도살장 끌려온 쥐마냥 떨떠름하게 하고 있더군요.별게 다 미운건가요?

딸기 2008-08-1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게 다 미운게 당연하지요... 증말 별별 짓을 다 하잖아요
요샌 뉴스 보고듣는게 스트레스예요... ㅠ.ㅠ
 

'러닝메이트를 찾습니다.'

미국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전당대회를 한 달 안팎 앞두고도 부통령 후보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물망에 오른 사람들은 많지만 박빙의 선거판을 확 휘어잡을만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두 후보 모두 뚜렷한 강점과 함께 보완해야 할 요인이 적잖은 탓에 후보 선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당대회(25~28일)가 3주 앞으로 다가온 민주당은 지루했던 경선 만큼이나 부통령 후보를 뽑는 데도 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은 티모시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가 러닝메이트 후보 1순위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3일 뉴스위크는 오바마 캠프에서 에반 바이 상원의원과 쳇 에드워즈 하원의원 등 다른 인물들이 새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캠프 관계자는 "지난달 오바마의 중동·유럽 순방 때문에 부통령 후보 검토 작업이 일시 중단돼 선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오바마 본인이 갖고 있는 '후보 리스트'가 매우 유동적이라는 점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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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부통령 후보군 중 첫 손에 꼽히는 이는 케인. 그는 2006년 버지니아공대 참사가 터지자 즉각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리고 후속 처리에 나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이던 버지니아 주를 민주당 편으로 바꾼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바마의 단점을 보완해주지는 못한다. 공화당의 선거전문가였던 스콧 리드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케인은 정치 경력이 짧고 외교안보 분야의 식견이 없어 집중 공격을 받기 쉬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위크가 다크호스로 꼽은 쳇 에드워즈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목장이 있는 텍사스주 크로포드가 속한 선거구에서 공화당을 이긴 인물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에 등을 돌린 백인 블루컬러 계층의 표를 모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에드워즈를 강력 천거하고 있다.
에반 바이는 1975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부친(버치 바이)을 둔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행정능력이 탁월해 오바마의 부족한 경험을 메워줄 수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부인이 거대 제약회사 엘리릴리 등의 자문을 맡은 적이 있는 기업변호사여서, 오바마가 추구해온 깨끗한 이미지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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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에서는 에릭 캔터 하원의원이 급부상했다. AP통신은 3일 매케인 캠프가 캔터에게 러닝메이트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캔터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강하며 야심찬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유대계 미국인으로서 워싱턴 유대인 단체들이 강력히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저히 친 이스라엘·반 아랍 성향이며, 지난해 의회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미트 롬니도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령이어서 '나이'가 최대 단점인 매케인을 보완해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업가 출신으로 비즈니스 능력은 검증됐지만 노동자층의 지지는 얻지 못하고 있다. 또 기독교 신자가 아닌 모르몬교도라는 약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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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8-08-0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힐러리는 후보군에도 못 들어가는군...그나저나 기사만 올릴겨? ㅎ

딸기 2008-08-04 21:00   좋아요 0 | URL
블로그는 어찌된겨? 빨랑 만들어 공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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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영국 여성 루이스 브라운이 오는 25일 30세 생일을 맞는다. 인류가 출산의 신비를 자연의 영역에서 의학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인공수정(IVF)의 역사를 연지 30년이 되는 셈이다. 브라운 이래로 인공수정은 수많은 불임부부들의 희망이 돼왔지만, 냉동 배아·대리모 논란에 줄기세포 파동 등 숱한 윤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스, BBC방송 등은 21일 브라운의 생일을 앞두고 IVF의 역사와 전망을 조명했다.


지난 주말 영국 캠브리지셔의 번홀 불임클리닉에서는 브라운의 생일을 앞당겨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브라운과 30여명의 IVF 출산 가족들, 그리고 브라운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도록 시술을 했던 패트릭 스텝토 박사와 로버트 에드워즈 박사 등이 참석했다.
현재 브라운은 영국 남서부의 브리스톨에 살면서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4년 전 결혼을 했고 재작년에는 '자연출산'으로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

