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없는 원숭이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예춘추(네모북)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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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모리스하고는 크게 인연이 없었는데, 이 책은 정말 <우연하게> 읽었다. 며칠 전 교보문고에 가서 꼼꼼이 책 읽는 동안 나도 뭐 하나 뒤적여봐야겠다, 하다가 어린이도서 근처에 있는 것이 하필 생물학 책이어서 이걸 손에 쥐게 됐다. 워낙 책 읽을 때 밑줄 쫙쫙 쳐가며 지저분하게 읽는지라 역시나 이 책에도 볼펜 줄을 그었다. 그러니 돈을 내는 수밖에. 여러 가지 번역으로 나와 있는데 모두 번역자가 쟁쟁하다(김석희, 김동광, 이충호). 나는 그 중에서 김석희 선생 번역으로 읽었다. 물론 번역은 깔끔했다. 문예춘추사에서 나온 것이어서 편집은 좀 구닥다리 같았지만.

저자는 현생 인류가 원숭이 종류에서 그저 조금 밖에 달라진 게 없다면서, 아마도 외계인이 우리를 본다면 우리가 동물들에 이름 붙이듯 우리의 외모를 보고 ‘털 없는 원숭이’라는 학명을 붙일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동물학적 관점에서 본 인간론’이다. 섹스/육아(교육)/창의성/싸움/먹기/치장/인간관계 등을 놓고 털 있는 원숭이와 털 없는 원숭이의 차이점, 같은 점을 분석한다. 모리스가 동물 전문가라서 ‘동물학적 관점’이라고 스스로 설명을 하긴 했는데 요즘 식으로 쓴다면 ‘진화심리학으로 본 인간’이라 할 수도 있겠다.

요는,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동물학적으로 분석했다는 것 때문에 처음 출간됐던 당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시대가 바뀐 탓인지 별로 충격적이진 않았다. 얼마 전 재러드 다이아몬드 <제3의 침팬지>를 읽었기 때문에 내게는 참신성이 떨어졌다는 이유도 있고. 그러나 이 책이 무려 1960년대에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든 게 용서가 된다.
시대가 시대였던지라 모리스는 맬서스적 인구론 차원에서 지구적 위기에 접근했는데, 만일 요즘에 쓴 책이라면 기후변화 얘기가 바탕에 깔린 담론이 되지 않았을까. 그럼 역으로, 앞으로 40년 지나면 기후변화 담론도 ‘옛날 얘기’가 되려나? 제발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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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폴 크루그먼 지음, 예상환 외 옮김 / 현대경제연구원BOOKS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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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은 된 것 같다. 뉴욕타임스에서 크루그먼의 컬럼들을 읽으면서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지금도 잘은 모르지만) 경제 혹은 경제학에 대해 아는 바도 전혀 없고 별로 생각 같은 것을 해본 일이 없어서 그리 큰 관심은 없었다. 그저 유명한 학자, 유명한 컬럼니스트라고 하니 <경제학의 향연>이라는 책(뒤에 다른 출판사에서 재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을 하나 사서 읽어봤는데 지금은 아무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요즘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것 때문에 경제 문제에 억지로라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큰 맘 먹고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제목의 이 책을 주문했다. 왜 ‘큰 맘’까지 먹어야 했냐면-- 당장 일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에세이류의 책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폴 크루그먼의 이름이 책 제목에 당당히 붙을 만큼 이제 그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학자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내겐 그리 큰 임팩트가 없는 저술가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책을 사놓고 책상 위에 굴리고만 있던 그 며칠 동안에, 이 사람이 노벨경제학상을 탔다!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신문 기사들, 크루그먼을 소개한 글들을 읽어봤다. 이 사람 이름을 들은지는 꽤 오래됐지만 정작 잘 모르고 있었구나, 쉬이 볼 사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랴부랴 책을 펼쳤다. 그리고 순식간에 읽어내려갔다. 책이 너무 잘 읽혔다. 노벨경제학상 때문에 잘 읽힌 것이 아니라, 책 자체가 주는 강력함이랄까, 그런 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강력함, 그 설득력의 요체는 저자가 가진 ‘신념’이고 ‘가치관’이다. 옳은 생각을 힘 있게 말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힘.

