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땅, 보이지 않는 자들 - 알려지지 않은 쿠르드족 이야기
힐미 압바스 지음, 조경수 옮김 / 이매진 / 2003년 9월
절판


너희들의 공포보다 더 끔찍한 것은, 자격이 없는 자들이 전력 全力의 장에 있는 원초적 힘을 제 것으로 삼는 일이다. 이 자들은 자기들이 삶으로써 자기 자신을 부정한다는 사실과, 원초적 힘들을 가지고는 자신과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전력의 장의 아주 작은 부분, 공중의 먼지 입자 정도에 불과한 육체를 붙잡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한 채, 부정하게 지상의 법칙을 손에 넣고 삶을 지배하려고 한다.
이봐라 미르야, 휘안의 마법사들은 지금 이 시간에 자기들이 일으킨 홍수에 빠져 죽고 있다. 마법사들의 죽음과 함께 물은 차차 그치고, 현생은 정해진 그대로, 일상적인 행로를 따라갈 것이다. 하지만 이번 체험은 인간들에게 장차 경외심을 갖고 지상의 원초적 힘들에 손을 대라는 교훈이 되어야 한다. 무지한 아이들의 손처럼, 근원적 자연력의 불의 정령들을 가지고 노는 손을 가진 자들에게 화가 있으리라. 땅의 위력이 내뿜는 분노가 그 자들을 덮치리라. 그 자들의 혈통이 끊어지리라. 그 자들의 후손들에게 커다란 망각이 덮쳐서, 그 자들 이후에 시대의 처음을 새로이 시작해야 하리라. 각 세대마다 복수하는 땅의 저주가 덮치고, 결코 하나의 종말이 이 상태를 영화하지 않으리라. 그러면 인류가 바치는 모든 희생이 무의미할 것이다.-199~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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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땅, 보이지 않는 자들 - 알려지지 않은 쿠르드족 이야기
힐미 압바스 지음, 조경수 옮김 / 이매진 / 2003년 9월
절판


날카롭게 울리는 뿔나팔 소리와 함께 물소 수천 마리와 발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지가 진동했고, 남자와 여자와 아이를 비롯한 온 민족이 서쪽을 향해 이동했다. 미지의 불분명하고 새로운 운명이 앞에 펼쳐져 있었다. ...
이윽고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의 골짜기와 산 속에 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타라라타는 남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들을 조망하려고 현인들과 가장 높은 봉우리로 올라갔다. 국경에서 나라 안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들이 그다지 험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타라라타는 거인 백 명에 맞먹는 힘으로 산봉우리에서 바위의 네모난 돌을 떼어내 길에 던졌다. 암벽과 길의 경사가 너무 평평해 보이는 곳에서는, 타오르는 번개가 번ㅉ거이는 주먹으로 바위와 산을 부수어서 깊은 균열과 무시무시한 협곡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고원 방목지를 거쳐 올라온 이곳 최고 봉우리들에서 봉우리들이 너무 온유하고 매혹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강력한 힘으로 사로잡는 빙하와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을 불러와서는 온유한 세상에서 잿빛 안개를 만들게 했다. 바람은 가장 음산한 모습을 하고 산봉우리 주위에서 미쳐 날뛰었다. 이제는 봉우리의 뾰족한 꼭대기만이 멀리서 보일 뿐이었는데, 그러자 타라라타는 평원들에서 저지의 안개 때문에 추위에 떨던 그림자들을 가져와 아주 짙은 구름을 만들어서는 마치 베일처럼 모든 산 위에 걸쳐놓았다.
그렇게 남은 민족의 산들은, 이제껏 어떤 인간 정신이 해낸 것보다 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강화되고 보호되었다. 그리고 인간사의 공간에 있는 지성소는 모든 법의 이행을 수호하고 주재하게끔, 산 자들의 탐욕과 무분별한테서 몰수되었다. 왜냐하면 산 자들은 어제도 오늘도 정의와 부정, 또 그 두 가지에 들어 있는 소명을 몰랐기 때문이다.-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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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땅, 보이지 않는 자들 - 알려지지 않은 쿠르드족 이야기
힐미 압바스 지음, 조경수 옮김 / 이매진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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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신화인가? 쿠르드족으로 독일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압바스 왕가의 후손이라고 하는데, 어릴적부터 들어 알고 있던 쿠르드족의 신화를 독일어로 적었다. 이 책은 그 독일어본을 번역한 것인데, 이것이 진짜 쿠르드족의 신화인지, 아니면 힐미 압바스의 상상과 각색이 들어간 것인지, 혹은 쿠르드족의 이름을 내건 현대적인 SF 소설인지. 우울하고 원대하고 심오하고 이중적이고 역설적인 이야기다. 어떤 부분에서는 SF 작가 아서 클라크의 절대 정신, 보편적 자아를 연상케 해서, 꼭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보는 것만 같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반지 제왕’의 최후의 전투를 보는 것처럼 장대한 느낌을 줬다. 아주아주 멋있고 신비스러운 이야기다.
쿠르드족 이야기라고 해서,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민족’이라는 ‘쿠르드’라는 이름 때문에 오히려 선입견을 가지고 책을 펼쳤던 것이 아닌가 싶다. 조로아스터처럼 선과악의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이야기에, 인간과 신의 미묘하고 설명하기 힘든 관계, 너무 서양 것에 익숙해서 기독교적인 세계관만 듣다가 동서양 뒤섞인 것 같은 글을 읽자니 뇌세포들이 고생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태초에 아주 늙은 성스러운 아버지가 있었는데 빅뱅이 터져서 절대정신이 확장되어 우주라는 것이 생겨나고, 거기에 물질들이 결합하여 별들을 만들어내고 드디어 아미노산과 단백질이 합성하여 생명체가 생겨나고, 그 중에 제일 잘났다는 인간들이 나와서 신(神)이 있네 없네 하면서 싸우는데, 우주에는 여전히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가 태초의 힘으로 편재해 있지만, 지구 환경은 차츰 파괴되고, 오만불손한 인간들은 어머니 대지를 침탈하고, 이성의 힘이 무엇보다 우세하다고 여기고, 이성 지상주의자가 되어 멸망의 길을 달려가고 있는데 현인들은 사라지고 없으니 이 인과의 사슬을 어찌 끊을 수 있으리오.