지금은 인공수정 시술이 일반화됐지만 브라운의 출생은 20세기 과학기술의 발달이 이뤄낸 혁명이었다. 여성의 몸 속에서 일어나던 임신 과정을 실험실 튜브 속으로 끌어낸 것. 체외수정으로 배아를 만들어 자궁에 착상시키는 기술은, 30년 전만 해도 동물들에게나 실험적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브라운의 부모에게 IVF 시술을 해줬던 의료팀조차 "성공할 줄은 몰랐다"고 회고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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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로 태어났던 영국 여성 루이스 브라운이 한 불임클리닉을 방문해
자신처럼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아기들을 안고 있는 모습. 25일 서른번째 생일을 맞는 브라운은
재작년 자연출산으로 아들을 낳았으며 영국 남부에서 평범한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브라운이 태어나고 석달 뒤 인도에서 두번째 IVF 출산이 이뤄진데 이어 1980년 호주에서 세번째 인공수정 아기가 태어났으며, 이후 인공수정은 전세계로 확산됐다. 현재 지구상에서는 연간 300만명 이상이 인공수정으로 태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해 고령화·저출산 문제에 직면한 나라들이 인공수정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유럽 등에서는 IVF 출산이 전체 출산의 1%에 이르고 있다. 아랍계 주민들에 맞서 유대계 인구증가를 꾀하는 이스라엘의 경우 인구 대비 불임치료시설 숫자가 세계 1위이며 IVF 출산이 전체의 5%에 육박한다. 인공수정이 정치적 맥락과도 맞닿고 있는 것. 하지만 여전히 인공수정 성공률은 30%를 밑도는 수준이고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또 쌍생아·다생아 출산과 조산이 많아 안정성 측면에서도 아직 많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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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7월 브라운의 사진과 함께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탄생"을 보도한 영국 신문들의 기사. 


생명윤리 측면에서 보자면 인공수정이 가져온 논란은 끝이 없다. 체외수정과 함께 난자·정자·수정란의 냉동보관 기술이 발달함으로써 부모의 나이와 상관 없이, 심지어는 부모의 생존 여부와도 상관 없이 아기가 태어날 수 있게 됐다. 난자·정자·수정란을 기부하거나 사고파는 경우, 자궁 이상이 있는 여성들을 위해 자궁을 빌려주는 경우(대리모)가 늘어나면서 법적 권리 및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게 된 것.
또 국내에서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연구 파동 때 드러났듯 난자 공여와 관련된 인권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로마교황청은 수정란들이 불가피하게 파괴된다는 점을 들어 아예 인공수정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미래에는 이른바 '디자이너 베이비(맞춤형 아기)' 문제를 비롯해 더 많은 논란거리들이 인류 앞에 던져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지난 5월 형제자매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 인공수정되는 '치료용 아기' 출산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통과돼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공수정 관련 기술의 발달에 대해서는 우려와 기대가 혼재한다. 네이처는 "인공수정 비용이 낮아지고 기술이 발달함으로써 앞으로 30년 내 불임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 내다봤다. 잡지는 이른 시일 내에 불임여성들을 위한 '인공자궁'도 개발될 것이라면서 이론적으로는 "1살이든 100살이든" 누구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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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8-07-2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이건 책 한권으로도 모자랄 토픽이지요.
저 위의 사진, 정말 잘 찍었네요.

딸기 2008-07-21 22:39   좋아요 0 | URL
ㅋㅋ 어딘가에서 불법적으로 퍼온 사진이랍니다. ^^
 
슬럼, 지구를 뒤덮다 -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 도시의 빈곤화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돌베개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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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달동네는 사라졌나? 아직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달동네를 지나쳐본지 오래된 것을 보면, 이젠 달동네는 서울의 풍경에서 거의 지워진 것 같다. 그 많던 달동네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모두 ‘개발’되고 ‘발전’ 해서 중산층이 되어 아파트로 이사 갔을까.

이렇게 쓰고 나니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이뤄진 달동네 제거작전, 서초동 꽃동네 비닐하우스촌을, 시대의 변화를 무색케 하던 봉천동 달동네, 봉천동 야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대학 후배의 얼굴(1970년대가 아니고 1990년대였다), 취재 차 찾아갔던 가리봉동의 쪽방들(세기의 전환을 코앞에 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인왕산 능선 밑 어지럽게 빨래가 널려있던 판잣집들(사라진 줄 알았던 이곳의 판잣집 동네를 다시 본 것은 2005년이었다).

사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한국의 달동네들은 그나마 양호하다. 난민들의 거주가 수십년 단위로 길어지면서 사실상 거대한 슬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린 아프리카의 난민촌들에 가본 적 있다. 나는 케냐 나이로비 주변의 악명 높은 슬럼가 시장(그 유명한 키베라 슬럼은 가보지 못했지만)에도 가보았다. 민병대들의 저항의 무대가 된 바그다드의 사드르 시티에서는 골목 초입을 기웃거리다가 ‘무서워서’ 도망치듯 빠져나온 경험도 있다.