몇해 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마티아 센의 유명한 책 제목을 빌자면, 이 책은 크루그먼이 말하는 ‘불평등의 재검토’가 되겠다. 크루그먼은 20세기 전반기를 가리켜 돈이 세상을 지배하고 불평등을 양산하던 ‘길었던 도금시대’라 부른다. 이어 대공황이 닥쳤고,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의 ‘뉴딜 정책’이 실시됐다.
뉴딜 이후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미국에서 중산층의 황금시대였다. 노동자들을 탄압해선 안 되고, 노동자들은 임금을 많이 받아 더 잘 살아야 하며, 너무 돈이 많아 금권정치를 펼치려는 사람들은 감히 그런 마음을 못 먹게 하고, 정해진 부(富)의 파이에서 혼자만 너무 큰 몫을 먹는 자들이 없게 하고, 빈부격차는 줄이고, 사회복지를 실현시켜서 어떻게든 많은 이들이 되도록 잘 살게 만드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목표이자 사회의 당연한 과제로 받아들여졌던 시대.
그러나 그 물밑에서 보수파(오늘날의 네오컨이나 기독교 우익 꼴통들)들은 조직적으로 시민사회가 얻어낸 결실들을 무위로 돌리고 ‘뉴딜 이전’, 아니 부자들이 모든 걸 장악했던 ‘20세기 이전’으로 돌아가게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 그들은 연구소를 만들고 부자들의 돈을 받아 ‘보수 연구자’들을 양성하고, 각 주에서 종교세력과 인종주의 세력들을 동원해 흑인과 이민자들의 투표를 가로막는 공작을 벌였다. 그들은 리처드 닉슨에게서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하고 흑색선전을 하는 법을 배웠고, 그 기술을 바탕으로 공화당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레이건이라는 ‘보수주의자(전통적 공화당원이 아닌 앞서 말한 의미)’를 내세워 권력을 잡게 된다. ‘부자들의 이데올로기’에 맞춰 가난한 사람들까지 공화당에 표를 던지게끔 만들었던 이들의 비결은, “공포를 부추기고 인종차별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이것이 크루그먼이 말하는 20세기 ‘미국의 역사’다. 그는 뉴딜이라는 사회적 계약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해체되었는가를 중심으로 미국의 최근사를 재해석했다. 여기서 핵심은 ‘빈부 격차’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양극화’가 키워드라 할 수 있겠다.
교묘하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여론을 조작하고(레이건은 그런 거짓말의 대가였다) 사람들을 현혹시켜 부자들에게 유리한 정치를 펼쳐 끝내 사회적 분열과 양극화를 가져온 보수파 정치는 이제 끝장낼 때가 되었다. 부자들 중에서도 초(超)부자, 이른바 ‘수퍼 리치(Super-rich)’가 세상의 부를 거머쥐고 나머지 사람들은 의료보험도 가입 못 한 채로 살아야하는 그런 시대는 끝낼 때가 되었다고 크루그먼은 말한다.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이 책에서 크루그먼이 빌려온 표현은 부자와 빈자들 간 격차를 팍팍 줄인다는 뜻의 ‘대압착’이다.

물론 크루그먼은 경제학자이지 사회운동가는 아니다. 책은 “실천에 나서야 할 필요성”과 “실천에 안 나설 경우 저들이 하는 짓”을 얘기할 뿐 개개인의 실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굳이 대압착을 위해 실천할 방법을 찾자면 가장 쉬운 것은 민주당이 가장 진보적이 되어있는 지금 상황에서 미국인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찍는 것이 되겠다. 공화당 감세론자, 작은정부론자, 부자중심주의자들에게 철퇴를 날리고 ‘제2의 뉴딜 시대’를 여는 것.