첨단과학과 신화를 뒤죽박죽 해놓은 것은 내가 아니라 쿠르드족이다. 유난히도 우주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현대 물리학을 공부한 이들이 옛날 이야기투로 글을 쓴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사점이 많다. 높은 지대에서 하늘과 가까이 살던 민족의 탁견인가? 만일 이 지구의 문명이 외계인의 암시와 가르침으로 고대 시절에 태어났다는 외계문명도래설이 사실이라면 쿠르드족의 신화는 그 분명한 증거가 될 것 같다.


내용은 묵시론적이어서 무섭기도 하고, 오래된 이야기를 읽을 때면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그 통찰력이 무시무시해서 으스스해지기도 한다. 쿠르드의 신은 벌하지 않으시고 그저 바라볼 뿐이니 모든 책임이건 벌이건 인간들의 일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것이 신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대홍수 이야기가 나오니 중근동의 다른 신화들과 비슷하고 아라트산이라는 산이 나오는 걸로 봐서 노아의 대홍수에 나오는 아라랏 산을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한데, 공동체주의를 설파한다는 점에서는 유일신앙 이후의 종교적 신화와는 다르다. 오늘날의 쿠르드족은 대개 무슬림이지만 저자가 써놓은 이야기들은 유대교나 기독교나 이슬람 이전의 것이어서 색깔이 아주 다른 모양이다. 오히려 페르샤 이야기들하고 가깝다는 느낌. 고유명사에선 아리안-인도 쪽과의 교류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긴 자들이 인간 이성 내지는 자유의지를 절대적으로 신봉한다는 점, 인간의 생식력이 곧 인간에게 내려진 저주라는 것, 그런 것들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책이 너무 멋지고 심오해서, 모두 한번 베껴써보거나 ‘장자’처럼 오래오래 읽었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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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김혜자 지음 / 오래된미래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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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혜자씨는 어릴때 눈이 하도 까맣고 커서 주변에서 “인도인 같다”고 했다고 한다. 그 얘기가 책에 나오는데, 할머니가 되었지만 김혜자씨 눈은 지금도 까맣고 크고 맑아보인다. 오드리 헵번이 늙어서도 살 안찌고 바싹 말라서 지적으로 보이고 순수해 보이고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젊었을 때 모습처럼 요정 같이 이뻤는데 김혜자씨도 그렇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꽃이 되었건 회초리가 되었건 몽둥이가 되었건, 때려도 되는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을까. 인도인처럼 크고 까만 눈을 한 최고의 배우, 김혜자씨의 책에는 크고 까만 눈을 한 아이들이 많이 나온다. 눈이 크고 까만 것마저도 슬프게 느껴지는, 슬픔과 고통에 빠져 있는 아이들, 진짜 인도 아이들도 있고 아프가니스탄의 아이들도 있고 아프리카의 아이들도 있다.


