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원근법 - 새로운 공공공간을 찾아서 이산의 책 28
강상중.요시미 슌야 지음, 김경원.임성모 옮김 / 이산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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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읽은지 두 달이 넘었다. 꼭 정리를 해야지, 정리를 해야지 하면서 그동안 못 했다. '정리'라고 하면 별 것이 아니고, 아무래도 이 책의 내용을 좀 노트를 해야할 것 같아서 제목이라도 줄줄이 쳐서 요약본 비슷한 것을 만들려던 것이었다.

책은 재미있었다. 매우 재미있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네그리 & 하트 '제국'에 나온 개념과 비슷하다. 강상중의 분석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세계화를 바라보는 네그리 식의 시각이 아니라('제국'을 이미 읽은 사람에게 이 책의 세계화 분석은 그다지 참신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시각을 적용해 일본 사회를 케이스 스터디 식으로 연구한 부분이었다. '세계도시 도쿄'의 시공간을 조명하면서 일본 극우파의 상징 이시하라 신타로를 분석한 것, 이시하라 신타로의 인기의 바탕이 된 죽은 남동생 이시하라 유지로(일본의 유명 배우)의 상징성을 연결시킨 것 등등. NHK의 연말 가요쇼 '홍백가합전'의 인기가 떨어진 요인을 '문화사회적'으로 분석한 것도 재미있었다. 세계화의 원근법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오키나와를 들여다본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문장은 좀 꼬여있고 일어를 직역해놓아서 앞부분 헷갈리는 부분들이 좀 있는데, 초반부 넘겨서 '구체적인' 일본 분석으로 들어간 뒤로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생각할 거리를 너무 많이 던져준 책인데, 내 머리가 뒤죽박죽이라 깊이 생각을 해보지 못한 탓에 제대로 된 리뷰를 할 수가 없었다. 책한테 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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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2-06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저는 얼마나 밀렸는지 말도 못해요ㅠㅠ

마늘빵 2006-02-06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적 있어요. 잔뜩 밀려놓고 쓰려니 내용 다 까먹어버린. 쩝.
 
강아지 도감
나카노 히로미 지음, 김창원 옮김, 우에키 히로유키 외 사진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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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도감'이 아니라 '강아지 도감'이라는 제목 그대로, 강아지 사진들 중심으로 돼 있다. 올해는 개의 해- 개에 대해 뭔가 쓸 일이 있었는데, 개를 좋아하는 어느 분이 이 책을 참고하라고 가져다주셨다. 강아지들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들 본다고 책장을 넘기는데에도 꽤 한참 걸렸다. 사진 속의 강아지들 어찌나 귀여운지! 특히 사모예드, 완존 필 꽂힘. 사모예드는 천사가 기르는 개, 혹은 개의 천사들인듯. '졸리' 때문에 알고 있는 그레이트 피레니즈가 실상은 야생의 개라는 것도 어쩐지 그럴듯하다. 시베리언 허스키, 래브라도 리트리버 모두 마음에 들었다.

일본 사람이 쓴 책에다가 '한국의 개'라는 항목으로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만 살짝 얹었는데 그 부분이 좀 튀긴 했다. 강아지 사진만 늘어놓은 책이 아니라, 개를 기르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보들을 세심하게 정리해놓은 알찬 책이다. 사진만 봐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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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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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첫 책...치고는 썰렁하기도 하다.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하루키식의 희한한 제목에, 뭐 믿고 이렇게 얇은 책에 8000원이나 붙였나 싶은, 하드커버의 이쁜 소설집. 출판사가 ‘믿은’ 것은 더도 덜도 아니고 무.라.카.미.하.루.키.라는 이름 일곱글자였겠지. 재미없었냐고? 이 책, 별로 재밌는 책도 아니고 제대로 된 소설도 아닌데, 그런데도 이 작은 소설집을 순식간에 넘기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다. 역시 하루키야, 재미없다고 해도 하루키는 하루키, 어쨌든 빨리빨리 읽히는 것을 보면.

내가 하루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별로 극적이지도 않고 치밀하지도 않은 단편 몇개를 읽으면서 오히려 더 절절히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 재작년에 하루키 단편집 두 권 읽고서 ‘재미없잖아 이게 무슨 단편선이야 연습용 메모들이지’ 했었는데, ‘회전목마의 데드히트’는 진짜로 ‘연습용 메모’들이다. 그런데도 읽고 나니 썰렁하고 착잡한 기분이 드는 건 그야말로 하루키이기 때문. 하루키 소설의 일관된 테마인 ‘분리 불안’, 역시 그걸 또 건드리고 있잖아. ‘연습용이랍니다,’ 하면서 뻔뻔하게 속을 긁는 소설가.


재미라는 것은 수도꼭지를 틀어서 컵에다 물을 받아 “자, 여기 있어요” 하고 권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어떤 때 그것은 기우제의 춤까지도 필요로 한다... 사람들의 이야기 대부분은, 흘러갈 데를 찾지 못한 채 내 속에 쌓여 있다. 그것은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 밤에 내린 눈처럼 조용히 쌓여만 가는 것이다. 이것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공통되는 고충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맞춰 넣을 수 있는 인생이라는 운행 시스템을 소유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시스템은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회전목마를 닮았다. 그저 정해진 장소를 정해진 속도로 순회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아무데도 갈 수 없고, 내릴 수도 갈아탈 수도 없다. 누구를 따라잡을 수 없고, 누구를 추월할 수도 없다.