이 책은 이번 금융위기가 이렇게 터져 나오기 전에 출간된 것이지만 지금 이 시점에 특히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금융위기 시대 소비자의 행동지침’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의 시대 경제학자의 양심’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메가 정부는- 저따위 것들도 ‘정부’라고 부를 수 있다면- 아주 양극화를 내놓고 자랑하면서 그길로 나가겠다고 발광을 떨고 있다. 부자들은 더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설치는데, 그 하는 짓거리가 거창한 것(금산분리 완화, 방송겸영 허용, 부자들 감세, 부동산세 줄이기, 의료보험 민영화 등)에서부터 유치찬란한 것(농민 직불금 가로채먹기)까지 다 들어있어 목불인견이다.
크루그먼이 ‘미국의 실패’로 지적한 내용을 이메가 정부는 그대로 베껴다 할 모양이다. 신자유주의, 시장맹신주의가 지구적 파국을 불러오려고 하는 이 시점에! 책장을 넘기면서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때가 되었다’는 크루그먼의 말처럼, 미국에서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보이고 새로운 뉴딜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대압착이 될지 소압착에 그칠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세상이 이메가 일당이 생각하는 식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이 천박한 부자들과 천박한 자본주의는 대체 어찌할 것인가!

“나는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가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서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 그리고 법치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진보주의자이며 나는 그것이 자랑스럽다.” (336쪽)

책의 원제는 ‘자유주의자의 양심’이다. 그 양심의 소리는 현실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어 감동적이었다.

 

 ★ 크루그먼이 권하는 책들

일전에 '빌 게이츠의 책장에는 무엇이 꽂혀있나'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럼 크루그먼의 책장에는 무엇이 꽂혀 있을까.

크루그먼은 홈페이지에 "리버럴(진보인사)이라면 읽어야 할 필독서 7권"을 추천해 놓았다. 이 책들은 <미래를 말하다>에도 여러번 인용된 것들이다. 경제학자의 추천도서에 경제학 서적이 빠진 이유로 그는 “경제학자들이 대중을 위한 책을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릭 펄스타인 <폭풍 전에:배리 골드워터와 미국의 양심 파괴하기(Rick Perlstein, Before the Storm: Barry Goldwater and the Unmaking of the American Consensus)>
-아서 슐레진저 <구질서의 위기:1919~1933, 루즈벨트의 시대(Arthur M. Schlesinger, Jr. The Crisis of the Old Order: 1919-1933, The Age of Roosevelt)>
-토머스 에드샐 <불평등의 신정치학(Thomas Edsall, The New Politics of Inequality)·1984>
-토머스 프랭크 <캔사스가 뭐가 문제인가? 보수주의자들이 어떻게 미국의 마음을 얻었나 (Thomas Frank, What’s the Matter With Kansas? How Conservatives Won the Heart of America)>
-토머스 쉘러 <과거의 남부를 불러오기:민주당은 어떻게 남부 없이 승리할 수 있나(Thomas F. Schaller, Whistling Past Dixie: How Democrats Can Win Without the South)>
-놀랜 맥카티·케이트 풀·하워드 로젠탈 <극과극으로 갈라진 미국:이데올로기와 불평등한 부의 댄스(Nolan McCarty, Keith Poole, and Howard Rosenthal, Polarized America: The Dance of Ideology and Unequal Riches)>
-래리 바텔 <불평등한 민주주의:신황금시대의 정치경제학(Larry Bartels, Unequal Democracy: The Political Economy of the New Gilded Age)·온라인서적>
 

(국내에 번역된 책은 없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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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8-10-2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크루그먼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딸기님 리뷰가 올라왔네염. 역시 부지런하심.^^

딸기 2008-10-23 10:46   좋아요 0 | URL
이 책이 너무너무 뛰어나서라기보다도, 지금 한국 상황이 속터지니깐 저 학자의 글이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거겠지요. 발마스님, 그나저나 우리 언제 만나나요... 올해 가기 전에 시간 내주세욧!

로쟈 2008-10-2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에 번역된 책은 없는 것 같네" -> 국내엔 리버럴 인사가 없는 것 같네요...