이 책에 굳이 별점을 매겨야 한다면, 스무개는 줘야 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울었다. 책 읽으면서 이렇게 많이, 이렇게 자주 운 건 처음이다. 전철 안에서 책을 펼쳐놓고 읽으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남들이 볼까 신경 쓰일 정도였다. 이 세상에 고통 받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지, 다친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지, 굶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지. 김혜자씨는 죽은 아이 무덤에 엄마아빠가 쬐그만 샌들 올려놓은 것을 본 뒤로 아이들 슬리퍼 한 짝이 길에 떨어져있는 걸 보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고 했다. 그 마음, 슬리퍼 한 짝을 보면 고통 받는 아이들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는 그 마음이 전달되어서일까.


“나는 에꾸아무를 다 허물어져가는 헝겊과 지푸라기로 된 삼각형 모양의 움막 안에서 만났습니다. 에꾸아무는 나를 보자 마치 친한 사람을 만난 것처럼 잘 웃었습니다. 내가 ‘너 뭣 좀 먹었니’ 하고 묻자 소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저께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동생이 아프다는 얘기를 하며 에꾸아무의 눈이 젖어듭니다. 이 예쁜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에꾸아무가...”


“그렇게 나는 한 시간이 넘도록 그 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너무 말라 아무리 오래 안고 있어도 팔이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더 슬펐습니다. 넌 너무 말라서 땅에 내려놓아도 발자국도 생기지 않겠구나. 넌 벌써 혼 밖에 남지 않은 것 같구나.”


책에 나온 사람들은 너무 불쌍하고 어디어디 다녀왔다는 얘기마다 너무 슬퍼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불쌍한 사람들이 많으니 돼지저금통 모아줍시다, 하는 얘기만 있는게 아니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가 잘 정리돼 있기도 하다. 시에라리온이나 르완다 얘기 같으면 그냥 기근이다, 난민이다 불쌍하다 하는게 아니라 식민지 때문에 이 지경이 됐고 자원 놓고 싸우다 이렇게 됐다, 부패해서 이렇게 됐다 하는 얘기가 다 들어있고 또 그걸 김혜자씨가 전원일기에서 조곤조곤 얘기하는 것 같은 톤으로, 가장 쉬운 말로 설명을 해놨다.

마찬가지로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나 이슬람의 여성 탄압에 대해서도, 보편적 인권은 존재한다, 문화적 다양성을 들먹이면서 가장 약한 사람의 고통을 모른체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똑부러지게 말을 하니깐 참 이 할머니 대단한 할머니다. 국제 문제에 대해 백날 공부하고 외신 기사 읽고 하는 것보다 이 책 한권 읽는 편이 일만배는 나을 것 같다.  자기 연기 인생 얘기하는 부분도 재미있고, ‘연기’라는 걸로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그 열정으로 ‘진실’을 찾고 세상을 만나게 된 과정을 엮어서 쓴 것도 재미있었다.

어느 분야에서건 일가를 이룬 사람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고, 훌륭한 구석이 있는 법인데 김혜자씨는 정말 대단한 분이다. 그리고 구호활동에 대해서라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가 있는데 이 분은 “내 지갑 열어서 단돈 1만원으로라도 당장 이 아이 먹일 수 있다면 먹여야지” 하는 생각으로 배곯는 아이들을 먹인다.


“만일 누군가 길에서 화살에 맞은 사람을 발견한다면, 그는 화살이 어느 방향에서 날아왔는지, 화살대를 무슨 나무로 만들었는지, 화살촉은 무슨 금속인지, 또 화살 맞은 사람이 무슨 계급인지 묻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질문을 퍼붓는 대신 그는 서둘러 화살을 빼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어느 인도인이 한 말이라면서 인용을 해놨는데 저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시에라리온에 다녀왔는데 난 아주 절망스럽고 스스로가 한심하게 생각돼서 우울해졌더랬다. 김혜자씨는 그런 곳에를 10년도 한참 넘게 다니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싶은데. 살갗이 반질반질 까맣고 보드랍고 눈동자는 밤하늘 같은 아이들. 세상의 이 아이들이 모두 행복해질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 그것만이 길이라는 것이다. 쉽고도 어려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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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땅, 보이지 않는 자들 - 알려지지 않은 쿠르드족 이야기
힐미 압바스 지음, 조경수 옮김 / 이매진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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뮈모 괼뤼- 지상의 고난의 호수


옛날에 무한한 존재들의 눈물이 끝없이 밤낮으로 흘렀는데, 그 까닭은 그 존재들, 신에서 생겨난 자들이 비참하게도 인간이라는 그릇의 자의에 복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아, 어찌나 탄식하고, 어찌나 많은 한숨으로 평소에는 그리도 위엄 있는 천상의 공간들을 채웠던지, 빛으로 충만한 존재들마저도 그 비탄이 속으로 파고들어 더는 맡은 임무를 완수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자 아주 늙은 성스러운 아버지는 자신이 가장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존재인 쉬미(靈)를 불러 빛의 공간들에 만연한 슬픔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상의했다. 그러나 쉬미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결국, 깊이 고민한 끝에 쉬미는 암흑의 정령들을 불러 상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대담한 자들의 이름 없는 대표들은 도착해서 근심거리를 듣자마자 금방 아주 늙은 성스러운 아버지를 도울 방법을 생각해냈다.