하루키 스스로 ‘스케치’라고 이름붙인, 픽션도 넌픽션도 아니라는 단편들보다는 저자 서문에 해당되는 글이 더 재미있었다. 하루키가 말하는 하루키 문학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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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도서관의 역사 - 수메르에서 로마까지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1
라이오넬 카슨 지음, 김양진 외 옮김 / 르네상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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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문자의 발명'으로 시작된다. 문자가 모여 책을 이루고 책이 모여 역사를 만든다 해도 될 것이다. 문자에서 시작돼 지식의 집대성으로 가는 인류의 정신의 흐름을 `도서관의 역사'로 구체화시켜 해석한 것이 이 책이다. 고대 근동 제국의 도서관에서 그리스와 로마, 초기 기독교 시대까지 이어지는 수천년 도서관의 역사를 줄줄이 꿴다.


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것은 문자와 책의 역사다. 파피루스와 점토판, 양피지, 그리고 `양장본'에 이르기까지 책의 발전 경로를 지리적, 시대적으로 따라다니며 설명해주고, 동시에 설형문자와 상형문자, 알파벳 같은 문자의 역사를 살핀다. 이는 문명의 흐름을 읽는 과정이기도 해서, 근동 수메르에서 이집트와 그리스, 뒤이은 로마에 이르기까지 저술과 번역으로 연결되는 문명의 전파경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드러난 흔적'들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뒷면의 역사, 즉 `권력의 역사'다. 지식의 역사는 곧 지식을 모으고자 하는 권력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고대 근동 제국의 도서관이 `황제의 도서관'이었다면 그리스의 도서관은 특혜 받은 자유로운 `시민들의 도서관'이었다. 유럽 초기 기독교 시대 이후 도서관은 `종교의 도서관'이 된다. 앗시리아의 아슈르바니팔왕은 바빌론의 지배자였던 이복동생과의 싸움에 이긴 뒤 당대의 문화도시 바빌론을 정복하고 신전의 점토판들을 제 고장에 가져와 막대한 장서 목록을 구축했다. 유럽문명의 기원인 그리스·로마와 이집트 문명 모두에 발을 딛고 있는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두 가지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바로 클레오파트라와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이다. 포에니전쟁에서 한니발의 카르타고 군대를 진압한 영웅 스키피오는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마케도니아 도서관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도서관은 지식의 흐름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때로는 학문의 터전이 되고, 때로는 한담의 장소가 됐다. 그래서 그리스에서는 도서관이 젊은이들을 양성하고 단련시키는 체육관에 같이 있었고, 로마시대에는 유한계층의 놀이터인 목욕탕에 통합되기도 했다.

카이사르 시대가 되면 도서관이 갖고 있는 의미가 더 명백해진다. 카이사르는 공화파의 공격에 맞서 자신이 공화주의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공공도서관 건립 계획을 발표했었다. 아쉽게도 카이사르가 그 직후 암살당하지 않았더라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명성을 잇는 로마도서관이나 카이사르도서관이 탄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문명의 총체'로서 책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기 위해서는 문자와 식자층, 필경사, 서적상, 그리고 도서관에 이르는 종합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고대의 도서관장 자리는 당대의 지식인이 주로 맡았지만 때로는 매관매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도서관이 권력과 향방을 같이 했다는 것은, 그 시대의 중심이 곧 도서관을 소유했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도서관을 누가 소유하고 이용하는가 하는 질문은 그 시대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과 같은 것이 되는 셈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도서관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와 시민사회의 성장이 균형을 이루지 못했던 우리의 근대사가 텅 빈 도서관, 장서 없는 도서관에 반영돼 있는 것은 아닐까.


책의 내용은 아주 구체적이다. 바빌론과 하투사, 에블라 같은 고대 도시유적에서 출토된 점토판과 후대의 문서에서 퍼온 서지학적 지식을 망라했고, 주요 도서관의 장서 내용과 전문 사서의 명단, 도서관의 설계와 서가(書架)의 구조까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구체적이라는 것은, 꼼꼼하고 학술적이라는 말도 되고, 여간한 흥미가 없는 이들에게는 다소간 지루하다는 말도 된다. 논평이 별로 없이 사실(史實) 위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이 책을 읽을지는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다름 아닌 `책의 역사'를 다룬 것이니 잡학(雜學)에 관심 많은 이들이나 책 욕심 많은 사람들은 읽어볼만하다. 저자는 이미 `고대의 여행이야기', `고대의 배와 항해 이야기'(가람기획) 같은 테마 위주의 역사책들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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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11-3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했어...

딸기 2005-11-3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울집에 있으면 줄까?

2005-11-30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5-11-30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저것 함 찾아볼께용

2005-12-31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즈마리 2006-02-16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쌩쓰 투 ㅋ
 
텔로미어의 모자 - 괴상섬뜩한 유전자 이야기
유키히토 모리카와 지음, 우종민 옮김 / 달과소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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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중에서도 유전공학 이야기를 `어른들을 위한 동화' 식으로 만든 그림책이다. `괴상섬뜩한 유전자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슈나는 곰과 함께 통나무를 나르게 되었습니다. 며칠이나 지났을까요. 어느샌가 슈나의 모습은 곰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마리의 곰이 숲속에 앉아 통나무를 나르는 그림이 그려져있다(사실은 한 페이지에 문장은 두어줄 밖에 들어가 있지 않다).

이중나선과 염기다발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독자라면 보랏빛 예쁜 색채의 그림들만 봐도 좋다. 몇장 넘기다 보면 섬뜩해진다. 바이러스와 유전자 크로스(교차), 복제인간 등이 어느 틈에 머리 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전공학자가 아니라 게임 애니메이션 만드는 디자이너인데 아주 색다른 감각으로 과학책을 만들어냈다. 책장에 적힌 대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상한 유전자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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