딸기 2008-10-23 10:47   좋아요 0 | URL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한국에서는 '리버럴'이라고 하면 여전히 양쪽에서 욕 먹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장하준 같은 사람은 어떨까요? 리버럴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young2miso 2009-01-1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 크루그만이 아시아 경제 위기 때 우리에게 어떤 처방을 권했는지, 한번 찾아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State Sponsors of Terrorism)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로써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목록에는 쿠바와 이란, 수단, 시리아 네 나라만 남게 됐다. 그러나 이 테러지원국 명단 자체가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지정되는 것인데다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도 많다.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은 1979년12월29일 처음 발표됐으며, 당시 명단에 올라있던 나라는 리비아, 이라크, 남예멘, 시리아 4개국이었다. 이들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나라는 시리아 하나 뿐이다. 시리아는 레바논 이슬람 무장정치조직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람지하드(PIJ), 팔레스타인 정치조직 하마스와 인민해방전선(PLFP) 등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테러지원국 명단에 끼었다.

이어 82년에는 쿠바가 리스트에 올랐다. 지난 4월 국무부가 발표한 ‘국가별 테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쿠바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테러범 추적이나 자산 동결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또한 스페인 바스크족 분리운동단체인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와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이란계 테러범 등에 피난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란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와 치안정보부(MOIS)가 테러조직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로 84년 등재됐다. 테러지원국 명단과 연계된 미 국무부의 ‘국제테러조직 명단’에는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아랍계 정치조직들이 거의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 조직들을 용인하는 국가는 자동적으로 테러지원국 혐의를 씌게 된다. 국무부는 팔레스타인 하마스, 알 아크사 순교여단, PIJ, PFLP, 레바논 헤즈볼라 등 레바논·시리아·팔레스타인 무장조직들 대부분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국제테러조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3년 이후에는 “이라크에서 고성능 원격조종폭탄(IEDs) 공격을 벌이는 테러범들”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조직 목록에 들어가게 됐다.

수단은 알카에다를 비호하고 있다는 혐의로 93년 테러지원국 명단에 끼었다. 수단 정부는 공식적으로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무장조직 조직원들의 입국 및 자국 내 활동을 불허하고 있으나, 다만 이스라엘과 미국이 싫어하는 하마스를 용인한다는 이유로 계속 명단에 남아있다. 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DRC) 등에서 내전을 일으켰던 ‘신의 저항군(LRA)’이라는 무장조직이 수단 남부에 들어와 있다는 것도 수단을 ‘테러지원국’으로 만드는 한 요인이 됐다. 최근에는 유엔 다르푸르 평화유지군 활동을 방해한다는 것이 명분에 덧붙여졌다.

명단에서 제외된 나라들은 대개 미국과 관계가 개선된 나라들이다. 이라크는 이란계 무자히딘할크(인민전사), 쿠르드노동자당(PKK), 팔레스타인해방전선(PLF), 아부니잘 조직(ANO) 등 테러조직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명단에 들었다가 82년 사담 후세인이 미국과 협력하면서 제외됐다. 90년 쿠웨이트 침공으로 다시 올라갔다가 2003년 미군에 점령된뒤 또다시 삭제됐다. 리비아는 1988년 스코틀랜드 팬암기 폭파사건(로커비사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고 약속하고 미국에 협력을 시작한 뒤 2006년5월 공식 제외됐다. 남예멘은 90년 북예멘과 통합되면서 명단에서 사라졌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정작 미국이 대테러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은 명단에 오른 일이 한번도 없다”고 지적했다. 9·11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 가장 많이 관련돼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이집트도 명단에 오른 일이 없다. 하지만 쿠바는 92년 “사회주의권 무장혁명을 지원했던 것은 과거의 일”이라면서 외국의 무장봉기를 지원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 명단에 오른 나라들에게 적성국교역법(TEA)을 적용, ▲무기 관련 물품 수출입 금지 ▲군사적 용도로 전용가능한 물품(이중 용도 물품)의 무역 제한 ▲경제적 지원 금지 등의 제재를 가한다. 세계은행이나 국제 금융기구들이 리스트에 올라있는 나라를 지원하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이 밖에도 미국 내 법원에 테러관련 소송이 제기될 경우 해당국 외교관들의 면책특권을 박탈하거나 이들 나라의 수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 미국인·미국기업이 해당국 정부와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것 등 여러가지 부가적인 제재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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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3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8-10-13 17:04   좋아요 0 | URL
넵, 고맙습니다!
 

