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분쟁에 휘말린 지역들>
싱가포르에서 사용하는 물의 절반을 공급하는 말레이시아는 1997년 싱가포르가 자국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자 물 공급을 끊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나미비아가 보츠와나와 공유하는 오카방고 강의 물줄기를 자국의 동쪽으로 돌리기 위해 파이프를 묻는다는 계획을 세운 뒤로 두 나라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다. 그보다 더 위쪽 지역에서는 에티오피아가 나일 강의 물줄기를 돌릴 계획을 세웠다. 이집트는 관개용수와 발전시설 가동으로 나일 강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런가 하면 터키가 시리아, 이라크와 공유하는 유프라테스 강에 댐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면서 관련 국가간에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고, 인도가 방글라데시와의 국경지역에서 물길을 돌리는 바람에 방글라데시가 심각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방글라데시가 의존하는 강은 인도에서 흘러오거나 인도를 통과해 가는데, 1970년대에 식량 확보에 문제가 생긴 인도가 이들 강줄기를 자국의 관개용수로 끌어들였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물이 말랐고, 두 나라가 물을 공유한다는 조약을 체결하고 분쟁을 종식하기까지는 무려 2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슬로바키아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일부였던 1992년에 환경운동가들의 반대를 무시한 채 헝가리와의 국경지대를 흐르는 도나우 강에 세운 가브치코바 댐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멕시코에서는 국경지대 바로 아래에 있는 지하수 사용을 두고 마찰이 벌어졌고, 이로써 두 나라 사이에 긴장감이 조성되었다. 오대호를 공유하는 미국 8개 주와 캐나다 2개 주의 4000만 인구 사이에서 물 사용 문제를 놓고 갈등이 고조될 조짐이 보인다. -119쪽
<이스라엘의 물 횡포>
1965년 시리아는 이스라엘로 흐르는 요르단 강의 물줄기를 돌리려고 하다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고 당초의 계획을 포기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스라엘이 요르단 강의 물을 돌리는 바람에 요르단의 물이 고갈되는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물 기근은 이스라엘 사람들과 점령지에 사는 230만 팔레스타인 사람들 간의 긴장 상황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최근 가뭄이 몰아닥쳤을 때에도 이스라엘은 점령지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물 공급을 제한하면서, 자국 국민들이 정원을 가꾸거나 면화와 같이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잔디에 물을 주고 수영장에 물을 채우기를 포기하지 않는 동안,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물탱크에서 식수를 날라야만 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의 1인당 물 소비량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비해 3배나 많다.
-122 쪽
<옛 유고 공습과 물 오염>
1999년 나토의 유고슬라비아 공습으로 동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민물을 공급받던 거대한 대수층이 오염되었다. 당시 공습대상에는 화학비료를 만드는 석유화학제품 공장, 염소를 생산하는 공장, 로켓 연료를 생산하는 화학공장, 원자로가 묻혀 있는 그로카 마을, 그리고 4곳의 국립공원이 포함돼있다. 이 때의 공습으로 지하수면에 스며든 화학물질은 앞으로 수십년 동안, 어쩌면 수세기 동안 그곳에 계속 묻혀있을 것이다.-123 쪽
<콜라를 먹고 자라는 아이들>
미국과의 국경 가까이에 자리 잡은 멕시코의 마킬라도라 지역에서는 깨끗한 물이 워낙 귀한 탓에 아기와 아이들에게조차도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먹일 정도다.
-104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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