풍경들은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후배가 보여준 사진들 속 방글라데시의 판잣집들과 내 머리 속 어릴 적 우리 동네, 보르네오섬의 강변 마을과 외신 사진에서 본 뭄바이의 다라비 슬럼 같은 곳들은 거개는 비슷한 이미지다. 도시와 가난의 결합, 슬럼.

저자는 오늘날 제3세계 도시들의 ‘전형적 풍경’이 돼버리다시피 한 대규모 슬럼들이 “전 지구적 정치 위기, 즉 1970년대 후반의 채무위기와 뒤이은 1980년대 국제통화기금 IMF 주도의 제3세계 경제 구조조정의 유산”이라고 지적한다. 산업이 성장하면서 농촌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밀려들어 노동자가 되고 도시 슬럼을 형성하는 방식의 ‘선진국형 슬럼화’ 현상과는 분명히 다른 현상이라는 것. 오늘날 제3세계 슬럼의 주민들은 농촌에서 얻지 못할 무언가를 얻기 위해 도시로 온 것이라기보다는, 농촌에서의 삶의 기반을 잃은 탓에 등떼밀려 도시로 나오게 된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시대에 슬럼의 확대는 필연적이며, 세계의 도시들이 늘어나고 규모가 커지는 것과 슬럼의 확대는 동전의 양면이 된다. 아니, 메가시티의 출현은 그 자체로 슬럼의 확대 덕에 가능한 것이다. 지난 2월 “올해 전세계 인구 중 도시 거주자가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유엔은 205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도시 거주민들의 과반수는 슬럼에 사는 빈민들일 것이다.

“미래의 도시는 이전 세대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상상했던 것처럼 유리와 강철로 이루어진 도시가 아니라, 손으로 찍어낸 벽돌, 지푸라기, 재활용 플라스틱, 시멘트 덩어리, 나뭇조각 등으로 지어진 도시다. 21세기의 도시 세계는 공해와 배설물과 부패로 둘러싸여 덕지덕지 들러붙은 슬럼 도시일 것이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슬럼에 살고 있는 10억 주민은 9000년 전 도시생활 여명기에 세워진 아나톨리아 정착촌 차탈회위크의 튼튼한 진흙집 잔해를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돌아볼 것이다.” (33쪽)

어긋난 약속들, 도둑맞은 꿈들. 무단점유(스쿼팅)와 게이티드 커뮤니티. 이 둘은 글로벌 경제에 통합된 지구촌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주거형태의 두 극단으로 나타난다. 보르네오의 판잣집과 자카르타의 주상복합 아파트들, 요하네스버그 외곽의 거대한 빈민촌과 철조망 처진 블록들. 요즘 한국에서도 ‘타운하우스’가 유행한다던데. 지구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가장 먼저 읽었던 <조류독감>의 경우 그다지 ‘일류 저술’은 아니었음에도, 아무튼 시각과 소재가 재미나고 요즘 시류에 맞을뿐더러 (시류를 다루는 일을 하는) 나의 관심사와도 당연히 맞아떨어지는 탓에 마이크 데이비스의 책을 자꾸 읽게 된다. 굳이 같은 저자의 여러 책을 놓고 품평을 하자면, <조류독감>과 <빈곤의 역사><슬럼> 중에서는 역시 <조류독감>이 가장 떨어지는 편이었던 듯. <빈곤의 역사>는 역사학자로서의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연관된 사건을 밀도 있게 추적한 것이었다. <슬럼>은 중언부언이 좀 있고 전문성이 떨어지지만 슬럼이라는 테마에 맞춰 도시 빈곤/주거 문제/정책적 대안/신자유주의 기구들의 훼방 등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다. 글로벌화 시대의 빈곤문제를 핵심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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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정병선 옮김 / 이후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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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거창하게 붙였는데, 실제로는 원제 그대로 ‘빅토리아 후기 즉 19세기 말 엘니뇨로 인해 벌어진 범지구적 차원의 기근’을 집중 조명한 책. 따라서 ‘빈곤의 역사’라고까지 할 것은 없고, ‘빅토리아 후기 기근으로 본 환경재앙’ 정도로 읽어주면 될 것 같다.

재미있었다. 중국, 인도, 브라질을 중심으로 엘니뇨와 대규모 환경파괴, 식민통치의 범죄적 양상과 그로 인한 19세기 말 초유의 대기근을 살피고 있는데, 저자 스스로 말했듯 ‘기근의 정치생태학’이라고 보면 된다. 요는, 가혹한 식민통치(중국의 경우 완전한 식민지는 아니었지만 서구의 압박 속에 제국이 제 기능을 잃었다는 점에서 맥락은 같다고 본다) 속에 우리가 오늘날 ‘제3세계’ 바꿔 말하면 ‘못 사는 나라들’이라고 부르는 지역들이 무대책으로 글로벌 경제구조에 통합됐다는 것이다.