격렬한 조정 국면인가, 대공황의 전주곡인가.
금융위기가 갈수록 심화되자 미국에서는 1920년대 말~30년대 초의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공황이 다시 올 가능성은 낮다고 말하지만, 일반인들 사이에선 ‘체감 공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ㆍ高실업률·은행 연쇄도산·가계 파탄 등 닮은 꼴
ㆍ미국인 59% ‘체감 공포’… 불확실성이 더 문제



CNN방송이 6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10명 중 6명은 “대공황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며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25%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 △금융기관 연쇄 도산 △노숙자 급증과 가계재정 파탄 등 대공황이 불러온 현상들을 제시한 뒤, 성인 1000명에게 이 같은 일이 재현될 것이라고 보는지 물었다. 응답자의 59%는 ‘가능성이 아주 높다’거나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시사 주간 타임은 최신호에서 대공황 가능성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영국 출신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타임 기고에서 "아직 ‘대공황 버전 2.0’ 단계는 아니지만 역사를 돌아보며 교훈을 얻어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대공황과 80년대 미국 주택대부조합 파산 사태, 그리고 이번 금융위기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분석했다.
29년 10월29일 ‘검은 화요일’로 촉발된 대공황은 증시 거품이 꺼지면서 일어났다. 간헐적인 상승 국면은 있었지만 증시 폭락은 40년대 초반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때까지 반복됐다. 소득 감소와 함께 실업률이 치솟고 가계 소비가 줄었다. 돈을 빌려 자동차를 산 미국인 중 빚을 못 갚는 사람들이 속출하면서 금융 위기가 확산됐다. 30년대에 미국에서는 은행 9000여개가 파산했다.

대공황과 현 금융위기는 모두 미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옮아간 것도 같다. 대공황 뒤 미국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급락했으며 전반적인 디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아직 디플레이션이라 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년 전까지 고공행진을 해온 국제유가는 6일 배럴당 80달러대로 내려갔다. 천연가스와 구리, 알루미늄 등 원자재값과 곡물 가격도 급락했다.

대공황 뒤 각국은 일제히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다. 미국은 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도입, 외국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의 수출액은 29년 52억달러에서 33년 17억달러로 줄었다. 오늘날에는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국가들 간 공조가 훨씬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유럽 국가들에서 보이듯 국가별 이기주의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대공황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견해가 많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는 7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실업률은 6%대에 머무르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이 하락할 기미도 없다”며 대공황 가능성을 일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대공황과 현 금융위기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보도했다. 40년대 이래 미국은 10번의 경기침체를 겪었지만 실업률이 가장 높이 올라갔던 81~82년에도 10.8%에 그쳤다. 또 2000~2002년 주가가 50%까지 빠진 적도 있으나, 대공황 때는 무려 90%가 날아갔다. 대공황 때는 미국 은행의 5분의 2가 파산하는 등 지금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컸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의 유명 경제분석가 마틴 울프는 최근 칼럼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현 상황이 통제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받고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숫자가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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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8-10-0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가는 사태가 심상치 않아보입니다.
달리는 기관차에 제동장치가 없다고나 할까요.
미국 한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가 몸살을 앓아야 하니 그것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2008-10-09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8-10-09 18:49   좋아요 0 | URL
잘 알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2008-10-09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8-10-10 20:26   좋아요 0 | URL
네, 알겠습니다. 다시한번 고맙습니다. 계속 <속보> 부탁드려요 ^^
 