, 어둠이 말했다.

“내가 영원한 빛의 지역들에 들어선 이래, 탄식하는 존재들의 짠 눈물이 쉬지 않고 내 이마로 흘러내리는 바람에, 난 끊임없이 수건을 써야 합니다. 어디에 눈길을 돌리든, 나는 눈물을 보고 한숨소리를 듣고 자기 자신의 결정에 따라 지상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천상의 존재들의 절망을 느낍니다. 그런데 아주 늙은 성스러운 아버지시여, 왜 당신은 이 불행한 존재들의 탄식이 빛의 왕국까지 오게 놔두시는 겁니까?”

이 질문에 이어 무드슈, 암흑이 말했다.

“내가 볼 수 있는 한 비참함만이 보이고, 내가 들을 수 있는 한 한숨소리만이 들리며, 내가 느낄 수 있는 한 눈물만이 느껴집니다. 어디에서도 경계가 보이지 않고, 어디에서도 끝없이 활동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고, 어디에서도 당신 곁에 내가 혼자 있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아주 늙은 성스러운 아버지, 그 까닭은 빛 속 어디에나 지상의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 여러분은 탄식이 여러분의 부담이 되는 곳에 장벽을 세우지 않습니까?”

두 정령의 말을 들은 뒤에 쉬미는 변화에게도 조언을 구하자고 충고했고, 그래서 그날 당장 그 여자를 불러오게 했다. 지상의 것의 변화 아트가 나타났고, 지금까지 얘기한 내용이 전부 전해졌다. 암흑의 정령들이 지상과 천상의 존재들 사이에 경계가 없음을 지적했다는 소리를 듣자, 아트는 걱정스레 고개를 젓고 말했다.

아주 늙은 성스러운 아버지의 생각들에서 생겨난 존재들 각각의 소원을 들어준다면, 많은 이들에게 너무 많이 주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암흑의 정령들이, 변화 속에서 사는 존재들이 빛의 왕국과 너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고 지적한 것이라면 그 말은 전적으로 옳습니다. 저는 모든 이들에게 온당할 해결책을 알고 있습니다.

지상에 커다란 저수지를 만들어 변화 속에서 사는 존재들의 눈물이 전부 이 저수지 안으로 흘러가게 하십시오. 이제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더 영화(靈化)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두 왕국에 있는 천상의 존재들 사이에 경계를 두지 않고도 당장 평안을 되찾을 겁니다. “

변화, 아트아주 늙은 성스러운 아버지에게 한 이 제안은 오랫동안 검토되었다. 마침내 모든 지역에서 제안이 만족스러운 것으로 판명돼 받아들여졌다. 아트는 지상에 저수지를 설치하는 임무를 받았고, 이렇게 해서 천상의 축복과 지상의 은총을 위해 뮈모 괼뤼 호수가 창조되었다. 그 뒤로 아무리 냉담한 자일지라도, 산 자들은 육체적 고통을 받으면 눈물을 흘리게 되었는데, 그 까닭은 눈물의 아픔이 더는 빛의 공간 속으로 사라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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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런 내용이라면 '밑줄긋기'에 적어야할 것이지만, 알라딘의 그 '밑줄긋기'라는 것은 단순자료용스크랩이 아니고서는, 통 느낌이 안 살아난다. 아,우,라,가 사라진다고나 할까. 실은 아직 이 책을 다 읽지도 못했다. 그런데 -- 세계관이 흔들리는 느낌. 어, 이거 무지무지 멋지잖아. 신, 우주, 변화, 자아, 그리고 눈물. 쿠르드의 이야기에는 우주가 나오고 산이 나오고 신이 나오고 민족이 나오고 눈물이 나온다. 고통스러운 세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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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2006-05-24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뭡니까~~~!! 이런 초특급 선동이.... @,@ .......... 사야지......

딸기 2006-05-24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세요~ 사..세..요..~~~~~

ceylontea 2006-05-24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맞아요 밑줄긋기는 너무 기능이 약해서 아쉬워요... --;