착취당하다 보니 인프라가 무너지고, 토양 침식 등 환경재앙의 요인들이 축적되고, 드디어 강력한 엘니뇨가 들이닥치자 수백만, 수천만이 굶어죽는 일이 일어났다. 기근은 어느 시대에건 있었다지만 1870~1900년의 대지진은 규모 면에서 엄청났다, 하지만 기근은 정치경제적 요인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단순히 식량이 부족해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식량은 부족하지 않았는데 식민 모국에 이것저것 다 빼앗기다 보니 식량 수급이 잘 안 돼서 그런 일이 생겼다는 것.

중요한 점이라고 한다면, 당시의 대기근이 결국 그 지역들의 정치-경제-인구구조를 모두 왜곡시켰고, 결국 그 나라들을 오늘날의 제3세계로 만들었다는 것. 저자는 중국 인도 브라질을 주로 분석했는데 이 나라들은 오늘날 브릭스(BRICs)니 뭐니 해서 ‘신흥 경제대국’들로 각광받는 나라들이다. 이 세 나라야 ‘운 좋게도’ 땅덩이가 크고 가진 자산이 많아서 다시 기가 살아나고 있는지 모르지만, 세 나라가 아닌 중남미와 아시아, 아프리카의 제3세계 빈국들을 놓고 보면 저자의 통찰력을 부인할 수 없다.

책은 또 당시의 기근이 식민지로 전락한 지역들에서 ‘천년왕국 운동’과 같이 보편적인 양상을 띠는 저항운동을 촉발했던 것, 남아프리카에서 줄루 왕국이 식민세력에 맞서 이긴 뒤에 기근 때문에 스러지면서 네덜란드계(보어인)가 어부지리 격으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 아프리카에서 굶주림으로 인한 인구 이동이 벌어지면서 촌락들이 붕괴되고 서방에 손쉽게 노예로 잡혀갈 수 있었던 것 등등, 당시에는 예측할 수 없었지만 후대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 기근의 파급효과들을 조명하는 데에도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다만, 첫머리에서부터 야심만만하게 ‘기근의 연결고리’로 지목한 엔소(엘니뇨 남방진동)의 역학 관계에 대해서는 오히려 이렇다할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저자의 문제라기보다는 엘니뇨의 작용이 워낙 불가측적인데다가 인위적 지구온난화와 엘니뇨의 관계에 대해 학계에서도 이견이 많기 때문이겠지만.

결국 문제는 굶주림이다. 빅토리아 후기에서 한 세기가 지나갔어도 기근은 여전히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의 목숨을 죄고 있다. 지난세기 후반 이후의 기근은 거의 다 아프리카에서 일어났다 하더라도, 우리에겐 지금 당장 주린 배를 안고 죽어가는 이북의 동포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긴급구호의 대상에서도 제외되곤 하는, 엄격한 의미의 기근(다수의 아사자가 발생하는)이 아닌 아프리카 곳곳의 ‘만성적 대규모 영양실조’ 현상도 심각하다. 기근을 어찌 할까. 기근의 해법은 정치에 있다는데.


 ▷ 알렉산더 드 발은 이렇게 쓰고 있다. “어떤 사태를 누가 ‘기근’이라고 규정하느냐는, 사회 내부 및 사회들 사이의 권력관계 문제다.” 그는 대규모 기아 사태가 기근 정의의 필요조건이라는 맬서스주의적 관념을 거부한다. 굶주림, 빈곤, 사회 붕괴 등 더 광범위한 의미의 스펙트럼을 지지하는 것이다. 기근에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전통적 이해방식이 바로 이렇다. 이들은 영양실조와 기근, 가난과 기아의 말뜻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그들은 기근으로 공인된 곳에는 원조를 쏟아 부으면서 전 세계 유아사망률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성 영양실조는 냉담하게 무시해버리는 부국들의 윤리적 계산법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한다.


 ▷ 문제는 가난한 농민 수천만 명이 끔찍하게 죽었다는 게 아니라, 19세기 경제사에 대한 전통적 지식과 상당히 모순되는 이유와 방식으로 그들이 사망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노동력과 생산물이 런던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에 징발되던 특정 시기(1870~1914년)에 열대 지방의 인류가 겪어야만 했던 운명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근대 세계체제’의 외부가 아니라, 바로 그 근대 세계의 경제와 정치 구조에 강제로 통합당하는 과정에서 수백만명이 죽었다. 그들은 자유 경쟁 자본주의의 황금시대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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