코튼로드 - 목화의 도시에서 발견한 세계화의 비밀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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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찌나 멋을 냈는지 기름이 줄줄 흐른다. 프랑스 사람이 쓴 책이라서 그런가,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아메리칸 버티고>만큼이나 감상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좋게 보면 별 다섯 개, 지겹다 오버한다 느끼면 별 2개.
말리에서 미국, 브라질, 이집트, 우즈베키스탄을 오가며 ‘목화의 길’을 따라 세계화를 짚어 가는데, 목화라는 작물을 통해서 본 세계화와 그 속에 얽혀 있는 사람들을 다룬다는 발상은 매우 좋았다. 다만 뜬금없는 상념들이 섞여 재미가 반감됐다. 그나마 현장성이 가미된 부분에서도 자기 자랑(난 이렇게 민감하며 지적이고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낌이 많이 났다. 세계화와 민영화 기타 등등 여러 주제를 다루면서 여러 가지 화두를 던지려고는 하는데 일관된 줄기가 없다. 세계화를 냉소하는 노마드인 척 하다가 맨 마지막에 ‘맺는 말’ 하면서 공정무역을 은근슬쩍 깔아뭉개는 것은 또 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촌철살인의 통찰력은 분명 있다. 이 사람은 그냥 멋들어진 여행기에 전념하거나 문명비판 에세이 같은 걸 쓰는 편이 좋은 사람인 듯하다. 풍경의 한 단면을 폼 잔뜩 잡고 묘사하는 부분들은 재미있었다. 저자에겐 미안한 소리이지만 세계화 뒷조사하기는 잠시 뒷전으로 미뤄놓고 저자를 따라 세계의 낯선 풍경을 엿본다 생각하면 재미난 여행기가 될 것 같다.


▶ 소피텔이라는 간판 앞에서 꿈을 꾸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그보다 사정은 훨씬 심각한데, 왜냐하면 ‘소피텔’이라는 상표는 다양성에 증오를 품고 있는 상표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표들은 여행의 기분을 마구 뭉개 놓으려 든다. ‘그 밥에 그 나물’ 식 여행이 평안한 여행의 정점이라고 말하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실상 이것은 죽음의 전초전일 뿐이다. 죽음, 곧 無. 너무 많은 ‘아무것도 없음.’ 당신이 지구의 반쯤은 돌아다녀 보았다고? 그건 환상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당신은 지난번에 묵었던 방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방에서 자게 될 테니까. 아무리 애를 써 보아도 소용이 없다. 돛을 올려도 보고, 비행기에서 기차로 바꿔 타 보아도 모두 헛일이다. 우리는 결국 우리에게서 미리 우리의 밤을 빼앗아간 힐튼이니 하야트, 쉐라톤이니 소피텔이니 하는 지루하고 단조로운 새 도시를 떠날 수 없을 것이다. (193쪽)

▶ “아, 저기 검정색 모자 쓴 사람은 카라칼파크 사람. 아마도 송아지를 끌고 버스에 탈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모양입니다. 지금 보는 것처럼 이 사람들은 가축이라면 환장을 하는 사람들이지요. 저쪽은 고려인들이고. 거 참 희한한 일이군요. 저 사람들은 보통 비행기를 타거든요. 돈이 많으니까! 망명 생활 덕분에 득을 좀 보았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그러니 저 사람들은 스탈린한테 감사라도 해야 할 판이에요!”
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스탈린이라니! 스탈린이 이 세상 끝 같아 보이는 곳에서 무슨 몹쓸 짓을 했단 말인가? 고려인들은 오래전부터 시베리아의 동쪽 끝에 거주해왔다. 이들의 숫자는 대략 20만 명 쯤 되었다.
... 스탈린은 누군가를 옮겨야 할 때, 가령 1941년 우크라이나에 살던 독일인들이나 터키인들의 경우에도 항상 우즈베키스탄을 생각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희한하지 않은가? (211쪽)

▶ 묘판의 어마어마한 규모는 공장과 도시가 성장하는 리듬에 따라 앞으로도 한층 확대될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중국의 발전 방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한다. 묘판의 존재는 이제까지 이어진 경제 성장의 회오리바람 속에서 아직도 살아남은 자연에 대한 절실한 수요를 의미한다.
묘판의 존재는 또한 성급하게 미래로 돌입하고자 하는 욕망을 반영하기도 한다. 미래란 무엇인가? 미래란 이미 나무들이 성장할 대로 성장해버린 나라를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고속도로변의 묘판은 인간들로 하여금 시간을 앞당기도록 만든다. 갓 생겨난 신도시에 서른 살 먹은 나무를 심는 것은 이 도시에 어느 정도 나이를 부여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아니, 나이를 먹었다는 환상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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